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696)
인간의 서열 (3)
“인권 단체라는 건 강제력이 없거든요. 강제력이 없는 요청은 씹으면 그만입니다.”
길바닥에서 전단지를 뿌리면서 아시아인을 차별하지 말라고 해 봐야 거기에 감응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 10만 명쯤 중에 한 명?
그리고 그런 사람이라면 애초에 남을 무시하는 성향의 사람은 못 된다.
“한국의 학교 폭력 대응에 대해 제가 하는 말이 있습니다. ‘친하게 지내라는 말이 가장 멍청한 짓이고, 제대로 밟아 두는 게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다.’”
“무슨 뜻인지 알겠네요.”
그녀 역시 변호사이기에 노형진이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차렸다.
“결국 인권 단체를 만들면 돈만 먹는 하마가 될 뿐 즉효성은 떨어진다는 거지요?”
“맞습니다. 물론 장기적으로 본다면 그게 맞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인권 단체는 어디까지나 법 자체가 잘못되었을 때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인권 단체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인종차별은 불법이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건, 그걸 어겼을 때 어떠한 보복도 없기 때문이지요.”
어딜 가나 인간 세상은 똑같다.
보복이 없다?
그러면 누군가는 계속 공격한다.
이득을 위해서일 수도 있고 단순 화풀이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멈추기 위해서는 보복해야 한다.
“하긴, 인종차별을 모두 소송한다고 하면…….”
엠버는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마어마한 시장이 되겠네요.”
심지어 자신의 식당에 유색인종이 왔다고 강제로 끌어내는 작자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소송당하지 않았다.
피해자에게 그와 싸울 만한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단체를 하나 만들어 볼까 합니다만.”
“하지만 소송비용이 문제인데요. 아시다시피 변호사들이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변호사 자격은 주마다 다르고요. 모든 주에 우리가 갈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규모가 크다지만 드림 로펌은 뉴욕과 워싱턴 등 주요 도시를 기반으로 한다.
즉, 드림 로펌이 있는 곳보다 없는 곳이 훨씬 많다는 거다.
“그건 상관없지요. 어차피 현지 변호사를 고용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거야 그런데, 그러면 돈을 우리가 내주는 건가요?”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멍청한 짓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제가 하려고 하는 건 인권 운동이 아닙니다. 사업이지.”
“사업?”
“그렇습니다, 증거를 가지고 오면 그에 따른 변호사비를 대출해 준다는.”
“아!”
인권 단체라면 변호사비를 내주는 식으로 도움을 주려고 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노형진은 자기 돈을 쓸 필요가 없는데 돈을 쓸 생각은 전혀 없다.
“우리는 대출해 주고 변호사를 소개해 줍니다. 그리고 소송이 끝나고 승소하면 그 승소비에서 이자와 원금을 회수하면 되는 겁니다.”
“그러면 문제가 될 게 없군요!”
피해자가 어디에 있든 노형진은 그저 돈만 보내 주면 된다.
그리고 소송이 끝나면 돈이 제법 많이 들어올 것이다.
미국은 한국과 다르게 이자율에 대한 규정이 없다. 연 1천 퍼센트라는 조건도 존재하는 게 바로 미국이다.
“돈을 써서 자선하면 오래 못 버팁니다. 하지만 사업하면 오래 버틸 수 있지요.”
피해자의 손해? 그런 건 없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소송해서 손해배상을 받을 정도가 되면 어차피 무조건 이익이다.
돈이 없어서 못 하던 소송이니까.
“인종차별 말고 다른 것에서도 써먹을 수 있겠군요.”
“맞습니다. 대신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겠지만요.”
“하지만 그건 사기의 위험이 있습니다만?”
“돈을 피해자에게 직접 주지 않으면 됩니다.”
서류를 조작해서 변호사비를 받아 내려고 하는 사기꾼이 있을 수도 있다.
그걸 막는 건 간단하다.
피해자가 선임한 변호사에게 직접 송금하면 된다.
변호사가 자신의 변호사 인생을 걸고 사기를 칠 가능성은 낮으니까.
변호사의 신분 확인 절차는 그다지 어렵지도 않으니, 가짜 변호사가 돈을 받아 갈 가능성도 없다.
“확실히 큰돈이 되겠네요.”
엠버는 반색했다. 그녀는 지금까지 그런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물론 초기에 돈이 많이 들기는 하겠지만 절대 망할 수 없는 사업 중 하나다.
돈을 대출해 주는 것은 피해자가 가지고 오는 증거를 판단해서 할 테니까.
위험하거나 어중간하다면 돈을 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 와중에 가해자는 죽어나겠지만, 그게 뭐 어떤가, 인종차별을 한 건 그쪽인데.
“바로 움직이지요.”
“아, 그리고 그 전에, 아시죠?”
“압니다, 파티. 호호호호.”
엠버는 활짝 웃었다.
“최대한 재미있는 걸로 해 드릴게요, 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