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831)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5)
노형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용서하시라는 게 아니라, 지금 법을 이용하면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셈이 됩니다.”
“뭐라고?”
“그놈들, 미성년자입니다.”
“큭.”
순간 유민택은 이를 악물었다.
미성년자가 뭘 의미하는지 그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걸 가지고 우리가 신고하면? 기껏해야 2호 처분, 아니면 3호 처분입니다. 그것도 저쪽에서 거의 방어를 포기했을 때요. 당연히 변호사를 사서 방어할 텐데, 그러면 진짜 잘해 봐야 1호 처분입니다.”
“우리 대룡이야!”
“압니다. 대룡이지요. 하지만 저쪽도 재벌입니다. 그리고 방금도 말씀드렸다시피 대룡이 나선다고 해도 결국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받는 처벌은 뻔합니다. 2호 처분을 받고 나면 우리는 그 이후에 손 못 댑니다. 그때부터는 보복이 되어 버리니까요. 그렇다고 그들과 전쟁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지금 회장님이 가장 꺼리는 게 그들과의 전쟁 아닙니까?”
“젠장, 그러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아무리 어린놈의 새끼라고 하지만 그놈들을 가만둘 수는 없네.”
“그럴 때는 법이 아닌 다른 처벌을 이용하면 됩니다. 애니까, 애들한테 맞게 부모에게 처벌을 맡기는 겁니다.”
“장난하나?”
“장난이 아닙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의 인생 자체를 완전히 박살 낼 수 있습니다.”
유민택은 심호흡을 했다.
법이 안 된다면 다른 방법을 쓴다. 그게 노형진의 특기니까.
“어떻게 말인가? 부모들이 브레이크를 걸 리가 없는데. 아니, 변호사를 사서 사건을 덮으려고 할 텐데?”
“그들에게 범죄의 기회를 주는 겁니다.”
“뭐?”
“그들이 중국계 킬러를 원하면, 보내 주면 되는 겁니다.”
다만 그 킬러들이 노리는 건 유영민이 아니게 될 것이다.
노형진은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
“2억?”
“그래. 너무 적어?”
“아니, 어떤 종간나 새끼를 죽이는 것이기에 2억이나 주는 기야?”
폭주족에게서 소개받은 킬러들은 눈을 반짝거렸다.
“유영민이라고, 좀 나대는 새끼가 있어.”
박시우는 눈을 번뜩이면서 말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그 새끼만 죽여 줘. 돈이 필요하면 더 줄 테니까.”
“증거 필요해?”
“증거?”
“뭐, 귀를 잘라 온다거나 손가락을 잘라 온다거나.”
“아니, 그건 아니고, 다만 흔적은 남기만 안 돼. 아, 그리고 그놈을 따라다니는 놈이 있을 거야. 그놈도 같이 처리해. 둘 다 살아 나오면 안 돼.”
“두 명? 그러면 두 장이면 너무 적은데?”
“원래 이런 건 후불로 하는 거라고. 죽이면 두 장 더 줄게.”
“어린 애새끼 같은데 돈 겁나 많구만.”
“입 닥치고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하지? 이번에 제대로 하면 종종 보게 될 거야.”
“알겠지비.”
중국인 킬러는 히죽 웃으면서 돈을 챙겼다.
“이제 그 두 놈은 영원히 볼 일이 없을 기야, 후후후.”
***
물론 그 중국인이 한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다만 다른 쪽으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씨팔.”
재벌가의 후계자가 된 후에 박시우의 아버지 박강용은 가능하면 거친 말은 쓰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건 욕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아니, 박강용뿐만이 아니라 다른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녹음 잘되었지요?”
노형진은 세 사람을 보면서 실실 웃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드님들이 뭔 짓을 저질렀는지, 들어 보니까 느낌이 오십니까?”
“……그래서, 원하는 게 뭡니까?”
이를 악문 박강용은 노형진에게 물었다. 그러나 노형진은 실실 웃기만 했다.
박강용의 질문이 계속되었다.
“협상을 하자는 겁니까?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뭐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우리한테 돈이라도 내놓으라는 겁니까?”
“그럴 리가요.”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상대방도 결국은 재벌가다.
대룡에서 경찰에 이걸 신고할 수는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들도 덮으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저희가 바보도 아니고, 그쪽에서 살인미수를 덮으려고 할 것을 모르겠습니까?”
그리고 이런 경우 유리한 것은 저쪽이다.
일단 대룡은 하나고 저쪽은 셋이다.
세 명이 총력을 기울여 덮으려고 하면 언론에서도 덮으려고 할 게 뻔하다.
“그건 경찰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설사 인정된다고 해도 형량이 얼마나 나올까?
기껏해야 2년 정도 나올 것이다.
아니, 그 정도도 안 나올 게 뻔하다.
‘법은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으니까.’
농담이 아니다.
실제로 제주도에서는 다툼 중에 상대방을 죽일 목적으로 전기톱을 가지고 와서 사람의 다리를 잘라 내 버린 범죄가 있었다.
피해자가 쓰러지자 아예 그를 토막 내기 위해 전기톱을 들고 덤볐지만, 주변 사람들이 막아서서 살인은 실패했다.
애초에 전기톱이라는 게 극단적 무기고 상해로만 끝내려고 한 것도 결코 아닌데 경찰은 그를 특수 상해로 체포했다.
상식적으로 그건 누가 봐도 살인의 고의가 있는 행위였다.
애초에 사람이 전기톱에 썰리면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별로 없으니까.
더군다나 그 당시에 자발적으로 멈춘 것도 아니고 주변에서 막아서 멈춘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특수 상해로 끝났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지역 유지였기 때문이다.
‘하물며 지역 유지도 그 정도인데.’
분명 저들은 단순 협박 정도로 사건을 덮으려고 할 것이다.
더군다나 범행 당사자들이 모두 만 16세 미만이다.
즉, 법적으로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제대로 처벌받지 못한다.
그걸 알기에 노형진이 유민택에게 절대 법에 기대지 말라고 한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미성년자라는 것은 거의 절대적인 방어막이기 때문이다.
“제가 바보도 아니고, 뻔하죠. 기껏해야 4호 처분이나 5호 처분으로 끝나겠지요.”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걸로 우리 분노를 잠재울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우리보고 어쩌란 말인가? 지금 가서 회장님에게 무릎이라도 꿇고 빌까?”
“그럴 필요는 없고요.”
노형진은 스윽 종이를 내밀었다.
“우리의 조건은 이겁니다.”
“이런 미친.”
노형진이 내민 종이를 받아 든 세 사람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만큼 그 조건은 어이가 없었다.
첫 번째는 전학. 그것도 같이 가는 게 아니라 한 명은 강원도, 한 명은 충청도, 한 명은 전라도로 가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 세 명은 대학 진학 금지였다.
그리고 세 명 다 군대를 무조건 가야 하며, 입대 기간을 제외하고는 만 29세까지 각 지역을 벗어날 수 없다. 물론 도가 경계인 만큼 좁은 구역은 아니지만.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대룡에서 사람을 붙여서 그 모든 것을 감시한다.
“이런 황당한 조건은 뭔가?”
“뭐긴요. 당신네 아들들 인생을 박살 내는 거지.”
농담이 아니다.
대학도 못 가고 스물아홉 살까지 지방에서 올라오지도 못하면 현실적으로 차기 후계자로서는 가치가 없다.
“우리가 이걸 받아들일 거라 생각하나?”
“안 받아들이면…….”
노형진은 녹음 파일을 흔들었다.
“이걸 공개할 겁니다.”
“얼마든지 해! 이런 황당한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네.”
“그러겠지요.”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테이프를 공개한다고 해 봤자 저들은 조금 욕먹고 덮으면 그만이다.
“지금 공개하면 의미 없겠지요. 하지만 후계 전쟁이 한창일 때라면 어떨까요?”
“뭐?”
“만약 당신들이 여기서 거절하고 나간다면 우리는 이걸 꾹 쥐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본격적으로 후계 전쟁을 시작할 때 뿌릴 겁니다. 조건은 당신들의 확실한 파멸.”
박강용과 다른 사람들의 눈빛이 떨리기 시작했다.
“공개라는 건 결국 타이밍이지요.”
그때쯤이면 일단 그놈들도 성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총력을 다해서 이 일을 키울 겁니다. 자식이 살인미수라면, 과연 당신들에게 후계 자리가 올까요?”
올 리가 없다.
더군다나 이 자료는 대룡에서 당당하게 그 후계 싸움에 끼어들 명분이 된다.
자신의 후계자를 죽이려고 한 놈들을 가만둘 수는 없으니까.
“세 분은 3 : 1로 싸우면 우리를 이길 거라고 생각하시죠? 그런데 후계자 싸움이 시작된 후에도 과연 그렇게 될까요?”
그때는 3 : 1이 되지 않는다.
형제들의 숫자에 따라 힘이 나뉘는 데다가, 거기에 대룡이 끼어서 다른 형제에게 손을 내밀면 그들은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다.
“마치 대동처럼 말이지요.”
“…….”
“대동이 아주 개판이 되었다지요? 후후후.”
“악마 같은 놈!”
박강용은 노형진의 악마 같음에 분노해서 소리를 질렀다.
노형진은 박강용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비릿하게 비웃음을 지으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731부대 아십니까?”
“뭐?”
“일본군의 731부대에서 그랬다고 하더군요. 철판으로 만든 방에 아이를 낳은 엄마를 집어넣었답니다. 그리고 거기에 불을 때서 철판을 달궜다고 하더군요.”
“그게 무슨 소리야!”
“그리고 그 엄마가 아이를 밟고 올라가게 했답니다. 모성애 실험이라고 해서, 그렇게 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시간을 쟀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말하는 노형진의 얼굴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차가웠다.
“그런 것에 비하면 저희는 아주 양심적인 조건인 것 같은데요. 저희가 자녀분들을 죽이라고 했던가요?”
“큭.”
“간단합니다. 당신들이 직접 아들들을 처벌하든가, 아니면 같이 망하든가.”
그들은 부들부들 떨 수밖에 없었다.
***
“그 세 놈들이 지방으로 내려갔네. 스물네 시간 우리 쪽 사람들이 붙어서 감시할 거야.”
유민택 회장은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
노형진의 말마따나 법으로 처벌했다면 그놈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미래를 통째로 빼앗겼다.
더는 그들은 재벌가라고 갑질도 못 한다.
그러면 이쪽에 보고가 올라올 테니까.
“그들의 인생 자체를 빼앗았군.”
“그들의 인생만 빼앗은 건 아니죠.”
“그게 무슨 소리인가?”
노형진은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유영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다음 책임은 영민이의 몫입니다.”
“네? 저요?”
“그래. 이제 이 이후는 네가 해야지.”
“아니…… 제가 왜요?”
“간단해. 그들의 아버지들은 어떻게 해서든 권력을 잡으려고 할 거니까.”
노형진과 대룡에 보복하기 위해서 말이다.
아니,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어떻게 해서든 손아귀에 기업을 넣으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다음에 후계 싸움이 또 일어날 거다.”
사실 원래대로라면 유영민은 다다음 세대를 이끌어야 한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다음 세대가 되었다.
“즉, 준비를 잘하면 그들을 꺾을 수도 있을 거다.”
“준비요?”
“그래. 이 조건을 단 이유는 간단해. 다음 대는 모르지만, 다다음 대에는 분명 무능한 놈이 대표가 될 테니까.”
“아!”
인간은 배움으로 성장한다.
그런데 박시우와 신태동 그리고 장거산은 그 배움의 기회를 박탈당했다.
물론 자기들의 아버지가 회장이 된 후에는 다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지만…….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했지.”
그들은 이번에 추방당한 것을 원한으로 삼고 이를 박박 갈 것이다.
하지만 노형진과 대룡은 그걸 막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점점 더 인간쓰레기가 될수록, 그들이 대표가 되었을 때 기업은 더더욱 흔들릴 테니까.
“그러면 자네가 확보한 자료는 쓸 일이 없는 건가?”
“없는 거죠. 궁극적으로 우리는 그들이 대표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의 기업이 몰락할 테니까요.”
“자네…… 무섭군.”
그냥 서울에서 쫓아내고 인생이 망가지는 걸로 끝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노형진은 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물어뜯고 있었다.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은 10년 후가 아니라 30년 후를 내다보며 대비합니다.”
그때가 되면 그들의 기업은 갈가리 찢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게 그들에게 내리는 처벌입니다.”
노형진은 자신 있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