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675)
의리?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 (3)
그런데 오광훈이 이렇게까지 파고든 이유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JP는 최대한 돈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는 걸 의미한다.
“당신이 받기로 한 돈이 얼마나 됩니까? 3억? 4억?”
일반인이라면 꿈도 못 꿀 돈이겠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푼돈일 게 뻔하다.
“어때요? 사실을 말할 생각이 있습니까?”
오광훈은 이죽거리며 말했다.
“아, 물론 그래도 입 다물고 그 돈을 들고 중국에 가도 될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한국 법원의 판결은 중국에서도 먹히거든요.”
“그건…….”
“만일 차량 주인이 한국 재판부에서 이겨서 당신한테 돈 달라고 중국에 가면, 당신 재산은 영혼까지 털린다는 거지.”
즉, 그 돈을 지킬 수 없다는 뜻.
그리고 그걸 오광훈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말에 매니저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사실은…… 제가 운전하지 않았습니다.”
“오호, 그래요?”
“사실 그때 운전한 건 자즈입니다.”
***
“자즈 이 새끼, 미친놈 맞더라.”
10억짜리 슈퍼 카, 그게 들어온 날 밤.
자즈는 자신이 그걸 몰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애초에 촬영용으로 빌린 차이고, 보험 자체도 촬영에 제한된 탓에 무단으로 끌고 갔다가 사고라도 나면 그걸 모조리 생돈으로 메꿔야 하기에 회사에서 허락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끌고 간 거야?”
“몰래 키를 꺼내 온 거지.”
자즈는 그걸 가지고 차를 몰고 바깥으로 나온 것이다.
“경비원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엄밀하게 말하면 거기에 상주하는 건 아니야.”
주차장의 입구에는 차단기가 달려 있고, 경비원은 경비실에서 있다가 신호가 오면 확인하고 차단기를 올려 주는 방식의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그 페어리930이 차고가 더럽게 낮더라고.”
“아하!”
슈퍼 카 계열은 보통 차고가 낮다.
그래야 주행 안전성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리는데 주행 안전성이 개판이면 차가 허공을 날아다닐 테니까.
“그래서 그 차단기 아래로 지나갈 수 있더라고. 차단기가 높이가 좀 되는 모양이야. 하긴, 요즘은 SUV가 워낙 많으니까.”
“얼씨구?”
당연히 경비원들은 차단기 아래로 나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리고 속도를 낼 수 있는 교외 쪽으로 몰고 간 거지.”
그리고 미친 듯이 밟다가 사람을 치어 버린 것이다.
“결국 그 사건으로 인해 그 남자가 피해자가 된 거고.”
사건이 터진 후에 자즈는 다급하게 소속사에 전화를 걸었고, 소속사는 해직 직전에 있던 매너지를 설득해서 대신 죄를 뒤집어쓰도록 했던 것이다.
“그놈도 어지간하다. 보통은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텐데.”
“JP 쪽에서 4억을 보장했다고 하더라.”
중국에서 온 그에게 4억은 어마어마한 돈이다.
중국으로 돌아가면 지방에 작은 빌딩 한 채는 살 수 있는 돈이고, 사실 그가 이 바닥에서 20년을 일해도 벌기 힘든 돈이기도 하다.
“어차피 무능해서 해직 직전이었고 공장은 죽어도 가기 싫었대.”
딱 눈감고 2년만 감옥에 갔다 오면 4억이라는 말에, 매니저는 눈을 질끈 감고 대신 감옥에 가기로 한 것이다.
“잘하는 짓이다.”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찼다.
“어찌 되었건 진술을 받아 냈으니 자즈에 대한 영장을 청구하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야.”
다만 이미 자즈가 중국으로 도망갔다는 게 문제이지만.
“그 녀석이 반성하면서 들어올 가능성은 없겠지?”
“바랄 걸 바라라.”
자즈는 한국에다가 칼을 꽂고 도망간 놈이다.
“중요한 건 일단 범인을 잡았다는 거야.”
최소한 그걸로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다.
“일단 이걸로 양재형과 JP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거야. 양재형을 감옥에 보내지는 못하겠지만.”
살인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고 그 때문에 결과적으로 범인인 자즈가 도망갈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줬다.
“하지만 이미지가 완전 작살나겠지.”
물론 바로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권력과 손잡았고, 기업이라는 특성상 누군가 또 다른 사람을 희생양으로 해서 살아날 것이다.
“하지만 일단 피해자의 치료비와 생활비는 되겠지.”
사실상 식물인간인 상황에서 그가 살아날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고 과연 그 호흡기를 뗄 수 있을까?
“이런 경우에 지랄맞은 게 바로 돈이거든.”
“일단은 그걸 확보한 셈이군.”
“맞아.”
식물인간이라지만 아예 뇌사가 아닌 이상에야 살아날 가능성은 존재한다.
하지만 많은 가족들이 그 호흡기를 뗄 수밖에 없는 이유. 그건 병원비 때문이다.
“하지만 소송을 통해 JP에 치료비를 요구할 수 있지.”
더군다나 JP는 운전자만 바꿔치기한 게 아니다.
당장 사건이 벌어진 현장에서 바로 신고했다면 구급차가 달려왔을 테고, 식물인간 상태까지는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려 4시간을 길바닥에 방치했지.”
매니저가 바보도 아니고, 4억을 줄 테니 감옥에 가라 했을 때 바로 콜 하지는 않았다. 당연히 꽤 긴 시간 동안 설득 작업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게 치명적인 피해가 된 것이다.
“그러니 적지 않은 돈을 받아 낼 수 있겠지.”
애초에 시간을 지체하도록 한 이상 양재형과 JP는 그 돈을 물어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일단 그 정도면 충분할 거야.”
“그러면 자즈는 어쩔 거야?”
“걱정 마. 이미 자즈는 해결책을 준비해 놨으니까. 애초에 자즈를 중국에 보낸 건 나라고, 후후후.”
그리고 그게 자즈의 가장 큰 실수가 될 거라는 걸 노형진은 알고 있었다.
***
“그래서 뭐?”
자즈는 한국 방송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매니저가 양심선언을 하면서 자신에게 구속영장이 나왔다지만, 그는 중국에 있다.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건 없다.
“운이 좋았어. 적당한 타이밍에 빵즈한테서 벗어났네.”
빵즈는 한국을 무시하는 중국인의 속어다.
애초에 자즈는 한국을 존중한 적이 없었다. 다만 한국에서 연예인이 되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게 성공했으니, 돈도 안 되는 한국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
“아, 진짜 인터넷 못 봤냐? 중국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다니까.”
도리어 중국의 인터넷에서는 자랑스러운 중국인이 빵즈를 죽이고 왔다고 영웅 취급하는 놈들까지 있을 정도로 자즈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빵즈 나라에는 가지 않으면 그만이야.”
자즈는 그렇게 이죽거리더니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나저나 방송 출연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
“사방에서 널 못 불러서 안달이지.”
한국은 연예인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한다.
특히나 예의나 인성을 많이 따지는데, 평생을 있는 자로서 살아온 자즈는 그걸 참고 사는 게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미소가 떠올랐다.
여자도 마음대로 건드릴 수 있고, 매일같이 여자를 바꿔도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넘치는 여자들을 보고도 문제가 될까 봐 침만 삼켰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좀 곱상한 애들 나오는 프로로 준비해 줘.”
“그래, 그래야지.”
고개를 끄덕거리는 매니저.
이 둘은 노형진이 미리 준비한 게 뭔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
“한국은 여러 가지 문제가 많지요.”
“그럼요. 선진국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후진적인 나라입니다. 중국과는 비교도 안 되죠.”
한국에서 성공하고 중국으로 간 중국 출신의 연예인이 가장 많이 써먹는 콘텐츠가 뭘까?
그건 다름 아닌 한국을 씹는 거다.
한국의 연예인 시스템이 훨씬 우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우월하다는 중국인들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래서 한국에서 활동하다가 중국으로 간 중국 출신 멤버들은 하나같이 중국을 찬양하고 한국을 격하한다.
“중국같이 자랑스러운 자존심도 없고, 그냥 돈만 되면 뭐든 한다는 게 한국의 문화죠. 전 세계적으로 잘나간다지만 뭐, 죄다 성형으로 만들어지는 놈들이니까요.”
“괴물이군요.”
“맞습니다. 괴물이죠. 인공적으로 얼굴을 다 뜯어고치니까요. 중국처럼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거든요.”
“그렇지요? 한국이 뭐 잘난 척하지만 인구가 많은 것도 아니고.”
“맞습니다. 한국은 중국 인구의 20분의 1도 안 됩니다. 고작 5천만이에요. 그 안에 재능을 가진 사람이 태어나 봐야 얼마나 태어나겠습니까? 재능요? 그거 다 만들어지는 거예요. 얼굴은 의사가 고치고, 음악도 죄다 조작해 둡니다. 그리고 립싱크 하는 거지, 중국처럼 재능을 키워 주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자즈 역시 그들의 전철을 밟아 가면서 한국을 씹고 중국을 찬양하면서 자신의 계좌로 들어올 돈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노형진에게 포섭된 중국 방송의 MC는 슬쩍 이야기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한국 연예인들은 개나 소나 다 마약을 한다면서요?”
“아, 네. 그렇다고 하더군요. 제 주변에도 마약을 하는 놈들이 널리고 널렸었습니다. 아마 여기서 제가 입을 열면 한국 연예인들 여럿 날아갈 겁니다, 하하하.”
웃으며 말하면서도 자즈는 왠지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래요. 자즈 씨를 유혹하는 사람은 없던가요?”
“아, 없지는 않았지요. 마약 클럽에 들어오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요.”
“이름 좀 말씀해 주세요. 그런 마약쟁이들이 활동하게 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중국은 마약이라고 하면 경기를 일으킨다.
과거에 아편전쟁 때문에 나라가 망할 뻔한 중국이었기에 마약이라고 하면 무조건 사형에 처한다.
그만큼 마약에 대한 대응이 철저한 게 바로 중국이다.
“네?”
MC의 질문에 자즈는 약간 당황했다.
물론 한국을 씹기 위해 나온 방송인 만큼 그건 상당히 쓸 만한 주제다.
“요즘 한류라고 해서,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연예인들이 많지 않습니까? 물론 그들의 재능은 인정해야겠지요. 하지만 그들이 마약을 하는 놈들이라면 중국에서 활동하게 놔둘 게 아니라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 그게…….”
자즈는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그럴 수밖에 없다. 사실 증명할 방법이 없으니까.
애초에 씹기 위해 나온 방송이었고, 증거는 물론 소문도 제대로 들어 본 적 없다.
애초에 자즈는 중국인이었고, 오래 활동한 연예인도 아니다. 즉, 그런 소문을 주고받을 정도의 인맥도 없었고, 그냥 연예인들이 마약을 한다더라 하는 뜬소문만 듣고 있었는데 그건 개나 소나 다 듣는 소문이다.
애초에 연예계에서 마약 이야기가 빠질 리가 없으니까.
“마약을 하는 마약쟁이 중에 중국에서 활동하거나 중국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겠습니까? 그런 놈들에게 중국의 소중한 자산을 줄 수는 없지요. 당연히 퇴출시켜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즈 씨가 마약을 하는 한국 연예인들이 누구인지 이야기해 주시면 고맙겠네요.”
‘씨발.’
자즈는 당황했다.
MC는 어떻게든 마약을 한 사람들의 이름을 알아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어쩌지, 이거?’
여기서 아무 이름이나 이야기하면 일이 커진다.
한국에서 잘나가는 연예인들은 대부분 중국에서도 잘나가니까.
아무리 한국에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여기서 그들과 싸우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
중국은 법적으로 중국 사람이나 기업을 끼지 않으면 사업을 못 한다.
그 말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연예인은 중국 기획사 소속이라는 거고, 여기서 아무 이름이나 불렀다가는 그쪽에서 소송하고 난리를 칠 거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