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80)
“하지만 그건 말이 안 되는데요?”
무태식은 이야기를 듣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째서 말입니까?”
“상식적으로 그런 큰돈을 빌려줬다면 반대로 채권자가 뭔가를 남겼을 것 아닙니까? 그걸 모른다는 게…….”
“그런 경우는 많습니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보통 사업하는 내용을 집안에 그다지 알리지 않거든요.”
설사 알린다고 해도 크게 알리지는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뭔가 남았어야 정상인데요? 당장 남궁혁우가 돈을 빌려 간 거라면 그에 대한 채권 같은 게 남아 있을 거 아닙니까?”
그게 문제다. 그런 것이 남아 있다면 당연히 최정화가 알았어야 한다. 그런데 몰랐단 건 말이 안 된다.
“한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 가지 가능성?”
노형진은 이런저런 가능성을 따지다가 한 가지 남은 가능성을 생각하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건 말하고 싶지 않은 가능성이었다.
“어떤 거죠?”
“누군가 배신한 거죠.”
“배신?”
“그렇습니다. 이 모든 걸 아는 누군가 배신하고는 뒤에서 음모를 짜는 거라면 이 상황이 가능해집니다.”
“하지만 그런 게 가능한 사람이 있을 리가…….”
그러나 경험이 많은 남상주 변호사의 얼굴은 벌써 흙빛으로 변하고 있었고 송정한 역시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들도 현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차마 아니라고 말을 못하고 있었다.
“누굽니까, 그게?”
무태식은 고개를 갸웃했고 노형진은 약간은 참담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변호사죠……. 우리와 같은 변호사.”
그리고 모두들 그 말에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흑막이라는 게 무대만의 용어는 아니다 (1)
변호사.
사람을 구하고 변호해 주며 법적인 서비스를 보조하기 위해 탄생한 직업이다.
당연히 그들은 법에 대해 잘 알면서도 또한 정의로워야 한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으니 변호사를 뽑는 시험에 인성 테스트는 없다는 것.
“변호사라는 것도 사람이니까요. 청계의 경우가 있듯이 말입니다.”
“끄으응…….”
청계. 노형진과 싸우다가 날아가 버린 거대 로펌.
그들의 주특기는 법률을 이용해서 일종의 합법적 범죄로 돈을 벌어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그걸 약점으로 삼아 정재계를 좌지우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억측이 아닐까요?”
이은영 변호사가 애써 부정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법률적인 경험이 적은 그녀이니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선망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상주 변호사는 선을 그었다.
“변호사는 사람입니다.”
변호사는 사람이다. 모든 것을 담는 말이다. 아무리 잘난 척하고 고고한 척해도 결국은 탐욕을 가진 인간이다.
“실제로도 돈이나 다른 이유로 의뢰인을 배신하는 변호사는 숱하게 많네. 의뢰인의 돈에 손대는 경우도 많고.”
물론 믿고 싶지 않지만 그것이 현실.
“그렇다면?”
“그래, 아무래도 이번 사건에 변호사가 끼어 있을 가능성이 있네.”
“그렇다면 공증을 받았어야 정상 아닌가요?”
“그 변호사가 공증 허가가 없다면 못 받았겠지.”
모든 변호사가 공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증하려면 국가로부터 허가받아야 한다. 공증이란 실질적으로 재판과 같은 효력을 가지기에 아무한테나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변호사가 이번 사건의 주범이라면 아마도 그가 유언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언장을요?”
“네.”
“그럼 문제 아닌가요? 폐기했을 수도 있잖아요?”
“글쎄요……. 그렇지 않기를 바라야지요.”
어찌 되었건 그 변호사가 뒤에서 흑막으로써 조종한 것이라면 이 모든 사건들이 성립된다.
“좀 더 알아봐야겠군요. 고문학 팀장님은 전에 하던 기업인 다람재활용이 얼마에 거래되었는지 확인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무태식 변호사님은 이번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사가 누구인지 알아봐 주시고요.”
그 말에 무태식은 고개를 끄덕거렸고 노형진은 한 명씩 일을 나눠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을 보고 노형진은 입안이 씁쓸했다.
‘아…… 뭘 시키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유명한 때문이었다.
“일단…… 유명한 변호사님은 주변에 사람들을 확인해 주세요. 가능하면 이런 사건에 대해 좀 알 만한 사람으로요.”
“네! 알겠씨유”
유명한이 당차게 대답했지만 노형진은 왠지 미안한 기분이었다.
“판매 가격이 120억이라고요?”
“그렇습니다.”
고문학이 알아본 바에 따르면 다람재활용은 다른 사람에게 120억에 넘어갔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돈은 어디로 갔는지 확인했습니까?”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렇군요.”
그 돈이 통장에 있었다면 당연히 그 돈에서 25억이 빠져나갔을 것이다. 즉, 집까지 차압당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통장에 돈이 없었다는 뜻이군요.”
“네.”
“흠…….”
노형진은 얼굴을 찌푸렸다.
“다른 사람들은 뭐랍니까?”
“아무것도…….”
상대방이 누군지 모르지만 깔끔하다고 할 정도로 꼬리를 말았다.
“누군지 모르지만 조심했군요.”
“그렇겠지요. 작은 돈도 아니고 120억입니다.”
“정확하게는 더하겠지요.”
120억을 받아 갔고 또 사기를 통해서 25억의 빚을 더 만들었으니 실질적으로 이자까지 합한다면 거의 150억에 달하는 거금이다. 그리고 이런 범죄를 움직이는 흑막이면 50% 정도 받는다고 한다면 못해도 75억은 챙긴다는 소리다.
‘망할 새끼 같으니라고.’
이전 같으면 당장 청계를 의심해 보겠지만 이제 청계는 없다.
‘설마 청계 출신 변호사일까?’
그러면 일이 편해지겠지만 애석하게도 그럴 가능성은 낮았다. 무엇보다도 요즘은 청계 출신 변호사들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어서 그쪽 출신들은 이런 위험한 작업을 잘하지 않는 상황이다. 나중에는 모르지만 말이다.
“서류를 어디서 작성했는지도 안 나옵니까?”
“네.”
소송장 자체도 법률적인 용어를 썼다 뿐이지,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A4 용지를 사용했다. 즉, 어떤 변호사든 작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생전에 주로 거래했던 변호사는요?”
결국 유언장을 가지고 있을 변호사는 생전에 거래했던 변호사일 가능성이 높다.
“그 변호사도 은퇴한 상황입니다.”
“은퇴요? 은퇴했다고 해서 음모를 짜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정상적이라면 그렇지요. 하지만 치매로 인한 거라.”
“치매요?”
“네, 기록을 보아하니 피해자 할아버지 세대부터 거래해 오던 분이랍니다. 그분의 은퇴는 피해자 아버지보다 더 빨랐습니다. 그 후에 새로 거래했겠지만 어디와 거래했는지는…….”
“이런.”
그러니까 전에 거래하던 곳이 사정이 있어서 일하지 못하게 되자 새로 거래를 튼 곳이 염병할 새끼였다는 뜻이다.
“회사에는요?”
가장 잘 아는 것은 결국 회사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도 고문학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 당시 일하던 사람들 중 알 만한 사람은 다 퇴사했습니다.”
“으음…….”
하긴, 그냥 하위직 직원들이야 그런 것에 모르고 일만 할 테니 그렇다 쳐도, 관리직 사람들을 새로운 사장이 그냥 둘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 분을 찾기는 했지만…….”
“그래요?”
“그분도 모르더군요. 회사를 넘길 당시 그쪽이 제시한 조건이 관리직의 우선 퇴사였답니다.”
“으윽.”
그러니까 그들이 퇴사한 상황에서 변호사가 바뀐 것이다.
‘운이 더럽게 없네.’
일이 꼬이려니까 이런 식으로도 꼬일 수 있다는 생각에 노형진은 얼굴을 찌푸렸다.
“일단은 더 수사해 봅시다.”
그러나 사건을 수사할수록 관련 증거는 전혀 나오지 않았고 다들 혀를 내두를 정도로 모든 것이 치밀하게 정리된 상태였다.
“어중이떠중이는 아닌 모양이네.”
노형진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탁자를 탁탁 두들기면서 중얼거렸다.
“이렇게 하는 걸 보니 상당한 놈인 것 같은데 영사라도 해 보면 좋겠지만.”
문제는 이 사건은 어디서 뭘 어떻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계약서 원본에서도 기억을 읽어 봤지만 그 안에 있는 기억은 그저 남궁혁우의 기억일 뿐이었다.
‘사기인 건 맞는데.’
그리고 그 기억 속에서 이 사건은 분명 사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배후가 누군지 알 수 없다는 것.
“젠장, 아무 곳에서나 기억을 읽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노형진이 이를 빠드득 갈았다. 그 순간 문이 빼꼼 열리더니 유명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노 변호사님.”
“네?”
“저기 물어볼 게 있는데유.”
“네, 말씀하세요.”
“그 주변을 뒤져 보라는 게 어디를 뒤지라는 거여유?”
“그거야…….”
당연히 피해자의 아버지, 그러니까 최정화의 아버지인 최갑환의 주변을 뒤지라는 뜻이었다.
“딱히 확인할 게 없잖어서유.”
“왜 없습니까?”
“오래된 사건이라 CCTV도 없고 그때 왔던 사람들을 기억하는 사람도 없고…….”
“음…….”
“친구분들한테 여쭤 봤는디 그런 것도 모른다고 하고.”
결국 이쪽도 막히는 모양이었다. 하긴 가장 기대하지 않은 것이 저쪽이기는 했다.
“그나저나 이 카드는 어찌할까유?”
“카드요?”
“야. 아니, 그러니께 아무래도 주변에 물어보면서 맨입을 할 수가 없어서리…….”
이야기를 들어 보니 주변 식당에 그냥 물어보기가 머쓱해서 밥 먹으면서 슬쩍 질문을 던진 모양이었다.
“그런 건 경비 처리로 해 달라고 하세요.”
“네.”
그렇게 그 상황이 넘어가려는 찰나였다.
“응?”
노형진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 식당의 이름이었다.
“뭡니까? 신주쿠 일식?”
“헤헤헤…… 그냥…… 잘 갈 만한 곳을 찾다 보니께…….”
영수증에 찍혀 있는 신주쿠 일식이라는 이름. 노형진은 그걸 보고 번개에 맞은 듯 벌떡 일어났다.
“혹시 말입니다. 거기에 그거 없습니까? 명함 통?”
“네? 명함 통이유?”
“네, 그런 거 있잖습니까? 식당 입구에서 명함을 넣어 두면 추첨해서 식사권을 보낸다든가 하는 거 말입니다.”
“어…… 그리고 보니 있기는 있던데유?”
“잘했습니다. 드디어 찾았네요.”
“네?”
노형진의 말에 유명한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노형진은 잽싸게 옷을 입고 있었다.
“뭐합니까? 안 가요?”
“아…… 가…… 가긴 가야지유.”
후다닥 나가는 노형진을 바라보며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뒤를 따랐다.
“이 명함 통 좀 봤으면 하는데요.”
노형진은 당장 신주쿠 일식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명함 통이란 식당에 가면 있는 물건 중 하나로, 식사를 마친 사람이 명함을 넣어 두면 그중 하나를 뽑아서 식사권을 주는 식의 이벤트를 할 때 쓰는 것이다.
‘지금은 그게 유행할 때지.’
미래에는 개인 정보에 대한 개념이 강해져서 많이 사라졌지만 지금은 좀 고급 식당이다 싶은 곳은 그런 게 하나씩 있었다. 그래야 손님들에 대한 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요?”
직원은 당연히 거부감을 보였다.
“이 안에 중요한 증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걸 확인하고 싶은데요.”
“그건 좀 곤란한데요.”
증거라는 말에 당장 불편한 얼굴이 되는 직원.
‘하긴 좋게 줄 거라고 생각도 안 했다.’
노형진은 다른 곳이 아닌 이곳을 노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보통 변호사들과 의뢰인이 만날 때는 조용한 곳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보통 사무실에서 만나기는 하지만 사정이 있어서 그가 의뢰인이 있는 곳에 오게 되면 가장 많이 가는 곳이 다름 아닌 일식집이다. 각방으로 구분되어 있고 문까지 달려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고깃집이나 다른 식당들은 이렇지 않단 말이지.’
다른 식당들은 대부분 탁 트인 공간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또 고기 굽는다 뭐 한다 하다 보니 아무래도 깔끔하게 밥을 먹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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