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657)
-저희 대룡은 이 비극적 사태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사법 시스템을 지키는 수많은 경찰과 검찰 그리고 판사의 가족들이 위험에 빠졌는데도 그들을 적절히 보호하지 못하는 현 상황을 가만 두고 볼 수 없다고 저희 대룡에서는 판단했습니다. 이에 저희는 미분양 아파트에 보안 시설을 증축하고 원하시는 모든 경찰과 검찰 그리고 법원 종사자의 가족들을 보호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익명의 지역에 있는 아파트에 추가 보안 시스템이 설치되고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을 위한 긴급 교육 지원을 교육청에 요청했습니다. 저희 대룡에서는 해당 지역을 3개월간 무상으로 경찰과 검찰 그리고 법원 등 사법 시스템 종사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제공할 것이며, 3개월 이후에는 최대 1년까지 보증금 없이 최저한의 임대료로 임대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대룡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사람들은 역시 대룡이라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몇몇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감사 인사를 건넸다.
사실 나가서 범인을 잡는다고 일한다지만 가족 걱정에 눈물로 밤을 새운 게 어디 하루 이틀이겠는가?
“아주 난리가 났더라.”
오광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래?”
“그래. 평검사들은 혹시나 거기서 떨어질까 봐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 정도야?”
“그 미친 새끼들 공격이 평검사들한테까지 미쳤으니까.”
처음에는 고위직에 대한 공격이었지만 거기에 경호 인력이 붙기 시작하자 중화영웅은 일반 경찰과 평검사, 평판사 등의 가족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그들의 목적은 사법 시스템의 붕괴라서 대상이 누구든 상관없으니까.
“하긴. 자리가 충분할지 모르겠네.”
노형진은 자리가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당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아니었다.
본가뿐만 아니라 친가 그리고 외가도 결국 가족의 범주에 들어가기에, 그들에게도 해가 갈까 두려워 그들도 이주시키려고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일단 저기에 들어가면 당분간은 안전하겠지?”
“당분간은.”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서는 먼저 납치를 해야 하는데, 거기에서는 납치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노형진이 듣기로는 철책도 단순 철책이 아니라 감지기로 인식되는 철책이라, 그걸 뚫는 순간 온 동네에 사이렌이 울리게 해 둔다고 했다.
단순히 보안실에만 울리게 하지 않고 그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보안실에서 구멍 난 곳을 확인하는 사이 사건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 동네에 사이렌이 울리면 길거리에 있던 사람도 집에 서둘러 돌아가거나, 멀거나 여의치 않으면 주변의 안전한 경비실이나 보안실로 피할 수 있다.
“머리는 진짜 잘 썼네.”
범인이 누군지 모르지만 그 상황이면 절대 아무도 죽이지는 못하리라.
“남은 건 그 중화영웅인지 뭔지 하는 놈들을 잡는 건데, 가능하겠어?”
“글쎄.”
노형진은 잠깐 침묵을 지켰다.
“가능할지 아닐지는 모르지.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어떤 거?”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거.”
오광훈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잡아야지. 무조건 잡아야지.”
두 사람은 굳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무조건 잡고 만다
“생각보다 그 숫자가 많지는 않을 겁니다.”
“뭐라고요?”
노형진 덕분에 가족들의 안전이 어느 정도 보장되자 경찰과 검찰에서는 이를 박박 갈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례적으로 노형진을 내부 회의에 참석시켜 줬다.
그들도 하나하나 규정을 따질 상황은 아니니까.
어떻게든 그 중화영웅이라는 이름의 범죄 조직을 잡아야 하니까.
그런데 노형진의 말은 모두의 의견과 달랐다.
“전 그들이 백 명에서 이백 명 내외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말이나 됩니까? 지금 희생자가 몇 명인데요!”
“다중 살인이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고작 몇백 명이 한국을 먹겠다고 저 지랄이라고요?”
“말도 안 됩니다. 그놈들은 못해도 3천 명 이상의 숫자일 겁니다.”
고작 몇백 명이 한국을 뒤집는다는 말을 검사들은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노형진의 생각은 좀 달랐다.
“처음에는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 패턴을 보면,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요?”
“애초에 일단 중화영웅이라는 이름에서부터 시작을 해 볼까요?”
중화영웅. 말 그대로 중국의 영웅이라는 의미다.
원래는 오래된 영화의 제목이었지만.
“즉, 자신들이 중국을 대표하는 집단인 양 행동하고 있단 말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범죄 조직입니다. 말이 안 되죠.”
“말이 안 된다고요?”
“뭔가를 대표한다고 주장하면서 움직이는 것. 그건 확신범들의 행동 패턴입니다.”
자신이 뭔가를 위해 싸우고 목숨을 건다고 생각하는 놈들.
그놈들이 보통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
확신범 또는 신념범이라고 주장하는 놈들.
그들이 행동할 때 국가와 민족을 많이 판다.
“그런데 그런 놈들은 범죄는 잘 저지르지 않습니다.”
“지금 살인이 범죄가 아니라는 겁니까!”
“살인이 범죄가 아니라는 게 아니라, 대상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확신범들은 자신들이 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 대표적인 적을 특정하고 공격한다.
정치인이라든가 대통령 같은 사람들 말이다.
“하지만 민간인에 대한 테러도 있지 않습니까?”
“그건 그들이 민간인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적을 대표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 같은 걸 본다면 테러 집단은 거기에 참석한 사람들이 서구 자본주의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으음…….”
“그런데 이 경우는 그런 게 없습니다.”
검사나 판사도 노리지만 가족도 노린다.
“확신범은 가족은 안 노립니다.”
노형진의 말을 듣던 사람들은 눈을 찡그렸다.
반박하려고 하자니 노형진이 전에 말했던 것처럼 한국의 검찰은 테러 시스템과 이런 대단위 공격에 대항하여 싸운 적이 없다.
“그런데 이들은 중화영웅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요. 마치 자신들이 중국의 영웅이라는 것처럼.”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요?”
“우리뿐만 아니라 중국 사람들의 눈도 가리겠다는 걸로 보입니다.”
이름만 들으면 그 숫자가 어마어마할 것 같다.
“하지만 그 숫자가 많다는 증거는 없지요.”
“하지만 사건이…….”
한두 건이 아니다.
일단 가족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나자 살인 사건은 멈췄지만 말이다.
“아마도 상당수가 모방 범죄일 겁니다. 아니면 기회주의 살인이거나.”
“기회주의 살인?”
“그건 뭡니까?”
‘아, 한국에서는 아직 그런 일이 없었지?’
노형진은 아차 싶었다.
한국에는 기회주의 살인 사건이 별로 없다. 있어도 단순 모방범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쉽게 말해서 다른 살인 사건에 업혀 가는 방식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요?”
“모방 범죄랑 뭐가 다릅니까?”
“비슷하지요.”
보통 이런 사건은 무차별 살인에서 많이 벌어진다.
실제로 화성 연쇄살인 사건에도 모방 사건이 존재했다.
“그것처럼 어떤 특정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걸 따라 하면서 자신의 살인을 감추는 걸 모방 범죄라고 하지요. 기회주의 살인은 그것보다 좀 더 적극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방 범죄가 보통 원한을 가진 대상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면. 기회주의 살인은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사람에게 선공격을 하기 위한 겁니다.”
“적대적인 사람?”
“경찰이죠.”
중국인들, 조선족들과 대한민국의 경찰, 검찰은 사이가 좋을 수가 없다.
특히나 대림동 같은 경우는 현실적으로 모든 지역권이 중국인들에게 넘어가 있는데 그걸 통제하려고 하는 건 지역 경찰들이다.
“중국의 폭력 조직이나 자생적 폭력 조직들 입장에서는 지역 경찰은 귀찮은 거죠.”
“으음…….”
“그리고 중화영웅은 그걸 노리는 것 같구요.”
“그걸 노린다?”
“네.”
쉽게 말해서 범죄 조직들은 중화영웅에 죄를 뒤집어씌우고, 반대로 중화영웅은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한 것처럼 쇼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거다.
“아니, 왜?”
“한국 법의 약점 때문이지요.”
“무슨 약점 말입니까?”
“중국과 다르게 한국은 연좌제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물론 중국도 공식적으로 연좌제를 적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범죄자 주변 사람들이 박살 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에 반해 한국은 연좌제가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다.
“저들이 중화영웅을 사칭해서 살인을 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을 처벌할 수는 없다는 거죠.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그들을 흡수할 수 있게 됩니다.”
“흡수?”
“그들은 중화영웅이라는 단체의 이름을 팔아서 사건을 덮었습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중화영웅은 대형 단체라는 생각이 들어 있지요. 실제로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듯이요.”
“그래서?”
“만일 나중에 중화영웅에서 직접 찾아와서 자신들과 손잡자고 하면 어떻게 할까요?”
검찰들은 눈을 살짝 찡그렸다.
상황이 이해가 갔다.
만일 그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그들과 손잡으려고 할 것이다. 대형 단체이니까.
“진짜 중화영웅의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들을 포섭하면 흡수할 수 있으니까요.”
“그게 가능하다고……?”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이건 일종의 마케팅 기법입니다.”
이쪽이 크다고 쇼를 함으로써 공신력을 증가시키고 그걸로 투자받는 방법.
“이런 식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들도 흔하고요. 전에 그 주식 사기를 친 놈도 이런 거였죠.”
“아! 일단 유명해지라는 전략이군.”
“맞습니다.”
얼마 전에 주식 사기를 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주식 투자를 하면 돈을 불려 주겠다면서, 수백억대의 자산을 넘겨받아서 먹고 도망갔다.
그가 사람들을 속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경제 전문 방송에서 주식 전문가로 출연한 경력이 있어서였다.
그런데 정작 조사해 보니 PD가 그에게 돈을 받고 출연시켜 준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에 출연했다는 점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믿은 것인데 그 방송 출연조차 사기였던 것이다.
PD에게 준 돈은 1억 정도지만 그가 친 사기는 무려 300억대.
“이번 전략도 그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이름을 널리 날리고 한국 내에서 세력을 흡수해서 키우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라는 거다.
“환장하겠군.”
조용히 듣고 있던 검찰총장은 혀를 끌끌 찼다.
그런 쪽으로는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으니까.
“하긴, 살인 방식이 너무 중구난방이기는 했어.”
“맞아. 지역도 제각각이고.”
참수에서부터 총질, 교살, 방화까지, 온갖 살인 방식이 다 동원되었다.
“사건 자체도 확인해 보세요. 분명 일반인 피해도 많을 겁니다.”
다만 그걸 중화영웅이라는 이름으로 감췄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공안도 바보는 아닙니다. 수천 명 단위의 폭력 조직이 한국으로 가는데 전혀 모를 수가 없어요.”
“으음…….”
“제가 봐서는 이건 단순 폭력 조직 사건이 아니라 인텔리 폭력 조직 사건입니다. 누군가 폭력 조직을 현대적으로 조직해서 한국의 뒷세계를 정복하려고 하는 겁니다.”
“알겠네. 알아보지.”
“특히나 대놓고 중화영웅이라고 주장하는 사건부터 보시는 게 좋을 겁니다.”
노형진의 말에 좌중의 사람들은 다들 고개를 끄덕거렸다.
* * *
“네 말이 맞는 것 같더라.”
“그래?”
“그래. 살해당한 사람들 중 사법과는 아예 관련이 없는 사람이 많아.”
오광훈은 며칠 후 노형진을 찾아와서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한 건 나왔다. 경남 사건인데, 지금까지 중화영웅 소행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재조사해 보니까 거래하던 사업체 중에 중국인이 있었어. 중국인이 12억 정도 먹고 튀어서 소송 중이더라고.”
“그거 자백은 했고?”
“그래. 조사에 들어가니까 자백하더라.”
“역시나.”
노형진의 예상대로였다.
중화영웅이라는 단체를 만든 놈들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무식하게 행동하는 것처럼 하면서 도리어 계획적으로 세력을 늘리고 있었다.
“만일 중화영웅이 두각을 드러내고 그들에게 접촉해서 손잡자고 한다면 당연히 그러겠지.”
노형진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 각 경찰서들은 온 동네를 다 털고 있어. 일단 중화영웅은 조용한 상태고.”
“당연하지. 원래 중화영웅이 노린 건 가족들일 테니까.”
하지만 대룡이라는 곳에서 보호를 제공할 줄은 아마 예상 못 했을 테고, 그 때문에 더는 가족들을 노리지 못하게 되었다.
“거기에다 모방 범죄들까지 막히기 시작했으니까.”
세력을 늘리려고 하던 그들의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입국자들의 추적은 어때?”
“중국 쪽에서 협조해 주지 않아서 좀 힘들기는 한데…….”
“중국 입장에서는 기회니까.”
한국의 정치를 내부에서 흔들 수 있는 기회니까 당연히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말했잖아, 그들이 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결을 도와주지도 않을 거라고.”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그들의 계획을 대충 알 수는 있었다.
문제는 이제 그들이 현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거다.
‘가족들을 죽여서 사법 시스템을 흔든다는 것은 현재로써는 불가능해졌어. 그러면 직접 노릴까?’
그럴 가능성이 높다.
어찌 되었건 그 숫자는 많다. 이백 명 내외라고 하지만 그 정도면 절대 적은 숫자가 아니다.
“순찰 상황은 어때?”
“모든 경찰은 4인 1조로, 전원 무장 순찰이야.”
“경찰을 공격하는 건 쉽지 않겠군.”
총이 없는 경찰을 습격한다면 모르지만 이쪽이 무장하기 시작하면 당연히 저쪽도 공격이 쉽지 않다.
더군다나 경찰은 사격 훈련을 제대로 받은 사람들이다.
“그러면 다음 답은 나와 있군.”
“다음 답?”
“퇴근 이후를 노리겠지. 순찰 중에 노릴 수는 없으니까.”
“으음…….”
“그리고…… 그 퇴근 이후라고 하면…….”
노형진은 눈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지금 혼자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지?”
“알아봐야겠지?”
“알아봐. 내가 만일 중화영웅이라면 퇴근 중인 사람을 노릴 거야. 그리고 그놈은 분명 중화영웅의 진짜 멤버 중 한 명이겠지. 지금처럼 유령이 아니라.”
노형진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놈을 잡으면 뭐든 알아낼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