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679)
과거가 현재를 잡아먹다 (2)
과거에 옴진리교가 가스 테러를 한 후에 일본은 가스를 만들 수 있는 시설과 재료에 대해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이렇게 대량의 가스를 만들 수는 없다.
물론 몰래 밀수하려고 하면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걸 거래하는 무기 브로커는 거의 없다.
그건 지난번 사건 이후에 노형진이 확실하게 알고 있는 건이다.
당연히 대한민국 정부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 미국 정부까지 난리가 났다.
지금까지 가스를 이용한 테러를 한 단체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상대적으로 테러 안전 국가로 분류되는 일본에서, 그것도 초대형 가스 테러가 터졌으니까.
“음…… 이거 참…… 심각하네.”
회의실에서 김성식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한국은 일본에 가깝다 보니 더더욱 두려움이 강했다.
“아직까지 범인이 나오지는 않은 것 같은데.”
김성식은 테이블을 두들기며 말했다.
“아무래도 테러 단체의 소행 같은데, 그놈들이 가스를 더 가지고 있겠지요?”
“그렇겠지. 지금 일본에서 사용된 가스만 무려 4킬로그램이라고 하니까.”
조사 결과, 추정되는 가스의 양은 무려 4킬로그램.
무게로만 보면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 이건 가스가 액화되었을 때의 무게다.
그 정도면 기화되면 한 지역을 싹 쓸어버리고도 남는 양이다.
독가스 같은 경우는 0.1그램 단위로 사람을 죽여 대는 물건이니까.
“한국에서도 다중 이용 시설 사용이 많이 줄었다고 하더군요.”
“한국뿐만 아닐세. 일본은 당연하고 중국도 사람이 많은 곳은 완전히 개판이 된 모양이야.”
현대는 다중 이용 시설에 사람이 많이 몰린다.
일단 편리하고 또 움직이기 쉬우니까.
당장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지하철역 위에 상가나 백화점이 있는 곳이 수두룩하다.
그런 곳이 완전히 멈춰 버리다시피 했으니 국가 경제에도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중국에서도 사고가 터졌으니…….”
중국 베이징에 있는 지하철역에서 터진 가스 테러는 모두가 정신 차리지 못한 상황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중국은 그 테러를 저지른 놈들에 대해 전쟁을 선포했지만 현실적으로 그들이 누구인지조차도 알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무슨 수로 가스를 확보한 건지도 알아내지 못하고 있으니.’
동아시아의 삼국 중에서 일본과 중국이 당했다.
그런 상황에서 남은 건 한국뿐.
한국에서도 언제 테러가 벌어질지 몰라서 지하철은 아예 휑할 정도로 비었고, 기업들은 급한 업무가 아니면 자택 근무를 하도록 했다.
심지어 버스조차도 텅텅 빈 채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 시국에 신난 건 자동차 회사들뿐이었다.
“진짜 세상일은 모른다더니.”
방사능 차량 이후에 망해 가던 두한이 갑작스럽게 몰려든 자동차 주문량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판국이었다.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이 빚을 내서라도 개인 차량으로 출퇴근을 하겠다고 결심한 상황이니까.
“일단 재판부도 당장은 거의 정지 상태이니, 이거야 원.”
재판부는 지난번 사건 이후에 잔뜩 움츠러들었다.
아무래도 테러라고 하면 사법부나 재판부에 대한 보복이 가장 먼저 연상되다 보니 법원도 바짝 얼어붙어서 뭘 못 하는 것이다.
“그나저나 동아시아 쪽에서도 테러리스트가 활동하게 된다면 여러모로 복잡해지겠군.”
“맞습니다. 특히 한국은 관련 시스템이 워낙 약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노형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을 귀에 댄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거, 생각지도 못한 곳인데요?”
“누군데 그러나?”
“CIA라네요.”
“CIA?”
“네. 잠시만…….”
노형진은 양해를 구하고 그쪽과 통화했다.
-미안합니다, 미스터 노. 혹시 시간이 됩니까?
“통화는 가능합니다만 무슨 일입니까?”
-이번에 일본에서 터진 사건과 관련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글쎄요. 저희도 아는 게 없어서요.”
미다스의 정보력을 기대하고 전화한 듯해서 노형진은 입맛을 쩝쩝 다셨다.
미다스의 정보력은 아무래도 사이코메트리 능력에 의한 것이 많다.
그렇기에 이번 일처럼 완전히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는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없다.
지금 일본은 테러에 사용된 물품조차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범인을 특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아, 범인에 대한 정보를 달라는 게 아닙니다. 범인은 대충 특정되었습니다. 다만 미다스와 마이스터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해서요.
“범인을 알아냈어요?”
-네. 그런데 아직 가스를 어디서 얻었는지를 알 수가 없어서요.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지요.”
노형진은 상대방과 통화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라고 하나? 범인을 알아냈다고?”
“네. 그런데 가스를 어디서 얻었는지 알아내지 못했다고, 그와 관련해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물어보네요.”
“음…… 일단 가 보게.”
“알겠습니다.”
노형진은 김성식에게 양해를 구하고 바로 경호원을 대동하여 만나기로 한 호텔로 향했다.
호텔의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다가왔다.
“오랜만입니다, 미스터 노.”
“딕슨 요원, 반갑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일단 급한 이야기부터 해 보지요. 그놈들이 도대체 누구입니까?”
살짝 눈짓한 딕슨은 노형진을 데리고 커피숍 안쪽에 있는 별도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커피를 사이에 두고 조용히 말했다.
“혹시 옴진리교라고 아십니까?”
“모를 리가 있나요?”
일본에서 독가스 테러를 했던 사이비 종교로, 전 세계적으로 테러 단체로 특정되어 있는 놈들이다.
그놈들의 독가스 테러로 인해 일본에서 수백 명이 죽었고 일본이 발칵 뒤집어졌다.
“설마 또 그놈들입니까? 하지만 그놈들은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상식적으로 테러하는 종교 단체를 놔두는 나라는 없다.
당연히 일본은 강제로 해당 종교 단체를 없애 버렸다.
“단체를 없앤다고 해서 사상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지요.”
“으음…….”
하긴, 종교 단체가 사라진다고 해서 그들의 교리나 사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종교에 속해 있던 모든 사람들을 죄다 감옥에 넣을 수도 없다.
그렇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
그런 테러리즘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 사회에 있지만 그들을 격리할 방법이 없다는 것.
당장 이슬람교만 해도 어마어마한 테러범을 양성하지만 이슬람교 자체를 금지하지는 못한다.
그건 옴진리교 역시 마찬가지.
사이비로 지정할 수는 있지만, 그들에게 속한 사람들을 세뇌할 수는 없다.
“그들은 이름을 바꿔서 지금까지 감춰 왔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름만 바꾼 조직을 일본에서 추적해 왔지요.”
“하긴, 일본은 종교가 많은 걸로 유명하지요.”
유명한 종교뿐만 아니라 별의별 괴상한 종교가 다 있는 곳이 일본이다.
그렇다 보니 일본 정부도 그들을 모두 추적하지는 못한다.
“설마?”
“맞습니다. 이번 사건을 벌인 놈들은 그들 중 일부입니다. 우리도 처음 들었습니다. 어젯밤에 성명서가 도착했습니다. 아니, 도착했다기보다는 공개했다고 하는 게 맞겠군요.”
“성명서를요?”
“그렇습니다. 정부에서 재빠르게 차단했습니다만…… 다크웹 쪽은 어쩔 수 없으니까.”
노형진은 말하는 딕슨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CIA 요원은 상당한 훈련을 쌓는다. 그래서 감정을 외부에 보이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지금 딕슨의 모습은 왠지 서두르는 듯했다.
물론 감추려고 하려고 한다면 감출 수 있겠지만 그러지 않는다는 것은 딕슨이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걸 의미한다.
“그들은 스스로를 모노스라고 불렀습니다. 그들은 일본과 중국에서 벌인 테러가 자기들이 한 거라면서, 신이 일본을 자신들의 땅으로 하사했다고 주장하더군요.”
“전형적인 사이비 종교군요.”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찼다. 뜬금없이 옴진리교라니.
‘도대체 왜? 설마 그 사건 때문인가?’
대충 상황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노형진은 일본을 흔들면서 그 방법 중 하나로 가짜 독립 세력을 만들어 냈다.
오키나와와 북해도 쪽의 세력을 지지해 힘을 키우게 함으로써 일본 내부에서의 분열을 야기한 것이다.
‘일본 정부에서 감시 시스템을 그쪽으로 돌렸지.’
사실상 와해된 옴진리교의 추적보다는 현 정권에 위협이 되는 지역 정당을 막는 게 일본 정부로서는 급했던 것뿐이지만,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옴진리교의 잔존 세력에 대한 추적이 약해진 거라고 노형진은 추측할 수 있었다.
‘옴진리교라니, 기가 막히네, 진짜.’
나비효과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뜬금없이 수십 년 전 옴진리교의 잔존 세력이 튀어나올 줄이야.
“그런데 그 세력을 알아냈으면 추적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다급하게 그쪽에 추적을 붙였습니다만, 일반 신도를 제외한 핵심 신도는 사라진 후였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이런 상황이라면 제가 도와드릴 만한 부분이 없을 것 같은데요.”
대상을 특정했고 이미 그들을 추적 중이라면 문제가 될 게 없을 테니까.
“그게 사실은, 그 성명서에 심각한 내용이 있습니다.”
“심각한 내용요?”
“원한다면 다른 단체에 가스를 판매하겠다고 했습니다.”
노형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건 일본과 중국에서 터진 사건과 전혀 다른 문제다.
“그 말이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톤 단위 물량도 판매할 수 있답니다.”
“미친 새끼들.”
노형진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그건 심각한 문제다.
세상에는 미친놈도, 테러 단체도 많다. 심지어 비행기를 납치해서 건물에 꼬라박는 놈들도 있다.
그런 놈들에게 가스를 판다?
이건 다 같이 죽자는 것이다.
당장 사방에 폭탄 테러를 하는 놈들 천지인데 그게 단순 폭탄이 아니라 가스라면?
도시 날려 버리는 건 일도 아니다.
폭탄 테러라면 사망자가 수십 명이겠지만 가스 테러라면 최소 몇백 명이고, 심지어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진다면 몇만에서 몇십만 단위까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지금까지 가스 테러가 없었던 건 구매자는 있지만 판매자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각 정부는 가스 테러를 막기 위해 그에 관해서는 핵 물질에 준하는 감시를 해 왔다.
“그런데 톤 단위로 만들어 판다고요?”
“그래서 지금 난리가 났습니다. 오죽하면 저희가 마이스터 쪽에 도움을 청하겠습니까?”
‘하긴, 그렇기는 하지.’
정보 조직은 나름의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 그들이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은 자존심을 세우기에는 너무 상황이 급박하다는 걸 알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모노스라고 했지요? 그놈들에 대한 정보를 캐 달라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지금 저희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정보 조직이 다 달라붙었습니다.”
“으음…….”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들과 협조하려고 하는 놈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당장 팔레스타인 쪽에서도 일부 극단 세력이 그들과 접촉 중인 걸로 드러났고, IRA도 일부 극렬 세력이 접촉 중이고…….”
말하던 그는 목소리를 낮췄다.
“한국에서도 일부 세력이 접촉 중이라는 정보가 있습니다.”
“끄응.”
진짜로 테러를 벌이는 것도 물론 문제지만 그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권력이다.
만일 어떤 기업에 돈을 주지 않으면 가스를 터트리겠다고 협박한다면?
그 기업은 어떻게 할까?
물론 신고는 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을 잡기 전에 가스가 터지면 그 기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요구하는 돈이 그다지 많지 않다면 대부분의 기업은 그냥 그 돈을 주는 걸 선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