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689)
안전한 곳은 없다 (4)
“역시 전문가가 붙은 것 같군요.”
저렇게 벽이 뚫릴 것까지 방지하는 건 일반인은 생각하기도 힘들고, 저런 식으로 설치하는 것도 힘들다.
반대로 생각하면, 폭탄에 대한 전문가가 붙어서 모든 걸 준비했다고 봐야 한다.
“어떻게 하지요? 이대로 들어갈까요?”
“위험합니다. 수면 가스 때문에 깨지는 않겠지만 잘못하다가 뚫리기라도 하면…….”
노형진은 부르르 떨었다.
그랬다가는 진짜 인구 30만짜리 도시가 한순간에 죽음의 도시로 변할 수도 있다.
“결국 입구에 있는 번호 키를 풀어야 한다는 건데…….”
그러면 그런 전문가를 불러야 한다.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그러다가 깨어나면 여러모로 곤란해진다.
“잠시만요. 내부를 다시 한번 보여 주시겠습니까?”
“내부요?”
“네. 천천히요.”
천천히 돌아가는 렌즈.
노형진은 모니터를 보면서 한 가지를 확신했다.
하지만 다른 것도 확인해야 한다.
“혹시 주변에 사다리가 있는지 확인해 주시겠어요?”
“사다리요?”
“네, 내부 말고 바깥쪽에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경찰 특공대장의 명령에 재빠르게 몇몇 경찰 특공대원들이 주변을 수색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무전이 날아왔다.
-사다리로 보이는 물건은 없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뭐가 말입니까?”
“아니, 창고 안에 사다리는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렇다면 지붕에는 가스통을 설치하지 않은 거 아닐까요?”
“지붕요? 아하! 카메라를 돌려서 지붕 확인해 봐.”
비록 저해상도의 카메라이고 어둠 속이라서 어렴풋하게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다행히 지붕에 붙어 있는 물건들을 확인할 수는 있었고, 거기에는 폭탄이나 시설물은 없었다.
“어떻게 아신 겁니까?”
“지붕이 제법 높으니까요. 저곳에 설치하려면 사다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어디에도 사다리가 없으니…….”
“아하!”
사다리를 쓴 후에 딱히 멀리 둘 이유는 없다.
그러니 분명 사다리는 처음부터 없었다는 소리고, 그 말은 지붕은 그들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뜻이 된다.
“하긴, 지붕은 생각보다 약하기도 하지요.”
경찰 특공대장은 바로 무전기를 날렸다.
당연히 경찰 특공대의 장비 중에는 사다리도 있다. 2층이나 3층 건물에 돌입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차량은 바로 아래에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대원들이 차량에서 사다리를 들고 와서 설치하고 몇몇이 지붕으로 가서 구석에 작게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끼이이익.
유압식 절단기 때문에 힘없이 뜯기는 천장.
그 소리에 노형진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리 수면 가스를 뿌렸다지만 혹시나 깰까 봐서였다.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고, 작게 난 구멍을 통해 경찰 특공대가 한 명씩 내려갔다.
가장 먼저 내려간 특공대원은 잠든 사람들을 확인하고, 다른 사람이 내려와서 설치된 폭탄으로 향했다.
그는 몇 번 돌아다니면서 폭발물을 확인하더니 한참 지나고 나서야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제야 경계하고 있던 다른 경찰들이 잠든 사람들에게 한 명씩 수갑을 채우기 시작했고, 테러범들은 모두에게 수갑이 채워질 때까지 누구도 일어나지 못했다.
***
한국이 테러범들을 소탕했다는 소식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전문 수사 팀을 한국으로 급파했고, 중국에서는 한국의 테러범들을 중국으로 넘기라면서 극단적으로 반응했다.
“다른 두 나라는 알겠는데 중국은 왜 저런답니까?”
무태식은 혀를 끌끌 차면서 말했다.
일단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미국과 일본은 어떻게 해서든 정보를 캐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중국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보복해야 하니까요.”
무태식에게 말하면서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찼다.
중국은 보복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범인을 달라고 하는데 한국 정부가 미쳤다고 그들을 보내 주겠는가?
물론 보내 주자는 의견도 없지는 않았다.
테러를 저지르고 잡힌 게 아니라서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처벌이 되지 않을 게 뻔하기에 중국 정부의 손으로 죽여 버리자는 것이다.
중국으로 가는 순간 곱게는 못 죽을 테니까.
“아마도 온갖 고문을 다 당하고 걸레짝이 되도록 총에 맞아 죽겠지요. 물론 여자들은 강간당하는 건 덤일 테고요.”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진짜 그러고 싶은데.”
무태식은 혀를 끌끌 찼다.
현실적으로 테러라는 그들의 행동으로 인해 온 나라가 뒤집어지다시피 했으니까.
“하지만 그럴 수는 없지요. 일단 한국의 범인이니까요. 물론 출소 이후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중국이라면 출소 이후에라도 납치하거나 암살할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
“일단 범인을 잡았으니 끝일까요?”
노형진은 무태식의 우려 섞인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그건 아닐 겁니다. 도리어 모노스 교단에서 일을 더 서두를 겁니다.”
“어째서요?”
“애초에 옴진리교가 서둘러서 테러를 벌였던 이유가 교단의 세가 줄어드는 것 때문이었거든요.”
옴진리교를 이단으로 특정하고 경찰과 일본 정부가 수사를 시작하자 그 보복으로 옴진리교에서 실행에 옮긴 것이 가스 테러다.
“이번에는 한국에 파견된 범인들이 모조리 잡혔습니다. 그 말은, 그들의 본부가 모조리 털릴 수도 있다는 거지요.”
“그렇다면……?”
“기존 교단의 성향을 보면, 꼬리를 말고 잠수하기보다는 빠르게 테러를 벌이려고 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일단 이번 일로 한국에 파견된 자들이 모조리 잡혔으니까.
“하지만 중국도 남았고, 일본은 아예 교단의 본부가 있으니까요.”
“으음…….”
“더군다나 그들은 교단을 통해 해외 테러 단체에 톤 단위의 가스를 팔려고 하는 중입니다.”
그 말은, 그들이 어떻게든 일을 서두를 것이라는 거다.
“그들에게 궁극적으로 필요한 건 사실 돈입니다.”
“흠…….”
“원래 교단이라는 게 그렇지 않습니까?”
아래에서는 신에게 목숨을 바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교단의 수뇌부는 막대한 부를 쌓아서 그걸 누리려고 하는 게 현실이다.
당장 십자군 전쟁 역시 기사들은 그 거친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었지만 진짜 목적은 교회의 이권 때문이었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의견이었다.
“그러면 현실적으로 그들을 막을 방법은 없는 건가요?”
“일단은…… 방법을 찾아봐야지요.”
노형진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