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760)
너는 누구냐? (2)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말했잖아, 사법 시스템에 대한 도전이라고. 단순히 자신이 우월하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만이 아니라, 사법 시스템이 자신을 잡해서 욕먹는 걸 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배알이 꼴린다?”
“뭐, 정확한 표현이네.”
사람이 죽는 걸 거의 생중계한 수준이니 사법계, 특히 경찰과 검찰에 대한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진짜 똑똑한 놈이야. 그건 널 고른 이유만 봐도 알 수 있어.”
“그건 또 뭔 소리야?”
“만일 이게 너라는 존재를 빼고 퍼졌다면 어떻게 됐을 것 같아?”
오광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그, 글쎄…….”
“간단해. 경찰이 가루가 됐겠지.”
기본적으로 검찰이 수사를 지휘하지만 그걸 진행하는 건 경찰이다.
범인을 못 잡으면 당연히 경찰이 가루가 되도록 까인다.
지금까지 계속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그러나 정작 검찰은 그다지 욕먹지 않는다.
사람들 생각에는 검찰은 기소하는 곳이지 경찰처럼 직접 움직이는 이미지는 아니니까.
“하지만 널 엮음으로써 이야기가 달라졌지.”
검사 한 명이 직접 관련됨으로써 검찰 자체가 무능한 집단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아, 씨발. 그러니까 왜 나냐고.”
“네가 유명하니까.”
“닝기미. 검사 짓 못 해 먹겠네.”
툴툴거리는 오광훈.
노형진은 그런 그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일단 급한 대로 자연이는 다른 곳으로 보내자. 경호원도 붙이고. 두 명 정도.”
“여기서 또 자연이는 왜 튀어나와?”
“상대방을 농락할 때 그 무능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뭐겠어?”
순간 오광훈의 얼굴이 굳어졌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다름 아닌 농락 대상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없애는 것이다.
가장 소중한 무언가조차도 지키지 못하는 무능함.
“더군다나 그런 경우는 그 무능함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이려고 할 가능성이 높아.”
그러니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백자연은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켜야 한다.
“망할……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놈은?”
“모르지. 지독한 사이코패스인 건 알겠는데.”
한 사람이 천천히 죽어 가는 소리를 그대로 녹음해서 틀어 준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절대로 생각도 못 할 짓이다.
그런데 그걸 아주 잘했다.
“문제는, 이 정도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시체를 못 찾았다는 거지.”
사진 속에 있는 사람의 신분은 금방 알아냈다.
방송국에서 희생자의 모습이라고 바로 방송해 버렸으니까.
“멍청한 방송국 놈들.”
그 덕분에 충격으로 피해자의 아버지는 심장마비로 급사하고 어머니는 자살했다는 게 문제지만.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아무리 특종이라지만 자기 자식이 죽는 걸 생방송으로 들은 부모의 심정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행동이었다.
“무슨…… 대해적 시대도 아니고 대사이코패스 시대냐?”
최소한의 언론인의 양심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언론은 이슈를 선점할 수 있다는 욕심에 다 틀어 버렸다.
“그리고 그걸 잘 이용할 줄 알고?”
“그래.”
피해자는 물속에서 죽었는데 그게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사실 사진만 봐서는 장소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그는 콘크리트로 된 저수조에 묶여 있었으니까.
사방이 모두 콘크리트뿐이니 특정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더군다나 사진도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게 아니야.”
즉석카메라로 찍은 거라 위치 정보 같은 건 들어 있지 않았다.
“일단은 이 사람을 찾는 데서부터 시작하자.”
“후우, 자연한테 경호원부터 보내고.”
그러면서 슬쩍 노형진을 바라보는 오광훈.
노형진은 안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경호 비용을 내주겠다는 거다.
잠깐 통화를 마치고 온 오광훈은 노형진 맞은편의 자기 자리에 앉아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진지한 얼굴을 했다.
“일단…….”
노형진은 텅 비어 있는 저수조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곳의 규모부터 알아봐야지.”
“어떻게?”
“이걸 계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지. 그 사람이 계산해 낸다면, 어쩌면 특정할 수 있을지도 몰라.”
***
“진짜 불편하군요.”
한국대학교 공학과 교수와 수학과 교수는 사진과 보고 음성을 들으면서 몸서리쳤다.
“저도 이 뉴스를 방송으로 봤습니다. 너무 끔찍해서 그날 밤은 도무지 잠이 안 오더군요.”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날은 가족들과 함께 같은 방에서 잤다니까요.”
“죄송합니다, 안 좋은 기억을 불러일으켜서.”
“아닙니다. 이런 미친놈은 빨리 잡아야지요. 이거야, 원.”
여전히 경찰은 범인을 잡겠다고 저수조란 저수조는 다 뒤지고 있었다.
그러나 노형진에게는 그것보다는 좀 더 확실하게 추적할 방법이 있었다.
“저는 여러분이 이 저수조의 수량과 물이 공급되는 정도를 판단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공급되는 물의 양이라…….”
“네. 가능할까요?”
“가능할 겁니다.”
저수조라는 공간은 빛이 전혀 없는 곳이다.
당연히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어둠을 밝혀야 하고, 그래서 플래시가 터졌다.
그 덕분에 벽까지의 대략적인 거리가 계산된 상황.
범인이 피해자를 가운데에 두고 사진을 찍은 덕분에 그 규모를 대충 알 수 있었다.
“거기에다 피해자는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되어서 묶여 있는 상황이지요.”
그리고 그 상황에서 물이 들어가서 익사하는 데 걸린 시간은 대략 15분.
공간의 규모를 알 수 있다면 당연히 분당 수량을 알 수 있다.
“분당 수량이라……. 그걸 안다고 위치를 알 수 있을까요?”
분명 경찰에게 없는 정보지만 그걸 가지고 위치를 특정할 수는 없다.
“물론 그것만 가지고는 부족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걸린 시간이 문제죠.”
“걸린 시간?”
“네. 고작 15분 만에 저수조가 찼습니다. 물론 아주 끝까지 찬 건 아니지만요.”
일반적으로 저수조의 깊이는 대략 4미터 정도다.
피해자가 의자에 묶인 채 앉아 있었으니 피해자 머리 위까지를 대략 1미터로 잡는다면 15분 만에 1미터까지는 가득 찬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 정도 수량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을 겁니다.”
애초에 저수조라는 게 물을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곳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저수조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일상에서 사용하기 위한 물을 보관하지는 않는다.
“저런 사이즈의 저수조는 아무래도 사용보다는 홍수 방지지.”
식수용 저수조는 1년에 2회 이상 청소하는 게 의무화되어 있는 데다가 그 자체가 보관용이라 상시 물로 차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저런 완전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저수조는 그런 식수 보관에 부적합하다.
“그건 보통 빗물 보관용이니까.”
비가 많이 오면 하수도 처리 능력이 부족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저수조는 빗물을 보관했다가 비가 그친 후에 하수도를 통해 흘려보낸다.
쉽게 말해서 저수조의 주요 목적은 홍수 통제에 있다.
그리고 홍수 통제가 목적이라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이 하나 있다.
“비어 있어야 하니…… 그렇군. 그런 곳은 많지 않을 테니까.”
평소에 비어 있어야 비가 많이 왔을 때 그곳에 물을 채울 수 있으니까.
“그리고 저 정도 물을 채우는 것은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지요.”
수도를 틀어서 저 정도의 공간을 채운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저만한 공간을 채울 수 있는 수도 라인 자체가 저런 곳에는 연결되어 있지 않다.
“비?”
“네. 제가 찾고자 하는 게 그겁니다.”
저 정도 공간을 물로 채우는 방법은 단 하나, 바로 비뿐이다.
“최근에 비가 온 곳 중에서 계산해 드린 곳의 규모를 추정해 문의해 보면 그 장소가 나오겠군요.”
“그건 어렵지 않겠군. 좋아요, 금방 계산해 드리도록 하죠.”
교수들은 고개를 끄덕거렸고, 노형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여기라고?”
“그래.”
“여기는 도심이잖아.”
“애초에 저수조가 필요한 건 도심이야.”
일반적으로 밭이 있으면 빗물은 내리는 즉시 흡수되어 사라진다.
하지만 도심은 대부분이 포장되어 있기 때문에 빗물을 처리하기 위한 하수관이 필수고, 그것만으로 감당되지 않으면 저수조를 쓰는 것이다.
“그리고 계산한 수량에 맞는 저수조는 이곳뿐이고.”
선두에 앞장서서 걸어가는 공무원은 침을 꿀꺽 삼켰다.
“여기가 방수문인데요.”
거대한 방수문을 열고 들어가는 세 사람.
제법 거대한 공간이 그들의 눈앞에 나타났다.
“물은 어느 쪽으로 빠집니까?”
피해자는 의자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그 의자도 고정된 건 아니었다.
그 말은, 물이 가득 차오른 후에 피해자의 시체가 물에 휩쓸려서 빨려 나갔을 거라는 뜻이다.
당연히 그쪽은 물이 빠지는 쪽일 테고 말이다.
그리고 저수조에는 하수도가 막히는 걸 막기 위한 거름망이 있다.
“어…… 물은 저쪽으로 갑니다만.”
공무원은 한쪽을 가리키면서 말하다가 슬쩍 노형진과 오광훈을 바라보았다.
“저기…… 두 분이서 가실 수 있죠?”
“가기 싫으신가요?”
“그게…… 하하하…… 아무래도 물에 빠져서 죽은 시체는 좀…….”
시체라는 게 아무래도 사람의 공포를 자극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물에 빠져서 퉁퉁 분 시체인 만큼 부패되었다면 보기에 끔찍할 것이다.
“뭐, 그 정도는 저희가 알아서 하도록 하지요.”
노형진은 오광훈과 함께 공무원이 가리킨 방향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어둠 속에서 손전등에 걸리는 뭔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리저리 구겨진 의자.
그리고 그곳에 있는 묶여 있는 끈과, 창백하게 보이는 피해자의 다리.
“하아.”
예상은 했지만 애석하게도 그는 살아남지 못했다.
“나가자.”
노형진은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경찰을 불러야지. 그리고…….”
“그리고?”
“이번 건은 네가 발견한 걸로 해라.”
“뭐? 어째서?”
오광훈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이 되었다.
자신은 한 게 없다. 그런데 왜 자신이 발견한 걸로 한단 말인가?
“이 미친놈은 게임을 하는 거야. 그냥 두면 사방팔방에 문제를 터트릴 거다. 차라리 그놈이 한쪽에 집중하게 하는 게 문제의 요소가 적어져.”
“그러면 사람을 안 죽일까?”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그놈이 누군가를 미워하게 될수록 실수도 하게 되겠지.”
그리고 그때에야 비로소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노형진은 생각했다.
***
지하에서는 핸드폰이 터지지 않기 때문에 오광훈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경찰과 구급차를 불렀고, 저수조 주위에는 순식간에 기자들과 경찰들이 깔렸다.
“자료는 없습니까?”
시신이 수습되는 사이 노형진은 오광훈과 함께 그곳에 남아 있는 정보를 확인했다.
“그게, 입구에 CCTV가 한 대 있긴 한데 고장 나서요.”
“고장?”
“네. 고장 나서 그걸 추적할 방법이 없습니다.”
“염병.”
욕하는 오광훈.
그리고 한숨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노형진.
“이놈…… 똑똑해. 엄청 똑똑해.”
“뭐? 왜? 재수가 없는 거 아냐?”
“아닐걸. 분명 그걸 고장 낸 건 그놈이야.”
사람을 여기로 끌고 오기 전 분명 그 CCTV를 고장 냈을 것이다.
“CCTV가 고장 나면 담당자가 확인하러 오잖아?”
“그렇지.”
당연한 거다, 그런 용도의 CCTV니까.
문제는 그 이후다.
현장에 와서 보니 CCTV가 고장 났다.
그래서 확인해 보니 부서졌다. 그럼 고쳐야 한다.
그런데 그걸 현장에서 고칠까?
“그럴 리가 없지.”
공무원 조직이라는 건 뻔하다.
일단 파손된 걸 보고하고 수리를 신청해 예산을 받고 수리 요청서를 보내면 수리 작업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