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92)
“그걸 막아야 합니다.”
“어떻게요?”
“그게 문제이긴 하군요.”
“하지만 무슨 수로 그걸 막는다는 거죠?”
그 말에 노형진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미소를 지었다.
“결국 믿음이라는 것은 아주 얇은 유리 같은 겁니다.”
“네?”
노형진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서지우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얼마 전에 자신이 한 실수를 가지고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이 소송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썅놈의 새끼. 쥐뿔도 모르는 새끼가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그 수고를 몰라주고 고소를 해? 사람이 말이야 일하다 보면 술도 먹을 수도 있고 실수도 할 수 있는 거지. 원래 우리나라는 술 먹고 실수하는 건 다 용서해 준는 거 몰라?”
“하모 그렇습니데이.”
유명한은 히죽거리면서 그의 비위를 맞춰 주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왜 점점 이상한 일만 하는 건지 이상하게 생각했다.
‘난 변호사인데 왜 이렇고 있나.’
물론 싫다면 안 하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자기 스스로 그걸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랫것들은 말이야, 결국은 세상을 모르는 천치들이라고.”
“하모예. 선상님 말씀이 맞슴더.”
모 기업의 영업 직원인 척 접근한 유명한이었다. 그는 자신을 영업 직원이라고 소개했는데 그러자마자 서지우는 당연하다는 듯 접대를 요구했다. 그래서 유명한은 그를 데리고 접대라는 것을 하고 있었다.
“우리 약 좀 잘 좀 봐주이소.”
“그럼, 그럼. 내가 잘 봐주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는 서지우였지만 실상 잘 봐줄 생각은 없었다. 사실 접대하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정확하게는 접대는 다 한다. 접대는 자신의 약을 써 달라는 뜻에서 하는 게 아니라 약을 심사할 때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각 제약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접대하는 것이다.
“어머, 오빠, 몸 진짜 좋다.”
“내 몸이 좋지. 으하하하.”
서지우는 아가씨들의 접대를 받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양주, 그것도 레미 마틴은 연신 들이켰다.
“캬, 죽이네.”
“잘 부탁드립니데이.”
“암, 암, 잘해 줘야지.”
사실 이런 룸살롱에서 거나하게 취한 그는 비틀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으…… 가야지.”
“잠시만예. 바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데이.”
“그래그래.”
비틀거리면서 나온 그는 자신의 차로 가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삑’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열었다.
“아이고, 교수님예. 운전하시면 안 된다카예.”
“닥쳐. 운전은 내가 한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비틀거리면서 운전석에 앉았다. 유명한은 몇 번 말리다가 결국 옆자리에 앉았다.
“이러시면 안 되는데예.”
“시끄러워. 내가 운전한다는데 누가 말려?”
그는 비틀거리면서 시동을 걸더니 천천히 그곳을 빠져나갔다. 그런데 그걸 보며 미소 짓고 있는 어떤 사람이 있었다.
“역시 그렇군.”
술을 진탕 먹고 수술하는 인간이 과연 운전을 안 하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그는 술을 먹고도 똥고집을 부리면서 직접 운전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걸 유도한 것은 노형진이었다. 그의 성격상 이렇게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노형진은 유명한을 접근시켜 고의적으로 그가 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가게 했다. 당연히 서지우는 자신이 원하던 곳으로 유명한을 끌고 움직였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차를 가지고 와야 했던 것이다.
“출발했습니다. 준비는 끝났나요?”
“준비 끝났네. 상황은 어떤가?”
“완전히 고주망태입니다. 제대로 운전하는 게 신기할 정도인데요?”
“그래? 알았네. 바로 준비시키지.”
“네, 저도 바로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노형진은 멀어지는 차를 보면서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네놈의 본모습을 낱낱이 드러내 주마. 후후후.”
서지우는 그걸 모른 채 차를 끌고 자신의 집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시 외곽에 있는 신도시로 가려면 아무래도 새로 생긴 도로를 지나야 했다.
이른 새벽이고 또 새로 생긴 신도시다 보니 도로는 썰렁했다. 서지우는 그곳에서 휘청거리면서 운전을 계속하고 있었다.
“역시 운전은 스피드지!”
마구 과속하면서 달리는 그였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으악!”
갑자기 눈앞에 시커먼 물건이 나타났다. 일반인도 피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술까지 취한 서지우가 그걸 피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결국 서지우는 그걸 엄청난 소리와 함께 들이받았다. 워낙 튼튼하게 만든 외제 차인지라 차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서지우는 뭔가를 쳤다는 생각에 술이 깨는 것 같았다.
“내…… 내려서 확인해야…….”
의사로서의 직업정신이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지만 두 손이 핸들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유명한은 그런 서지우를 보고는 잽싸게 내려서 그 물체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기겁했다.
“헉! 뭐, 뭐여! 사, 사람……!”
그 말에 핸들에 머리를 대고 있던 서지우는 어렵게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헤드라이트에 비치는 사람의 두 다리를 보고 정신이 나가 버렸다. 자신이 사람을 쳐 버린 것이다.
“서…… 선생님…….”
“나…… 난 모르는 일이야!”
“네?”
“난 모르는 일이라고!”
서지우는 눈이 돌아갔다. 안 그래도 지난번 소송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 이게 걸리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
“숨을 안 쉬는데예…….”
그 말에 서지우는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척 봐도 사람은 미동도 없었고 주변에는 피가 흥건했다. 수년간의 외과 의사로서의 경험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기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주춤주춤 물러났다.
“난 몰라…….”
“예?”
“난…… 모르는 일이야. 네가 운전했잖아!”
“아니, 선생님, 무슨 말씀이신교! 제가 운전을 했다니예!”
“니가 한 거야 난 몰라! 이거 운전한 사람은 너야!”
그는 주춤주춤 물러나더니 그대로 자신의 집 쪽으로 냅다 뛰기 시작했다. 어차피 집에 거의 다 왔으니 거기에 가서 모든 흔적을 지울 생각이었다.
“선생님예!”
“몰라! 네가 운전한 거잖아!”
냅다 뛰어서 도망가는 서지우.
“선생님예!”
유명한은 그런 그를 따라가는 듯하더니 천천히 속력을 멈추고는 그가 도망가는 것을 그대로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서 차가 있는 곳으로 가서 옆을 향해 소리 질렀다.
“갔어유!”
그 말에 어둠 속에서 나오는 사람들. 그들은 피식 웃으면서 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럴 줄 알았지.”
그들은 쓰러진 사람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거기에 있는 것은 더미, 그러니까 자동차 시험을 할 때 충돌 테스트용으로 쓰는 인형이었다.
“이거 빌려 오기를 잘했네요.”
“아무래도 일반 마네킹은 깨질 테니까요.”
남상주는 다가와서 더미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피식 웃었다. 피범벅이 된 더미 인형은 사람처럼 검은 옷에 검은 양말과 검은 구두까지 전부 검은색으로 통일되어서 어둠 속에서 보면 정말 사람 같았다.
“그나저나 진짜 확인하지 않고 도망가는군요. 의사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확인할 줄 알았는데요?”
이번 일을 총지휘한 고문학은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상식적으로 의사로서 사고가 나면 그 사람을 확인하고 치료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서지우는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친 것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애초에 술 먹고 수술할 생각을 하지 않겠지요.”
뒤늦게 도착한 노형진은 다가오면서 인형의 상태를 바라봤다. 아마도 사람이었다면 즉사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러면 이제 그 녀석의 본모습을 까발릴까요?”
서지우는 매일같이 비명을 지르면서 일어났다. 자신이 저지른 사건에 대한 악몽으로 인해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젠장……. 망할 놈 같으니라고.”
그러나 그가 꾸는 악몽은 누군가 죽어서 꾸는 게 아니라 혹시나 경찰이 자신을 잡으러 오는 게 아닌가에 대한 꿈이었다.
“염병할…….”
그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일어나서 샤워하고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그가 교수인 것도 있지만 오늘은 오후 진료인지라 느긋하게 출근할 수 있는 날이지만 잠자리가 뒤숭숭해서 그런지 도무지 더 이상 잘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병원도 도착한 서지우는 가슴이 철렁했다.
“네…… 네놈은!”
자신의 진료실 앞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서서 왔다 갔다 하는 남자. 자신에게 접대했던 그 남자였다, 이름이 유명한인가 하는.
“교수님!”
“이런 뻔뻔한 놈! 여기가 어디라고 온 거야!”
“교수님, 제발 자수해 주이소. 제가 모든 걸 뒤집어쓰게 생겼습니더!”
“헛소리하지 마!”
“교수님예!”
“네놈이 운전한 거야! 기억 안 나? 네놈이 운전했잖아!”
“교수님이 운전하셨잖습니꺼. 제발 자수해 주이소. 이대로는 제 인생이 박살 납니데이.”
“개소리하지 마! 네까짓 놈 인생이 박살 나든 말든 나랑 무슨 관계야!”
유명한은 서지우를 잡고 대성통곡을 했고 그 소란에 사람들이 점점 모여 들었다.
“교수님! 제발예!”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내가 왜 네놈 인생 따위를 책임져야 하는데!”
고래고래 지르는 서지우. 그리고 절박하게 매달리는 유명한. 그리고 그걸 본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당연히 그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래요?”
“무슨 일이 있었데요?”
간호사들부터 의사들. 인턴들 그리고 환자들까지 모여들었고 당연히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은 사정을 아는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래요?”
“글쎄요?”
물론 그 사정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노형진은 이미 그 안에 사람을 심어 둔 상황. 단 한 명. 그 단 한 명의 말이 세상을 바꾸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마치 지금처럼 말이다.
“음주 운전으로 사람을 치었는데 저기 있는 사람한테 뒤집어씌운 모양이에요.”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까 경찰이 하는 말을 들었는데 음주 운전을 하다가 사람이 치였는데 거기에는 저 남자뿐이었데요.”
“그래요?”
“그런데 그곳에 발견된 게 저 교수님 차였다지 뭐예요? 저 남자의 말로는 교수님이 술 먹고 운전하다가 사람을 치었는데 자신한테 덮어씌우고 도망갔다고 하던데요?”
“설마요.”
그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자기 할 일을 마친 직원은 조용히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남아서 점점 살을 붙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교수님이 자기 차 안으로 끌고 오지 않았어?”
“그러고 보니 그러네? 교수님이 그 차를 애지중지했잖아?”
“맞아. 근데 오늘 생각해 보니 오늘 택시 타고 왔네?”
갑자기 이야기가 많아지는 사람들. 하지만 그런 것을 알지 못하는 서지우는 그저 이 상황을 벗어나고만 싶었다.
“경비! 경비! 경비, 뭐하나! 당장 이 새끼를 끌어내!”
“교수님예! 한 번만 아니라고 말씀 좀 해 주이소! 제가 아니라고 말씀 좀 해 주이소!”
“닥쳐! 난 몰라! 모르는 일이야! 그날 운전한 건 너야!”
광기에 물들어서 외치는 그를 보면서 사람들은 눈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 슬슬 다 끝난 것 같기는 하네.”
며칠간 그렇게 가자 온 병원에 소문이 파다하게 났다. 서지우가 음주 운전 중에 사람을 쳤다는 소문이 말이다. 물론 그 명확한 증거는 없었다. 사람들이 본 것이라고는 아침마다 찾아와서 읍소하는 어떤 남자뿐이었다. 그러나 그를 볼 때마다 서지우는 질겁해서 경비를 불러 댔고 사람들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새로운 사실이 그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 들었어?”
“무슨 이야기?”
“교수님 차 있잖아. 수리소에 들어갔는데 피 칠갑을 하고 들어갔데.”
“무슨 소리야?”
“누가 수리소에 차를 맡기러 갔는데 거기에 교수님 차가 있었대. 근데 거기에 피가 묻어 있었다는데?”
“진짜야?”
소문이 소문을 부른다고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모를 소문이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서지우를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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