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821)
땅 놓고 돈 먹기 (2)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
중국은 세계적인 군사 강국이다.
물론 군 무기의 성능이 일본 것보다는 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숫자는 일본이 절대 감당하지 못한다.
“그들이 일본에 상륙하기 전에 소탕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러면 중국 해군을 일본 해군만으로 막을 수 있습니까?”
맥 하워드의 날카로운 질문. 물론 답은 ‘아니요’다.
중국은 항모 전단까지 만들어 가면서 군세를 키우는 데 노력했다.
과거라면 모를까, 지금은 일본 해군만으로 중국을 차단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거 아닙니까?”
야베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 말에 맥 하워드는 어이가 없었다.
“만일 미국이 후쿠왕국의 독립을 인정하면 그때는 어쩔 겁니까?”
“헉!”
미국 입장에서 당장 전쟁을 피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후쿠왕국의 독립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배신입니다!”
“배신은 아니죠.”
엄밀히 말해 일본과 미국의 상호방위조약은 외부에서부터의 공격에 대해 서로를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후쿠왕국 문제는 내전이지요.”
당연히 미국 입장에서는 후쿠왕국을 공격할 이유가 없다.
내전이니까 일본이 알아서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내전에 간섭하지는 않습니다만…….”
문제는 중국이다.
후쿠왕국이 중국에 도움을 요청하고 제후국으로 들어가겠다고 한 이상, 만일 그게 진행되면 중국의 일본 주둔은 확정된다.
“하지만 그건 명백하게 침략입니다!”
야베의 목소리가 격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설마 미국이 그런 생각을 할 줄은 몰랐으니까.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 중국은 위험한 상대다.
물론 전쟁을 하면 못 이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약해 빠진 다른 나라와는 급이 다른 나라가 중국이다.
진짜로 전쟁을 벌이게 되면 세계대전 레벨이 될 수도 있다.
당장 억 단위의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고 해서 과연 중국이 눈이나 깜짝할까?
아니다. 그들은 죽은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아이를 강제로 낳게 할 수 있는 독재국가다.
‘그 미친놈들하고 상대하려면…….’
미국은 6.25 당시에 중국을 상대했다.
기관총으로 죽이는 속도보다 병력이 보충되는 속도가 더 빠른 괴물들의 땅.
2차대전을 겪으면서 단련된 미국의 병사들조차 너무 많은 사람을 죽여서 트라우마에 미쳐 자살하게 만들어 버린 어마어마한 숫자의 군중.
“그들과 싸우려면 강력한 무기가 필요합니다.”
물론 시대가 바뀐 만큼 단순히 머릿수로 전쟁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아니다.
과거 2차대전 당시의 1개 중대 화력을 1개 소대가 내고도 남는 시절이니까.
“하지만 그 무기를 쓰는 순간 전면전인 겁니다. 일본, 초토화될 생각 있습니까?”
“…….”
중국에서 싸울 수는 없다.
미국도 안 된다.
한국은 전혀 상관없는 위치다.
그러면 전쟁터는 일본뿐.
그 말을 들으면서 일본의 정치인들은 사색이 되어 갔다.
“그런 거라면 차라리 후쿠왕국의 독립을 인정하는 게 우리로서는 더 나은 선택입니다.”
“도…… 독립이라니요!”
“후쿠왕국에서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독립을 인정해 준다면 중국과 똑같은 조건으로 미군이 주둔할 수 있게 해 준다고요.”
“거기는 일본 땅입니다!”
“하지만 당신들이 제대로 지키지도 못한 땅이지요.”
“이미 순찰을 돌리고 있습니다.”
“한 줌도 안 되는 자위대 병력으로요? 그걸 가지고 후쿠시마 지역방어가 가능합니까?”
“…….”
가뜩이나 얼마 안 되던 자위대 병력은, 후쿠왕국의 독립 소식과 더불어서 퇴직 신청서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야베는 자위대가 목숨을 바쳐서 나라를 지킬 거라 생각했지만 자위대는 군대가 아니라 공무원이었고, 어쩔 수 없이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그마저 지원자가 너무 부족해서 자위대의 60%가 40대를 넘은 상황인데, 급기야 진짜 전쟁의 위협이 닥치자 자위관들이 너도나도 퇴직을 신청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리 입장에서는 차라리 후쿠왕국을 인정하는 게 낫다는 결론입니다.”
“그런…….”
그렇잖아도 대부분의 주일 미군이 대마도 쪽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마치 일본이 주일 미군을 격리라도 하는 것처럼 그곳에 몰아넣었으니까.
“후쿠왕국이라면 쓸 만한 기지가 될지도 모르지요.”
물론 그곳에 항구를 만들고 영구 주둔하는 건 힘들지도 모른다.
일단은 방사능오염 구역이니까.
하지만 중국이 들어오는 걸 막은 시점에서 미국은 목표를 다 이룬 셈이다.
“안 됩니다! 후쿠왕국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그쪽이 어떻게 해서든 독립을 막든가요.”
방법이 없는 야베는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
후쿠왕국의 독립 문제는 전 세계를 위험하게 만들었다.
특히 중국에서 그걸 진지하게 판단하기 시작하자 더더욱 그랬다.
더군다나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다고 발표하자 전 세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후쿠왕국? 이놈들 진짜 머리 잘 썼네?
-와, 씨발. 한국도 가능?
-가능하겠냐? 일본이 특수한 거지!
만일 정상적인 국가라면 일이 이 지경이 되기 전에 군을 투입해서 밀어내면 그만이다.
하지만 일본에는 제대로 된 군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애초에 후쿠시마 자체가 버려진 땅이라는 거다.
가령 서울시장이 갑자기 미쳐서 서울시는 한국에서 독립한다고 발표한들 국민들이 거기에 동의할 리가 없다.
하지만 후쿠시마는 버려진 땅이고, 개별적인 의견을 제시할 사람이 없다.
애초에 땅의 대부분, 특히 항구가 들어서야 하는 해안가는 모두 후쿠왕국에 포함된 상황이다.
물론 군을 투입해서 해당 지역을 점령하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그 군이 문제였다.
“거길 들어가라고요?”
주둔 명령이 떨어진 자위대에는 난리가 났다.
현실적으로 아무리 일본이 가면을 쓰고 국민들을 방사능오염 지역에 밀어 넣는다고 해도, 군같이 특수한 조직은 자체 검사 능력이 있기 때문에 속일 수가 없다.
더군다나 사람이 바로 죽지만 않는다면 이미 일본은 국민들을 밀어 넣은 상황이다.
반대로 말하면,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끝까지 안 버티고 들어간다는 것은 방사능오염 정도가 너무 심해서 절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는 의미다.
“항명은 국가에 대한 반역이네!”
“아직 중국이 들어온다고 확정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거기에 독립하겠다고 설치는 놈들이 있지 않나?”
“아니, 우리가 들어가도 할 게 뭐가 있습니까? 정작 그놈들은 홍콩에 있다면서요?”
상황이 웃긴 꼴이었다.
독립을 원하는 세력은 홍콩에 망명정부를 세우고 독립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가만둘 수는 없네.”
중국이 현재 후쿠왕국을 인정할 거라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점이었다.
현재 중국은 홍콩에서 망명정부를 보호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그 망명정부를 인정한다는 것은 그 나라의 주권을 인정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그 말은, 중국이 후쿠왕국에 대해 아주 좋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의미이겠나?”
후쿠왕국을 인정하고 일본의 모가지에 칼을 들이밀겠다는 거다.
“거기에 주둔지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거기도 제염 작업은 거의 끝내 놨네.”
“지금 장난하십니까?”
부하들의 말에 야토는 답답했다.
자신이 명령을 내려야 하는 처지이기는 하지만 누구보다 그곳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니까.
“우리는 군인이야. 명령이 떨어지면 행해야 하네.”
“차라리 전쟁터를 가라고 하지 왜 하필이면 후쿠시마입니까?”
눈 가리고 아웅식의 제염 작업?
그걸 한다고 한들 바로 옆에 있는 폐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능은 어쩔 수가 없는 일 아닌가?
“절대 안 됩니다. 절대 못 갑니다.”
지금까지 일본은 군대라는 조직으로서 자위대가 운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하들의 반기는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
아침부터 난리가 났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중국에서 후쿠왕국을 인정한다는 발표를 했기 때문이다.
완전 눈 가리고 아웅이었지만 진짜로 그게 성공할 줄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이걸 승인한다고?”
“중국은 국제적 규칙이나 정의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권력과 정복욕뿐이지요. 가장 극단적인 자본주의국가 중 하나 아닙니까? 웃기지만요.”
유민택은 이 황당한 사건의 진행을 보면서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노형진의 말마따나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지만 정작 어느 나라보다 자본을 추구하는 나라다.
그렇다 보니 상황이 웃기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중국이 후쿠왕국을 인정하고 이에 일본과 미국이 격하게 항의하면서 분위기는 살벌하게 변해 갔다.
미국이 추가로 항모 전단 세 개를 더 보내기로 결정하면서, 전 세계에 3차대전의 그림자가 진하게 서리고 있었다.
“진짜로 3차대전을 일으킬 생각은 아닌 거지?”
“그럴 리가요. 저도 사람입니다. 그리고 애초에 중국도 그냥 저렇게 뻥카 치는 거지 진짜로 3차대전을 일으키지는 못합니다.”
“어째서?”
“중국은 세계적으로 힘이 약하니까요.”
해외에 세력을 확장하면서 오랫동안 노력한 중국이지만 사실 아직까지는 미국보다 힘이 약하다.
하물며 단순 무력이나 국력에서도 그 지경인데, 그의 편을 들어 주는 나라들은 거의 없다.
“중국의 자본을 받아들이는 걸 따뜻한 젖꼭지를 빤다고들 하지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쟁이 아닌 상황에서나 통용되는 말이다.
만일 3차대전이 벌어지면 대부분의 나라가 중국을 버리지 절대로 미국을 버리지는 않는다.
“결국 3차대전은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후쿠왕국의 독립은 이뤄진 거 아닌가? 일단 공식적으로는 말이지. 승인국이 중국뿐이기는 하지만.”
물론 진짜로 독립할 계획은 없다지만, 중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의 갈등은 극한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압니다. 중국에서 대단위 선단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대단위 선단?”
“허가하는 순간 바로 항구에 몰려가 정박하겠다 이거죠.”
그러기 위해 어마어마한 숫자가 중국의 항구로 몰려들고 있었고, 수송 선단을 따로 준비하면서 인민 해방군까지 준비하는 게 정보 라인에 걸렸다.
“미국에서도 이걸 모르지는 않을 테니 아마 머리가 꽤 아플 겁니다.”
“미국에도 같은 조건을 내걸었다면서?”
“맞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게 골 때리는 상황이 되거든요.”
무시하자니 중국이 들어갈 테고, 받아들이자니 대놓고 일본의 뒤통수를 치는 거다.
“그러니 이제 우리가 슬슬 최후의 떡밥을 던질 시간인 것 같네요.”
“최후의 떡밥? 그러고 보니 진짜로 독립할 건 아니라고 했지.”
유민택은 그 부분이 궁금했다.
노형진은 진짜 독립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3차대전의 가능성까지 있는 상황에서 그건 너무 위험한 결정이라고 말이다.
“그러면 이 상황을 어떻게 할 건가?”
“간단합니다.”
노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팔아야지요.”
***
“이런 미친놈들!”
주일 미군 사령관 맥 하워드는 저도 모르게 욕을 내뱉었다.
후쿠왕국이라는 놈들이 한 말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나라를 통째로 판다고?”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는 그놈들의 목적이 단순히 정치질이나 독립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이놈들, 진짜 머리 좋은 놈들이군요.”
맥 하워드의 보좌관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상대방은 독립이라는 이름으로 몸값, 아니 땅값을 미친 듯이 올려놨다.
그 땅은 현실적으로 버려진 땅이고 쓸 수도 없다. 하지만 그 존재 자체를 전략요지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가격을 올려 버렸다.
“그걸 판다고? 하.”
“어이가 없네.”
후쿠왕국은 미국과 일본에 거래를 시도해 왔다.
적당한 돈을 주면 독립을 포기하고 땅을 전부 일본에 넘기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