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838)
짐승 그 이하의 놈들 (4)
“그게…….”
미용실의 주인은 뭐라 답을 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이런 부탁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오광훈은 혀를 내둘렀다.
“미용실이라니, 지금까지 룸을 털지 못해서 안달 난 검사 놈들을 한 방에 병신으로 만들어 버리네.”
“원래 수사는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되는 거야.”
원래 검사는 그에 상응하는 정보를 얻거나 증거를 얻어 영장을 받아서 해야 한다.
자발적으로 해 주지는 않을 테니까.
당연히 이런 술집에서 마약이 유통되는 걸 알아도 해당 정보가 전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검사들은 입맛만 다신다.
영장을 청구하고 싶어도 명확한 게 없으니까.
“하지만 머리카락은 정리하다 보면 당연히 빠지는 거고.”
그에 대해서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
특히 머리가 긴 경우 끝이 갈라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르는데, 그건 엄밀하게 말하면 쓰레기다.
“그리고 쓰레기를 증거로 수집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
왜냐하면 ‘버린 물건’이니까.
강제로 빼앗는 것은 일종의 불법이지만 버려진 물건을 가지고 오는 것은 불법이 아닌 만큼, 버려진 머리카락을 조사한 결과는 합법으로 인정된다.
“아…… 그게…….”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노형진은 최대한 좋게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미용실 주인은 영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다.
‘하긴 당연한 건가?’
마약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결국 폭력 조직과 관련이 있다는 소리니까.
마약은 절대 개인이 유통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그런 자들과 밀접하게 관계하고 지내는 이런 미용실에서 그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으니 그 이후가 걱정되는 것이다.
“저희가 기밀은 최대한 유지해 드리지요.”
“그…… 그래도, 미안해요. 안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쪽에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검찰이나 경찰을 믿지 않는다.
검찰이나 경찰의 보호 약속? 그런 걸 믿는 게 더 멍청한 거다.
“어이, 아줌마.”
지금까지 뒤에서 지켜보던 오광훈이 앞으로 나섰다.
노형진은 가능하면 말로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오광훈은? 협박이라는 건 이럴 때 쓰기 위해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순간 아주 강력한 협박을 할 수 있는 칼자루는 오광훈이 들고 있다.
“내가 있잖아, 검사거든.”
“아…… 네…….”
“내일부터 내가 여기에 출근 도장 찍어 볼까?”
“네?”
“여기 아가씨들 많이 오지? 레드슈츠 아가씨들만 오는 거 아니잖아. 그치?”
“그…… 그렇지요?”
찔끔한 표정이 되는 주인.
그런 그녀에게 오광훈은 제대로 먹힐 법한 협박을 했다.
“내가 여기에 다니는 아가씨들 따라다니면서 한 3주만 족쳐 볼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사색이 되는 미용실 주인.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게 소문이 나면 미용실에 오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서울 한복판, 그것도 강남 제일 한복판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돈을 버는 건 쉽지 않다.
특히나 이 지역은 일반인들이 오는 곳이 아니다.
“여기 가겟세는 그렇다고 치고 권리금은 얼마야? 3억? 4억? 아예 아가씨들을 고정으로 받고 있으니까 한 4억은 넘을 테고.”
오광훈은 히죽 웃었다.
“그거 날리고 여기서 나가 볼 텨?”
성매매에는 방조 처벌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은 이런 미용실을 어쩌지 못한다.
“장담하는데 내가 3주, 아니 1주만 애들 여기 데리고 와서 따라다니면서 족쳐도 권리금은 싹 날릴걸. 그러고 보니 원상 복구의 의무도 보통은 있자너? 이야, 보증금도 제법 날리것어?”
오광훈의 말에 미용실 주인은 다급하게 매달렸다.
“거…… 검사님, 그러지 마세요. 그러면 저희 다 죽어요.”
“그러니까 머리카락 조금만 구해 달라는 거잖아.”
“하지만 그러면 레드슈츠 놈들에게 다 죽어요. 그놈들이 어떤 놈들인데요.”
벌벌 떠는 주인의 모습을 보면서 노형진은 오광훈의 어깨를 툭 쳤다.
사람을 설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굿 캅 베드 캅 놀이다.
누군가 채찍질을 하면 누군가는 사탕을 주면 된다.
오광훈이 채찍질을 잘했으니 이제 노형진이 사탕을 줄 때다.
“그러면 저희가 협조 요청은 안 하겠습니다. 다만 미용실에서 쓰레기만 따로 빼 주세요.”
“쓰…… 쓰레기만요?”
“네. 그 레드슈츠 아가씨들 머리카락만 모아서 대충 다른 쓰레기통에 담아서 내놓으시면 저희가 수거해 가겠습니다. 공식적으로 저희는 쓰레기통에서 쓰레기를 가지고 간 거니까 여사님이 제공한 건 아니게 되죠.”
주인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니까.
“싫으면 내일부터 출근하고.”
오광훈의 말에 주인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제가 레드슈츠 쪽 머리카락은 따로 잘 모아 둘게요.”
그제야 노형진은 빙긋 웃을 수 있었다.
***
쓰레기를 모아 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쓰레기는 관리의 대상도 아니고, 쓰레기통을 뒤져서 가지고 온 증거는 증거로 인정되니까.
원장은 나름 머리를 써서 레드슈츠에서 사람별로 구분해서 봉투에 담아 두기까지 했다.
“진짜 머리 잘 썼네.”
오광훈은 킬킬거렸다.
겁을 준 것도, 노형진이 그녀에게 버리라고 한 것도 일종의 함정이었다.
그녀의 말마따나 보복의 위험성이 있으니까.
“만일 그녀가 줬다고 하면 보복이 들어가겠지. 하지만 우리가 쓰레기통을 뒤져서 증거를 가지고 왔다고 하면 보복을 못 하지.”
실제로 수사 기록에 그렇게 적힐 테니까 거짓말하는 것도 아니다.
“그나저나 아무래도 내 생각이 맞는 것 같은데?”
노형진에게 나온 결과를 건네는 오광훈.
조사 결과, 의심스러운 사람만 무려 마흔 명이 넘었다.
검사 시료가 쉰 명분인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비율이었다.
더군다나 다른 미용실에 다니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여자들에게 마약을 공급하는 건 맞는 것 같다. 일단 이 정도로 증거가 나왔으면 대대적으로 습격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야.”
“지금 그쪽 경찰서에는 비밀로 하고 있지?”
“그래. 애초에 이 사건은 철저하게 검찰에서 진행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경찰을 아예 안 끼워 넣을 수는 없는데…….”
이런 술집들은 대부분 경찰과 손잡고 있다.
그들은 단속이 나간다거나 수사가 들어간다고 하면 그쪽에다가 정보를 흘리는 게 보통인데, 그러면 일단 죄다 잠수를 탄다.
하물며 단순 성매매도 그 지경인데 살인이나 마약까지 포함되어 있다면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런 곳은 아가씨들이 바뀌는 게 흔한 일이고, 그걸 추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더군다나 박스라고 불리는 특유의 단위로 바뀌는 경우가 많아서, 그들이 한꺼번에 바뀐다고 해도 의심할 것도 없고 말이다.
실제로 소위 말하는 ‘수질 관리’를 위해 술집끼리 박스 단위로 바꾸는 경우도 있으니까.
“마약 검사도 극비리에 국과수를 통해서 했으니까 서울 쪽은 아예 모를 거야.”
“그러면 인원 투입은? 그게 문제잖아. 인원을 투입하려고 하면 한두 명으로 안 될 텐데?”
검찰에도 수사관이 있다지만 그건 한 줌도 안 된다.
대단위 병력을 동원하려면 경찰이 필수적인데, 보통 사건은 그 지역의 경찰서에 지원을 요청한다.
“만일에 대비해서 분당경찰서에 지원 요청해 놨다. 2개 중대 지원해 주기로 했어.”
“아, 분당.”
성남은 전형적인 주거 도시이지만 유흥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강남같이 대형은 아닐 뿐.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덜 부패했다.
하지만 도시의 인구 자체는 많은 편이기에 경찰 인원도 많은 곳 중 하나다.
“그쪽에서 지원을 받아서 습격할 거야.”
“그러면 우리 쪽에서도 도와줘야겠네.”
노형진의 말에 오광훈이 의아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돕는다고? 어떻게?”
“최악의 경우 인질극을 벌일 가능성도 있어.”
“인질극이라…….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있기는 하네.”
현실적으로 마약을 이용해서 아가씨들을 지배하고 있다면 동료라기보다는 도구에 가깝다.
최악의 경우 인질로 잡고 탈출하려고 할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급습일은 언제야?”
“아직 결정되지 않았어. 다만 믿을 만한 검사들 위주로 접촉하면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어. 보통 스타 검사들이지만.”
오광훈의 말을 들은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건수는 언론에서 좋아할 만한 일이니, 스타 검사들의 새로운 실적으로 인식될 것이다.
스타 검사들은 노형진, 새론과 손잡았기 때문에 범죄자들과 엮여 부패할 가능성은 낮다.
물론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노형진을 속일 수는 없기에, 한 명이 그랬다가 걸려서 감옥으로 가고 말았다.
“좋아. 그러면 그렇게 하고, 날짜 잡으면 연락해 줘. 우리 쪽에서도 사람을 보낼 테니.”
“사람을?”
“그래.”
노형진은 빙긋 웃었다.
“공짜로 술 한번 먹어 보자고,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