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898)
추적 개시 (4)
“어디 한번 쏴 봐, 이 짭새 새끼들아.”
경찰은 쏘지도 못하고 그저 그 자리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
“멍청한 것도 정도가 있지, 폭탄 테러범을 무슨 잡범처럼 잡으려고 합니까!”
오광훈은 길길이 날뛰었다.
“아니, 그게…… 우리 경찰도 나름 노력을…….”
“남자 세 명이 보란 듯이 눈짓을 주고받으면서 슬금슬금 다가가는 게 노력입니까? 네?”
상황은 최악이 되었다.
경찰과 조종준은 아이와 폭탄을 사이에 두고 대립하고 있었다.
다른 스위치는 분명 가방에 있다.
아무리 조종준이 빠르다고 해도 그 안에서 그걸 찾아서 꺼내는 속도보다는 권총이 더 빠를 수밖에 없다.
“차라리 쏴 버리는 게…….”
“왜요? 애가 터져 나가는 걸 전국에 생중계하려고요?”
“…….”
조종준은 그 상황에서 방송국을 불러 달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현장의 모습을 그대로 생방송으로 내보내라고 하고 있는 상황.
“실패하면 애가 폭탄하고 같이 터져 나가는 거고, 성공해서 머리만 날려도 범인의 대가리가 터져 나가는 게 전국에 생중계되는 겁니다.”
“…….”
“어느 쪽이든 유명해진다는 그의 계획은 성공하겠지요.”
노형진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쉬었다.
“병신 같은 짓을 해도 유분수지.”
“변호사가 사건에 끼어드는 건 좋지 않습니다.”
경찰서장은 노형진의 말에 발끈하면서 말했다.
노형진은 어이가 없어서 한 소리 했다.
“그러면 여기서 폭탄으로 한 천 명쯤 죽어 나자빠지면 좋겠네요? 그쵸?”
그러자 경찰서장은 불편한 기색으로 시선을 돌렸다.
“크흠…….”
“병신같이 일도 제대로 안 하니까 일이 이 지경이 된 거 아닙니까?”
대치 상태에서 돌아온 경찰의 말은 기가 막혔다.
서장이 강제로 투입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그 범인을 잡고 서장이 승진하기 위해서였다.
“왜, 아예 경찰한테 같이 폭사하라고 하지요? 그러면 딱 두 명만 죽고 끝났을 텐데. 경찰하고 그 범인하고.”
“크흠…….”
“정신 나간 짓거리를 할 생각은 있고 수습할 생각은 없으면 입 좀 닥치고 있죠.”
노형진은 진짜 열 받아서 서장을 밀어붙였다.
서장만 아니었다면 순식간에 끝났을 일이다.
주파수는 이미 막아 놨으니 자연스럽게 연기하면서 조종준을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저거 어쩌냐? 그냥 두면 진짜 자폭할 기세인데.”
“자폭하고도 남아. 저놈은 오로지 이름을 남기는 것 하나에 매달리는 놈이야.”
“으음…….”
생방송을 요구한 것도 자신이 유명해지기 위해서다.
“이거 그냥 가짜로 할 수도 없고.”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
하지만 조종준은 다른 핸드폰을 요구해서 DMB를 보고 있다.
심지어 그 핸드폰으로 랜덤하게 전화해서 방송 중인 장면을 설명하라는 협박도 하고 있다.
“저거 설득으로 될까?”
“안 됩니다.”
그 순간 임시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는 두 남자.
그들은 프로파일러와 네고시에이터, 즉 협상 전문가였다.
“현실적으로 프로파일상 그는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겁니다.”
프로파일러는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소개부터 해야겠네요. 프로파일러인 남궁진석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네고시에이터인 우진송입니다.”
“노형진입니다. 그런데 협상이 안 된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남궁진석이 한숨으로 대답했다.
“그의 최종 목적은 유명해지는 겁니다. 그 이후는 중요한 게 하나도 없지요. 도리어 감옥에 가서 잊혀 가는 걸 더 두려워할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요?”
“감옥에 가서 천천히 잊히는 것보다는 최고일 때 죽겠다, 그게 저런 놈들의 생각이죠.”
즉, 협상을 통해 항복을 유도할 방법이 없다는 거다.
오광훈은 혀를 끌끌 찼다.
그의 입장에서는 진짜 참신하게 미친놈이었으니까.
“가족을 이용하는 건요? 가족이 다 죽긴 했지만 친척은 있을 거 아닙니까?”
“도리어 역효과일 겁니다.”
대답은 네고시에이터인 우진송이 했다.
“그 미친 이유를 이제야 알았거든요.”
조종준이 유명해져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자신의 가족의 죽음이었다.
그 죽음으로 인해 조종준의 멘탈이 나갔다.
“장례를 치르고 대판 했습니다. 친척들이 가족들의 돈을 빼앗기 위해 소송을 걸었더군요.”
“미친놈들.”
상식적으로 자기 형제나 자매가 죽으면 장례를 치르고 조금이라도 도와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조종준의 친가도 외가도, 관심을 가진 건 오직 조종준에게 넘어갈 재산이었다.
“심지어 큰아버지는 조종준이 정신이상이라고 주장하면서 정신병원에 넣으려고 했더군요. 결과적으로 재산의 70% 정도를 친척 중 한 명이 가지고 갔습니다.”
“70%나요?”
“네. 그런데 그 사람이 누군지 아십니까?”
“누군데요?”
“조장백입니다.”
“조장백? 잠깐, 그 조장백요?”
“네.”
다들 조장백을 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한때 이름을 날렸던 유명 교수였으니까. 장관 후보로 언급되기도 했다.
다만 안 좋은 구설수 때문에 낙마했지만.
그런데 그가 한때 이름을 날린 이유는 집에서 화재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일가족이 모두 화재로 사망했는데, 그 이유가 바로 프로판가스 폭발이었다.
별장에 갔다가 그곳에 있던 프로판가스통이 터져서 사망한 것.
“그 당시에는 그냥 사고라 생각했지만…….”
“사고는 아닌 것 같죠?”
사망 시기가 대략적으로 조종준의 실종 시기와 비슷하다.
‘하긴……. 그때 폭탄을 썼다면 알 수가 없었겠지.’
폭탄이나 프로판가스나 폭발의 효과는 비슷하다.
그리고 한국 경찰은 이런 폭탄 테러에 대해 거의 의심하지 않을 테니까.
“설마?”
“네, 그 설마가 문제입니다.”
조장백은 법조계에서 유명한 교수였다.
심지어 판결을 내린 판사조차도 조장백의 제자였다.
“판결문을 입수했는데…….”
노형진은 판결문을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봐줄 만해서 봐준다는 말만큼이나 어이가 없네요.”
물론 이건 좀 노골적인 표현이지만, 실제로 판사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그딴 식의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
“보아하나 조장백이 그 아버지의 채권을 가짜로 만들어서 소송을 건 모양인데.”
그나마 양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70%만 요구했고, 조종준이 그 채권의 조작을 주장했지만 판사는 ‘이름 있는 학자로서 그럴 이유가 없다.’라는 판결을 내려 버렸다.
“유명해져야 한다라…….”
이게 원인이 된 게 분명했다.
자신의 가족들이 자신 때문에 죽었다.
최소한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 상대방이 유명하다는 이유로 재산까지 빼앗겼다.
“막나가게 생겼네.”
오광훈은 그걸 받아서 보다가 서류를 툭 던졌다.
“나 같아도 저 새끼 죽였겠네. 물론 다른 사람은 안 엮겠지만.”
“돌겠네, 진짜.”
이런 상황이라면 조종준은 절대로 살 생각이 없을 것이다.
“해결책은 없습니까?”
“일단 상부에서는 저격을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생중계하면서요?”
“저격 직전에 중계를 끊을 겁니다.”
그나마 최선이 그 정도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쉬울까요?”
노형진은 솔직히 부정적이었다.
그는 군필이다. 당연히 저격에 대해 경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저격 각이 나오기는 합니까?”
“그게 문제입니다.”
조종준은 저격을 피하기 위해 화장실 안으로 아이를 끌고 들어갔다.
화장실은 창문이 작기 때문에 저격 각이 안 나온다.
“폭탄 가방도 놓고 간 걸 보면 분명 아예 거기서 끝장 볼 것 같은데.”
즉, 살아서 나올 가능성이 없다.
“그나마 안쪽이 보이기는 하는데…….”
방송국에서 조종준의 요구에 따라 카메라를 설치해서 중계하는 중인지라 위치는 확인되지만 저격을 하기 위한 각도는 안 나오는 게 사실이다.
“벽의 두께는요?”
“두껍습니다. 난방비를 아껴야 하니까요.”
“환장하겠네.”
원래대로라면 노형진은 이런 상황에서 뒤로 빠져야 한다.
그런데 경찰의 병신 같은 행동 때문에 일이 제대로 꼬였다.
“가스를 통해 재우는 건 어때? 전에 써먹었잖아?”
“그러면 저놈이 저 버튼을 누르겠지.”
그때는 다들 자는 시간이었고 졸린 게 문제가 될 일이 없는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잠들면 제압당할 걸 뻔하게 아는데 멍하니 정 줄 놓겠냐?”
이상하다 싶은 순간 그냥 버튼 누르고 모조리 날려 버릴 게 뻔하다.
“검찰에서는 저격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노형진은 코웃음을 쳤다.
“왜 그런지 두 분 다 아시죠?”
“으음…….”
지금 검찰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핀치에 몰려 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실수로 애가 죽으면 그 욕은 그대로 경찰이 먹는다.
“아마 검찰 내부에서는 구출 작전이 실패하기를 원할 겁니다.”
그래야 경찰이 욕을 대신 먹을 테니까.
더군다나 서장의 멍청한 행동으로 인해 모든 사람들에게 경찰이 찍혀 있는 상황.
“거기에다 경찰 특공대가 저격할 테니까.”
실패하면 모든 책임은 경찰에게 있는 것이다.
문제는 실패 확률이 너무 높다는 것.
일격에 안 죽어도 자폭이고, 빗맞아도 자폭이다.
최악의 경우는 아이가 맞을 수도 있다.
아니면 폭탄에 맞거나.
“뭘 해도 경찰이 욕먹겠지.”
노형진은 비웃음을 날렸다.
실제로 지금 이곳에 있는 검사는 오광훈 한 명뿐이다.
방금 전 오광훈에게 연락이 왔다, 총책임자로 선임하겠다고.
현장에 있으니 응급 대응으로 볼 수도 있지만 잘못되었을 때는 오광훈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기도 좋다.
“현 상황에서 구할 방법이…….”
위치도 그렇고 모든 상황이 좋지 않다.
노형진은 잠깐 고민하다가 문득 좋은 생각을 떠올려 냈다.
사실 이건 미친 짓에 가깝다.
아니, 미친 짓이다. 지금까지 문제를 이렇게 해결한 사람은 없었다.
“차라리 말입니다, 대놓고 밀어주는 건 어떨까요?”
“대놓고 밀어주자고요?”
“네. 어차피 현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 않습니까?”
“강제 돌입을 하는 건 무리죠.”
화장실 입구야 뻔하다.
그곳에 강제 돌입하라는 건 결국 조종준의 집에서 당한 일과 똑같은 일을 벌이라는 소리다.
“그러니 차라리 그를 유명해지게 만들죠.”
“유명하게?”
노형진은 오광훈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래. 그와 인터뷰를 하는 거지.”
모두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
조종준은 자신이 유명하지 않아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원래부터 제정신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
세상에 억울하다고 폭탄마가 되는 사람은 없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미친놈이라고 해도 결국 자기 합리화를 한다.’
그게 노형진의 생각이었다.
그는 폭탄마로서 수많은 사람들을 눈도 깜짝하지 않고 죽였다.
오로지 유명해지기 위해 말이다.
‘그 기반에는 유명해짐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사건을 키워서 복수하고 싶은 감정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게 노형진의 판단이었다.
프로파일러인 남궁진석이 동의했고, 그래서 계획은 준비되었다.
“왜 하필 나인지…….”
오광훈은 한숨을 푹 쉬었다.
프로파일러도 아니고 그렇다고 네고시에이터도 아닌 자신이 검찰을 대신해서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이다.
“이유야 이해가 가지만.”
오광훈은 눈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돌렸다.
노형진은 긴장한 표정으로 오광훈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들어가란 소리다.
“그래, 씨발. 한 번 죽지 두 번 죽겠냐……. 아니, 벌써 죽었었구나.”
오광훈은 천천히 건물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미 메가폰을 통해 조종준과 이야기해 둔 상태라 들어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짭새 나리가 여기까지 와 주시고, 아주 고마워.”
“짭새라니? 난 짭새가 아니야. 검새나 떡찰이라고 불러 주면 고맙겠는데.”
“킥.”
오광훈의 말에 조종준은 웃음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