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74)
“하지만…….”
“억울하지만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게 있는 거야.”
“후우, 후욱.”
결국 우현수는 이를 빠드득 갈다가 부들부들 떨면서 주저앉았다.
“미안하다.”
“미안할 것까지야. 나도 네 기분 안다.”
억울한데 억울해서 미칠 것 같은데, 그럴 수도 없고 화를 낼 수도 없는 것이 있는 법이다.
“일단 이걸 찾아서 해 봐야지.”
“그래.”
노형진의 말에 우현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만 노형진은 그게 걱정될 뿐이었다.
‘그게 진짜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슈나우더의 말에 따르면 굿을 잘못할 경우 도리어 신이 화가 나서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경우라면 어쩌면 제대로 하면 풀릴지도 모른다고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능성이다. 제대로 화가 나서 해코지하고 떠난 경우라면 대책이 없다면서 말이다.
‘아이고, 머리야. 인간들의 세계도 정신없는데 내가 왜 이런 것까지 신경을 쓰는 건지.’
노형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음 사건 준비하세요.”
그러는 사이 드디어 시간이 되었고 노형진은 우현수를 다독거리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힘내라.”
“고맙다.”
“고맙기는.”
힘들어 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노형진은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그래, 신들의 세계는 내가 알지 못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지.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노력한다면 신들도 언젠가는 봐준다는 것 말이야.’
그리고 노형진은 이번 사건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친애하는 재판장님, 이번 사건은 피고 측이 원고에게 금전을 목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굿을 강요하여 발생한 사건입니다.”
노형진은 천천히 변론을 시작했다. 하지만 상대방 변호사는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하긴 이런 사건이 극도로 우리가 불리하기는 하지.’
아무리 자신들이 이야기한다고 해도 결국 돈을 주고 굿을 한 것은 본인의 선택이니까.
“친애하는 재판장님, 원고 측의 주장은 터무니없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이것이 사기라는 아무런 증거도 없습니다. 사기라고 한다면 투자금을 가로챈다거나 어떠한 목적으로 받은 돈을 횡령한다는 식으로 목적에 반하는 의식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원고 측은 분명 피고에게 굿해 달라고 했고 피고 측은 그에 맞게 굿해 줬습니다. 그것으로 모든 계약은 종료된 것입니다.”
이게 문제다. 저들은 분명 이쪽에서 요구한 것 중 외형적인 것은 했다. 다만 내형적인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게 문제인데, 그걸 해석하는 데에 가장 큰 문제는 그 내형적인 것이 단 한 번도 과학적으로도, 또 법적으로도 인정되지 않았다는 것.
“친애하는 재판장님, 그 부분은 인정합니다. 원고 측에서 요구한 것은 굿이라 불리는 일종의 기도 행위입니다. 그리고 확실히 그 기도 행위를 피고 측이 행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도 행위를 하는 데에 있어서 기본적인 목적을 알아야 합니다. 그 당시 원고 측이 요구했던 행위는 소위 말하는 신내림굿, 즉 신을 받아서 무당이 되기 위한 굿이었습니다. 그러니 피고 측의 굿 이후 신내림을 받아서 무당이 되기는커녕 원고 측은 갑작스러운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 정신병원에 입원한 상태입니다.”
“그건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내면의 완성이라는 것을 어떻게 판단합니까? 신내림이라는 게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알 수 있나요? 신이 내려오면서 전입신고라도 한답니까?”
상대방은 깐죽거리면서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그걸 본 판사조차도 얼굴을 찌푸릴 정도였다.
“피고 측 변호인, 여기는 신성한 법원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는 자제하여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판사님, 하지만 말씀드렸다시피 내형적인 모습을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이런 예를 들어 보죠. 어떤 학원에서 어떤 대학에 붙을 때까지 가르치겠다고 계약했다면 그 기준은 어느 때가 될까요? 진짜로 목표하는 대학에 갈 때까지? 그런데 만일 학생이 학원비를 체납할 목적으로 다른 대학을 지원한다면요? 그럼 그 학원비는 안 줘도 되는 건가요? 아닙니다. 줘야 합니다. 왜냐! 그건 그 학생의 시간뿐만 아니라 실력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상식적으로 A 대학에 가기로 하고 B 대학에 갔는데 사회적으로 B 대학이 더 상위 대학이라면 그게 과연 학원의 계약 불이행일까요? 아닙니다. 그건 초과 이행이죠. 그럼 반대로 이야기해 보죠. A 대학에 가면 학원비를 주기로 했는데 나오지도 않고 공부도 안 하고 시간만 끌어서 결국 C 대학에 갔습니다. 그런데 그건 학원의 잘못일까요? 아닙니다. 결국 안 나온 건 학생입니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내림굿이라는 것을 해 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걸 했습니다. 그 후에 진실로 신내림이라는 것을 받았는지, 어디서 잡신이 기어들어 왔는지 모르지만 그걸 받아들인 건 원고 측입니다. 피고 측은 그걸 행하기 위해 형식적인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행했습니다.”
‘잡신이 기어들어 와?’
노형진은 상대방 변호사를 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아까부터 도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날 놀리는 건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 건가?’
한참을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을 놀릴 이유도, 자신을 도발할 이유도 없었다. 자신들에게 극도로 유리한 재판이기 때문이다.
‘그럼 단순히 이번 재판, 아니 우리가 싫다는 건데.’
그렇다면 참 이상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변호사가 상대방에게 이런 노골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건 드물기 때문이다. 물론 노형진은 몇 번 그런 적 있지만 그건 다 계획적으로 드러낸 거지, 무작정 이런 식으로 혐오감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애초에 이번 사건은 단순합니다. 원고 측은 피고 측에 대하여 신내림굿을 요구했고 피고 측은 원고 측에게 해당 내용의 굿을 진행했습니다. 그 효과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인정된 적이 없으며 그 점은 원고 측도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원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금액을 반환한다면 과자를 뜯어서 먹고 맛없다고 환불해 달라고 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것 아닙니까? 이건 어린아이들도 하지 않는 유치한 행위입니다.”
그의 도발에 노형진은 애써 자신을 다스리면서 차분하게 반박했다.
“하지만 해당 굿을 하고 난 후에 원고 측 피해자는 그곳에서 관련 기술을 전수받던 도중 정신이상을 일으켰습니다. 그 책임에 대해서는…….”
“그 부분은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피고가 가혹 행위를 하거나 신체가 손상된 것도 아닌 정신상 문제입니다. 오로지 원고 측 피해자라고 하는 사람이 혼자 미쳐 날뛴 것일 뿐입니다. 도리어 그녀의 행동으로 인해 그날 피고는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입었습니다. 손님들이 도망갔고 안 좋은 소문이 나기까지 했지요.”
“날뛰다니유! 무슨 말을 그렇게 해유!”
듣고 있던 유명한은 발끈한 나머지 사투리를 외치면서 튀어나갔고 노형진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이고, 머리야.’
“아닙니까? 도리어 피해는 피고입니다. 그날 본 손해를 원고 측이 배상해도 부족할 판국이란 말입니다.”
그 말에 유명한이 다시 발끈하려고 하자 노형진은 그를 진정시켰다.
“진정하세요, 유 변호사. 카리스마, 카리스마.”
“네…… 카리스마, 카리스마…….”
중얼거리면서 상대방을 노려보는 유명한. 그리고 그걸 본 상대방은 왠지 움찔한 듯했다.
‘그래…… 얼마나 좋아.’
입만 다물고 있다면 완전히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인데 이상하게 입만 열면 사투리라니.
“그 당시 사건은 알지 못하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만 이번 사건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사건 역시 결국 피고 측의 우기기 전략일 뿐입니다. 원고는 굿해 달라는 계약을 했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함으로써 그 계약이 성립되었습니다.”
이건 씨도 안 먹히고 있었다. 문제는 저쪽의 말이 맞다는 것.
“하지만 상식적으로 과한 금액입니다. 상식적으로 굿 한 번에 1억씩 주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시가를 생각해 보십시오. 솔직히 신내림굿은 통상적으로 3억 가까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1억이면 피고가 싼 가격에 해 준 것입니다.”
“으윽…….”
맞는 말이다. 여러 가지 굿이 있기는 하지만 그중 제일 비싼 것이 바로 신내림굿이다. 즉, 1억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신내림굿의 가격인 것이다.
“그만. 어차피 굿이라는 것에 대한 효과는 알 수도, 증명할 수도 없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마십시오.”
노형진은 그 말에 사색이 되었다.
‘망했다.’
>5장. 만신>
“힘들어유?”
“이건 도무지 대책이 없군요.”
첫 번째 기일은 그야말로 참패였다. 제대로 공격도 해 보지 못하고 끝난 것이다. 하긴 애초에 굿이라는 것의 효과는 확실한 게 아니었으니…….
“판사도 잘못 만났습니다. 말하는 걸 보니 이런 걸 믿지 않는 판사인 듯하더군요.”
그나마 이런 걸 믿는 사람이라면 일부라도 돌려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런 타입이 아니라면 돌려받을 가능성은 요원하기만 하다.
“힘들데 어쩌쥬?”
“글쎄요…… 사기라는 걸 증명할 만한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때였다.
“노 변호사님, 손님이 오셨는데요?”
“손님?”
“네.”
“들어오시라고 해요.”
여직원이 고개를 빼꼼 내밀며 손님을 안내했고 노형진은 그를 보고 얼굴이 환해졌다.
“슈나이더 교수님!”
“반갑습니다, 노형진 변호사님. 유명한 변호사님도 반갑습니다.”
“여기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재판이 잘 안 풀린다고 하더군요.”
“그걸 또 어떻게…….”
“아무래도 이런 재판은 무속인들의 관심을 끌거든요.”
“그래요?”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무속인들 중에서 사기꾼이 워낙 많다 보니…….”
진짜 무속인들도 사기꾼들이라면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어디에서는 사기꾼들 때문에 대부분의 바른 사람들이 욕을 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시 도움을 좀 드릴까 해서 왔습니다.”
“도움요?”
“네.”
“저야 환영합니다. 법적으로는 완전히 밀리고 있어서요.”
“법적으로는 그렇지요. 하지만 사기꾼들 치고 제대로 하는 거 보셨습니까?”
“하긴 그러네요.”
확실히 굿을 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더군다나 한 명의 무당을 만드는 신내림굿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은 그 피해자라는 분과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네요.”
“애석하게도…….”
피해자는 어찌 되었건 정신병원에 있는 상황.
“그럼 그 당시 굿을 함께 본 사람도 없습니까?”
그 말에 노형진은 한참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그 당시 이야기를 듣지 못했네.’
그저 굿이라 생각했지, 그 굿 전반에 대해서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일단 제 친구를 불러야겠군요. 아마 그 친구라면 알 겁니다.”
“그래 주시면 감사하지요.”
슈나우더는 자리를 잡고 앉았고 노형진은 바로 전화를 걸어서 우현수를 불렀다.
잠시 후 도착한 우현수가 그 당시에 있던 일을 이야기하자 슈나우더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군요.”
“네? 뭐가요?”
“신내림굿이 아닌 듯합니다.”
“아니라니요?”
“신내림굿은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사실 신내림굿은 한 달에서 한 달 보름, 길게는 두 달도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네?”
“에엑!”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비쌀 이유가 없지요.”
“하지만…….”
우현수의 기억이 맞으면 자신의 누나는 일주일간 굿을 했다. 그런데 최소 한 달이라니?
“지역과 사람마다 다르지만 일단 신내림굿은 갈림 굿부터 시작해서 내림굿, 접신굿 등 기본적으로 하는 것만 여섯 개입니다. 하루에 하나씩 잡아도 일주일이나 걸리죠. 더군다나 음식도 주문해서 쓰는 게 아니라 무당이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 당연히 시간이 더 걸리죠. 뭐, 그걸 미리 준비했다고 해도 처음에 준비한 걸 일주일 내내 쓸 수는 없으니 결국 하루 굿하고 하루 준비하고 그런 식이 됩니다. 신내림이라는 게 장난이 아니거든요.”
“그래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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