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937)
바닥 그 아래 (1)
“교도소에 있는 놈들은 기본적으로 가석방을 노립니다. 그래서 모범수라는 게 생기는 거죠.”
노형진은 대책을 세우기 위해 변호사들과 회의에 들어갔다.
그런데 다른 변호사들도 딱히 방법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자들은 가석방 가능성 자체가 없는 놈들입니다.”
그래서 아예 상대방을 괴롭히는 방향으로 틀어서, 교도관의 피를 말리고 그 대신에 편하게 감옥 생활을 하려고 한다.
“특히 성화의 회장이었던 김일성 같은 경우는 썩어도 준치라고, 힘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까지 개인 독실에서 아주 느긋하고 편하게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런 타입은 돈이 많거나 돈도 아예 없거나 둘 중 하나니까, 그 해결책 역시 두 개가 되어야 합니다.”
“흠…… 그러면 일단 돈이 많은 쪽부터 해결해야겠군.”
김성식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검사로서 범죄자들이 그런 짓을 하는 걸 숱하게 봐 왔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그는 노형진보다 더 그런 해결 방법을 찾고 싶어 했다.
“그 방법은 뭔가?”
“무차별 고소입니다.”
“네? 김일성을 고소하자는 겁니까? 해 봐야 의미가 없을 텐데요.”
무태식 변호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당장 고소할 만한 건더기도 없고, 고소해도 기소조차 되지 않을 게 뻔하니까.
“제가 고소하는 건 김일성이 아닙니다.”
“뭐?”
노형진의 말에 다들 살짝 당황했다.
지금 사건의 핵심은 김일성이다. 그런데 그를 고소하지 않겠다는 건 의외였다.
“무태식 변호사님 말씀이 맞습니다. 어차피 김일성은 나이가 있어서 거기서 죽습니다. 그건 피할 수가 없습니다.”
김일성이라고 해서 나오려고 발악하지 않았을까?
그럴 리가 없다.
하지만 감옥 안에서는 모르지만, 감옥 바깥으로 나오면 유민택의 눈에 안 들어갈 수가 없다.
나오는 순간 보고가 들어갈 테고 유민택은 말려 죽이려고 무슨 수든 다 쓸 것이다.
“유 회장님은 산 권력이고 김일성은 죽은 권력입니다.”
그러니 답은 나와 있다.
그를 도와주기라도 했다가는 그 누구라도 인생 종 치니까.
“아무리 운이 좋다고 해도 작은 쪽방에 몸 누이고 국가 기초 생활 수급자로서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는 게 김일성이 꿈꿀 수 있는 최상의 미래입니다.”
남의 명의로 집을 사고 재산을 가진다?
유민택이 그걸 가만둘까?
타인 명의라고 하면 그걸 밝혀내서 빼앗을 테고, 설사 밝혀내지 못한다고 해도 명의를 빌려준 게 그 누구라고 해도 말려 죽일 것이다.
“더군다나 당장 홍안수와 그 일파가 당한 게 있어서 남의 명의로 마음대로 뭘 할 수가 없지요.”
홍안수는 몰래 남의 명의로 땅을 사서 시세 차익을 노리려다가 노형진에게 제대로 엿을 먹고 모은 돈을 모조리 날려 버렸다.
그런 사례가 있으니 아마도 그런 짓은 못 할 것이다.
“같은 조건이라면 사실 감옥도 나쁘지 않지요.”
바깥에 나간다고 해도 마음 편히 돌아다닐 수도 없고, 또 아파도 제대로 치료도 못 받는다.
하지만 최소한 감옥에 있으면 유민택은 그 이상의 관심은 주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래 왔다.
그래서 노형진이 그런 사실을 알려 준 것이고.
“그러면 어쩌자는 건가?”
“일단 그를 독실에서 쫓아냅니다.”
“독실에서?”
“네. 사실 독실은 개나 소나 주는 게 아니거든요.”
독방과 독실은 다르다.
독방은 벌을 주기 위해 가두어 두는 좁은 공간이다.
그래서 사람이 미친다.
그러한 처벌용의 독방을 보통 징벌방이라고 한다.
그 안에는 TV도 없고, 대화할 사람도 없으며, 시간을 보내기 위해 책을 읽거나 하는 것도 금지되고, 편지도 쓸 수 없고, 교도소 내 매점 사용도 금지된다.
오로지 혼자서 스물네 시간을 계속 보내야 한다.
하지만 독실은 말 그대로 방을 혼자 쓰는 거다.
화장실 겸 샤워실도 있고 텔레비전도 있다.
좁기는 하지만 편하다.
쉽게 말해서 고급 고시원과 비슷하다.
“우리가 고소할 대상은 김일성이 아니라 그에게 방을 준 자들입니다.”
“뭐? 이번에는 교도관들을 보호하는 거 아니었나?”
잘못 들었나 하는 생각에 다시 묻는 김성식.
의뢰받은 건 교도관들이다. 그런데 그들을 고소하다니?
“100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쯤 되는 거죠.”
“이해가 안 가네만?”
“원래 독실은 교도소 내에서는 상당한 특혜입니다.”
이만저만 특혜가 아니다.
원래 교도소에서 독실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그마저도 독실이 부족해서 못 들어간다.
“그래서 심사를 거쳐서 들어가게 되어 있지요.”
일단 독실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둘 중 하나다.
우선, 풀려날 수 없는 살인범들.
그들은 누구를 죽여도 여전히 사형수이기 때문에 누구든 죽일 수 있다. 그런 만큼 그들은 독실에 둘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사형수를 이용해서 감옥 내부에 있는 누군가를 죽이려는 시도가 제법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방의 다른 사람들로부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사람들도 독실에 둔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기죠. 전자는 어렵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형수들이 여기에 포함되니까요.”
한국은 법의 처벌이 극도로 약한 나라다.
사람 두세 명 죽여서는 사형이 나오지 않는다.
즉, 사형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갱생의 여지가 없다는 거다.
“그런데 말입니다, 김일성이 거기에 해당될까요?”
“아니, 그럴 것 같지는 않군.”
김일성은 살인마는 아니다.
물론 그가 명령을 통해 사람을 죽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입증되지 않았고, 입증할 수도 없다.
“그리고 직접 사람을 죽이는 것과 말로 명령하는 것은 전혀 다르죠.”
더군다나 김일성은 나이를 먹을 대로 먹은 노인일 뿐이며 일반적인 상황에서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다른 이유로 그가 독실을 쓰고 있다고 볼 수 있지요.”
노형진은 차분하게 말했다.
“300만 원.”
“뭐?”
“독실로 옮겨 주는 조건입니다. 300만 원.”
“그게 무슨 말인가? 돈을 주면 독실을 준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요? 여기에서 감옥의 시스템에 대해 잘 아는 분 계십니까?”
다들 고개를 흔들었다.
이들은 법률 전문가다. 하지만 감옥의 생활은 모른다.
당장 검찰에서 오래 일한 김성식조차도 범인이 유죄를 받고 감옥으로 들어가면 그때부터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클럽을 가 본 분이 계실지 모르지만, 클럽의 룸은 예약이지만 예약이 아닙니다.”
“뭔 소리야? 이해가 안 가는데.”
물론 이 자리에도 클럽에 가 본 사람들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다 클럽의 룸에 놀러 다니는 건 아니었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이런 겁니다.”
클럽은 평소에도 사람이 많지만 몇몇 특수한 날은 진짜 미어터지는 편이다.
핼러윈이나 크리스마스이브 같은 날은 말 그대로 대혼란의 시기다.
그런 시기에 당연히 느긋하게 놀 수 있는 클럽의 룸을 예약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바로 남자의 경제력의 증명이다.
그래서 여자를 꼬시려고 하는 사람들은 그 클럽의 룸을 잡으면서 자신의 경제력을 자랑한다.
“그런데 이 룸이라는 게 예약이지만 사실상 확정은 아니라는 거죠.”
가령 방 하나에 100만 원짜리 룸이 있다고 치자.
누군가 100만 원을 내면 그 룸은 그에게 예약된다.
그러면 일반적으로는 누가 돈을 더 주겠다면서 룸의 양도를 요구해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클럽은 아니다.
만일 누가 룸의 예약금으로 150만 원을 불렀다면, 그 룸은 150만 원을 부른 사람에게 넘어가게 된다.
“예약이라기보다는 경매에 가깝습니다.”
“그러면? 교도소의 독실은?”
“비슷하게 굴러가는 거지요.”
누군가 독실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그 심사를 해야 하는 자들에게 적당한 뇌물을 주면 우선권이 오는 것이다.
살인범 놈들이야 미친놈들이라 방법이 없고 그놈이 사람을 죽이면 징계가 떨어지고 교도소가 난리가 나는 만큼 건드리지 못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즉 그들이 들어가고 남은 독실들은 좋게 말하면 심사, 나쁘게 말하면 경매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그 독실의 한 달 사용료가 대충 300만 원 정도라고 하더군요.”
“미친!”
“그게 사실인가?”
“네, 사실입니다. 사실 독실의 사용을 결정하는 건 사법이나 행정부가 아니니까요.”
오로지 교도소 측에서 결정한다.
“아마도 김일성은 그 돈을 줘 가면서 그곳에서 편한 삶을 살아갈 겁니다.”
수백만 원이다. 일반적인 범죄자들 중에는 그 돈을 매달 낼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독실은 대부분 소위 말하는 범털이 가지고 갑니다.”
김일성 같은 회장님, 또는 사람들에게 수백억대의 사기를 친 대형 사기꾼, 정치인 등. 독실은 그들에게 배정되고 있다.
“제가 고소하고자 하는 건 바로 그들에게 독실을 배정해 준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 독실을 배정해 준 사람들……!”
지금까지 이슈가 되지 않았고 문제 삼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
그런데 돈만 있으면 감옥에서도 느긋하게 먹고 마시며 살 수 있고 독실까지 준다는 것을 알면 사람들은 화가 안 날 수가 없다.
“그러면 현재 독실에 있는 모든 자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질 겁니다.”
“그때 유 회장님이 나서겠군.”
“이미 유 회장님께는 전화번호부를 열어 두라고 해 놨지요.”
지금까지야 몰라서 그냥 둔 것이지만, 전부 알아 버린 유민택이 가만둘 리가 없다.
심사에 들어가는 순간 자신이 아는 모든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그 문제를 따질 것이다.
당연히 그들은 유민택을 선택하지 김일성을 선택하지는 않을 테고.
“그러면 김일성은 어떻게 될까요?”
노형진은 빙긋 웃었다.
“아마 남은 생이 상당히 외롭지 않게 될 겁니다.”
***
“뭐? 재심사?”
“그렇습니다.”
“귀찮군.”
자신을 찾아온 변호사의 말을 들은 김일성은 또 시기가 되었나 하는 생각에 짜증스럽게 중얼거렸다.
그의 감옥 생활은 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불편한 것도 아니었다.
독방이라고 해도 규정이 있어서 마음대로 못 하게 하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돈 없는 놈들 이야기다.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으며, 놀고 싶을 때 논다.
반입 금지? 그에게 그런 규정은 의미가 없다.
김일성은 손을 건성으로 휘휘 내저었다.
“대충 돈 주고 처리해.”
“그런데 그게,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
변호사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낀 김일성은 미간을 찡그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무슨 문제?”
“교도관들에 대한 고소가 들어갔습니다. 정확하게는, 이번 독실 배정 결정권을 가진 상위직 공무원들에게 업무상배임과 뇌물 수수로.”
“뭐?”
변호사의 말에 김일성은 살짝 등골이 오싹해졌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아무도 그 문제를 걸고넘어진 적이 없었다.
애초에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그들에게 고소가 들어갔다고?
“설마……!”
“유민택이 사방에 전화 중이랍니다. 교도소장이 어제 서울로 불려 올라갔습니다.”
“뭐라고? 그걸 왜 지금에서야 말하는 거야!”
“방법이 없었습니다. 저도 알자마자 바로 면회를 신청해서 온 겁니다.”
김일성의 눈꺼풀이 분노로 파르르 떨렸다.
화를 이기지 못한 김일성은 주먹으로 테이블을 세게 내려쳤다.
“젠장! 유민택 이 개 같은 자식! 그 자식이 뭘 요구하는 거야?”
“합당한 판단을 요구한답니다.”
“합당한 판단이라니?”
“그게…… 고발자가 대룡입니다.”
“망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