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84)
“여보세요?”
그는 애써 단순히 안부 전화이기를 바라면서 전화기를 들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건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이 부탁을 하기 위해서 적지 않은 돈을 줬기 때문이다.
“나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차가운 목소리.
“네가 이야기했던 그거에 대해서 연락이 왔더라.”
“뭐라고?”
“연락이 왔다고.”
“그게 누군데? 누구야!”
“내 알 바 아니지. 난 그냥 연락이 오면 경고해 주는 정도이기로 하지 않았나? 이만 끊지.”
“야! 잠깐!”
하지만 동기는 벌써 전화를 끊은 상태였다. 하긴 자신과 친하게 지내 봐야 좋을 게 없다는 걸 그도 알고 있으니까.
“이런 썅!”
광문식은 다급하게 일어났다. 사실 그에게 부탁한 건 딱 하나다. 그리고 그가 전화했다는 것 자체가 그것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었다.
“어 변호사님? 어디 가세요? 한 시간 있으면 재판이에요!”
서류를 준비하던 여직원은 그가 다급하게 튀어나가는 걸 보고 애타게 불렀지만 그는 그에 대답할 시간이 없었다.
“차…… 차, 차……. 이런 젠장!”
그가 주차장으로 갔을 때 주차장은 만원이었다. 수많은 변호사들과 그들과 상담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 너도 나도 차를 끌고 와서 이중 주차로 자리가 없는 지경. 더군다나 자신에게 배당된 주차장은 안쪽이라 꺼내는 게 쉬운 게 아니었다.
“이런 씨발.”
그는 다급하게 몸을 돌려서 건물 바깥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다가오는 택시를 향해 다짜고짜 몸을 날렸다.
끼이이익!
거친 파열음이 터지고 택시 기사가 몸을 내밀며 욕설하기 시작했다.
“이 새끼야! 미쳤어! 뒤지고 싶어 환장했어?”
하지만 광문식은 대답하는 대신에 택시 안으로 몸을 던졌다.
“은행으로 갑시다.”
“뭐라고?”
“○○은행요! 어서!”
“이 새끼가 미쳤나?”
그는 대답하는 대신에 지갑에서 빳빳한 1만 원짜리 10장을 꺼내서 건넸다.
“당장!”
“네!”
택시 기사는 그걸 받아 들고는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바로 택시를 몰기 시작했다. 얼마 후 그는 은행에 도착할 수 있었고 다급하게 은행 안으로 가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그 앞에는 유명한과 무태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무 변호사님? 저거 광문식 아닙니까?”
“어? 그렇군요? 어떻게 왔지요?”
“아마도 내부에 누가 있었던 게 아닐까예?”
“그랬을 겁니다. 이거 큰일이군요.”
만일 그가 가지고 간다면 일이 커진다. 그렇다고 그걸 막기도 힘든 상황.
무태식은 다급하게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노형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노 변호사님, 어디십니까?”
“아, 지금 지금 판사님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노형진도 현재 다급한 상황이었다. 원래 이런 건 신청하면 이삼일 정도 걸린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광문식이 꺼내 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여기저기 뇌물도 주고 읍소도 하고 심지어 인맥까지 써 가면서 빠르게 받으려고 노력 중이었다.
“광문식이 왔습니다. 어디서 샌 것 같습니다.”
“뭐라고요? 이런 젠장.”
노형진은 얼굴을 찌푸렸다. 당장 여기서 그걸 받아서 간다고 해도 시간이 걸린다. 즉, 자신들이 늦을 거라는 건 뻔하다는 소리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보세요.”
“네? 하지만 어떻게요?”
“어떻게 해서든 말입니다. 전 판사님한테 이야기를 좀 해 보겠습니다.”
노형진이 다급하게 전화기를 끊었고 무태식은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아니, 시간을 어떻게 끌라는 거야?”
당장 광문식은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는데 말이다.
“시간을 끌랍니꺼?”
“네, 그래 달라네요. 근데 무슨 수로 끌죠?”
매달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두들겨 팰 수는 더 없고 납치할 수도 없고…….
“저한테 맡기세여.”
갑자기 점점 심해지는 유명한의 사투리를 보면서 무태식은 뭔가 불안감을 느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흥분하거나 기대할 때 그의 사투리가 강해진다는 걸 알기에는 충분한 시간을 그와 보냈기 때문이다.
“잠시만요! 일단은 시간을……!”
그러나 벌써 바깥으로 튀어나간 유명한은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는 광문식에게 냅다 달려들었다. 그런데 웃긴 건 그렇게 달려든 사람이 도리어 튕겨 나가면서 바닥을 굴렀다는 것이다.
“으억!”
광문식은 그 충격으로 바닥에 넘어졌다. 물론 그걸로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다음 순간은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다.
“아이고메! 나 죽네! 아이고! 이눔의 시키가 사람 패네”
“아니, 이 무슨 이런 생양아치 같은 짓을…….”
자신의 어깨를 잡고 데굴데굴 구르는 유명한을 보면서 무태식은 기가 막혔다.
일명, 어깨 치기. 그러니까 고의적으로 부딪혀서 합의금을 뜯어내는 짓거리를 유명한이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고메…… 사람들, 나 죽어유……. 엄니, 나 죽어유.”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온갖 엄살을 다 부리는 유명한. 그리고 그 덕분에 모든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고 무태식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이번에는 어쩔 수 없지.”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지금은 그 방법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는 최대한 온몸에 힘주고 그에게 다가갔다.
“어이구, 어떤 잡놈이 우리 동생을 건드려?”
“아이고, 성님, 저 좀 살려 주십셔.”
“너냐, 우리 동생 건드린 게?”
광문식은 그 둘이 어이가 없었지만 마음이 급했기 때문에 그냥 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를 그냥 보낼 두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을 다치게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할 거 아냐!”
“뭐야, 이 새끼들은?”
“새끼? 니가 내 애비냐? 어디다 대고 새끼래?”
그가 움직일 때마다 길을 막으면서 시비를 거는 그 둘 때문에 광문식은 미칠 지경이었다. 워낙 다급해서 지난번에 본 유명한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돈이 필요해? 그래, 다 가져라, 이 새끼들아.”
다급한 나머지 지갑에 있는 돈을 꺼내서 던지는 광문식. 무태식은 그런 손을 쳐 내면서 짜증을 냈다.
“이 새끼가 우리를 무신 그지로 아나? 야, 너 이 새끼, 콩밥 좀 먹어 보자.”
“뭐라고?”
“동생, 경찰 불러! 경찰!”
“네, 성님.”
도리어 적반하장으로 경찰까지 부르자 무태식은 어이가 없어서 입을 쩍 벌릴 뿐이었다.
“늦지 않았군요. 다행입니다.”
노형진은 은행의 뒷문으로 들어가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노형진과 최정화가 오면서 본 건 은행 앞 도로에서 경찰까지 불러 가면서 실랑이를 하는 광문식과 유명한 그리고 무태식의 모습이었다.
“어서 들어가서 확인합시다.”
“네, 변호사님.”
잔뜩 기대에 찬 얼굴로 따라 들어오는 최정화. 노형진은 들어가자마자 점장을 찾아서 법원의 명령서를 내밀었다.
“당장 열어 주시기 바랍니다.”
“네? 잠시만요. 아까 담당 변호사님께서 온다고 하셨는데요?”
“그 전에 열어 주십시오.”
“하지만…….”
“법원 명령을 거부하시는 겁니까?”
노형진이 다그치자 약간 곤란한 표정이 된 점장.
“법원 명령입니다.”
노형진이 이번에는 눈앞까지 그걸 들이밀었고 점장은 어쩔 수 없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두 개의 열쇠를 가지고 왔다.
“원래 이 예비 열쇠는 아무 때나 꺼내는 게 아닌데요.”
“법원 명령이라니까요.”
“그러니까 꺼낸 겁니다.”
금고를 빌린 사람이 열쇠를 분실할 때를 대비해서 가지고 있는 예비 열쇠다. 당연히 그걸 섣불리 꺼낼 수 없는 건 당연한 일.
“가시죠.”
점장의 안내를 받으면서 안으로 들어가는 노형진과 최정화. 그때였다.
“기다려! 열지 마! 누구 마음대로 열려는 거야!”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은행 안으로 뛰어들어 왔다. 광문식이었다.
그는 헐레벌떡 뛰어오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유언집행자의 권한으로 열지 못합니다! 그건 사유재산입니다!”
그 말에 노형진은 점장을 바라보았다. 꼴을 보아하니 열쇠를 가지러 가면서 그에게 전화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전화를 받은 그는 다짜고짜 쳐들어온 거고 말이다.
‘쯧쯧…… 안 봐도 뻔하군.’
뒤따라 들어오는 무태식의 얼굴에 붉은 멍이 들어 있는 걸 봐서는 주먹으로 때려눕히고 들어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는 경찰이 함께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불려 왔을 때까지는 그냥 분쟁 정도였는데, 광문식이 무태식을 주먹으로 후려치면서 폭행의 현행범이 되었기 때문이다. 노형진은 비웃음을 날리면서 점장을 노려보았다.
“이거, 각오하고 하고 한 거죠?”
“네?”
“각오하고 한 것이길 빌겠습니다. 저 인간, 지금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데 범죄자한테 정보를 제공했으니까요.”
“네? 그럴 리가…….”
“그렇지 않으면 이 꼴을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그 말에 점장은 사색이 되었다. 진짜로 노형진의 말대로라면 자신은 범죄자에게 고객의 주요 정보를 넘긴 셈이 되고 그거면 점장에서 잘리는 건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멈춰! 열지 마!”
헐레벌떡 달려온 광문식. 그는 헉헉거리면서 금고 앞을 가로막았다.
“이건 월권…… 헉헉…… 이야……. 못 열어…….”
그 말에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왜요?”
“너…… 너 이 새끼?”
호흡을 가다듬던 그는 노형진을 보고 눈이 뒤집혔다. 그동안 이를 바득바득 갈던 원수가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오래만입니다. 그나저나 바뀐 게 없네요.”
그 말에 광문식은 부들부들 떨었다. 그때도 지금도 자신은 뭔가를 감추는 상황이 아닌가?
“저기 비켜 주셔야…….”
점장이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광문식은 비키지 않았다. 그사이 은행 사람들은 너도 나도 금고로 몰려오고 있었다.
“웃기지 마! 못 비켜! 이건 월권이야!”
“월권이 아니라 정당한 권한의 집행입니다. 변호사라는 분이 설마 법원 명령도 못 알아봅니까?”
“개소리하지 마!”
“진짜 못 알아들으시네. 이거 몰라요? 이거?”
노형진은 법원 명령서를 흔들었고 그 뒤로 두 명의 경찰이 다가왔다.
“마침 잘 오셨습니다. 이 녀석 좀 치워 주세요.”
“네?”
“어차피 폭행 현행범 아닙니까? 그리고 법원 명령서의 집행을 방해하고 있지 않습니까?”
“헛소리하지 마! 유산 관리인이자 유언 대리인의 권한으로 절대 못 열어 줘!”
그 말에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이미 기세는 이쪽으로 기울어 그의 노력은 말 그대로 발악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세 가지를 잘못 알고 계시군요. 첫째, 일단 당신은 유산 관리인이 아닙니다. 그냥 고용된 변호사죠. 둘째, 당신은 유언 대리인이 아니라 유언의 공개를 위탁받았을 뿐입니다. 그건 전혀 다르죠.”
“뭐라고? 이 새끼가!”
다시 달려들려고 하는 광문식.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벌써 경찰들이 뭔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뒤에서 그를 꽉 잡았기 때문이다. 노형진은 그런 그에게 다가가서 마지막 말을 했다.
“셋째, 당신이 주장하는 권한들은 정당한 상속권자 앞에서는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아니면 열어서는 안 되는 사유라도 있습니까?”
“이 새끼야! 으아아!”
노형진은 그런 그를 무시하고 점장에게 다가갔다.
“여시죠.”
“네? 아, 네…….”
점장은 떨리는 손으로 첫 번째 열쇠를 열고 그 안에 있는 상자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그걸 금고 안에 놓여 있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어…… 저…… 나갈까요?”
보통은 이런 경우에는 나가야 하며 금고 안에 뭐가 있는지는 자기들끼리 봐야 한다. 하지만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다들 여기 계십시오.”
노형진은 광문식의 행동을 보면서 그가 한 행동에 확신을 했다.
‘그렇다면 증인이 많을수록 좋지.’
그는 천천히 테이블 위의 금고를 열기 시작했고 광문식은 그걸 보면서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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