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883)
본질의 이면 (5)
***
“쉿, 조용. 아무도 없지?”
세 사람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모텔의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곳에 있는 세 대의 차량.
“이걸 태우고 가면 되는 거지?”
“그래. 어차피 다 타면 문제가 될 게 없으니까.”
“빨리 불붙이고 튀자. 재수 없게 걸리지 말고.”
세 사람은 차량에서 기름통을 꺼내서 기름을 사방에 뿌리기 시작했다.
이내 주차장에는 기름 냄새가 꽉 찼고, 그들은 주차된 차량에서 마치 도화선처럼 길게 기름으로 길을 만들었다.
“빨리 붙여. 해 뜨면 나오는 농부라도 있을지도 모르니까.”
“오케이.”
그들 중 한 명이 품에서 라이터를 꺼내서 기다란 기름 길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그 기름 길을 따라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하는 불.
“오케이, 됐어! 가자!”
그들이 막 그곳을 나가려고 하는 그때, 갑자기 ‘드르륵’ 소리가 들리더니 ‘쿵!’ 하고 입구가 막혔다.
“뭐…… 뭐야?”
“뭐긴 뭐야, 함정이지.”
갑자기 내려진 셔터 너머로 오광훈이 나타나 미소 지었다.
“넌 뭐야!”
“뭐긴 뭐야? 오광훈 검사지.”
“검사?”
“그래, 이 새끼들아. 너희들을 현주 건조물 방화 및 방화 살인으로 체포한다.”
“뭐라고?”
세 사람은 다급하게 나가려고 입구에 설치된 셔터를 흔들었다.
그사이에도 불은 점점 번지고 있었다.
“빨리! 불 꺼! 빨리!”
“아악!”
“차…… 차! 차에 옮겨붙었어!”
기름을 타고 점점 퍼지는 불길은 그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광훈은 그들에게 셔터를 열어 주지 않았다.
“이 새끼들아, 사람을 죽이고 너희들은 멀쩡할 줄 알았냐?”
“무슨 개소리야! 우리는 사람 안 죽였어!”
“그런데 여기에 왜 왔어? 여기 그 관련 증거가 다 있는 거 알거든?”
막 옷을 벗어서 어떻게든 불을 끄려던 남자들의 시선이 가운데에 있는 남자에게 향했다.
“대…… 대장?”
“이거 뭔 소리야?”
“모…… 몰라, 씨발.”
“모르기는 개뿔.”
오광훈은 피식 웃었다.
“이미 여기가 아지트인 게 밝혀졌는데, 너희가 이곳을 태우러 왔다. 거기에다 기름을 이용한 방화? 수법까지 똑같다면 뻔한 거 아냐? 너희들이 ‘범인’이라는 거지.”
대장이라 불린 남자는 아차 싶었다.
“아니야! 진짜로 아니야!”
“아니긴. 너희 세 명은 전부 사형이야. 무슨 소리인지 알지? 사망자가 서른 명이 넘는 사건이야. 살기는 힘들 거다.”
그러자 셔터에 매달려서 다급하게 외치는 사내들.
“아니야! 아니라고! 우리는 돈을 받고 여기만 태우라고 부탁받았단 말이야!”
“진짜예요! 우리는 흥신소를 하는 잡범일 뿐이에요!”
“제발 꺼내 주세요!”
“죄를 불어!”
“진짜예요! 우리는 돈 받고 불 지르라는 부탁을 받았을 뿐입니다!”
불이 점점 커지자 세 사람은 다급하게 매달리며 울부짖었다.
“그걸 어떻게 믿어?”
“진짜입니다. 누가 시켰는지 압니다. 돈도 커피숍에서 받았어요. 며칠 안 되었으니까 거기에 카메라도 있을 거예요! 제발, 꺼내 줘요! 아악, 불이……!”
빠르게 말하던 한 명이 등 뒤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뒤를 돌아보고 비명을 질렀다. 어느 틈엔가 커진 불이 그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진짜야? 너희가 죽인 거 아냐?”
“저희는 그냥 잡범이라고요! 제발 믿어 주세요. 다 불게요! 다 불 테니까 문 좀 열어 주세요!”
오광훈이 피식 웃더니 뒤쪽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갑자기 천장에서 엄청난 가루가 쏟아지면서 불이 꺼졌다.
“콜록, 콜록.”
“이게 무슨…….”
“뭐긴. 너희가 함정에 빠졌다는 거지.”
노형진은 이미 그 안에 화재 진압을 위한 분말소화 시스템을 깔아 둔 상태였다.
그리고 주차된 차량들 역시 원래 있던 차량이 아니라 중고차 시장에서 가지고 온 동일한 모델의 차량이었다.
“이미 증거는 다른 곳으로 넘어가 있다, 이 새끼들아.”
그렇게 말한 오광훈은 셔터를 열고 세 사람을 끌어냈다.
“자, 우리 자세하게 이야기 좀 해 볼까? 후후후.”
***
-놔! 놓으라고! 이 개 같은 새끼들아! 놔! 내가 누군지 알아! 다 죽일 거야! 죽일 거라고!
“지랄을 한다.”
오광훈은 국밥을 입에 밀어 넣으며 말했다.
TV 화면에는 끌려 나오는 곽주혜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끌려 나오는 부모와 달리 있는 대로 발광하는 중이었다.
“사형은 확정된 거니 저러겠지요.”
윤영지는 그렇게 말하면서 돼지국밥을 스윽 밀었다.
“그나저나 이건 진짜 못 먹겠어요.”
“어허! 돼지국밥 못 먹으면 스타 검사 못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윤영지는 스타 검사 대열에 합류하기로 했다. 어차피 노형진과 오광훈 측에 서기로 한 것, 제대로 해 보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갑자기 오광훈이 대뜸 말을 놓기 시작했다. 자기는 대선배니까 말을 놓아도 된다나 뭐라나?
몇 번이나 만났다고 멋대로 말을 놓는 게 어이가 없었지만, 워낙에 마이페이스인 사람이라 윤영지는 일찌감치 포기해 버렸다.
하지만 그가 권한 돼지국밥만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니, 하필이면 왜 돼지국밥이에요? 설렁탕 같은 것도 있잖아요.”
“설렁탕은 코렁탕이 생각나서 안 돼. 이게 다 이미지 관리야.”
노형진은 피식 웃으며 메뉴판을 건넸다.
사실 돼지국밥은 특유의 냄새 때문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은 먹는 게 힘들기는 하다.
“여기 다른 메뉴도 있으니 먹어 보세요. 설렁탕도 있습니다. 너도 텃세는 좀 그만 부리고.”
“쳇, 신입 교육은 내가 해야 하는데.”
“웃기고 자빠졌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아신 거예요?”
“당연한 거 아닙니까? 당장 검사가 바뀌면 일단 증거부터 없애야 하는데.”
예상대로 윤영지 다음으로 사건을 담당하게 된 사람은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다.
문제는 증거다.
당장 윤영지에게 증거가 발견된 이상 그걸 처분해야 한다.
“그러니 누구든 보낼 거라 생각했죠.”
그리고 증거가 거기에 있으니 그걸 태우는 걸 촬영하면, 그 영상을 기반으로 그에게 방화 살인을 뒤집어씌우는 게 노형진의 계획이었다.
“자기가 사형당하고 싶지 않으면 누가 시켰는지 다 불게 될 테고.”
실제로도 세 사람은 방화 살인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급하게 누가 시켰는지 말했고, 결국 곽주혜의 부모가 시켰다는 게 드러났다.
“그쪽을 조사하면 당연히 곽주혜가 나올 테니까.”
더군다나 노형진은 아예 그 건물을 통째로 사고 촬영까지 다 해 둔 상태라 벗어날 방법도 없었다.
“차량 안에서 증거도 나왔고 말이지.”
이미 그 안에서는 곽주혜의 지문과 유전자까지 다 나왔다.
그래서 그곳을 찾았다고 했을 때 갑자기 그쪽이 다급하게 변한 것이다.
“아마 그 소식을 듣고 곽주혜가 부모에게 도움을 청했을 겁니다.”
만일 정상적인 부모라면 곽주혜를 설득해서 자수시켰을 테지만 애석하게도 그들은 정상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렇게 함으로써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구요.”
“혹시 원래 목적이 그거였어요?”
윤영지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거였는데 역시나였다.
“일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요.”
“헐.”
만일 여기서 곽주혜를 잡거나, 전말을 알게 된 가족들이 곽주혜를 자수시킨다면 상황은 좀 달라진다.
곽주혜를 잡으면 곽주혜가 저지른 범죄의 피해를 복구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을 자수시킨다면 어찌 되었건 정의는 지켜지겠지요.”
그들의 가족이 자수시킬 만큼 정상적인 집안이라면 더 이상의 책임을 묻는 것은 봐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 대신에 불을 질러서 증거를 태우려고 했다.
“그 말은 종범이라는 소리죠.”
종범 또는 방조범은 사건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거나 그걸 은닉하기 위해 움직이는 자들을 말한다.
다만 이런 경우는 곽주혜의 가족들이기 때문에 형사적 처벌은 면제되기는 하지만.
“그렇지만 민사적 책임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죠.”
즉, 최소한이기는 하지만 유가족들에게 돈을 청구할 권리가 생긴다는 걸 의미한다.
“진짜 치밀하시네요.”
윤영지는 혀를 내둘렀다.
사실 현장에서 조사했다면 곽주혜는 쉽게 잡혔을 것이다.
조사 결과, 그 안에 있는 기름통에서는 그녀의 지문이 나왔고 그녀의 머리카락 역시 차 안에서 나왔으니까.
그리고 차량은 현장에서 운행한 CCTV 기록이 나오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노형진은 살짝 정보를 흘림으로써 손해배상까지 받을 수 있게 한 것.
“이게 ‘우리의 방식’입니다.”
노형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