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905)
진실 추적자 (1)
노형진이 가장 먼저 찾아간 이는 다름 아닌 홍안수의 지도 교수였다.
분명 홍안수와 관련해서 그가 스파이라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내가 주한 일본 외교관에게서 읽은 기억이 있지.’
그 기억에 따르면 홍안수는 일본에서 대학에 재학하던 중 추천을 받아서 일본의 스파이가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 답은 뻔한 거지.’
일본인 중에서 누가 그를 스파이로 밀어줄 수 있을까?
지금도 한국인에 대한 대우는 아주 낮은 게 일본이다.
홍안수가 일본에서 배울 때는 한국은 전형적인 개발도상국이었고 일본은 이미 선진국이었다.
당연하게도 그 당시 한국인에 대한 대우는 낮았고, 그런 한국인을 유심하게 살피면서 이 사람이 일본에 도움이 될 자인지 판단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단 한 사람 빼고.
“류마 겐지라고 합니다.”
노형진에게 사람 좋은 미소를 보내는 노신사.
“노형진입니다.”
노형진은 류마 겐지의 손을 잡으며 웃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류마 겐지 교수님.”
반가운 척하는 노형진이지만 사실 하나도 반갑지 않았다.
‘류마 겐지. 나랑 있는 것 자체가 불편하겠지.’
류마 겐지는 일본에서도 상당히 소문난 극우파 중 한 명이다.
그는 일본의 한국 발전설을 지지하는 세력 중 한 명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문과 교수임을 이용해서 한국어가 일본에서 넘어갔다고 주장하는 정신 나간 학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물론 근거는 없다.
‘결정적으로 홍안수의 지도 교수지.’
아마도 그때는 젊고 혈기 넘치는 교수였을 것이다.
‘중요한 건 그가 홍안수를 자기 제자로 받았다는 거야.’
사실 홍안수를 추적하기로 했을 때 그 부분이 가장 문제였다.
시작점을 언제로 잡을 것인가?
하지만 그가 일본에서 받은 혜택을 생각하자 답이 나왔다.
‘극우 세력의 일본 교수가 한국인을 자기 제자로 받아?’
그건 말도 안 된다. 그것도 그 시절에?
어떤 목적이 있지 않고서야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홍안수는 원래부터 친일파로 유명했다고 하니.’
애초에 홍안수의 집안 자체가 매국노 집안이다 보니 그들은 일본을 위해 뭐든 하려고 하는 성향이 강했다.
그 당시 일본에서 같이 공부한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성공에 대한 욕심이 과해서 일본에서 자리 잡기 위해 뭐든 하려고 했다고 한다.
‘사실 그게 그 당시에는 너무나 당연했고.’
마치 지금의 한국과 동남아 국가처럼, 그 당시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어마어마해서 환율의 차이가 극심했다.
그 당시에 한국에서는 기껏해야 몇만 원 받는 월급을 일본에서는 편의점에서만 일해도 수십만 원 받을 수 있었고, 일본에서 돈을 벌어서 한국에다가 집을 사고 땅을 산 사람들의 소문이 사방에 있었다.
더군다나 홍안수가 맨 처음 일본으로 올 때 한국은 여행 자유국이 아니었다.
한국이 여행 자유국이 된 것은 1983년이었다.
그마저도 50대 이상의 성인이 기준이었고 국가에 200만 원을 맡겨 두고 나가야 했다.
그 당시에 일반적 월급이 20만 원이었으니 거의 1년 치 수익을 맡겨야 했던 것이다.
모든 사람의 여행 자유화가 된 것은 1989년이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에 남고 싶다면 뭐든 했겠지.’
그리고 그걸 캐치하고 스파이로 추천한 것이 바로 이 사람 류마 겐지일 것이다.
그가 아닌 그 누가 한국이라는 가난한 나라에서 온 사람에게 관심이나 가졌겠는가?
그래서 노형진은 류마 겐지를 표적으로 삼았다.
“그래서 무슨 일입니까? 그 유명한 마이스터의 대변인이 일개 학자를 찾아올 이유가 없을 텐데요?”
명백하게 비꼼으로 가득한 질문이다.
‘뭐, 애초에 좋게 끝날 거라고 기대도 안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극우 교수다.
거기에다 국가에 스파이까지 추천해 줄 정도의 인맥이 있는 놈이 제대로 대답해 줄 리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노형진은 애초부터 강하게 나가기로 마음먹고 왔기 때문에 눈짓했다.
그러자 노형진의 등 뒤에 있던 경호원이 류마 겐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다짜고짜 그를 붙잡고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뭐…… 뭐 하는 짓이냐?”
“뭐 하는 짓이냐고?”
노형진은 웃으면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일이 이렇게 된 거, 어차피 막나가기로 한 이상 사정을 봐줄 이유가 없다.
“류마 겐지, 홍안수를 일본 정부에 스파이로 추천해 준 자.”
“뭐…… 뭔 소리야!”
“내가 모를 거라 생각하나? 교수라서 그런가? 미다스의 정보력이 세계 제일이라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나 보군.”
그 말에 류마 겐지의 눈빛이 눈에 띄게 흔들렸다.
“간단하게 말하지. 홍안수가 일본의 스파이라는 증거, 그리고 그걸 포섭한 실무자와 관련자 명단을 내놔.”
“헛소리하지 마! 난 그런 거 몰라!”
류마 겐지는 당연히 거칠게 저항하며 대답하지 않았다.
하긴 노형진은 이미 공식적으로 류마 겐지를 방문했다. 그런 만큼 그의 입장에서는 노형진이 설마 무슨 짓을 저지를 리는 없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그럴 수도 없고 말이다.
‘물론 내 능력을 빼면 말이지.’
사이코메트리를 이용해서 류마 겐지에게서 정보를 빼내는 것이 노형진의 목적이었다.
“내가 모를 것 같아? 다 알고 온 거야, 류마 겐지. 다만 증언과 증거가 필요할 뿐이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나는 홍안수라는 사람 몰라!”
“아무리 그래도 모른다는 건 아니지. 얼마 전에 방송에 나가서 한국을 씹었잖아? 그런 사람이 홍안수를 모른다고? 현 한국 대통령을? 거짓말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모른다니까.”
“그래?”
노형진은 씩 하고 웃었다.
“사노 유지는 이야기가 다를 것 같던데?”
“뭐?”
“자네가 홍안수를 소개해 준 일본의 정보부 요원 아닌가? 그 녀석에게 홍안수를 넘기면서 한국에 스파이로 파견하기로 이야기했잖아.”
류마 겐지는 입을 다물었다.
이건 진짜 생각도 못 한 말이었으니까.
물론 노형진은 단서 하나라도 더 알아내기 위해 계속 그를 흔들었다.
“그때 그랬다며? ‘머리가 좋은 놈입니다. 제대로 훈련만 시키면 우리가 미래에 한국을 지배하게 될 핵심적인 인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이미 다 알고 왔다니까, 류마 겐지. 그런데 미안해서 어쩌나? 거기까지 온갖 고생을 하면서 홍안수를 올렸는데, 우리는 홍안수를 탄핵시킬 거야.”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경호원에게 눈짓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