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670)
차이나 머니? 차이나 뭐니? (1)
새해가 되고 사람들은 세상이 눈으로 가득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현실은 미세 먼지지, 푸에취!”
재채기를 거하게 하면서 콜록거리는 오광훈.
노형진은 그런 오광훈을 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검사라는 놈이 몸 관리도 못 하냐?”
“아니, 나한테 뭐라고 하지 말라고. 이 빌어먹을 놈의 미세 먼지 때문이니까.”
“아이구, 그러셔? 전혀 다르거든.”
“아,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푸에취!”
코를 팽 하고 푼 오광훈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으, 씨발. 요즘 감기는 왜 이리 독해? 뒈지겠네, 뒈지겠어.”
“걸리면 2주는 기본으로 깔고 간다고 하더라. 그나저나 어쩐 일이야, 이렇게 조용히 날 보자고 하고?”
중화영웅 사건 이후에 검찰 쪽에서는 새론과의 관계를 재정립했다.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미친놈들 때문에 조직과 사법이 무너질 뻔했는데 노형진과 새론 덕분에 살았으니까.
물론 법 때문에 사건 자체를 넘기거나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스타 검사들이 새론과 손잡은 걸 비꼬거나 하지는 않게 되었다.
“조용히 만날 이유는 없잖아? 왜 그렇게 조용히 만나야 한다고 성화를 한 거야?”
그래서 뜬금없이 이 추운 때에 바다가 보이는 산속의 커피숍에서 나와 있다.
“뭐 중요한 사건이라도 있어? 그런 건 없을 텐데.”
“그걸 어떻게 알아?”
“그 정도 사건이 있었으면 기자들이 벌써 난리가 났겠지.”
“눈치 빠른 놈. 푸에취!”
오광훈이 흘러나온 콧물을 슥슥 문질러서 닦자 그걸 본 노형진이 눈을 찡그렸다.
“으, 디러.”
“디럽기는 개뿔. 살다 보면 다 그러는 거지.”
“아니, 그건 그렇다고 치고 나도 감기 걸리겠다. 빨리 보자고 한 이유나 말해 줘.”
“사건 하나가 냄새가 나는데, 아무래도 이상하단 말이지.”
“뭐가 이상한데?”
“너, 자즈라고 아냐?”
“누군데, 그게?”
“몰라, 자즈? 그러면 헌티드는 알지?”
“아, 그 애들은 알지.”
잘나가는 한류 아이돌.
노형진도 방송 쪽 일을 하긴 하지만 모든 사람들을 아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티드는 안다.
요즘 중국과 일본에서 잘나가는 그룹이니까.
일본에서는 한류를 막기 위해 발악하고 있지만 역사란 것은 흐를 수밖에 없는 거고, 노형진이 일본에 뿌린 씨앗 덕분에 도리어 어마어마하게 가속된 상황이었다.
“자즈는 헌티드에서 메인 댄스를 담당하는 애야. 뭐라고 하더라? 센터?”
“그 애가 또 왜? 마약 했니? 아니면 강간? 아니면 성추행? 그런데 그걸로 네가 수사를 못 한다고?”
물론 한류 그룹이라는 힘이 강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래 봤자 민간인이니, 검사가 작심하고 털고자 하면 터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검사를 권력자로 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게 말이야, 이게 명확한 증거는 없는데 촉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있거든.”
“촉?”
오광훈은 ‘킁!’ 하고 콧물을 삼키더니 사진을 꺼내서 내밀었다.
전신에 붕대를 감고 산소마스크를 쓴 채로 누워 있는 남자가 찍혀 있는 사진이었다.
“뭐야, 이건?”
“이번 사건의 피해자야. 식물인간 상태고 호흡기를 떼면 그냥 죽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제로야. 결혼해서 애가 한 명 있고 염병하게도 부인이 현재 임신 중이야. 다음 달에 출산이고.”
“으음…….”
누가 봐도 안타까운 장면이다.
피어 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목숨을 잃어야 한다는 것은 말이다.
“이거랑 자즈랑 무슨 관계인데? 자즈가 이렇게 만들기라도 했다는 거야? 그럼 자즈를 소환 조사하면 되잖아.”
“그게 문제인데…….”
긴 한숨을 쉬는 오광훈.
“이 사람을 차로 친 놈이 자즈 같단 말이지.”
“자즈 차라면 그놈이 범인이겠네. 그게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
오광훈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게 지랄맞은 게, 자즈 차가 아니야. 헌티드의 뮤직비디오 촬영용으로 빌려 둔 슈퍼 카야.”
“뭐? 슈퍼 카?”
“그래, 페어리930.”
“그거 10억 가까이 하잖아?”
“그래, 그거.”
페어리930, 남자들의 로망이라 불리는 차량이다.
차의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보험료를 비롯해서, 세워만 놔도 그 유지비가 연 5천만 원이 나온다고 하는 역대급 슈퍼 카.
물론 페어리에서 나온 슈퍼 카가 여러 가지가 있기는 하지만 930 모델은 한정판으로 딱 930대가 만들어져서 전 세계에 판매되었다.
“그리고 그중 한 대가 한국에 있는데 그걸 뮤직비디오 촬영용으로 빌려서 회사에다가 둔 모양이야.”
“그런데 자즈가 그걸 끌고 가서 몰다가 사람을 쳤다고?”
“그런 거라 생각하고 있어.”
“그럼 소환하면 되잖아?”
“그러면 편하지. 그런데 이미 자수한 사람이 있으니 문제인 거야.”
그제야 노형진은 오광훈이 왜 자신을 은밀하게 불렀는지 알아차렸다.
오광훈이 바보도 아니고, 의심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뜬금없는 자수자가 나왔으니 수사는 당연히 멈출 수밖에 없다.
“누구야?”
“자수자?”
“그래. 너 운전자 바꿔치기 생각하는 거 아냐?”
“맞아. 킁!”
다시 한번 코를 훌쩍인 오광훈.
그는 코를 문지르면서 말했다.
“자수한 놈이 로드 매니저야. 이해가 가냐? 간도 크게 10억짜리 차량을 몰고 나간 놈이 로드 매니저? 그거 매니저 중에서도 최하 시다바리라며?”
“그건 그렇지.”
로드 매니저. 좋게 말해서 매니저지, 사실 여기저기 연예인을 데려다주는 운전기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은 곳이라면 그러면서 다른 업무도 하지만, 자즈와 헌티드가 속한 JP가 작은 곳은 아니니까.
“내가 병신은 아니지만 10억짜리 차에 차 키를 꽂아 둘 것 같지는 않거든?”
차값만 10억일 뿐, 한정판이라는 가치를 생각하면 가격은 더 오를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걸 촬영용으로 빌려서 차 키를 꽂은 채 주차장에 세워 둔다?
“음…… 그러니까 그 자수한 놈은 자기가 몰고 갔다 이거네?”
“그래.”
로드 매니저인 자수자는 로망이었던 슈퍼 카를 보고 한번 몰아 보고 싶은 욕심을 이기지 못해 차를 끌고 나갔고, 가로등이 없는 어둑한 도로에서 피해자를 보지 못해 친 후 덜컥 겁이 나서 달아났다고 자수했다.
물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회사가 아주 병신이라는 조건만 맞는다면.
“내가 확인해 보니까 그곳에 경비원도 있어. 그런데 로드가 빌려 온 슈퍼 카를 몰고 나가는데 가만둔다고? 그건 아니지.”
“으음…….”
노형진은 신음을 냈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로드에게 떨어질 형벌은 얼마나 될까?
기껏해야 2년에서 3년 정도가 될 것이다.
적당히 실력 있는 변호사가 붙으면, 운 좋으면 집행유예가 나올 수도 있고.
물론 피해자들과 합의된다는 가정하에.
“그런데 뜬금없이 자즈가 왜 나와? 그놈이 운전했을 거라는 의심은 어디서 튀어나온 거고? 처음부터 바꿔치기를 의심하지는 않았을 거 아냐.”
“처음에야 나도 그 생각은 못 했지. 사실 뻔하잖아. 이건 덮을 수 있는 유의 사건도 아니고.”
한국에 딱 한 대 있는 차. 거기에다가 빌려 온 차다.
그걸 빌려준 차주가 눈이 돌아가지 않을 리가 없다.
더군다나 페어라930을 몰 정도의 차주라면 힘이 없어서 입 닥치고 있을 만한 사람도 아니고.
“나도 그놈이 미친 짓 한 줄 알고 그냥 그렇게 끝내려고 했거든. 그런데 추가 진술을 받으러 JP에 갔더니 자즈가 팔에 깁스를 하고 있네?”
“얼씨구?”
“그래, 이상하지 않아?”
오광훈도 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이 사건의 이상함을 느꼈다.
물론 자수한 거야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사고와 전혀 상관없는 자즈가 갑자기 깁스를 하고 있다?
우연치고는 공교롭다.
“그래서 말이지, 내가 그놈이랑 이야기하면서 물어보니까 춤을 연습하다가 손목을 삐끗했다네.”
그럴 수도 있다. 댄스 그룹이라면 그런 일이 빈번하니까.
“그래서 내가 친한 척하면서 어깨에 손을 올렸거든. 아주 자지러지더만, 자지러져.”
“으음…….”
손목을 다쳤다는 놈이 어깨에 손을 올리자 비명을 지르면서 주저앉는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혹시 말이다, 그 깁스가 왼쪽이냐?”
“그래, 왼쪽이야.”
“하아, 답 나오네.”
사람이 춤추다가 다치는 경우는 오른쪽이 많다.
대부분이 오른손잡이인 데다, 비상시 가장 익숙한 손이 나가서 방어하려고 하니까. 그런데 왼손이 다쳤다?
그리고 어깨에 손을 올렸는데 자지러졌다면, 다친 곳은 손목이 아니라 어깨라는 거다.
사실 어깨를 삐끗한 걸로 그렇게 자지러지지는 않는다.
어깨에서 그런 어마어마한 통증을 유발하는 부위는 하나뿐이다.
쇄골이라고 부르는 빗장뼈.
그 부분은 다른 뼈들보다 약하고, 부러지면 날카롭게 부러지는 편인지라 통증이 심하다.
하지만 그 구조적 위치의 특성상 어지간하면 부러질 일이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딱 하나, 현대에서 그 부분이 잘 부러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다름 아닌 교통사고다.
“안전벨트?”
“그런 것 같아.”
원래 안전벨트는 어깨뼈를 통해 자연스럽게 가슴으로 내려가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안전벨트를 제대로 매지 않아서 어깨가 아니라 빗장뼈를 가로질러 내려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에 사고가 나면 거의 100% 뼈는 안전벨트의 압력으로 부러진다.
“왼쪽 빗장뼈라면 결국 안전벨트를 맨 부분이라는 거네.”
그리고 갑자기 일어난 사고, 그 후에 자수한 로드 매니저.
“운전자를 바꿔치기했다고 봐야겠네.”
“그래서 내가 널 보자고 한 거야. 이거 그냥 넘기면 사건이 덮이는 거다.”
“음…….”
노형진은 잠깐 침묵을 가졌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