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746)
자본은 진실을 만든다 (2)
“이란뿐만이 아닙니다. 세계 역사에는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누구도 벌어질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 결국 벌어지는 경우.
당장 베트남전쟁만 해도 그렇다.
다른 곳도 아닌 미국이다. 그 미국이 베트남에서 패배해서 도망쳐 나올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뿐만이 아니다.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대통령 선거도 있다.
“세상에 절대적인 건 없습니다. 다만 그와 관련된 정보만이 있을 뿐이지요.”
“그래서 그렇게 이상한 소문을 퍼트린 겁니까?”
“내전은 경제인들에게 예민한 문제입니다.”
내전이 일어나면 거의 대부분 그 나라의 몰락이 확정된다.
차라리 외부의 공격이라면 저항하기 위해 힘이라도 합치지, 내전은 서로에 대한 원색적 증오만을 가지고 무차별적인 공격과 학살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전에 말했다시피 중국이 한국과 미국에 인터넷상의 공격을 하면서 여론을 분열시키려고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힘을 합치지 못하게 하려고 하는 거지요. 그중에서 내전은 최고의 효과이고요.”
물론 진짜 내전이 일어나지는 않을 가능성도 있다.
애초에 내전이라는 것이 일어날 수가 없는 상황일 수도 있고.
“하지만 자본은 불확실성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제가 마이스터를 여기다 넣은 거고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것도 단순히 주가가 추락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투자한 자금이 휴지 조각이 될 상황이 발생한다면, 당연히 자본은 그 상황을 피하려고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정보가 빠른 쪽은 다름 아닌 금융과 투자 부문입니다.”
“그래서…….”
“네, 맞습니다. 소문일 뿐이지요. 하지만 위험을 감수할 수 없는 소문입니다.”
더군다나 그 정보의 출처도 문제가 된다.
단순히 인터넷에서 떠드는 거라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미다스다.
미다스라는 이름이 가지는 파괴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건 노형진 자신일 것이다.
“미다스가 그 정보를 믿고 일본의 자금 회수를 시작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압박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오직 그것 때문에 자금을 뺀다고요?”
“오직 그것 때문에 바로 자금을 빼지는 않을 겁니다. 조사를 하겠지요.”
“조사…… 아…….”
노형진은 야베 덴노의 옹립이라는 주장을 하는 곳을 주로 야베의 지지 세력과 극우 세력 아이피로 조작해 냈다.
그리고 야베는 언제나처럼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모조리 감추고, 그 대신에 일부 철없는 극우 세력에 대해서만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니까 겉으로 보기에는 이번 사건은 철없는 인터넷 워리어들의 헛소리로 끝났어야 한다.
“하지만 미다스라는 이름이 붙은 이상 투자사들은 절대 그걸 믿지 않습니다. 애초에 투자사들은 언론사를 안 믿어요.”
그럴 수밖에 없다. 언론사도 결국 기업이고, 이권을 위해 온갖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당장 한국에 IMF가 오기 직전까지도 한국의 언론사들은 ‘한국은 안전합니다!’라고 외쳐 댔고, 그사이에 부자와 언론사의 사주는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기 바빴다.
“더군다나 일본은 해외에서 언론의자유 지수가 바닥에 있습니다.”
사실상 일본의 언론사는 정부의 통제를 받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을 뻔히 아는 각 투자사들이 일본의 언론을 믿고 그대로 행할까?
그랬다면 애초에 일본의 신용 등급이 A+까지 떨어지지도 않았다.
“결국 투자사들은 대부분 자체적으로 조사하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야베가 뭔가를 감추고 있다는 게 드러나죠.”
문제는 야베가 뭔가를 감추고 있다는 건 드러나는데 그게 뭔지는 모른다는 거다.
물론 야베는 딱히 쿠데타를 일으킬 계획이 없다.
그가 보호하고 싶은 건 자기 지지 세력이지 쿠데타 준비를 감추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투자사의 입장에서는 그걸 확인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미묘한 문제다.
이게 쿠데타를 위해 세력을 보호하는 건지 아니면 구설수가 싫어서 세력을 보호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니까요.”
그런 상황이라면 투자사들은 보수적인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10%나 20% 수준의 하락이 아니라 투자금 전액이 손실액이 될 수도 있는 상황.
“그리고 그런 경우는 대부분의 투자사들은 그걸 투자자에게 확인해야 합니다.”
작은 금액이라면 모르지만 큰 금액이라면 당연히 투자자에게 이야기를 하고 의견을 구해야 한다.
“전 세계에 빠르게 이야기가 퍼지겠군요.”
신동하는 혀를 내둘렀다.
이야기가 퍼져 갈수록 사람들은 더욱 신빙성을 더하게 될 것이다.
왜냐? ‘너도 들었냐? 나도 들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테니까.
“아마 야베는 반쯤 미칠 겁니다, 후후후.”
***
야베는 자신을 찾아온 주일 미국 대사를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야베 총리, 우리가 당신에 대해 잘못 판단하고 있었던 것 같군요.”
“무슨 소리입니까?”
엄밀하게 말하면 주일 미국 대사는 야베에게 조심해야 하는 처지다.
야베는 총리이자 한 나라의 대표인 반면, 그는 그저 파견 공무원일 뿐이니까.
하지만 오늘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이미 확인했습니다. 당신이 쿠데타를 준비한다는 소문이 벌써 파다합니다.”
“쿠데타라니요! 말도 안 됩니다!”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야베 총리, 당신이 관련 증거를 은밀하게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의 증권가에서 이미 확인하고 은밀하게 자금을 빼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몰랐다고 하실 겁니까!”
‘뭐? 그게 그것 때문이었어?’
물론 야베도 투자금이 빠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경제적 문제라고 생각했지, 설마 자신의 쿠데타 문제 때문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투자사들이 바보도 아니고, 야베를 찾아와서 ‘혹시 쿠데타 하실 겁니까?’라고 물어보지는 않을 테니까.
“뭔가 잘못된 겁니다. 저는 그런 일을 하지 않습니다.”
물론 미국에서 자신을 지지해 준다면 해 볼 용의는 있지만 미국이 그럴 이유는 없다.
만일 쿠데타 세력을 지지하여 정말로 일본에서 내전이 일어나면 일단 중국과 한국을 너무 심하게 자극하게 된다.
사실상 미국의 적성국인 중국이 그걸 보고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하면 미국으로서도 곤란하다.
게다가 한국에는 더 큰 문제가 되는데, 만일 일본이 전쟁 가능 국가를 선포하게 되면 그 대상 1순위는 무조건 한국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는 너무 멀고 중국과 러시아는 너무 강한 탓이다.
“우리 미국은 동북아의 긴장 상태가 이 이상 심해지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미 대사의 말에 야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절대 아닙니다. 저는 쿠데타를 일으킬 계획 같은 건 없습니다.”
“그러나 이미 관련 증거들이 나왔습니다. 관련 증거를 감추려고 당신이 수사에 개입했다는 증거 또한 넘쳐 나는 상황입니다.”
“아니, 그건…….”
“설마 당신의 세력이 당신의 동의도 없이 당신을 천황으로 올리려고 한다는 헛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죠?”
“…….”
“야베, 우리는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미 대사의 말에 야베는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
미 대사가 찾아왔다는 것.
그건 이 문제가 공적인 부분에서 점점 퍼지기 시작했다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노형진은 유럽에까지 소문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물론 정식 신문에는 근거도 없는 소식을 퍼트릴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신문, 즉 타블로이드지라고 불리는 가십 관련 신문은 그런 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뭐? 일본 총리가 쿠데타를 준비하고 있어?”
“이거 사실이야? 일본에서 내전 준비 중이라는데?”
“천황가를 몰아내고 새로운 천황을 옹립한대.”
타블로이드지는 적당한 돈을 받고 관련 정보를 기사화했다.
마냥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일단 은닉 사실이 존재했고, 투자사들의 자본이 무섭게 빠져나갔다. 이상 징후가 있긴 있다는 증거였다.
“국왕에 대해 반기를 드는 건가?”
특히 유럽은 원래 왕정 국가였다가 국왕을 몰아낸 나라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프랑스가 그런 나라 중 하나다.
거기에다 대부분의 유럽 사람들은 일본의 왕이 허수아비라는 걸 모른다. 당연히 실권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에서 아래에서 불만이 심하다면 쿠데타가 딱히 불가능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 모두들 그 이야기를 수군거렸고, 전 세계에 일본 쿠데타설이 무척이나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
쾅!
야베는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었다.
그에게는 지금까지 딱히 정치적 위기라는 게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일본은 극우가 지배하고 있고 그는 일본 극우의 수장이니까.
그런 그에게 이번 일은 어느 때보다 큰 정치적 위기였다.
“야베 총리,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것입니까?”
요히토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해 있었다.
그가 아무리 힘이 없다고 하지만 이번 야베의 이번 행동은 도를 넘었다.
“오, 오해입니다, 황태자 전하.”
“오해? 내가 분명 이번 반역에 관련된 모든 자들을 조사해서 일벌백계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걸 감췄다가 이제 와서 드러나니 오해라고요? 다른 나라에서 아버지인 덴노께 반역 사실을 알려 주고 있는데 오해요? 쿠데타 위험 때문에 전 세계 투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데 오해요!”
“그게…….”
야베는 어이가 없었다.
물론 자신에게 문제가 될 만한 것을 슬쩍 감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진짜 몰랐다.
“반역자들을 감추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현 일왕은 그렇잖아도 야베가 헌법 개정을 통해 자신을 끌어내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터지자 충격으로 인해 아예 드러누웠다.
‘젠장, 이러면 안 되는데…….’
원래 현 일왕은 생전에 물러나고 일왕의 직을 아들인 요히토에게 준다.
물론 그건 상당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벌어질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완전히 쓰러지면서 그게 더욱 가속화되는 결과를 가지고 온 것이다.
아버지를 쓰러지게 한 야베를, 요히토는 용납할 수가 없었다.
“저는 천황가에 대해 어떠한 흑심도 없습니다. 쿠데타라니요! 저는 억울합니다!”
야베는 억울함을 어필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주변에 그런 소문이 너무 많았다.
더군다나 그가 정보를 감춘 게 가장 큰 실수였다.
‘그때 차라리 더 안쪽을 파고들었어야 했어.’
그랬다면 어쩌면 그는 그 아이피가 조작되었거나 해킹되었다는 흔적을 찾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났고, 관련 증거는 이미 그가 소각 처리를 명령해서 사라진 상황.
결국 아무리 봐도 야베가 배신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감춘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야베 총리.”
“하잇!”
“옛날 같으면 이건 내가 당신에게 할복을 명할 일입니다.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그건…….”
할복.
일본인들은 자랑스러운 문화 취급하지만, 현실적으로 실제로 할복으로 죽은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지금까지 상관에 대한 충성을 증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취급받고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할복을 명할 수는 없지요. 대신 모든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사퇴하세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총리, 지금 항명하는 것입니까!”
“항명이 아니라, 천황가는 일본의 정치에 관여할 수 없습니다!”
“이건 정치가 아니라 쿠데타의 문제입니다! 총리가 쿠데타를 일으키려고 한 게 뻔히 보이는데 내가 그걸 두고 봐야 한다는 말입니까!”
“저는 반역을 하지 않습니다!”
“오호, 그래요?”
“그렇습니다! 전 천황가의 신실한 종복입니다!”
진짜 천황가에 반역하기 전에는 야베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