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680)
과거가 현재를 잡아먹다 (3)
공장에 뿌린다면 그나마 커버라도 하지 만일 그렇지 않은 경우, 가령 체인점 같은 경우는 각 지점에 랜덤하게 가스를 뿌린다고 하면 어떤 사람들이 미쳤다고 그 체인점에 가겠는가?
테러 자체는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그 기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
“가스를 구입하려고 하는 놈들이 많습니다. 물론 그중 몇몇 곳은 각 나라의 정보 조직일 수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위험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또 무작정 모조리 사들일 수도 없다.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놈들이 그 대금으로 또 가스를 만들어서 판다면 답이 안 나오는 악순환이니까.
“그들이 가스를 어디서 구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습니까?”
“그게 문제입니다. 어디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대량의 가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재료를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가스를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은 철저하게 관리 대상이 된다.
정부 조직에서 그런 가스를 추적하는 것은 가스 테러를 막는 가장 기본적인 조치다.
“그런데 어디에도 그런 흔적이 없습니다. 저쪽은 톤 단위로도 팔 수 있다고 하는데 그 정도의 재료가 흘러들어 간 흔적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빼돌려질 가능성은요?”
“킬로그램도 아니고 톤 단위로요? 그건 불가능합니다. 더군다나 일본입니다.”
“하긴…….”
일본은 독가스 테러를 직접 당했던 나라다.
당연히 피해자이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훨씬 꼼꼼하게 수량을 확인한다.
그런 나라에서 킬로그램 단위도 아니고 최소 톤 단위의 재료를 빼돌린다?
그건 기업 자체가 연관되기 전에는 불가능하다.
“기업 자체가 연관되었을 가능성은요?”
“전혀 없습니다. 기업들이 미쳤다고 가스 테러를 하겠습니까?”
“하긴,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지요.”
걸리지 않는다고 해도 변하는 게 없을뿐더러 걸리면 기업이 날아가는데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
“지금 각 나라에서 모든 정보 조직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미다스의 정보력은 아무래도 여러모로 뛰어나다 보니…….”
“으음…….”
노형진은 생각에 빠졌다.
현 상황에서는 정보를 얻어 낼 수가 없다.
“혹시 그 가해자들에 대해서는 알아낸 게 있습니까?”
“그게 문제인데, 가해자를 특정할 수가 없습니다.”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
“그렇습니다. 가스라는 게 뭐, 폭탄처럼 부피가 큰 게 아니라서…….”
“그렇지만 지하철역에서 터졌을 때 그곳에서 탈출한 사람이 있을 거 아닙니까?”
과거에 옴진리교가 가스 테러를 했을 때 생각보다 피해의 규모가 작았던 것은 그 범인들이 자신들의 목숨이 아까워서 농도를 낮춰서 살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원에서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그게 문제인데, 그 당시에 지하철에서 내린 사람들을 모조리 조사했습니다만 혐의점이 없습니다.”
“그 말은?”
“테러범이 죽음을 불사했다는 거죠.”
“최악이네요.”
테러범이 죽음을 불사한다면 특정은커녕 막는 것도 불가능하다.
당장 현대사회에서 다중 이용 시설이 한두 개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유류품? 아니야, 그건 의미가 없어.’
사망자가 한두 명도 아니고 그 모든 유류품의 기억을 읽어 낼 수는 없다. 더군다나 부상자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터무니없이 늘어난다.
“살포 방법은요?”
“스프레이를 이용했습니다.”
“스프레이?”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쓰레기통에서 버려진 스프레이 통이 나왔습니다.”
“흠.”
노형진은 촉이 왔다.
그건 노형진뿐만이 아니었다.
“그 통으로 가스를 뿌린 거군요.”
“그런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쓰레기통에 별의별 물건들이 다 들어가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종류는 또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당장 지하철역의 쓰레기통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은 휴지나 간단한 음식 껍데기 같은 것일 수밖에 없다. 아니면 음료수 통이거나.
“하긴, 스프레이 통이라고 하면 의심스럽지요. 무슨 스프레이인가요?”
“헤어스프레이입니다.”
“확실히 이상하네요.”
헤어스프레이는 흔하게 쓰는 물건이다.
하지만 그걸 쓰는 곳은 집이나 미용실이지 지하철역이 아니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 지하철에서 스프레이를 뿌려 가면서 머리를 치장할까?
“그러니까 이동하면서 스프레이를 이용해서 가스를 뿌리고 통은 쓰레기통에 버린 거군요.”
“맞습니다.”
분사구를 뒤쪽으로 향하게 하고 버튼을 누르면 내용물은 뒤로 날아간다.
그리고 반대쪽으로 이동하면 범인은 시간을 벌 수 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그가 가스를 들이마시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테니 결국 죽음은 피할 수 없겠지만.
“혹시 그걸 볼 수 있을까요?”
“가능할 겁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노형진은 독하게 마음먹으며 말했다.
***
“이거군요.”
일본으로 간 노형진은 스프레이 통을 이리저리 보면서 말했다.
‘아, 이건 생각 못 했는데.’
다만 생각지도 못한 게 있었다.
그 통을 무조건 고무장갑을 끼고 만져야 한다는 것 말이다.
하긴, 지문 문제도 있을 테고, 잔여물로 인한 사상 피해도 있을 수 있으니까.
장갑을 벗자니 주변에 눈이 너무 많다.
“일단 통에 있는 일련번호를 확인해 본 결과 헤어스프레이용으로 제조된 것이 맞습니다.”
본래의 내용물을 모조리 쓴 다음 그 안에 가스를 넣고 밀봉했다가 지하철에서 쓴 것이다.
“구입처 자체는 추적했지만 워낙 흔하게 나가는 물건이라서 주변을 특정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구입 장소 자체도 완전히 뜬금없는 곳이었습니다. 하나는 오사카에서 구입되었고, 다른 하나는 교토에서 구입되었더군요.”
무슨 한정판 모델도 아니고, 일본에서는 흔하게 팔리는 스프레이로 추적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군요.”
노형진은 입맛을 다시면서 눈을 찡그렸다.
‘그런 거라면 정보가 많지는 않을 것 같기는 한데…….’
생각해 보면 스프레이에 가스를 넣는 작업 자체가 무척이나 위험하다.
작업자가 아무런 보호 장구 없이 가스를 넣었을 리가 없으니 읽어 낸다고 해도 결국 구입 장소 정도만 알아낼 수 있을 텐데, 그게 딱히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전혀 다른 도시에서 따로 구입했다는 건, 그 범인들이 혹시 모를 추적까지 대비했다는 걸 의미한단 말이지.’
그러면 그가 구입 당시의 장면을 읽어 낸다고 해도 딱히 진전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옴진리교, 아니 모노스 쪽에서의 추가 반응은 없던가요? 요구하는 거나.”
결국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 상황에서 노형진은 그곳을 나와야 했다.
딕슨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들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천황이 무릎을 꿇고 탄압에 사죄하고 옴진리교를 국교로 인정하라는 겁니다. 그리고 천황의 직을 아사토에게 넘기라고 하더군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는군요. 그런데 아사토는 누구입니까, 처음 듣는 이름인데?”
“물론 말도 안 되죠. 아사토는 그 당시 옴진리교 교주의 삼남입니다.”
“삼남요?”
“네.”
옴진리교 사건 당시, 범인이었던 교주에게는 네 명의 자식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첫째는 자식이 없었고, 둘째는 그 테러를 저지른 뒤에서 조종한 놈 중 한 명이었으며, 넷째의 경우는 교주가 아버지임에도 불구하고 사이비 종교라 생각해서 의절하고 살았다고 한다.
“실질적으로 옴진리교를 이어받은 것은 셋째인 아사토죠. 애석하게도 그 당시 아사토는 고등학생이었고 사건과 접점이 없었기 때문에…….”
“으음…….”
고등학생 정도면 사상적으로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고등학생이라는 특성상 그가 사건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한 처벌할 방법은 없었기에, 사건 이후에 그가 성인이 되자 교단을 이어받아 모노스로 바꾸고 명맥을 이어 왔다고 한다.
“더군다나 옴진리교에는 그때도 인텔리들이 상당히 많았거든요.”
당장 그 당시 테러 실행범이 의사일 만큼 이상하게 인텔리 계열이 많은 게 옴진리교의 특징이었다.
“하긴, 그렇지 않았다면 그 시기에 독가스를 만드는 게 가능할 리가 없었지요.”
그 당시 옴진리교가 쓴 것은 사린 가스뿐만 아니라 탄저균까지 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탄저균은 실수로 고압 분사기로 뿌리는 바람에 균이 모조리 죽어서 감염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만일 탄저병이라고 하면…… 끔찍하죠.”
가스와 다르게 병은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는 형태가 가능하다.
더군다나 잠복기라는 시기가 있다 보니 한 명이 발병하고 확인되었을 때쯤에는 최소한 수백 명이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저희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가스지만 그들이 진짜로 탄저균까지 운용하기 시작하면 온 세상이 지옥으로 밀려들어 가는 셈이니까.
‘그러고 보니 미국이 탄저라고 하면 기겁하지?’
미국도 과거에 탄저 테러를 당한 나라다.
그렇다 보니 탄저균에 대해 질색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가능하면 빨리 부탁드립니다.”
“저도 최대한 조사해 보지요.”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제대로 확신할 수가 없었다.
***
“그런 건 없네요.”
신동하는 노형진이 부탁한 걸 확인하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로 재료를 빼돌릴 수는 없어요.”
“역시 그런가요? 그나저나 대동은 어떻습니까?”
“대동도 지금은 입 닥치고 있죠. 싸울 상황이 아니니까.”
“그래요?”
“공장마다 보안이 네 배는 늘었습니다. 들어올 때마다 짐을 일일이 다 확인하고 물병까지 다 열어 보는 판국이에요.”
“흠…….”
“더군다나 전 직원의 종교 확인은 기본이고요.”
옴진리교, 아니 모노스교에 의해 벌어진 사건인 게 소문나기 시작하면서 모두가 공포에 떨고 있는 상황.
‘하긴, 한국도 지금 경제가 멈추다시피 한 상황인데 일본이야 뭐 볼 것도 없겠지.’
그런 상황에서 일본 공장들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역시나 그렇군요.”
노형진이 신동하에게 부탁한 것은 혹시나 가스를 만들 수 있는 시설이 사용된 기록이 있거나 정부에서 인식하지 못하는 곳이 있는지를 확인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애석하게도 그런 건 없었다.
“그나저나 정부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이번 기회에 헌법을 고쳐서 반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친 새끼들.”
“현 정부가 전쟁 못 해서 안달 난 건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현실적으로 일본 정부가 아무리 열심히 조사해도 자국 내에서 생산 시설을 찾을 수는 없다.
그러자 일본 정부의 해결책은 간단했다.
적을 해외에서 찾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그런 방식으로 제법 짭짤한 정치적 이득을 얻어 왔기에 그쪽으로 방향을 돌려서, 모노스라는 조직은 실재하지 않으며 다른 국가에서 일본에 대한 공격을 한 것이므로 그 보복을 위해서는 헌법을 개정해서 공격 가능한 국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상은 북한이겠군요.”
“그렇지요.”
북한은 전 세계에서 비대칭 전력에 가장 많이 매달리는 국가 중 하나다.
당장 한국을 적화통일 한다고 입으로 떠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전쟁이 일어나면 적화통일은커녕 평양까지 오는 기계화보병조차도 막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열악하다 보니 핵이나 가스, 세균 같은 비대칭 전력에 매달리는 중인 북한에 있어 독가스는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