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659)
“입은 안 열지?”
“그래, 절대 안 열어. 벌써 변호사들이 달려들어서 방어 중이다.”
“변호사?”
노형진은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한숨을 푹 쉬었다.
“혹시 태양이냐?”
“어? 어떻게 알았냐?”
“너 같으면 이 사건을 담당하려고 하겠냐?”
다른 것도 아니고 사법 시스템을 노렸던 사건이다.
변호사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 사건을 이렇게 빠르게 수임할 리 없다.
검찰이나 법원 출신 변호사는 절대 받지 않으려고 할 테고, 거기 출신이 아닌 사람들도 꺼릴 수밖에 없다.
“돈만 준다면 이완용도 변론해 주려고 하는 곳이라면 뻔하지, 뭐.”
법무 법인 태양.
돈만 준다면 진짜 매국 행위자들에게도 실드를 쳐 주는 곳이다.
“맞아. 아주 번개같이 수임했더라.”
“누가 수임한 걸까?”
“그러게 말이야. 어쨌든 일단 중요한 건 잡은 놈들을 취조하는 거야. 그놈들을 족치면 중화영웅이라는 놈들에 대해 뭐든 나오겠지.”
시작점이 있는 것과 없는 건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중화영웅이라는 작자들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지만 이제 직접적인 정보가 생겼으니 그들을 취조해서 중화영웅을 잡으면 된다.
‘물론 쉽게 입을 열지는 않겠지만.’
노형진은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필요하다면 그들의 기억을 읽어서라도 발본색원할 생각이었으니까.
“검찰도 난리야. 분위기만 봐서는 고문도 불사할 것 같아.”
“진짜 고문은 못 하겠지만 그래도 그에 준해서 뭐든 해 보려고 하겠지. 다만 걱정되는 건 중화영웅 쪽에서 어떻게 반응할지인데…….”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이놈들은 전형적인 미친놈 전략을 쓰고 있거든.”
이쪽에서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계속 튀면서 판단을 못 하게 하는 전략. 북한에서 잘 쓰는 전략이다.
“우리도 그들의 반응에서 벗어난 방법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이쪽은 합법이라는 조건에 잡혀 있으니까.”
결국 유리한 것은 저쪽이다.
“제발 저쪽에서 미친 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노형진은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불안감에 입술을 깨물었다.
“야, 아무리 그래도 미친 짓까지 하겠냐? 이제 자기들이 털리는 일만 남았는데 도망갈 생각부터 하겠지.”
“그러면 좋겠는데…….”
그 순간 갑자기 문이 쾅 열렸다.
“아니, 김 과장? 갑자기 왜 그래?”
오광훈은 얼굴이 새파란 색으로 변한 김 과장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김 과장은 얼마나 놀랐는지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목소리조차도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그, 그…… 그게…….”
“왜? 무슨 일이야? 그놈들이 몰려오기라도 한대?”
코웃음을 치는 오광훈.
그제야 김 과장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동인천이 습격당했습니다.”
“뭐? 습격?”
“마흔 명쯤 되는 무장 세력이 경찰서와 검찰청 그리고 법원을 습격했습니다. 전원 AK 소총으로 무장했고, 사망자만 이백스무 명에 부상자는 백서른세 명입니다.”
오광훈이 벌떡 일어났다.
노형진은 너무 놀라서 움직일 수조차도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 그놈들이 완전무장 상태로 습격해서 무차별 사격을 하고 도주했습니다. 지금 인천은 완전히 전쟁 상태입니다!”
노형진은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
“피가 부족해!”
“이미 다 떨어졌어요!”
“납치라도 해서 수혈받으라고!”
“심장이 안 뛰어!”
노형진은 다급하게 인천으로 향했다.
경찰도 경찰이지만 새론도 문제였으니까.
“미안합니다.”
피 칠갑을 하고 수술실에서 나오는 의사.
그의 눈에는 피곤이 가득했지만 그것보다 더 급한 상황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의사는 고개를 숙여서 인사하고 간호사가 준 피로 회복제를 연달아 들이켜고는 다음 수술로 들어갔다.
노형진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크윽.”
그의 눈은 분노로 벌겋게 변해 있었다.
인천에 새론의 변호사가 두 명 나와 있었다.
검찰에 한 명, 법원에 한 명.
그중 한 명은 다른 사람을 지키다가 총에 맞아서 현장에서 즉사했고, 다른 한 명은 방금 수술실에서 사망했다.
쾅!
“젠장!”
검사들은 분노가 치밀어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동시에 세 곳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
지금까지 한국에서 벌어지지 않았던 사건이기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단순히 단체로 습격해도 놀라운데 하물며 그들은 무장하고 밀고 들어왔다.
“증언에 따르면 그 새끼들, 방탄복까지 입고 있었다고 하더라.”
그렇게 말하는 오광훈의 손도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그쪽은?”
“나가자. 나가서 이야기하자.”
오광훈은 노형진을 데리고 바깥으로 나갔다.
온 병원이 곡소리와 담배 연기로 꽉 차 있었다.
“죽었다.”
검찰청 역시 습격당했다.
그리고 오광훈과 알고 지내던 검사 한 명이 수술실에서 사망했다.
“지금 대통령은 비상사태를 선포했어. 인천 지역에 군을 동원해서 검문검색을 강화한다고 하더라.”
“그게 쉬울까?”
“그러게.”
오광훈은 담배를 입에 물고 허공을 향해 연기를 날렸다.
“후우.”
“끊었다고 하지 않았냐?”
“씨발. 끊었지. 그런데 안 피울 수가 있냐?”
노형진은 말릴 수가 없었다.
그는 회귀 전에는 담배를 피웠지만 회귀 후에는 아예 담배를 안 피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친 듯이 담배가 당겼다.
‘누가 그랬더라? 담배는 끊는 게 아니라 참는 거라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현 상황에서 나라는 발칵 뒤집어졌고, 이제는 전 세계에서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거다.
“사망자는 더 늘 거다.”
“그러겠지.”
총에 맞은 사람은 넘쳐 나고 피는 부족하다.
한국 의사들은 총상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고 말이다.
“그나마 피는 어떻게 구해지는 모양인데.”
방송에서 의사들이 빌다시피 하며 외치고 있다.
수혈해 달라고, 지금 피가 부족하다고.
그래서 인천 주변의 시민들이 모여서 너도나도 피를 수혈하고, 다른 지역에서도 그렇게 피를 수혈하고 있었다.
“어…… 어머니! 어머니!”
바깥에 있던 한 가족 중에서 누군가 쓰러지는 게 보인다.
다급하게 쓰러진 환자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는 다른 형제들.
나이로 보아하니 아마도 법원에서 일하던 사람의 가족인 듯했다.
“씨발.”
이를 빠드득 가는 오광훈.
“숫자가 적다며? 범죄 조직이라며? 그런데 이게 뭐야? 이게 무슨 범죄 조직이야!”
“범죄 조직이 맞아. 그들이 노리는 건 단 하나야.”
“도대체 그게 뭔데!”
발끈하는 그때 다가오는 한 남자.
그는 영어로 말했다.
“벌어질 일이었습니다.”
“저 인간이 뭐라는 거야?”
도통 알아먹지 못할 외국어에 오광훈이 어리둥절했다.
그사이 조디 제퍼슨이 지친 얼굴로 그들 앞에 섰다.
노형진은 중간에서 조디 제퍼슨의 말을 통역해 주었다.
“이번 일은 벌어질 일이었대.”
“뭐? 그러면 경고라도 해 줬어야 할 거 아냐!”
발끈하는 오광훈.
그 말을 눈치로 알아챈 건지, 조디 제퍼슨이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이미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조직은 답이 없네요. 테러에 대해 전혀 감을 못 잡아요.”
“그렇지요. 한국은 제대로 테러를 겪어 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의 무사안일주의는 오래된 적폐입니다.”
노형진과 조디 제퍼슨이 영어로 대화하는 것을 멍하니 듣고 있던 오광훈이 한마디 했다.
“도대체 뭐라는 겨?”
노형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이미 경고했는데 안 들어 처먹었단다.”
“뭐라고?”
눈을 크게 뜨고 조디 제퍼슨을 바라보는 오광훈.
그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영어로 말해 줬다.
노형진은 그런 그의 말을 통역해 줬다.
“멕시코 갱단의 스타일은 지역에 혼란을 일으키고 그 지역을 접수하는 거라고 했잖아. 그런데 가족이 안전해졌으니 좀 더 적극적인 수법을 쓰기 시작하는 건 당연한 거래.”
“당연한 일?”
“그래. 나도 결국 그들의 손에 놀아났다는 거지.”
“뭐?”
“내가 가족들의 안전을 확보하게 해 줬잖아. 그런데 그건 당연한 일이었던 거지.”
노형진은 가족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그 후에 적극적으로 그들을 박멸하려고 했다.
멕시코 갱단과 싸웠던 사람들도 똑같은 생각을 했을 수밖에 없다. 가족들을 해외로 내보내든가 경호원을 붙이는 것.
“처음에는 가족을 죽이면서 굴복하라고 하고, 굴복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때는 직접적 공격을 투사하는 거지.”
“직접적 공격?”
“그래. 그 지역 사법 시스템 자체를 붕괴시키는 거야.”
“그게 가능하다고?”
“법은 주먹보다 멀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니까.”
하물며 그 지역의 사법 시스템을 유지하는 조직이 습격받아서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
“설마…….”
“국민들은 동요할 수밖에 없지.”
경찰도 검찰도 총 앞에서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걸 국민들이 봤다.
정부에서는 범인들을 잡겠다고 했지만, 그들을 잡는다고 해서 중화영웅이라는 놈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지역 전부가 공포에 굴복하게 됩니다.”
참담한 표정으로 말하는 조디 제퍼슨.
“그리고 그때부터는, 정부에서는 조사 자체가 부담스러워집니다.”
살인범을 잡기 위해 CCTV라도 제공하면?
목을 잘라서 전시해 버린다.
조금이라도 증언하면?
집에 폭탄이 날아든다.
그렇다 보니 지역 주민들은 점차 입을 다물고, 그 지역에서 공권력은 힘을 잃어 가기 시작한다.
“그에 반해 우리는 불리하지.”
주민에게 강제로 진술하게 할 권리는 없다.
대한민국은 민주국가다. 진술하는 순간 죽는 게 확정적인데 누가 진술하겠는가?
“그, 그게 가능한 겁니까?”
“가능한 게 아니라 멕시코 스타일이 이런 겁니다. 중국인들이 범인이라고 했지요? 제대로 배웠네요.”
조디 제퍼슨은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표정이 되었다.
“차라리 중국이었다면 그렇게 못 합니다. 중국의 공안은 준군사 조직이니까요.”
중국의 군대와 공안은 중국이라는 국가의 조직이 아니라 공산당의 조직이고, 그들은 자국민을 죽이는 것에 대해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으면 자국민이라도 총살하는 게 중국이고, 폭력 조직과 군대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더 무서운 건 군대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죠.”
중국과 다르게 한국의 군대는 폭력 조직에 손대지도 못한다.
더군다나 한국은 처벌도 약하다.
물론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들은 무기징역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은 실질적 사형 폐지국. 즉, 죽을 위협은 없다는 거다.
“미스터 노, 이런 말 하면 좀 오버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한국은 이번 사태를 침략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후우, 알고 있습니다. 사실상 침략이나 다름없지요.”
더군다나 그들의 방식은 이미 검증된 바 있다.
“미국이야 총기를 가진 국가니 쏴 버리면 그만입니다만. 거기에다 정당방위가 폭넓게 인정되고 있으니 법적으로 문제가 없습니다만…….”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아니다.
진짜 막나간다고 하면 브레이크를 걸기 힘들다.
그나마 일본에는 막장 폭력 조직인 야쿠자가 있어서 일이 터지면 그들이 대신 싸우겠지만, 한국에는 그런 조직이 없다.
총도 없고, 설사 있다고 한들 한국의 정당방위 기준으로는 상대방이 조준해서 발사해도 인정될까 말까다.
상대방이 목을 조르는데 방어 차원에서 가스총을 쐈다고 상해죄로 구속하는 나라가 한국이니까.
“돌겠군. 한만우 씨가 어떻게 못 하겠지?”
“한만우 씨의 조직도 결국 양성화된 조직이야. 전쟁? 총을 들고 있는 놈들하고? 그게 될 것 같냐?”
노형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적응하지 못한 놈들은 죄다 중화영웅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
그들은 탐욕에 미쳐 있다.
국가에 대한 충성?
그런 감정이 있다면 그놈들이 폭력배를 할 리가 없다.
“일단 이들이 어떻게 무장했는지가 관건입니다.”
다른 것도 아닌 AK 소총으로 무장하고 사법기관을 습격했다.
한국이 무슨 중동도 아니고, 그렇게 쉽게 무장을 구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그건…… 제가 좀 알아보겠습니다.”
노형진은 이런 걸 알 만한 사람을 딱 한 명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