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775)
베끼긴 뭘 베껴? (1)
박용걸은 노형진의 말대로 당장 기자회견을 했다.
-저는 검찰의 개혁과 정화를 원하는 한 명의 평검사로서 이번 사건에 대해 비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또한 동시에 이 사건이 이대로 진행될 경우, 과거의 많은 사건들처럼 어둠 속으로 사라질 거라 생각합니다. 이에 저는 검찰이 이 사건을 저에게 할당해 주시기를 원합니다. 저는 개혁을 위해 이 사건을 조사할 것입니다. 설사 검사부에서 이 사건을 할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이 사건을 추적하고자 합니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행동을 저지른 검사가 이번 한 번만 했으리라는 법은 없으므로 이번 새론 사건에 휘말린 총 여섯 명의 검사들에게 조사받은 분들 중에서 억울하게 당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연락 주십시오. 이번 사건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부패한 검사에 대한 처벌은 제가 목숨을 걸고 이룩해 내겠습니다.
박용걸의 기자회견. 그리고 그걸 본 홍안수는 분노로 부들부들 떨었다.
“저놈 뭐야!”
“박용걸이라고 합니다. 완전히 꼴통입니다. 통제가 안 되는 검사입니다.”
“그러면 자르든가, 아니면 지방으로 보내든가!”
“그게…… 지방으로 좌천했는데 그곳에서 동료 검사 세 명과 검사장 한 명의 뒤를 캐서 감옥에 보냈습니다.”
“뭐? 미친놈 아냐?”
“미친놈입니다. 그런데 대중에게는 검찰 내부에서 저항하는 거의 유일한 검사로 보이기 때문에 섣불리 자를 수가 없습니다.”
물론 자르려는 시도는 있었다.
하지만 그를 자르려고 할 때마다 그가 선빵을 쳐서 영혼까지 탈탈 털어 냈다.
당연히 그 정보원은 노형진과 정보길드였고, 건드리면 뒈진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지자 누구도 박용걸을 건드리지 못하게 되었다.
“당장 좌천시켜!”
“그게…… 지금은 상황이 안 좋습니다, 각하. 만일 여기서 그가 좌천되면 대놓고 검찰에서 사건을 은폐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겁니다. 더군다나 저런 놈이 한두 명이 아닌지라…….”
“뭐?”
“평검사 중에서 승진 가능성이 없는 검사들이 국민정치참여재단의 포상금을 노리고 똑같은 포지션을 취하고 있습니다.”
“망할! 그놈들 때문에 되는 게 없어!”
국민정치참여재단, 속칭 국민 브로커가 생긴 후 정치자금의 흐름이 바뀌었다.
과거처럼 국회의원이 아니라 정책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과거처럼 해 달라고 정치자금을 주는 게 아니라 그게 완성되어야 주는 방식으로 바뀌어 버리니, 정치자금을 받기 위해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눈치를 보는 황당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물론 그들에게나 황당한 거지, 보통은 그게 정상이겠지만 말이다.
“그러면 이 미친놈을 통제할 수가 없다는 거야?”
“이놈을 통제한다고 해도 여론이…….”
박용걸을 손댄다는 것은 대놓고 여론을 통제한다는 거다.
“무조건 통제해!”
“하지만 각하!”
“그러면 저놈이 뒤를 캐게 그냥 둘 거야!”
“걱정하지 마십시오, 각하! 각하는 절대 안전합니다. 고작 평검사 하나일 뿐입니다.”
국정원장은 홍안수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홍안수는 가까스로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를 쳐다보았다.
“내가 뒤가 시끄러운 거 싫어하는 거 알지?”
“알겠습니다.”
국정원장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상황은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했다.
***
“박용걸이, 너 이럴래?”
“아니, 범죄자가 어따 대고 검사한테 반말 찍찍이야?”
“야!”
박용걸의 첫 번째 수사 대상은 당연히 증거를 조작했던 검사였다.
“내가 네 선배야, 이 새끼야!”
“지랄하네. 증거 조작하는 새끼가 무슨 선배 노릇은?”
박용걸은 피식 웃었다.
“네가 그런다고 상황이 나아질 것 같냐?”
“씨발, 이 새끼가! 미쳤나? 불러서 와 줬더니, 뭐?”
너무나 당연하게도 검찰에서는 박용걸에게 해당 사건과 검사에 대한 수사권을 주지 않았다. 결국 그는 알아서 조사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너 지금 인기 좀 있다고 눈에 뵈는 게 없냐?”
그나마 검사가 여기에 온 것은 박용걸과 협상해 볼까 하는 마음에서였지, 영장이 나온 것도 아니다.
애초에 영장이 나올 수가 없다.
일단 박용걸이 담당 수사관이 아니니까.
“재주껏 지랄해 봐라.”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는 검사.
하지만 막 나가려고 하던 그는 들어오는 사람을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넌?”
“오, 마침 오시네? 아는 사이지?”
이죽거리는 박용걸.
사실 아는 사이일 수밖에 없다. 지금 들어오는 이의 사건을 담당한 검사였으니까.
“사건 보니까 아주 재미있더라, 이 새끼야.”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증언 들어 보니까 아주 협박을 하셨데?”
사건 자체는 간단했다.
피해자는 월급을 못 받았는데 가해자는 돈을 주기 싫었다.
그래서 피해자가 고소하자, 검사는 그를 불러다가 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무고죄와 공갈 협박으로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해서 사건을 무마해 주는 조건으로 500만 원을 받았다.
“그, 그건…….”
“증거까지 조작하는 분이시니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알지?”
지금까지 했던 모든 사건들.
그중에서 미심쩍은 사건들에 대해 이제 재심이 몰려들 테고, 그들은 그가 한 증거 조작 내역을 증거 삼아 내밀 것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그를 고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지 않으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테니까.
“사건이 몇 개였지? 2천 개? 3천 개?”
박용걸은 아주 신이 나 있었다.
그럴 만하다. 저놈만 감방에 보낼 수 있으면 지금 다 때려치워도 먹고살 만한 돈이 들어온다.
“후장 잘 닦고 있어라, 이 새끼야.”
박용걸의 말에 선배 검사는 손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
“사건이 애매해지는군.”
유민택은 수사가 지지부진해지는 걸 보고 탄성을 질렀다.
“애매해지지요.”
검찰은 새론을 족치기 위해 검사들의 팀을 짜서 몰아붙였다.
그런데 증거를 조작했고, 노형진과 새론은 그걸 가지고 그들을 고발했다.
“그러면 그 검사들을 사건에 동원할 수가 없게 됩니다.”
그들은 직접적으로 새론과 소송 중인 관계인이 된다.
검찰의 내부 규칙상 그런 경우에는 새론이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검찰은 이 기피 신청을 받아들여야 한다.
거부할 수는 없다.
소송 당사자가 상대방을 조사한다는 건 법리적으로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는 검사들이 꼬리를 말고 있으니까요.”
새론이 만만한 대상도 아니고, 벌써 한번 검사들에게 엿을 먹였다.
그런 만큼 하고자 나서는 검사가 별로 없다.
물론 이기면 지지를 받아서 승진할 수 있겠지만…….
“이미 그들의 목에는 현상금이 걸렸으니까요.”
새론 사건과 관련해서 검사들의 비위 사실이나 범죄 사실의 증거를 가지고 오는 사람에게 최고 20억의 보상금.
그게 국민정치참여재단, 즉 국민 브로커에 공식적으로 올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