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690)
돈이라는 이름의 신 (1)
유지코 신지. 노형진은 그 남자를 보고 있었다.
‘이놈이 수장이야.’
그들은 결코 입을 열지 않았다.
얼마나 확실하게 세뇌받았는지 협박이나 회유, 읍소에도 눈 한번 깜짝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름도 말하지 않고 있었기에 누가 이들을 이끌고 있는지조차도 알아내지 못했다.
물론 그건 정부 조직 기준이었다.
“유지코 신지 씨, 사실을 말하세요. 저희는 모든 걸 다 알고 있습니다.”
노형진은 그가 리더라는 걸 알고 있다.
알 수밖에 없다. 기억 속에서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연설하는 걸 봤으니까.
“난 모르는 일입니다.”
딱 모른다고 잡아떼는 유지코 신지의 말에 노형진은 코웃음을 쳤다.
“모른다고 해서 이게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합니까?”
“난 모릅니다.”
“이미 당신에 대해서는 확인했습니다.”
“난 모릅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만 반복하는 유지코 신지.
노형진은 그를 바라보다가 힐끔 창문을 돌아보았다.
그 너머에 있는 정부 요원들의 숨넘어가는 꼴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럴 만하지.’
지난 며칠간 어떻게든 한마디라도 뜯어내려고 했지만 그가 한 말은 딱 두 마디뿐이다.
‘모릅니다.’와 ‘변호사를 붙여 주십시오.’라는 말.
‘오죽하면 딕슨이 눈 딱 감고 고문하자고 했을까?’
제아무리 CIA라 해도 고문을 하면 좋은 꼴은 못 본다.
더군다나 지금 이들은 공식적으로 잡혀 있는 상태다. 당연히 고문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
그러나 딕슨은 지금 상황에서 이들을 풀어 줬다가는 도리어 더 큰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책임질 테니 고문하자고 주장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게 그다지 효과는 없을 거라는 거지.’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남자의 손을 힐끔 살폈다.
긴 옷으로 가려지기는 했지만 살짝 보이는 흉터들.
경찰의 이야기에 따르면 남자고 여자고 온몸에 흉터가 가득했다고 했다.
‘심지어 열여섯 살짜리 몸에도 흉터가 있다고 했으니.’
그러면 답은 하나다.
이 미친놈들이 고문에 대항한답시고 자해를 했다는 것, 아니면 최소한 훈련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 놈들은 아무리 잘 설명해 준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는다.
교단의 말이 아니면 모조리 이단이며 사탄의 말일 테니까.
‘물론 그런다고 해도 나는 못 이기겠지만.’
노형진은 스윽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가서 어깨에 손을 올렸다.
“걱정하지 마세요. 잘될 겁니다.”
“변호사를 붙여 달라.”
훈련된 말만 하는 남자의 어깨를, 노형진은 주물러 주었다.
“많이 뭉쳤네요.”
“변호사가 없으면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지랄한다. 변호사가 있어도 말하지 않을 거면서.’
노형진은 어차피 변호사를 붙여 줄 생각도 없었다.
다만 그를 흔들 생각이었다.
“이미 이야기는 다 끝났습니다.”
“나는 모른다.”
“그렇겠지요. 하지만 당신의 상관인 하시모토 씨도 모른다고 할까요?”
그는 움찔했다.
그걸 확인한 노형진은 속으로 웃었다.
‘그래, 이게 정상이지.’
인간은 입은 조절할 수 있을지언정 정신은 조절할 수 없다.
그의 기억은 그대로 노형진에게 넘어올 수밖에 없었고, 노형진은 그걸로 계속 흔들 수 있었다.
누가 보면 무척이나 다정하게 설득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말이다.
“저는 변호사임과 동시에 미다스의 사람이지요. 그쪽의 정보력은 뛰어납니다. 가령 이런 것도 알아낼 수 있었지요. 당신의 상관인 하시모토 씨의 본명이 겐조 야마다라는 것과 그가 한국에 대한 공격을 6개월 전에 계획했다는 것, 그리고 당신네 기지가 후쿠시마 바로 옆의 빈 기지에 있다는 것 정도는 우리가 충분히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유지코 신지의 눈이 격하게 떨렸다.
그리고 옆방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은 기함했다.
“뭐야? 사실이야? 저거 확실해?”
“사실인 것 같은데요? 지금 유지코 신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당장 확인해! 일본에 이야기해서 해당 지역을 싹 쓸어!”
“하지만…… 너무 넓습니다.”
“넓은 게 문제야? 모조리 다 들이부으라고 해!”
CIA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것을 노형진이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더 이야기할까요, 유지코 신지 씨?”
“나는…… 모, 모른다. 나에게 변호사를…….”
“아, 변호사요. 그럴까요? 그런데 일본에 있는 당신네 변호사를 부르려면 시간이 좀 걸릴 텐데요? 신카토 변호사라고 했나요? 도쿄에서 여기까지 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아, 그리고 한국에서 그의 변호사 자격은 전혀 쓸모없는 거 아시죠?”
그는 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신카토는 그들의 일을 몰래 처리해 주던 변호사였고, 일반 신도들에게는 단 한 번도 새어 나간 적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말입니다.”
노형진은 이제는 말도 하지 못한 채 어떻게든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하는 유지코 신지에게 더 날카로운 말을 던졌다.
“당신의 딸과 와이프가 중국 테러의 범인이라는 것도 알지요.”
“……!”
“독하군요. 딸과 와이프까지 독가스 안으로 던져 버리다니.”
“그건 교주님과 신을 위한 선택이야!”
결국 폭발하고 마는 유지코 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