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681)
과거가 현재를 잡아먹다 (4)
“이 새끼들이, 말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게 말입니다.”
북한이 현 상황에서 일본을 공격할 이유도 없거니와 설사 진짜로 했다면 당연히 일본은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
평화 헌법은 철저하게 방어적으로 행동하며 선공하지 말라는 뜻으로 만든 거지, 마냥 두들겨 맞고만 있으라는 뜻으로 만든 게 아니니까.
그런 거였다면 애초에 자위대를 만드는 것 자체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이 정도 피해가 발생했는데, 일본 정부는 북한에 대해 선전포고하거나 경고하거나 하다못해 항의하는 것도 아닌 상황이었다.
이는 북한이 공격했다는 증거가 전혀 없거나 북한이 공격한 게 아니라는 확신이 있다는 소리다.
당장 북한을 탓하면서 헌법을 고치자고 하는 사람들도 공식적으로 일본 정부가 아니라 의원들이고 말이다.
즉, 이러한 주장은 일본의 공식 의견이 아니라고 눈 가리고 아옹을 하면서도, 이번 기회에 평화 헌법을 고치고 싶다고 어필하는 일종의 말장난인 셈이다.
“어쨌거나 이번 기회에 평화 헌법을 고치려고 한다 이거군요.”
“맞습니다. 완전 극우 정치인들은 목소리를 높여서 보복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놈들은 도대체가…… 하아.”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들에게 국가 내부에서 터진 가스 테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말이 먹힐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자국 내에서 가스를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결국 외부에서 가지고 들어와야 한다는 건데…….”
“그건 그러네요. CIA까지 나서서 조사했는데 생산한 곳을 밝히지 못했다는 건 결국 외부에서 들어왔다는 건데, 그건 다른 나라가 공격했다는 거니.”
“중국일까요?”
“중국은 가스 테러를 당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그럴 가능성은 낮죠.”
“하지만 중국은 자국의 이득을 위해 충분히 사건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들의 인명 경시는 뭐, 유명하지 않습니까?”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물론 중국이 인명을 경시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득이 있을 때다.
“중국이 아무리 막장이라지만 이득 없이 가스 테러를 하지는 않을 겁니다.”
만일 그게 터지면 미국이 가만두지 않는다.
일본과 미국은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다.
단순히 국경선 침범도 아니고 도심에서의 가스 테러라면 그건 대놓고 싸우자는 거고, 그렇게 되면 미국의 어마어마한 항모단이 일본으로 달려올 것이다.
한데 중국이 그들을 막는 수는 핵폭탄밖에 없으니, 그건 대놓고 3차대전을 하자는 소리다.
“물론 중국에 있는 테러 단체라면 그럴 수도 있지만 중국 자체가 그럴 수는 없죠.”
“중국 테러 단체일까요?”
“그것도 힘들걸요.”
중화영웅 사건 이후에 중국은 눈이 돌아가서 중국 내에 있는 위험 집단을 미친 듯이 처단했다.
수사가 아니라 ‘처단’이다.
제대로 된 수사를 한 게 아니라 어느 순간 ‘실종 처리’해 버렸으니까.
“중국 내의 그러한 테러 단체들이 보복하기 위한 거라면 중국 자국 내에서부터 시작하지 일본에서 할 리는 없지요.”
일본과 중국이 사이가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인들 기준이고, 테러범들은 자신들을 건드린 사람들부터 먼저 족치려고 할 테니까.
“결국 답이 아니라는 거군요.”
“맞습니다.”
“그러면 누굴까요? 이 정도의 가스를 만들어서 뿌려 대다니.”
신동하는 그렇게 말하며 혀를 끌끌 찼다.
“하긴, 일본 정부가 그랬을 수도 있겠네요. 조작이라면 뭐 이쪽도 만만찮으니까.”
“하하하, 그럴 수도 있겠네요.”
2차대전 당시에 일본은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사건을 조작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유명한 남경 대학살 역시 일본군의 조작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었다.
일본 정부의 인명 경시는 중국 못지않은 상황이고 지금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이번 기회에 헌법을 고치자고 게거품을 물고 있으니 적당한 사유를 만들기 위해 자국 내에서 조작해서 일으켰다는, 소위 말하는 음모론이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이상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랬다면 중국에는 저지르지 않았겠죠. 일본 정부는 아닐 겁니다. 일본 정부에서 그 정도 가스를 만들어서 외부에 팔 이유도 없고, 보관은 더더욱 할 이유가…….”
노형진은 말하다가 흠칫했다.
뭔가 생각난 것이다.
“표정이 왜 그러십니까?”
“아니…… 그게…… 잠깐만요……. 잠깐만…….”
노형진의 머릿속에서 떠오른 생각.
오래전에 본, 정확하게는 회귀 전에 어디선가 본 듯한 기억.
‘가스…… 가스…… 일본과 가스……. 그걸 어디서 봤는데. 731부대? 마루타? 아니야, 그건 아니야. 그건 주로 중국에서 활동했고…….’
노형진은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었다.
그게 뭔지 몰라서 답답함으로 가득하던 그때, 노형진은 커피숍에 걸려 있는 작은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곳 주인이 자신이 여행을 다녀온 곳에서 찍은 사진을 꽂아 둔 것 같았다.
사진 속에는 귀엽게 생긴 토끼가 누군가 준 당근을 입에 물고 있었다.
“토끼섬!”
노형진은 그 말을 외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네? 토끼섬요? 그게 뭡니까?”
갑작스러운 노형진의 말에 신동하는 깜짝 놀라서 물었다.
하지만 노형진은 대꾸할 틈이 없었다.
단순 방송이었지만 기억에 확실히 남아 있는 다큐멘터리, 그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잠시만요.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다급하게 바깥으로 나가면서 전화기를 든 노형진은 바로 CIA에 전화를 걸었다.
“딕슨? 접니다. 지금 바로 움직일 수 있는 배와 병력 그리고 잠수부들을 준비해 주세요. 네. 제 생각이 맞는다면…… 이건 생각보다 큰 문제가 될 겁니다.”
노형진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