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91)
그의 마지막 소원은 안당에게 넘어왔고 안당은 그걸 위해서 평생을 노력했다. 하지만 찾지 못했다. 노형진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일단…… 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군요.”
“뭐라고?”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그 아이는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 있습니다. 북한이 아니라요.”
그 말에 조말숙은 너무도 놀라서 자신이 들고 있던 곰방대를 떨궜다. 그렇게 평생을 찾아 헤매던 아이가 한국에 있다니.
‘그러니 못 찾지.’
오로지 북한만 찾아 헤맨 조말숙이었다. 그래서 북한의 브로커에게 몇 억씩 뜯기고는 했다. 하지만 북한에서 아무리 찾아 헤맨다 한들 한국에 있는 사람을 어찌 찾겠는가? 결국은 죽었다고 생각하고 포기한 상황이었다.
“어디냐? 어디에 있느냐?”
노형진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기가 승부처였다.
‘과연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할까?’
자신이 그를 찾았기 때문에 어디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그에 반해 자신은 지금 그녀의 가게인 다안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증거가 필요하다. 문제는 요정에서 벌어진 일은 절대로 문 너머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
“그런 정보를 그냥 드릴 수는 없지요.”
그 말을 하자 아니나 다를까 조말숙은 순간 흠칫하더니 다시 침착하게 곰방대를 잡았다. 그러고는 거기에 담배를 채우고는 불을 붙이고 쭈욱 들이켰다.
“그래, 돈이 필요한 것이냐?”
“아닙니다.”
“그럼 아이들 중에 마음에 드는 아이라도 있는 것이냐?”
“아닙니다. 제가 필요한 것은 고객에 대한 정보입니다.”
“불가.”
“그렇다면 이 인연 역시 끝이지요.”
그 말에 조말숙이 얼굴을 찡그렸다. 수십 년간의 꿈이 바로 코앞에 있는데 노형진이라는 인간이 힘든 조건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네 녀석이 그렇게 말해도 카메라나 녹음기를 설치할 수는 없다. 비록 술집이라고 하나 수십 년을 지켜온 곳이다.”
“압니다. 무슨 비밀을 캐내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사실 비밀을 캐내려고 카메라나 녹음기를 설치할 생각이었다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다. 조말숙의 성격을 알기에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 필요한 것은 그게 아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온 것이다.
“그럼?”
“그날 술에 취해 있다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술에 취해 있다는 증거?”
“그렇습니다.”
“여기서 안 먹은 놈일 수도 있는데요?”
“말숙 님의 힘은 그 정도가 아니실 텐데요.”
그 말에 말숙은 조용히 노형진을 바라보다가 뒤로 물러났다.
“고얀 놈.”
“고얀 놈이라 죄송합니다.”
“내 살다 살다 너같이 뻔뻔한 놈은 처음 봤다.”
“그 말도 많이 들었지요.”
‘특히 여사님한테요.’
자신에게 일을 맡기고도 맨날 뻔뻔하다고 툴툴거린 것이 그녀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노형진을 미워한 건 아니었다. 도리어 친해서 그랬다. 이곳에서는 대부분 그녀의 존재감을 알기 때문에 극도로 조심하기 때문이다.
“이름하고 소속을 적어 두고 가거라. 내 알아보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노형진은 서지우 교수와 직위를 적어 두고 난 후 바깥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이 짓도 못 해 먹겠네.”
여전히 호락호락하지 않은 그녀였다.
“잡을 게 없습니다.”
임진기는 얼굴을 찡그렸다.
“잡을 게 없다니요?”
“너무 깔끔하고 완벽하게 처리해 놨습니다. 이 상태로는 사람이 죽을 이유가 없어요.”
“약학적으로는 말이지요.”
“네, 결국은 그가 완전히 술에 취해서 수술했다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그 말에 노형진은 얼굴을 찡그렸다. 그렇다면 결국 믿을 만한 건 아직도 연락이 오지 않는 그곳뿐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혹시나 나중에 자신이 안 했다고 할 수도 있습니까?”
“그렇지요.”
“그럼 그 책임은 누가 지게 되죠?”
“일단은…… 그 안에 있는 다른 의사가 질 겁니다. 하지만 그라 해도 그것까지 받아들일 수는 없죠.”
“왜죠?”
“그랬다가는 자신의 의사로서의 생명이 끝나니까요.”
의료사고로 사람을 죽인 의사. 그 타이틀은 죽을 때까지 따라다닐 것이고 결국은 개업은커녕 의사 자격이 박탈될 수도 있는 문제다. 그러니 아무리 서지우 교수가 무섭고 지랄한다고 해도 결국은 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다.
‘하긴 애초에 서지우 교수를 무서워하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지.’
서지우 교수가 무서운 이유는 그가 사회적으로 매장시킬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지우 교수가 그 힘을 잃어버리면 누가 그를 편들어 주겠는가?
“결국은 양심선언을 할 테고 실질적으로 그게 그거 한 번으로 끝나지는 않을 겁니다. 아마 한 명이 시작하면 한꺼번에 터지겠죠.”
“왜유?”
유명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번 한 번에 대한 게 아니라 그동안 벌어진 일에 대한 모든 일을 양심선언 한다는 게 그에게는 이해하지 못할 일이었던 것이다. 보통은 사건을 은폐하려고 최대한 적게 말하기 때문이다.
“그건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 때문에 그런 겁니다. 쉽게 말해서 이번 건에 대해서 증언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서지우 교수는 그 증언을 한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고 할 거라는 거죠.”
“아!”
“맞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남은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과연 그 서지우 교수과 반성하고 다시 살아갈까?
아니다. 그런 사람은 반성보다는 자신에 대해서 까발린 그 당시 스텝들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고 할 것이다. 그걸 막기 위해서는 그동안 그가 저지른 모든 일을 터트려서 그가 사회적으로 매장되게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렇기 때문에 서지우 교수는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하는 겁니다.”
그럴 것이다. 서지우 교수가 교수의 자리에까지 올라가면서 그 세계의 규칙을 알지 못할 리가 없고 만일 힘이 빠지면 말 그대로 하이에나처럼 그를 물어뜯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그가 그날 접대받은 것을 증명해야겠군요.”
“하지만 쉽지 않을 텐데요?”
“그럴 겁니다.”
그걸 증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결국 모든 카드는 김말숙에게 달려 있었다.
며칠 뒤 퇴근하는 노형진 앞으로 외제 차 한 대가 나타났다. 그리고 운전기사는 자연스럽게 내려서 노형진에게 문을 열어 줬다.
“어르신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노형진은 그 소리에 잠시 운전기사를 바라보다가 거기에 탔다. 이런 식으로 자신을 부를 사람은 사실상 한 명뿐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노형진이 도착한 곳은 다안이었다.
“오래 걸리셨네요.”
“잡소리가 나오는 건 질색이거든.”
하긴 누가 자신의 뒤를 캐고 다닌다는 것을 알면 서지우가 좋아할 리 없다. 그녀는 구석에 있는 서랍에서 뭔가를 꺼내서 쭉 밀었다.
“이건?”
“왜?”
김말숙이 건넨 것은 다름 아닌 CD였다.
“요즘 시대에 누가 이런 걸…….”
“불만이가?”
노형진은 그 말이 피식 웃었다.
“고얀 놈 같으니라고. 늙은이를 그렇게 고생시키니까 좋드냐?”
그 말에 노형진은 그저 미소만 지었다. 물론 속으로는 절대 웃을 수가 없었다.
‘내가 당신이 찾는 그 사람을 찾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진짜 사회 초년 변호사로서 멋모르고 의뢰받았다가 온갖 개고생을 하면서 찾았다. 나중에야 그 일이 흥신소에서도 꺼려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말이다.
‘뭐, 그래도 그 덕분에 큰 변호사가 되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사건 이후 노형진이 고생한 걸 알아서인지, 아니면 그렇게 노력한 걸 보고 믿을 만한 사람인 걸 알아서인지 조말숙이 적극적으로 그를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시켜 줬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노형진은 아주 빠르게 변호사들의 세계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아는 어디에 있나?”
“일단 확인은 안 해도 되겠지요?”
“내가 사기를 치는 년으로 보이나?”
“아니요. 그럴 리가요.”
노형진은 CD를 가방에 조용히 챙겼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었다.
“어디 있는지는 아는데 쉽지는 않을 겁니다.”
“무슨 소리인가?”
“결국 이걸 넘겨주고 싶은 게 꿈 아닌가요?”
“그분의 꿈이시기도 했으니 내가 이루어야지.”
노형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차피 이제 자신이 간섭할 일은 아니다. 이후의 일은 말자가 알아서 해야 한다. 사실 그것까지 간섭하기에는 자신의 일이 너무 많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분이 있는 곳을 알려 드리지요.”
노형진은 그 장소에 대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술을 먹고 운전은 했지만 음주 운전은 하지 않았습니다 (1)
“이거 확실하지?”
“그렇지요.”
카메라에 나오는 장면은 어떤 CCTV의 장면이었다. 위치상일반적인 방범용이 아니라 개인이 비상용으로 설치한 듯했다.
‘이런 걸 찾아내다니 그 노친네, 역시 만만하게 볼 사람이 아니라니까.’
살다 보면, 특히 법 쪽의 일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좋은 것만 보지는 못한다. 그러다 보니 그쪽 세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노형진이지만 이런 세계에서 힘을 발휘하는 그녀의 힘에 자신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런 어둠의 세계는 일반적인 세계보다 훨씬 남성적 파워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암중에 움직이다니.
“그나저나 이걸로 된 걸까요?”
“아니요.”
“네? 이렇게 완벽한 증거가 있는데도요?”
영상 속의 서지우는 술에 취해서 휘청거리면서 제대로 몸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그 카메라에 찍혀 있는 시간은 수술이 있는 날 새벽 3시 20분. 수술이 있던 시간이 10시 30분 인 걸 감안하면 절대로 정상적으로 수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단 반전할 수 있는 정보는 찾아낸 겁니다. 하지만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의료 소송이 불편한 이유는 그 책임을 우리가 증명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거로는 안 된다고요?”
“이 증거는 그가 술을 먹었다는 증거밖에 안 됩니다. 우리가 찾아야 하는 증거는 그가 수술을 집도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아니면 증언요.”
“이걸 공개하면 자신에게 뒤집어씌워지는 것이 두려워서라도 사실을 말하지 않을까요?”
한광태는 자신의 기대를 말했지만 그 현실을 알고 있는 임진기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전에도 말했다시피 이 녀석이 권력을 다 가지고 있는 이상 아무도 입을 열지 않을 겁니다.”
발동이 걸리면 막을 수는 없지만 그 발동이 걸리기 전까지는 철저하게 그를 보호할 거라는 뜻이다.
“결국은 누군가 격발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등을 돌릴 겁니다.”
“으으윽…….”
만일 그가 힘을 가지고 있다면 누군가 총대를 멜 수도 있다. 실제로도 힘이 강한 경우는 누군가 총대를 메는 대신 감옥에 가는 경우가 많다. 그가 나온 후에도 챙겨 줄 만큼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도 마찬가지로 누군가 총대를 메고 자신이 수술했다고 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일반적인 의료사고는 형사처벌까지 하지는 않는다. 실수까지 처벌하면 사고가 나면 위험한 외과 쪽으로 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서 서지우는 수술 일정이 잡혀 있는 것을 알면서도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셨다. 그리고 그 상황이라면 응당 물러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존심 때문에 끝까지 자신이 수술하겠다고 했다. 결국 이건 실질적으로 업무상 과실치사 정도가 아니라 미필적 고의의 의한 살인, 그러니까 누구 하나 죽어도 나는 상관없다는 생각에서 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이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형사처벌을 받으면 실질적으로 아무리 파워가 강하다고 해도 그 나이대에 더 이상 의사로서 활동할 수가 없게 된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명백한 살인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형사처벌이 따라오면 기본적으로 살인이기 때문에 아무리 사회적인 자리가 높아도 실형은 피하지 못한다. 즉, 누군가에게는 살인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실수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총대를 메도록 할 거라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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