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94)
노형진이 차근차근 그의 죄목을 읽자 그는 움찔움찔 반응했다. 마지막 자존심이 그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거짓말! 거짓말이야!”
일어나서 버럭 소리를 지르는 서지우. 하지만 노형진은 그런 그를 가볍게 무시하면서 미리 준비한 CD를 증거로 제출했다. 거래를 통해서 받아내는 그 물건이었다.
“이에 증거로 그날 그가 지나갔던 가게의 CCTV를 제출하는 바입니다.”
“거짓말! 그런 건 없었어!”
‘없다고? 웃기고 있네.’
사람들이 워낙 무심하게 지나갈 뿐이지, 이런 카메라는 사방에 널려 있다. 힘이 없어서 못 구할 뿐,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경찰이 제대로 해 준다면 고맙겠는데 말이야.’
만일 경찰에서 이런 걸 수사했다면 길거리에 있는 수많은 카메라에서 증거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이런 사건은 민사사건이라면서 접수 자체를 거부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럼 이 동영상에 나오는 게 당신이 아니란 말입니까?”
노형진은 노트북으로 미리 준비된 동영상을 틀자 거기에는 술에 취해 휘청거리면서 접대하는 사람의 부축을 받고 있는 서지우의 모습이 나타났다.
“자세나 복장, 심지어 얼굴까지 본인이 맞습니다. 이미 대학 연구소를 통해서 본인이 맞다고 확인했습니다. 그런데도 아니라고 할 겁니까?”
“아…….”
그걸 보던 서지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아무리 봐도 술을 마신 게 확실했기 때문이다.
“재판장님, 그것은 피고 서지우가 술을 마셨다는 증거가 될 뿐, 수술을 했다는 증거는 되지 않습니다.”
변호사는 애써 변명했다. 누가 봐도 서지우 본인이라 부정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고 수술은 했지만 음주 수술은 안 했다는 건가요?”
노형진의 말에 눈에 격하게 흔들리는 서지우의 말. 벌써 인터넷에 파다한 그의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슨 생각에서인지 변호사는 그걸 또 인정해 버렸다.
“그…… 그렇습니다.”
“무슨 말장난입니까, 술을 먹고 수술은 했지만 음주 수술은 안 했다는 게?”
“일단…… 명목상에 수술을 집도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날 수술을 집도한 것은 서지우가 아니라 다른 레지던트였습니다.”
역시나 그는 다른 레지던트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쪽을 선택한 모양이었다. 물론 노형진이 그걸 그대로 둘 리가 없었다.
“다른 레지던트가 수술했다고요? 그게 말이 됩니까?”
“아무리 술을 먹었다고 해도 그 정도 상식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날 수술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집도 자체는 다른 사람이 했습니다.”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아니나 다를까, 그는 다른 사람이 수술했다는 식으로 사건을 몰아가기 시작했다. 법적으로 볼 때 누가 했는지 확실하지 않은 경우는 특정 일방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날 수술은 서지우 전 교수님의 이름으로 잡혀 있는데요?”
“그건 맞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도의적인 책임을 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날 술에 취한 나머지 그는 그곳에 들어가서 잠들었고 그 후에 수술은 레지던트가 계속했습니다.”
“증거 있습니까?”
“그날 있던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십시오!”
‘그래, 그렇단 말이지?’
퇴출되기는 했지만 아예 끈이 끊어진 것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물론 노형진이 그걸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이런 사건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변론 패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수술 자체는 다른 사람이 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건 다른 사람이 이야기해 줄 수 있다?”
“그렇습니다.”
“그럼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지요, 재판장님. 그 당시 사건에서 수술을 보조했던 수간호사를 증인으로 요청합니다.”
“헉!”
진짜로 물어볼 거라 생각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서지우의 변호사는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눈을 뒤룩뒤룩 굴리면서 눈치를 보면서도 아직까지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걸 보면서 노형진은 이미 어느 정도는 입이 맞춰진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희생양 만들기라는 건가?’
만일 여기서 서지우가 처벌받으면 병원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이 된다. 그에 반해 레지던트는 버리기도 쉬운 패다. 그러니 레지던트가 거절했다고 하더라도 주변에서 그가 했다고 몰아 댈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했다.
“증인, 선서하세요.”
증인 선서를 하는 수간호사를 보면서 문수는 약간 입맛을 다셨다.
‘어쩐지 너무 순순히 증언한다고 하더라.’
그렇다는 건 어느 정도 입을 맞추고 나왔다는 소리다. 다만 이렇게 자신이 본격적으로 할 거라 생각하지는 못했다는 정도일까?
‘하긴 그럴 수밖에 없겠네.’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증인으로 내세우는 노형진의 방식. 그걸 저 변호사가 모를 리가 없다. 조금만 노력하면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럴 가능성이 있는 간호사들의 입을 다 막아 버리는 게 훨씬 좋았다.
‘누가 수술을 했느냐고 물어보면 결론은 뻔하겠군.’
아마도 자신이 불렀지만 그녀의 최종적인 목적은 자신의 뒤통수를 치는 것일 것이다.
‘이 정도에서 해도 그만이기는 한데.’
일단 술을 먹고 수술실에 들어간 이상 병원의 책임은 인정된다. 그렇다면 손해배상은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말이지.’
노형진은 희망에 찬 얼굴로 앉아 있는 서지우를 바라보았다. 아까와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
‘변호사가 언질해 준 모양이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갑자기 옷을 단정하게 하면서 꾸미는 걸 보니 병원에서 이 이상 병원의 이름이 더러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그 레지던트를 희생양으로 삼기로 한 모양이었다.
‘더럽군.’
“어쩌죠?”
민시아 변호사는 곤란한 듯 노형진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만일 증인이 거짓말을 한다면 이겨도 이기는 게 아니다.
“끝까지 가야지요.”
노형진은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위해서라도 그냥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술을 마시고 수술하는 버릇이 어디 가는 것이 아니다. 음주 운전이 상습이듯이 술을 마고 뭔가를 하는 것도 상습이다. 더군다나 노형진이 봤을 때 그는 가벼운 알코올중독 증상도 보이고 있었다. 아마도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약해지지는 않으리라.
‘교수 자리에서는 쫓겨나겠지만.’
이런 경우, 교수 자리는 쫓겨나겠지만 일반 의사 자리에는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누군가 다른 사람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노릇.
“생명의 무게는 그렇게 가볍지 않다는 걸 직접 느끼게 해 줘야지요.”
노형진은 마음을 강하게 먹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증인, 증인은 ○○대학 병원에서 몇 년 근무했습니까?”
“그러니까 15년 근무 했습니다.”
“그럼 직위가 뭔가요?”
“수간호사입니다.”
노형진은 처음에는 차분하게 질문했다. 그런데도 수간호사는 눈에 불안이 가득했다.
‘그쪽에서 원하는 질문을 할 생각 따위는 없거든.’
분명 그녀는 그날 수술은 누가 했는지 물어보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경우는 결국 실수하기 마련이지.’
사람은 한 가지에 집중하다 보면 실수하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노형진이 이기기 위해서는 그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
“그날 수술하러 온 피고 서지우의 상태는 어땠습니까?”
“그날 술에 취해서 온 것은 확실히 기억합니다.”
“평소에 술을 자주 마시는 편입니까?”
“에?”
“평소에 술을 자주 마시는 편이냐고 물었습니다.”
“에…… 그러니까…….”
“증인! 위증할 생각하지 마세요! 다 알고 나왔습니다.”
그 말에 수간호사는 잠시 서지우의 눈치를 봤다. 그러고는 생각을 정리했다.
‘이런 경우 대답은 뻔하지.’
“네, 자주 마십니다.”
어차피 저 인간을 지켜 주러 온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저 인간이 개인적으로 지켜 줄 만큼 좋은 놈도 못된다.
“그렇다면 술버릇이 좋았나요?”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어떤 식이었지요?”
“집기를 집어 던지기도 하고 화내기도 하고 사람에게 욕하기도 하고…….”
“저런 고생이 많았군요.”
“네…… 고생이 많았지요.”
회한이 드는 듯한 얼굴. 노형진은 그런 수간호사를 보다가 서지우를 보았다. 그는 분노로 얼굴이 불게 물들어져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속 터지냐?’
자신이 설마 이런 꼴이 될 거라 생각하지 못한 그였으니 아마도 엄청나게 분노에 치를 떨고 있으리라.
“그러면 술을 마시면 보통 어떤 버릇을 보이던가요?”
“일단 남을 무시하면서 마구 깽판을 쳤습니다.”
“남을 무시한다?”
“네.”
“어떤 식으로요?”
“남이 뭐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예민하게 반응하고 자신의 일을 남이 도와주려고 하면 거의 미쳐서 날뜁니다.”
“그래요?”
“그렇습니다.”
“그럼 수술한 날도 술을 마셨습니까?”
“네.”
드디어 기다리던 질문이 나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수간호사는 잔뜩 긴장했다.
“그럼 그날…….”
“네, 그날 분명 수술한 건…….”
“그날 잠꼬대 많이 하시던가요?”
“네?”
너무 당황스러운 질문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어리둥절했다.
“방금 질문이 뭐라고?”
“잠꼬대 말입니다. 잠꼬대는 안 하시던가요?”
“하실 리가 없죠. 술에 취하기는 했지만 잠을 자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요?”
“네.”
그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좋습니다. 잠을 안 자셨단 말이죠.”
“네.”
“그러면 그날…….”
“그날…….”
“화는 많이 내셨나요?”
“네?”
“화를 많이 내셨냐고요.”
“네, 아무래도 술에 취하면 그런 게 좀 더 강해지는 편이라서요.”
“그럼 가끔 때리고 그럽니까?”
“네.”
“그럼 그날도 레지던트가 맞았나요?”
“네, 좀 맞았지요.”
그 말에 문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고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럼 본격적인 질문을 하겠습니다. 그날 수술은 누가 했습니까?”
“레지던트가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레지던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수간호사. 그 말에 노형진은 피식 비웃음이 나왔다.
“레지던트가 했다?”
“네.”
“수간호사님, 법원에서 위증하면 처벌받는다고 누가 말해 주지 않던가요? 아니 아까 선서할 때 들었을 텐데요?”
“무슨 말씀이신지?”
“평소에도 남이 자기 일을 하거나 조언만 해도 극도로 흥분해서 공격하는 피고가 술에 잔뜩 취해서 들어오더니 수술실에서 자는 것도 아니고 화를 버럭버럭 내면서 레지던트가 수술하는 것을 구경만 했다?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그 말에 수간호사은 사색이 되었다. 설마 그런 식으로 질문이 묘하게 이어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그동안의 피고의 성정이나 성격 그리고 행동을 봐서는 그런 상황에서는 남에게 맞길 것 같지 않은데 안 그런가요?”
“그…… 그런…… 건 아니고…….”
“그럼 그날 수술한 건 누굽니까?”
“레지던트가…….”
“레지던트가 맞아 가면서 수술했다? 그러면 왜 레지던트가 맞았습니까?”
“겸자를 빨리 안 준다고 헉!”
말을 하던 그는 당황했다. 자신의 말이 전혀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아니, 집도한 것은 레지던트라면서요? 그런데 겸자를 피고에게 안 준다 해서 레지던트가 왜 맞습니까?”
“…….”
“그러면 레지던트는 그 상황에서 맞아 가면서 수술 도구는 술에 취해서 깽판을 치는 피고에게 넘겨주면서 수술했다는 뜻이 됩니다만? 아닌가요?”
“…….”
수간호사는 도무지 말할 구멍을 찾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말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장님, 증인을 위증죄로 고발합니다.”
그 말에 재판장은 지그시 수간호사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바로 경비를 불렀다.
“자…… 잠시만요. 제대로 할게요. 하겠습니다. 수술은 저 인간이 했어요.”
이제 와서 진실을 말했지만 이미 증인석에서 거짓말한 이상 그녀에게 더 이상 기회는 없었다.
‘불쌍하지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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