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844)
트로이의 목마 (6)
막 일어나려고 하던 오광훈은 순간 흠칫했다.
“어이, 김 수사관.”
“네, 검사님.”
“저쪽으로 돌아서 저거 프로판가스가 연결된 걸 찾아봐. 저 미친 새끼들이 가스 가지고 장난 못 치게 해. 무슨 뜻인지 알지?”
“네, 알겠습니다.”
노형진은 안도했다.
다행히 그가 지적하기 전에 오광훈이 먼저 알아서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들어가서 보자, 이 씹쌔끼들아.”
이를 뿌드득 갈고 움직이는 오광훈.
영장은 없지만 일단 긴급체포로 잡아 두고 영장을 청구할 생각이었다.
“생각보다 튼튼해 보이는데?”
여럿이서 다가가는데도 여전히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아무래도 자는 모양이었다.
“문을 부숴?”
“아니, 그럴 필요는 없지.”
“그러면?”
“일단 한쪽으로 몰자고.”
오광훈은 수사관들을 보며 말했다.
“저런 별장들은 창문이 많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야.”
***
오초진은 누군가 문 두들기는 소리에 힘들게 일어났다.
산속에 있으니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냥 술만 먹고 자는 게 일상이었기 때문에 누군가 찾아온 게 낯설었다.
쾅! 쾅! 쾅!
“누구야? 씨발.”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는 왠지 불안한 기분이 들어 동료를 흔들어 깨웠다.
동료는 일어나자마자 상황을 알아채고는 옆에서 시퍼런 칼을 꺼내 들었다.
쾅! 쾅! 쾅!
다시 울리는 문 두들기는 소리.
“누구냐고, 이 씨발 새끼야!”
“룸서비스다, 이 좆같은 놈들아.”
“룸서비스?”
“그래! 검찰청에서 아주 특급으로 날아온 룸서비스다. 문 열어, 이 새끼들아!”
한적한 숲속을 쩌렁쩌렁 울리는 오광훈의 고함 소리.
검찰청이라는 말에 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영장 있어?”
“영장은 문 열고 확인해!”
오초진은 동료를 쿡 찔렀다.
“튀자.”
“뭐?”
“딱 보면 몰라? 영장이 있었다면 벌써 문 부수고 들어왔어. 없으니까 저러는 거야. 그러니까 일단 튀자.”
“어디로?”
“뒷문 있잖아.”
정확하게는 별장의 뒤로 난 커다란 창문이다.
뒤쪽 화단으로 나가기 위한 창문으로, 전면이 전부 창이었다.
“그쪽으로 튀자.”
동료는 고개를 끄덕거렸고, 그들은 다급하게 그쪽으로 향했다.
그들은 거기에 쳐진 커튼을 열고 스윽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역시나 없군.”
영장이 없다면 집을 포위할 이유가 없다.
그러니 당연히 여기까지 감시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들은 문을 열고 후다닥 튀어 나갔다.
그 순간 들리는 고함 소리.
“지금! 당겨요!”
그들은 멈추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들의 몸이 허공을 휙 하고 날더니 그대로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곳에 숨어 있던 수사관들이 발목 위치에 설치해 놓은 끈을 잡아당긴 것이었다.
그들은 그 끈에 걸렸고 말이다.
“이런 씨발.”
오초진은 다급하게 칼을 꺼내 들고 저항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그의 얼굴이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돌아갔다.
“이 새끼들이 어디서 장난감을 꺼내!”
수사관이 먼저 그들의 얼굴을 후려친 것이다.
그 순간 앞쪽에 있던 수사관들이 우르르 몰려왔고, 몇몇 사람들은 안쪽으로 들어가서 혹시나 숨어 있는 놈들이 있는지 찾기 시작했다.
“잡았다, 이 새끼들.”
오광훈은 얼굴이 벌써 퉁퉁 붓기 시작한 오초진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우리 아주 진지하고 즐거운 대화 좀 하자, 이 새끼들아.”
물론 그 대화가 오광훈에게만 즐거울 거라는 것은 그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확실한 사실이었다.
***
그들을 잡고 나자 이야기는 갑자기 빠르게 진행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자들은 그들에 대해 알고 있었고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잡히고 사장이었던 박근태에 대한 진술이 나오기 시작하자 모든 죄가 낱낱이 드러났다.
“결국 박근태 그놈이 주범이었네.”
시신을 찾기 위해 다시 돌아온 산속.
그곳에서 경찰들이 온 산을 닥치는 대로 파내고 있었다.
예상대로였다.
박근태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그런 수법을 배웠다.
그걸 현대에 맞게 고쳐서 적용하고 중국에서 투자받아서 가게를 차린 다음, 몇 년 동안 여자들을 붙잡아 두고 강제로 성매매를 하게 만들었다.
“미친놈들이야, 진짜.”
오광훈은 혀를 내둘렀다.
그들은 치밀했다.
여자를 데리고 오면 마약을 주사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거기에 중독되게 해서 마약을 받기 위해 뭐든 하게 만드는 상황, 그러니까 조직원에게 자발적으로 성 상납을 하는 상황이 되어서야 술집에 투입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그때쯤 되면 마약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도와 달라는 소리도 하지 못했기에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피해자는 얼마나 나왔어?”
“지금까지 스물여섯 명. 진술대로라면 아직 열네 명 남았다.”
범인들은 그렇게 소각한 시신을 집 주변의 산에다가 묻었다.
그 산은 사유지이니 누구도 뒤지 못할 테니까.
거기에다 땅을 깊숙하게 파고 묻어서, 누군가 우연히 찾을 수 있을 가능성도 없었다.
“이번 일로 강남 쪽 업소들이 난리 났다면서?”
“뭐, 당분간이겠지.”
언제나 그랬다.
강남은 수십 년간 성매매의 중심이었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노형진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오광훈 검사.”
오광훈과 노형진이 그렇게 온 산을 수색하던 중 윤영지가 다가왔다.
“어쩐 일입니까? 이쪽은 제가 담당하는 줄 알았는데.”
“현장검증 왔어요.”
“현장검증요?”
“위에서는 그림이 나오기를 원하니까요.”
“쯧.”
하긴, 사람을 죽이고 그 시체를 자기들이 만든 사설 소각로를 이용해 태워서 묻어 버린 놈들이다.
현장검증해서 쓸 만한 사진을 기자들에게 뿌리면 검찰의 이미지가 좋아질 것이다.
“이번에는 한 방 먹었어요. 작고 귀찮은 잔챙이를 나한테 던져 주고 큰 놈은 당신이 잡았네요.”
“사장이 주범인데 잔챙이는 아니죠.”
“하지만 그림은 당신이 다 한 걸로 나오잖아요?”
“그럼 아니었나요?”
오광훈의 천연덕스러운 말.
그 말에 윤영지는 헛웃음을 웃었다.
“핫핫, 진짜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네요. 다음번 대결 기대할게요.”
그리고 그녀는 다시 아래쪽에 있는 별장으로 내려갔다.
노형진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다가 말했다.
“아주 정분나겠다, 그냥. 무슨 소년 만화 클리셰냐?”
그러자 오광훈은 갑자기 부르르 떨었다.
“아이고, 무서운 소리 하지 마라. 나 저런 여자 딱 질색이다.”
그 모습에 노형진은 그냥 피식 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