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738)
배경은 이제 끝이다 (2)
가전 같은 경우는 직배가 상당히 많고 결국 정해진 곳을 통하기 때문에 그걸 바꾸는 게 쉽지 않지만, 식품 같은 경우는 지역별로 가게도 많고 마트나 백화점 같은 매장도 많다.
그래서 조금 귀찮을 뿐, 유통 라인을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시즈미유통에서 퇴사자들이 제법 많을 텐데요?”
“맞아. 우리 쪽에서는 그들이 대동, 아니 신동성이 만드는 새로운 유통 쪽으로 갔을 거라 생각하네.”
“아마도 그럴 겁니다.”
“그래도 식품 쪽은 그나마 나은데…….”
노형진의 전략, 그러니까 일본 회사가 한국에서 생산한 것처럼 꾸미는 OEM 전략 덕에 아예 한국 이름을 달고 공략하는 것보다 실적이 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상황이 낙관적인 것은 아니었다.
“특히나 그들이 싸움을 멈추면 다음에는 신동하를 공격할 게 뻔한데 신동하에게는 아직 그걸 버틸 힘이 없네.”
“일단은 그렇지요.”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가 선공을 한다면요?”
“선공?”
“지금까지 신동하는 양쪽에서 무게 추 역할만 했습니다. 이제는 그 세력을 확장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무게 추는 무게 추일 뿐이다.
아무리 잘나도 결국은 버려질 수밖에 없는 그런 존재.
그리고 노형진은 신동하를 그 정도로만 놔둘 생각이 없었다.
“사실 우리가 몸을 낮춰서 그렇지, 신동하의 전력이 약한 건 아닙니다.”
노형진과 마이스터 그리고 대룡이 그동안 긁어모은 주식.
거기에다 대동 그룹의 대지주 회사인 대동중공업의 주식.
그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발전해 온 엔터테인먼트계에서의 신동하의 능력.
마지막으로 이번에 신동성에게서 넘겨받은 시즈미유통까지.
단시일 내에 성장한 것치고는 절대 약하지 않다.
“신동우와 신동성을 기준으로 한다면…… 그들의 힘의 약 30% 정도는 됩니다.”
물론 그걸 가지고 그들과 싸운다면 분명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시스템을 잘만 이용한다면 신동성은 절대 우리를 못 버립니다. 그 말은, 신동성은 신동우가 화해의 손을 내민다고 해도 그걸 못 잡는다는 거지요.”
“이해가 안 가네만.”
노형진은 그 말에 빙긋 웃었다.
하긴 이 계획을 설계할 때 유민택에게 다 말해 준 것은 아니다.
애초에 거의 대부분의 계획이 정보 누설의 위험 때문에 장기적 플랜은 공개하지 않고 이야기한다.
“제가 신동성과 신동우가 계열 분리를 할 거라는 걸 예상 못 했겠습니까? 대부분의 대기업의 후계자 싸움은 그런 식으로 끝납니다.”
계열 분리. 즉, 대동이 두 개의 기업으로 나뉘는 걸 말한다.
물론 대룡의 입장에서는 훨씬 유리하다.
거대한 덩어리 하나를 상대로 싸우는 것보다 작은 덩어리 두 개를 상대로 싸우는 게 좀 더 나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계열 분리를 해서 두 기업으로 나뉜다 해도 여전히 그들 하나하나가 대룡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전쟁터로 본다면 한 지점에서 받는 압력은 감소할지 몰라도 싸우는 대상이 두 곳으로 바뀌기 때문에 전선 자체는 늘어나는 꼴이 되어 버린다.
“애초에 말입니다, 시즈미유통은 버리는 패입니다.”
“뭐라고? 그 규모가 얼만데!”
유민택은 핼쑥한 표정이 되었다.
물론 식품에 한정한다고 하지만 어찌 되었건 전국적인 유통 라인을 가진 시즈미유통이다.
그런데 그게 버리는 패라니?
“정확하게 제가 노린 건 시즈미유통이 아닙니다. 그 뒤에 있는 식품이지요.”
“식품?”
“식품 유통과 식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아닙니까?”
시즈미유통이 신동성을 편들어 준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대동식품이 신동성의 편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동식품은 대동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계열사 중 하나다.
“전 애초부터 대동식품을 노렸습니다. 회장님도 과거에 성화와 싸울 때 한번 겪어 보셨잖습니까? 식품에서 나오는 돈은 어마어마합니다.”
그리고 그건 다른 사업과 다르게 모조리 현금이다.
실제로 성화 쪽의 식품 라인이 노형진의 공격으로 순간 붕괴되었을 때부터 성화의 몰락이 가속화되었다.
그걸 생각하면 그 안에서 나오는 자금의 힘은 절대 무시할 게 못 된다.
“그걸 알기에 신동성이 공들인 건 현금화가 빠른 곳이었지요.”
그에 반해 신동우를 편들어 준 곳은 현금화가 느린 건설 같은 곳이다.
‘원래 역사에서는 그게 승패를 갈랐지.’
초반에 돈이 없어서 쩔쩔매는 신동우와 다르게 신동성은 현금화가 빠른 사업으로 전쟁 자금을 들이부었고, 그게 신동성의 승리의 요인이었다.
물론 지금은 노형진 때문에 그게 물 건너간 상황이라 지루한 싸움이 계속될 뿐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지금 대동식품이 타격을 입으면 신동우의 입장에서는 손잡을 이유가 없게 되는 거죠.”
왜냐? 주요 자금줄이 막혀 버리는 게 빤히 보이는데 신동우가 미쳤다고 싸움을 그치려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작전은 오래는 못 씁니다. 아니, 지금이 아니면 못 쓰죠. 그러니 이참에 양쪽 다 타격을 입혀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이제 주사위 노릇도 끝이겠군.”
“끝이지요.”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까지 뒤에서 구경만 해야겠습니까?”
노형진은 씩 웃었다.
“이제는 우리가 앞으로 나갈 시간입니다, 후후후.”
***
“방사능……오염 식품의 유통을 전면 금지한다고요?”
신동하는 노형진의 말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그게 말이나 됩니까?”
“안 될 건 또 뭡니까? 지금 일본 식품의 방사능오염 상태를 모르시는 건 아닐 테고.”
“그거야 알지요. 부자들은 죄다 물건들을 수입해서 쓴다는 것도 알고요.”
“아시면서 왜 물으시는 겁니까?”
“안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방사능 물품을 회사에서 전면 점검해서 유통한다고 발표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일단 그렇게 되면 일본의 상품은 거의 유통이 불가능해지니까.
더군다나 그런 기업을 과연 일본 사회가 그냥 둘까?
물론 소비자들은 불안감에 그 회사의 물품을 쓰기는 할 것이다.
사실 비국민이고 나발이고 좀 깨어 있는 일본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일본을 못 떠날 뿐이지 그러한 방사능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 상황에서 ‘방사능오염 상품 절대 유통 금지’라는 조건이 붙으면 일단 믿고 쓸 수밖에 없다.
“그 정도면 시즈미유통도 망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망하지야 않겠지요. 하지만 극우 세력의 공격이나 정치권의 공격에 망할 겁니다.”
그건 알고 있다.
지금 일본에서 방사능이라는 것은 극도로 예민한 주제다.
그걸 입 밖으로 꺼내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방사능이라는 주제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비국민 취급할 정도다.
현실적으로 해결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해결된 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압니다. 그러니까 그런 계획을 이야기하자는 겁니다.”
“네?”
“신동성이 별도의 공급 라인을 준비하고 있다는 건 아시나요?”
“그거야……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닌데요. 다 예상한 거 아닙니까?”
신동성도 바보는 아니고, 나중에 신동하가 자신을 도와줬다고 해서 그와 하하 호호 지내지는 않을 게 뻔하다.
“그래서 이게 필요한 겁니다. 정확하게는 내부 문제로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 거지요.”
“내부 문제?”
“그렇습니다.”
“어…… 이해가 안 갑니다만?”
신동하는 미간을 찡그리며 얼마간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저으며 노형진을 쳐다보았다.
“법률적인 협상을 할 때 말입니다, 때로는 뻥카로만 효력을 발휘하는 카드들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효과가 약하거나 아예 없는 카드들이지요.”
“그런 게 가능하다고요?”
뻥카 또는 블러핑. 그건 카드놀이를 할 때도 많이 쓰는 수법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저쪽이 이쪽 카드를 알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전 진짜 이해가 안 가서요.”
신동하의 요청에 노형진은 잠시 눈을 살짝 내리깔고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음…… 이렇게 이야기하면 아시겠네요.”
기본적으로 시즈미유통은 대동의 식품을 주로 유통하는 기업이다. 다른 곳의 물건을 유통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력은 대동의 식품이다.
“그리고 유통 라인을 꾸미는 데 능숙한 대동의 입장에서는 그거 날려 버리고 새로 만드는 게 어렵지 않거든요.”
당장 노형진이 성화를 날릴 때처럼 각 지점을 계약 해지시키고 시즈미유통에서 직원을 빼 가는 건 일도 아니다.
그렇게 되면 시즈미유통은 진짜 이름만 남은 껍데기가 된다.
신동성은 그걸 알기에 헐값에 시즈미유통을 건넨 것이고 말이다.
“그건 피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그렇지요. 아!”
그 순간 신동하는 노형진이 노리는 게 뭔지 알아차렸다.
“이걸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는 건가요?”
“그것보다는, 음…… 한국식 표현을 빌리자면 명예로운 죽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명예로운 죽음?”
“네. 어차피 죽을 거라면 그냥 죽는 게 아니라 명예를 지키며 죽는다는 거죠.”
현재 일본의 상품은 방사능으로 오염된 것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수출한 화장품조차도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어서 반품되는 지경이다.
하물며 화장품은 화학제품인데도 그런데, 식품은 일본에서 나는 작물이 들어갈 수밖에 없으니 말할 것도 없다.
“만일 우리가 그걸 발표하면 어떻게 될까요?”
“신동성의 식품 회사 입장에서는 타격이 크겠군요.”
신동성이 거래를 끊는 순간 대동식품의 방사능오염 문제는 현실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계약 해지 문제로 풀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게 가능할까요? 일반 국민은 대동의 내전에 대해 잘 모릅니다. 알 생각도 없고요.”
대동식품은 대동식품이고 시즈미유통은 그런 대동식품의 계열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대동 계열사인 대동식품이 갑자기 거래를 끊는다? 그건 누가 봐도 이상하죠. 아마 저쪽은 시즈미유통에 무슨 죄든 뒤집어씌우려고 할 겁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대동식품이나 시즈미유통이나 대동 그룹의 계열사다. 당연히 내부 거래를 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저쪽에서는 그걸 잘라 버릴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이쪽은 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현재로써는 그걸 막는 건 힘들다.
“하지만 우리가 먼저 그걸 발표하면?”
“보복이라 생각하겠지요.”
“네. 차이기 전에 차 버리는 거죠. 그것도 적당한 이유를 대면서. 즉, ‘명예롭게’ 죽는 겁니다.”
시즈미유통에서 방사능오염 상품을 거절하겠다고 발표하면, 대동은 그 문제로 보복 계약 해지를 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구도가 나오게 된다.
“더군다나 대동식품이 거래를 끊는다고 해서 시즈미유통이 아예 망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현재 시즈미유통은 한국 상품을, 정확하게는 OEM으로 생산된 상품들의 유통을 시작하고 있다.
당연하게 한국과 중국 등지에서 생산된 상품은 방사능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밖에 없다.
“즉, 그 사실을 발표한 후에 상품들을 유통하면서 사람들에게 믿음을 산다?”
“일본은 장인 정신을 좋아하지요.”
문제는 좋게 말해서 장인 정신인 거지, 현재 일본에는 장인 정신이라고 할 만한 게 그다지 남아 있지 않다는 거다.
“그리고 장인 정신이라는 건 일종의 타협하지 않는 양심입니다.”
“설마……?”
“만일 실행하게 된다면 그게 우리의 방향성이 된다는 거죠.”
유통의 장인, 국민을 위해 일말의 양심도 팔지 않는 기업 같은 식으로 홍보하면 어떻게 될까?
대동식품은 졸지에 방사능 식품이나 팔아먹는 비양심적인 기업이 될 것이다.
“더군다나 대동은 벌써 방사능 문제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태입니다.”
방사능 사태 해결에 외국인을 밀어 넣고, 후쿠시마산의 오염된 식품을 가격이 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강제로 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