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720)
킹콩과 공룡의 싸움 (3)
“한국에서도 병원에 가면 치료할 수 있는 치아까지 임플란트 하라고 설득해. 돈이 되거든. 미국이라고 그러지 않겠어?”
막말로 미국 환자가 살짝 이가 아파서 갔는데 의사에게서 ‘임플란트 해야 합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하지 않을까?
잘리면 치아 하나당 3~4천만 원짜리 임플란트를 사비로 해야 하는데?
하지만 현실을 보면 그건 진짜 임플란트를 해야 하는 게 아니라 간단한 치주염으로 약을 며칠 먹으면 되는 수준일 수도 있다.
“이건 실제로 드라마에서도 나온 장면이죠.”
병원에 찾아온 여성을 보고 의사는 멀쩡하니 나가라고 한다.
그녀는 그런 의사에게 이가 너무 아프다면서 나가지 않았고, 의사는 나가라고 짜증을 부리다가 문득 그 여자에게 혹시 해직 위기냐고 묻는다.
그러나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고, 그걸 본 그 의사는 진단서에 문제가 있는 치아에 대해 모조리 임플란트 요청을 써 버린다.
그녀가 해직당하면 치과 치료를 못 받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건 그나마 당사자들이 알아서 협의한 거지만요. 주인공의 성격을 보여 주는 감성적인 장면이지만 사실 사기나 마찬가지죠.”
그렇지 않은 것들이 문제다.
병의 종류는 많고 증상은 비슷하다.
그걸 확대 진료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배탈과 식중독은 비슷하지만 그 둘의 치료비는 다르다.
배탈은 약국에서 약을 먹고 쉬면 그만이지만 식중독은 치료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는 거다.
만일 병원에서 식중독으로 처방하고 치료하면?
진료비가 못해도 몇백은 나올 거다.
최악의 경우 천 단위가 넘을 수도 있고.
물론 식중독 약을 먹어도 배탈은 낫지만.
“그런 부분까지 감안한다면…….”
엠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사기의 피해액은…… 미국 전역을 다 생각하면 수십조 달러가 될 수도 있어요.”
“그걸 파타만 할까요?”
“아니요.”
엠버는 단호하게 말했다.
“파타만 할 리가 없지요. 암이야 걸릴 가능성이 높지만, 미스터 노의 말대로 걸리지 않을 만한 병들은 널리고 널렸으니까요.”
“어…… 음…… 그러면 이거 엄청 큰일 아니야?”
조용히 듣고 있던 손채림은 우려 섞인 얼굴로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녀는 지금 이 상황에서 오가는 말들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알고 있으니까.
“만일 지금 우리가 한 추측이 사실이라면 미국에서 징벌적 배상을 하지 않을 리가 없고, 내 경험상 이 정도면 단순히 상징적인 정도가 아니라 아예 괴멸할 정도로 때릴 텐데…….”
문제는 엠버나 노형진의 예상에 따르면 이런 짓을 하는 병원이 한두 곳이 아닐 거라는 거다.
“그러면 미국의 주요 의료 시스템은…… 괴멸 아니야?”
“괴멸이지.”
미국에도 작은 의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작은 의원에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은 결국 감기, 설사, 배탈 정도이고 개복수술은 대형 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게 터지면 수술할 수 있는 수준의 병원이 모조리 한 번에 날아갈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야…… 이…… 미친놈아! 넌 파티를 하라고 하더니 미국을 망하게 하려고 작정했냐?”
손채림은 어안이 벙벙했다.
“아니, 거기서 파타를 만난 건 우연이고.”
“우연이고 나발이고, 이거 진짜 문제 아냐?”
“문제 정도가 아니에요. 미국의 3대 로비스트가 총기, 의료 그리고 건설입니다. 이걸 의료 부문 로비스트들이 그냥 넘어갈 리가 없어요. 의료계에서 정치인들에게 주는 돈은 매년 최소 1조 달러 이상이라고 추정하고 있어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건을 덮으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게 제대로 터진다면 멀쩡하게 남는 곳은 우리 인디언의료재단 정도뿐이라는 거지. 소수의 양심적인 곳들과 말이야.”
물론 양심적인 의료 재단들이 좀 남을지도 모른다.
“양심적인요?”
엠버가 피식 웃었다.
“의사들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는 말이네요.”
하긴, 양심적인 사람이라면 벌써 이런 게 터졌어야 한다.
그런데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그 말은 그 안에서 타협했든가 제거당했든가 둘 중 하나라는 거다.
“문제는 그 후가 될 거야.”
“어째서?”
“징벌적 배상을 맞은 재단이 그 돈을 어떻게 구하겠어? 보험사? 보험사가 미쳤어? 그 순간부터 보험사는 작은 티슈값 하나도 따지면서 안 줄걸.”
당연히 그 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병원 자체를 팔아야 한다.
문제는 한꺼번에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그 수많은 종합병원을 한꺼번에 구입할 수 있는 곳은 없다는 거다.
“그건 설사 나라고 해도 무리야.”
물론 두어 개 정도는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국에서 수십 개에서 수백 개다. 당장 파타의료재단의 병원만 스물여섯 개다.
“아마 대부분의 병원은 압류 후 매각 단계로 넘어갈 거예요. 어마어마한 헐값이 되겠지요.”
그러나 그건 상대적인 거다.
기존 시설 가격에 비하면 헐값일지 모르지만 어찌 되었건 비싸다는 미국의 의료 시설이다.
그걸 다 살 수 있는 자본을 가진 사람은 없다.
“저라면 몇 개는 살 수 있겠지만.”
“몇 개 정도는 가능하겠지요. 하지만 그러면 자금이 거기에 묶이는 꼴이 될 거예요.”
하지만 그건 비효율적이다.
당장 노형진은 인디언의료재단에 막대한 투자를 했고, 그쪽에서 돈을 많이 벌고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할까요?”
엠버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 사건은 시작하는 순간 그 파급력이 월드 클래스가 될 것이다.
의료라는 것은 국가를 유지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이게 터지면 미국의 의료 시스템이 날아가는 건 기본이고, 그로 인한 파급력은 계산도 못 할 상황이 된다.
“어떻게 하긴요.”
노형진은 엠버의 눈에 서린 두려움을 눈치채고 피식 웃었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런데 그걸 버린다고요? 그런 멍청한 짓이 어디 있습니까?”
“미스터 노, 이건 미스터 노가 지금까지 했던 어떠한 일보다 파급력이 클 겁니다.”
독일에서의 역인종차별 문제, 일본에서의 덴노와 정치인들의 싸움 등등 노형진은 다른 사람들은 생각도 못 할 정도의 월드 클래스의 싸움을 해 왔다.
그런데 그 모든 것도 이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이 무섭다면 아무것도 못 했을 겁니다.”
“그렇겠지요.”
엠버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무리 그녀가 노형진의 편이라지만 이건 도무지 감이 안 잡힐 정도의 싸움.
“새, 생각할 시간을 좀 주시겠습니까?”
“포기한다고 해도 이해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엠버는 그렇게 말하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창백했다.
***
“어떤가요?”
이건 노형진이 자신의 모든 영향력과 자금을 총동원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랬기에 노형진은 자신의 자산 관리인인 로버트에게 상황을 설명해야 했다.
“잠시만요…… 잠시만요…….”
로버트는 너무 당황해서 대답도 못 하고 사무실 안을 뱅뱅 돌았다.
미국의 의료 시스템을 한순간 붕괴시키고 누군가가 독점할 수 있는 기회. 그 기대 이익이 얼마나 될까?
“넌 걱정되지도 않아?”
노형진은 왔다 갔다 하는 로버트를 보다가 손채림을 돌아보았다.
“응, 안 돼.”
“왜? 넌 안 끼어?”
“당연히 끼는 거지, 안 낄 리가 있나. 그런데 솔직히 내가 가진 걸 톡톡 털어 봐야 미국에 있는 병원 응급실 하나 정도나 살 수 있을까?”
“어…… 그럴 수는 있겠네.”
농담이 아니다. 미국의 장비는 비싸기로 유명하니까.
손채림도 돈을 많이 벌고 빌딩을 가지고 있고 주식도 상속받았지만, 그걸 다 팔아 봐야 응급실과 검사실 두어 개 살 수 있는 수준이다.
“워낙 스케일이 크니까 난 솔직히 감도 안 오네.”
“그건 그렇지.”
노형진도 그렇게 말하면서도 왠지 섬찟한 기분이 들었다.
‘운명? 아니면…….’
파티를 좋아하는 것도, 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파티를 열었다가 파타를 만났고, 그에게서 세상이 뒤집어질 정보를 얻었다.
파타 입장에서는 조금씩 돈을 빼돌리는 정도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건 미국의 경제 시스템에도 어마어마한 충격이 갈 수 있는 사건이다.
“아, 음…….”
로버트는 한참을 방 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리고 사람을 불러서 거의 몇 통이나 물을 마시고는 심호흡했다.
“미스터 노, 이건…… 미친 짓입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죠.”
“그건 압니다만, 솔직히 말씀드리죠. 이 정도 충격이면 영국의 브렉시트급의 충격이 될 겁니다.”
영국의 브렉시트, 즉 유럽 탈퇴는 전 세계에 막대한 충격을 줬다.
물론 노형진은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투자해서 적지 않은 돈을 벌었다.
“고작요? 실망스럽네요.”
“고작이 아닙니다. 제가 말하는 충격은 전 세계가 받을 충격을 말하는 거지 우리가 받을 영향력이 아닙니다. 사실 브렉시트는 전 세계에 파다하게 알려진 사건이었고 그로 인해 몰려든 투자자들이 어마어마했습니다. 모 아니면 도였으니까요.”
잔류에 투자한 자들은 돈을 날렸고 이탈에 투자한 자들은 돈을 벌었다.
“즉, 그 충격을 다수의 자본이 나눠서 감당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건 외부에 드러난 사건이 아닙니다. 반대로 말하면, 우리가 이걸 실행하면 브렉시트급의 자본 충돌이 벌어질 건데 그걸 우리가 다 먹는다는 겁니다.”
“그래서요?”
“이게 성공하면…….”
로버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자본으로 1등은 우습게 될 겁니다. 아니, 넘사벽이 될 겁니다. 미국 역사의 카네기 같은 사람은 눈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요.”
그렇다고 미국이 막을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미국이 그걸 막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의료보험을 한국처럼 국민 의료보험으로 바꾸는 것.
하지만 그게 가능했다면 벌써 오래전에 바꿨을 것이다.
미국에서 병원 하나를 제대로 지으려고 하면 얼마나 들까?
500억? 600억?
한국도 그것보다는 더 든다.
제대로 지으려고 한다면 최소 수천억은 든다.
그런데 그게 헐값에 나와서 그걸 구매한다면?
“미스터 노와 미다스의 자산 그리고 마이더스의 모든 자산을 다 투입한다고 치면 어쩌면…… 이율이 1천조 이상이 될 겁니다. 그나마도 우리가 대다수는 못 먹기 때문에 놓쳐서 그런 거지, 전부 다 먹을 수 있다면 경 단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경 단위요? 아니, 그게 산술적으로 가능한 거예요?”
“가능하기는 하죠. 하지만…… 어떤 집단에 속한 단위는 아닙니다.”
당장 한국의 총자산을 다 합해야 1경을 간신히 넘는다.
“물론 이율이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만, 미국의 의료 시스템의 가격은 어마어마하니까요.”
“으음…….”
“미스터 노, 저는 말립니다.”
로버트는 진지하게 말했다.
“이길 수가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법률적으로요? 이슈가 되면 정부로서는 별 방법이 없겠지요. 하지만 나눠 먹기에는 너무 큽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죠. 이거 먹으면 입뿐만 아니라 엉덩이까지 다 쪼개집니다. 소화할 규모가 아닙니다.”
머니게임에도 규모가 있기 마련이다.
돈이 되는 일이라고 해도 덤빌 수 있는 한계가 있다.
노형진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이 정도 건을 혼자서 먹을 수는 없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미국의 의료계를 독점할 수 있겠지요.”
“미스터 노! 너무 위험합니다!”
‘위험한 정도가 아니라 미친 짓이지.’
노형진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미래의 역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이 흥하고 어떤 기업이 망하며 어떤 지역이 발전되고 어떤 지역이 퇴보한다는 것을 다 아니까. 되레 망하는 게 이상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