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788)
탐욕은 죄악을 이긴다 (3)
헨리 잭슨이 아동 성추행범으로 핀치에 몰렸을 때 그의 누나는 그를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그리고 그게 헨리를 코너로 몰아붙였다.
가족조차도 배신했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나중에 그녀는 진실을 말했는데, 그 당시 남편에게 협박받아서 어쩔 수 없이 헨리를 물어뜯었다고 했다.
기자들은 헨리를 물어뜯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고, 그중 하나가 바로 가족과 동료에게 배신을 종용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헨리의 최측근은 언론사에서 몇만 달러의 보상을 약속받았었고 그게 한두 번이 아니라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돈에 매형이 넘어갔죠.”
매형은 아내를 구타하면서 동생을 물어뜯으라고 했고, 결국 헨리의 누나는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를 해야 했다.
그녀는 나중에 이혼하고 나서야 그때를 후회하면서 진실을 고백했다.
“협박받는 경우 생각보다 그걸 신고하고 벗어나려고 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특히 가정 폭력의 경우는요.”
맞는 사람의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면 그렇게 된다.
심지어 헨리의 누나 역시 유명 가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경이었으니까.
“협박이라…….”
하이드 맥핀은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어쩌면, 뭔가 나올 것 같으니까요.”
그는 얼마 전 만난 사카모토 준코를 떠올리고 있었다.
***
“사카모토 준코에게는 남자 친구가 있습니다. 이름은 야다 칸지로입니다.”
조사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단 이틀 사이에 그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사카모토 준코는 정말로 협박을 받고 있었다.
“일본계 미국인입니다만 야쿠자 소속입니다.”
“역시 그렇게 되는군요.”
미국에서도 야쿠자의 세력은 어마어마하게 큰 편이다.
아무리 힘이 빠졌다지만 세계 3대 범죄 조직이라는 말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야다 칸지로는 원래 일본에서 태어났고 17세에 미국으로 부모와 이민 왔습니다. 적응하지 못해서 상당히 힘들어했더군요.”
“그런 경우에 많은 아이들이 범죄 조직, 특히 모국 계열의 범죄 조직에 빠지지요.”
열일곱 살이면 이미 일본인으로서의 자아가 완성된 시기다. 그런데 그 시기에 미국에 와서 갑자기 미국인이 되어 버렸다.
언어는 물론 사상도 관념도 다 일본인이니 미국에서의 적응이 힘들다.
그러면 일본인이 뭉치는 곳에 가게 되는데, 그중 한 곳이 바로 미국의 야쿠자다.
더군다나 열일곱 살이면 한창 혈기 왕성할 나이.
그리고 세상에 반항하는 나이다.
“그렇게 야쿠자로 활동한 지 20년이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야쿠자에게는 두려운 것이 없다.
사카모토 준코가 어쩌다가 야다 칸지로와 엮였는지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건 일반적인 일본인 여성은 자발적으로 거기서 벗어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카모토 준코 역시 일본계 미국인인가요?”
“아닙니다. 여전히 일본인입니다.”
“일본인이에요?”
“사카모토 준코 같은 경우는 능력 있는 여성이라고 제린 닉스 씨가 말하더군요.”
그녀는 미국으로 유학을 왔다가 졸업 이후에 아예 미국에서 자리를 잡을 생각으로 직장을 구했고, 몇몇 곳을 돌아다니다가 제린 닉스에게 비서로 뽑혀서 3년 정도 근무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개인적 사정으로 인해 그만뒀다고 하더군요.”
“그 개인적 사정이라는 게 뭔지, 대충 알 것 같지요?”
야쿠자들은 기본적으로 여성에 대한 존중이 없다.
아니, 세상에 여성을 존중하는 폭력 조직은 없다.
“당연히 사카모토 준코에게 폭력을 행사했을 테고…….”
그걸 신고? 애석하게도 단순 범죄자가 아니라 야쿠자다.
당장 야다 칸지로는 처벌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카모토 준코는 같은 계파의 야쿠자에게 죽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더군다나 그녀가 실종된다고 해서 신고하거나 수사해 줄 곳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상적인 직장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기록대로라면 사카모토 준코는 현재 무직이다.
“아무래도 재수 없게 잡힌 것 같네요.”
직장인으로 들어간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야다 칸지로가 우연히 보고 찍어서 집어삼킨 것이리라.
데이튠즈의 대표인 제린 닉스와 함께 다닌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외모를 자랑한다는 뜻이니까.
“네. 그리고 알아보니 야다 칸지로가 있는 야쿠자가 일본의 시시로 구미에 속한 걸로 되어 있습니다.”
“시시로 구미? 처음 들어 보는데요.”
“유명하지 않지만 일본 내에 있는 작은 계파 중 하나입니다.”
“작은 계파라…… 아…….”
단순히 미국에서 비적응자들이 뭉쳐서 만든 폭력 조직이라면 이런 경우 문제가 안 된다. 그냥 본국으로 가면 된다.
지금 미국에 있는 상당수 한국계 폭력 조직들이 그런 식이다. 유학을 오거나 한 놈들이 자기들끼리 뭉쳐서 만든 갱단이다.
하지만 이렇게 일본에서 만든 지부 형식이라면 입국도 문제가 되고 미국 내 있는 가족들의 안전도 문제가 된다.
“사카모토 준코는 어디로도 도망가지 못하겠군요.”
“불가능할 겁니다.”
도망가는 순간 자신의 가족이 죽을 테니까.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네요.”
하이드 맥핀은 질렸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왜요?”
“드림 로펌의 사건 해결 방식이 남다르다는 건 익히 들었지만 배후의 폭력 조직과의 연관성까지 찾아낼 줄은 몰랐습니다.”
“보통은 그냥 당사자 변호사와 티격태격하다가 끝내고 말죠.”
노형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다 보니 이길 수 있는 것도 지는 거다.
“그러면 일단 사카모토 준코 사건을 해결하지요.”
“어떻게 말입니까?”
“하이드 맥핀 씨가 저한테 이렇게 금방 정보를 가지고 왔다는 건 한 가지를 의미하죠. 사카모토 준코가 그들에게 잡혀 있다. 아닌가요?”
“진짜 예언가는 아니시죠?”
“절대 아닙니다. 일단 중요한 건 그녀를 꺼내는 겁니다.”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을 텐데요. 계속 감시가 붙어 있는지라.”
“나오게 해야지요.”
“나오라고 해서 나올까요? 애초에 우리가 접근할 방법이 없는데요.”
“미국은 그렇지요. 하지만 일본은 상황이 다릅니다, 후후후.”
“일본?”
“일단 구할 사람은 사카모토 준코 씨가 아니라 그 가족입니다.”
그리고 문제는 거기서부터 풀려 나간다는 것을 노형진은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