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941)
모두가 평등하다는 게 농담인 줄 아나? (1)
이재춘. 그는 교도관들을 괴롭히기 위해 수를 썼다.
쓸데없는 서류를 요구하면서 그들의 과로를 유도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얼마 후에 들려온 말은 그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뭐라고?”
“해당 문건은 업무상 기밀로 분류되었습니다.”
“씨발.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아까도 말했다시피 해당 문건은 상부의 결정으로 비공개 처리되었습니다. 따라서 해당 자료는 공개할 수 없습니다.”
“개소리하지 마! 지금까지 그걸 몇 번이나 봤는데!”
“몇 번이나 본 걸 왜 달라고 하는 겁니까?”
교도관의 말에 이재춘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강력범 죄수가 달리 죄수가 아니다. 상식이고 뭐고 없으니까 이런 강력범 죄수가 되는 거다.
“너 따위가 알아서 뭐 할 건데? 어? 입 닥치고 내가 달라고 하는 그거나 내놔!”
버럭 화를 내는 이재춘.
하지만 교도관의 말은 아까와 같았다.
“아까도 말했지만 그건 비공개 결정이 났습니다. 필요하면 행정소송 하세요.”
“야!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어?”
“죄수 번호 6928호. 그거 말고 다른 게 있나요?”
“뭐?”
“당신은 6928호이고 더 이상 사회에 나갈 수 없는 사형수일 뿐입니다. 당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았으면 좋겠네요.”
이재춘은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보였다.
더 이상 추락할 수 있는 곳이 없는 바닥이었으니까.
물론 그건 이재춘의 상상일 뿐이었다.
“이재춘, 일어나! 오늘 조사다!”
“이런 썅!”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이재춘. 그는 눈이 붉어져 있었다.
“작작 해, 이 새끼들아! 벌써 2주째야!”
이재춘은 교도관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잊어버린 것이 있었다. 바로 교도관은 공무원임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거다.
당연하게도 교도관 또한 소송을 걸 수 있고 또 고소와 고발을 할 수 있다.
“네가 한 일이다, 이재춘.”
“씨발.”
이재춘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지난 2주간 그는 매일같이 경찰서로 불려 나갔다.
매일같이 경찰서에 고발이 들어갔고 그는 그 조사를 위해 불려 가야 했다.
죄목은 대부분 뻔했다.
협박이나 모욕 같은 것들.
실질적으로 사형수인 이재춘에게는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하는 그저 그런 죄목이다.
벌금이 나와 봐야 줄 돈이 없고, 실형이 나와 봐야 교도소에 죽는 그 순간까지 있는 건 지금과 똑같으니까.
그래서 지금까지 교도관을 괴롭힌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돌변했다.
“이런 씨발!”
“제압해!”
그가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은 그 불편함에 있다.
고소 또는 고발을 당하면 하루 종일 경찰서에 가야 한다.
그런데 그의 신분이 문제다.
그는 살인범이고 또 사형수다.
도주의 위험성으로 보면 100%라고 봐도 무방하다.
죽을 때까지 감옥에 있든가 아니면 사형당할 판국인데 그를 그냥 방치할 사람은 없다.
당연히 안전을 위해서 포승줄에다가 수갑까지 채워 상시 감시 상태로 둔다.
교도소에 있을 적의 그는 자고 싶으면 자고 놀고 싶으면 놀면서 느긋하게 살았다.
하지만 경찰서에서는 그게 가능하지 않다.
그럴 만한 공간도 없고.
그런데 이런 행태가 하루 종일, 그것도 며칠이나 지속되자 이재춘은 눈깔이 돌아갔다.
“그만하라고!”
“뭘?”
“내가 뭘 어쨌다는 거야!”
“고소가 들어왔으니 조사해야지.”
교도관들? 그들에게는 그다지 특별한 게 없는 날이다.
어차피 조사해야 하는 놈들은 경찰서로 매일같이 보내야 한다.
미결수는 구치소에 두기는 하지만, 기결수가 된다고 해도 여죄가 나오는 놈들이 어디 한두 놈이던가?
“이런 씨발, 작작 좀 하라고!”
그렇게 편하게 살던 이재춘은 매일같이 불편해지자 눈이 돌아갔다.
“제대로 안 해?”
경찰은 물론 그의 말을 철저하게 무시했다.
그는 범죄자일 뿐이니까.
“이런 씨발!”
결국 진술하던 이재춘은 눈이 돌아가서 경찰에게 달려들었다.
“아악! 이놈이 날 물었어!”
“잡아! 끌어내!”
몸부림치는 이재춘. 그리고 그에게 떨어지는 발길질.
“씨발, 날 놔 달라고!”
이재춘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누구도 그에게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
“으으…….”
이재춘은 죽을 것 같았다.
2주간. 원하는 대로 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입만 열면 교도관들은 협박이나 모욕으로 고소했고, 그러면 매일같이 수갑과 포승줄에 묶인 채 경찰서에 가서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다가 조사받고 교도소로 오면 차가운 독방에 들어가야 했다.
원래는 독실이었지만 그가 경찰을 폭행하고 교도관을 위협하면서 상황이 바뀐 것이다.
일단 고소가 진행된 상황에서 독방의 결정권은 교도소 측에 있었고, 교도소는 그를 독방으로 밀어 넣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많이 잠잠해졌다.
“그럴 겁니다. 기본적으로 죄수들의 심리상 상대방이 자기 마음대로 안 된다 싶으면 일단 미쳐 날뛰기 시작하거든요.”
“그러면 그가 경찰을 공격하는 것도 계획이었던 겁니까?”
“계획보다는, 예상이죠.”
노형진은 심혁민의 질문에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인내심이 있는 놈이라면 살인을 저지르지도 않을 테니까요.”
“그렇기는 하지요.”
“그러면 그다음부터는 뻔하죠.”
그들은 자유의 몸이 아니다.
아침에 경찰서로 갈 때 같이 가고, 올 때 같이 와야 한다.
이게 의미하는 게 뭐냐면, 그 시간 동안 계속 포승줄과 수갑으로 묶여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동안 지배하던 대상에게서 지배당하기 시작하게 됩니다. 신체적 고통보다는 정신적 고통이 심하죠.”
노형진이 노린 게 바로 그거다.
정신적 고통.
신체적인 고통을 법적으로 줄 수는 없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하면서 그를 말려 죽이는 건 가능하다.
“단순히 경찰서를 왔다 갔다 하는 걸로 저렇게 고통스러워할 줄은 몰랐네요.”
“정신적 고통도 있지만 육체적인 부분도 문제가 되는 건 사실입니다. 사실 한국의 교도소는 편하거든요. 프랑스 교도소에 갔다 온 사람들은 재범률이 낮지요.”
프랑스가 인권이 존중되어서?
애석하게도 아니다.
프랑스가 인권 국가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 시민 기준이다.
“프랑스는 교도소는 지옥처럼 운영합니다.”
죄수가 편하면 갱생되지 않는다.
그게 프랑스의 모토다.
실제로 프랑스의 재범률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물론 그게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요. 사실 범죄는 실수와 실수가 아닌 건 구분해서 제대로 처벌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
물론 실수인 경우에 감경을 해 주는 건 사실이지만 기간이 다를 뿐 처벌은 동일하다.
“일단 지금은 한번 꺾였습니다만…….”
노형진은 빙긋 웃었다.
“아직 안 끝났습니다, 후후후.”
***
“뭐야?”
오랜만에 자기 방으로 돌아온 이재춘은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독방은 처벌방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 기간이 지나면 자신의 독실로 돌아간다.
그건 이해한다.
그런데 그의 방은 온통 핑크였다.
심지어 그에게 건네진 새 죄수복조차도 핑크였다.
“뭐…… 뭔데? 뭐 하는 건데? 여기 뭔데?”
“여기가 오늘부터 네 방이다.”
“뭐?”
“오늘부터 네 방이라고.”
“씨발…… 이거 뭔데!”
몸부림치면서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하는 이재춘.
하지만 교도관들은 그를 강제로 밀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