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944)
모두가 평등하다는 게 농담인 줄 아나? (4)
홍안수는 과거 대통령이 했던 컨테이너 산성을 쌓아 가면서 철저하게 무시하려 하고 있지만, 이미 국회의원들은 탄핵을 결정한 상황.
심지어 홍안수를 편들어 주던 자유신민당조차도 어쩌지 못하는 지경이다.
“얼마 후면 피가 흐를 겁니다. 찾아와서 읍소한 사람들 중에 얼마나 살아남을까요?”
“거의 없겠군.”
거의 없는 정도가 아니다.
그냥 물러나는 선에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거의 대부분은 어쩔 수 없이 감옥에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정권은 김일성에게 많은 걸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끝이 다가오고 있지요. 그렇다면 이다음에는 어떻게 될지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은혜를 입힌다?
그건 의미가 없다.
그들은 더 이상 그 은혜를 갚을 방법이 없을 테니까.
“물론 일부는 살아남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들이 살아남는다고 해서 대룡에 보복을 하거나 원한을 가질 수 있을까요?”
김일성은 이미 끝장났고 정권도 바뀌었다.
그들이 복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군. 이번에는 오래 두고 볼 일이 없겠어.”
원래 정치계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적으로 두면 안 된다. 지금은 초선이지만 나중에는 재선이나 3선, 4선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도리어 그들에게 이렇게 말할 수도 있지요.”
“어떻게?”
“내가 김일성의 입을 막아 주겠다.”
“김일성의 입을 막아 준다?”
“그렇습니다. 김일성이 그들과 접촉하고 기자들과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요?”
“그렇군.”
기자 아니면 같은 방을 쓰는 죄수들이다.
그런데 기자들이 김일성에게 붙어서 정치인을 깔까?
그럴 가능성은 낮다.
그들은 누구보다 정치에 관심이 많고 귀신같이 권력자를 알아본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가 권력을 추구하는 자들이다.
“절대 김일성을 위해 공개하지 않을 겁니다. 아, 아니, 하기는 할 겁니다. 정권이 바뀌면 다른 정권에 잘 보여야 하니까요.”
즉, 김일성이 감추려고 해도 그들의 몰락은 확정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지요.”
회장님이라고 하며 김일성을 하늘같이 모시는 같은 방의 죄수들. 그들을 이용해서 외부에 공개하는 것.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감옥에서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한계가 있습니다.”
10억이 있어도, 100억이 있어도 감옥에서는 그 돈을 못 쓴다.
현실적으로 감옥에서 돈을 쓰는 것은 내부에서 필요한 물품을 살 때다.
지금의 감옥은 사식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용품을 매점에서 사야 한다.
그리고 죄수들에게는 살 수 있는 금액이 한정되어 있다.
수십억씩 있다고 해도 사용할 수 있는 돈은 200만 원까지다.
“물론 그것만 해도 훨씬 나은 삶을 살기는 하겠죠. 하지만 그들이 노리는 게 설마 김일성이 사 주는 간식이겠습니까?”
자신의 돈으로 간식을 사 먹고 다른 죄수에게 주면서 편하게 살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김일성이 모든 죄수들을 포섭할 수 있을까?
보통 혼거실이라고 불리는 교도소의 일반적인 방은 방마다 다르지만 과밀 수용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가령 원래 5인용 방이었던 곳에 일곱 명 정도 들어가 있는 게 현실이다. 교도소가 부족하니까.
“그러니 그를 작은 방으로 옮긴 후에 장기수 위주로 채우면 됩니다.”
현재 김일성과 같은 방을 쓰는 자들이 노리는 건 감옥에서 나간 후에 김일성이 자신들을 봐주는 것이다.
김일성은 현실적인 거대 재벌이었다.
실제로 많은 돈을 감춰 놨으니까.
“멍청하군.”
유민택은 혀를 끌끌 찼다.
과연 교도소에서 만난 누군가를 김일성이 믿을까?
감춰 놓은 돈이라는 건 김일성만 꺼낼 수 있는 돈이라는 소리다.
이미 최측근들은 감옥에 가거나 배신한 상황이다. 그런데 그들도 모르는 돈의 관리를, 과연 다른 사람도 아닌 죄수들에게 맡길까?
“그걸 죄수들에게 각인시켜 주는 겁니다.”
나가 봐야 별거 없다는 것.
도리어 김일성에게 달라붙어서 뭔가를 얻으려고 하면 대룡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게 된다는 것.
“으음…….”
“그러면 상황은 돌변하지요.”
혜택을 얻을 수 없는 김일성이다.
그러나 반대로 김일성을 괴롭힌다면 대룡에서 약간이나마 혜택을 입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생긴다.
“뭐, 약간의 돈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그러면 죄수들은 기꺼이 김일성을 족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를 모셨겠지만, 조금만 힘쓰면 반대로 김일성이 모시고 살게 되는 것이다.
“그건 어렵지 않네. 하지만 그 정치인들이 문제야. 물론 물갈이되겠지만 그 전까지는 산 권력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최소 6개월은 버틸 놈들인데. 그 시간이면 엿을 먹이는 데 충분해.”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놈들도 바보는 아닙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바보일 수는 없지요. 아마 보복은 못 할 겁니다.”
자신을 직접 공격하는 것도 아니고 김일성을 공격할 뿐이다. 그러니 직접 보복할 수는 없다.
“최소 6개월이지요. 하지만 그 후에는 최소 60개월은 대룡의 보복에 당해야겠지요. 잊지 마십시오. 대룡은 이 바닥의 미친놈입니다.”
건드리지 않으면 참 사람 좋은 게 대룡이지만, 건드리면 미쳐서 눈이 돌아가 덤비는 게 또 대룡이다.
“6개월 후에 인생 좆 되고 싶지 않으면 절대 안 합니다. 그래도 불안하다고 하면 다른 방법도 있지요.”
“다른 방법?”
“반대로 생각하게 하는 거죠.”
지금 그들이 두려워하는 건 김일성이 입을 나불거리는 것이다.
그걸 놔뒀다가 자신의 인생이 망가지는 것을, 그들은 두려워한다.
“아까 말씀드리다가 말았는데, 지금 김일성이 언론에 터트릴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바로 죄수를 통하는 거죠.”
그런데 죄수가 적대적이라면 어떨까?
과연 그들이 말을 해 줄까?
“그리고 적당히 벗어나는 방법도 있지요.”
“적당히 벗어나는 방법?”
“네. 회장님은 뒤로 빠지고 교도관들을 그들에게 소개해 주는 겁니다.”
“아니, 왜?”
“죄수를 처벌하는 방법이 독방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죄수를 처벌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단순히 법에 따라 형벌을 내리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다. 교도소의 판단에 따라 불이익을 주는 거다.
가령 편지를 못 쓰게 하거나 매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면회객을 만나지 못하게 하거나 하는 것.
심지어 신문도 보지 못하게 할 수 있다.
“방법은 많지요.”
적대적인 죄수가 김일성과 문제를 일으키면 그 책임을 물어서 교도소 내부에서 그에게 처벌을 내릴 수 있다.
당연히 김일성은 불편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사실 이게 다른 죄수들, 특히 수십 년을 사는 죄수들에게는 소용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면회객은 어차피 원래부터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고, 돈이 없어 어차피 가지 못할 매점 사용 따위 금지해 봐야 아무 의미 없다.
편지를 주고받는 것도 바깥에 왕래하는 이 자체가 없으니 소용없는 처벌이고.
“하지만 부자인 김일성이 그런 피해를 입기 시작하면 아마 겁나게 불편할 겁니다.”
그리고 조금씩 길들여지게 될 것이다.
“그 건에 대해 소송할 수도 있지 않나?”
“물론 행정소송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죄수들이 그런 소송을 거는 건 대부분 기각됩니다.”
노형진은 그러면서 싱긋 웃었다.
“그리고 회장님에게 접촉한 그 사람들이 행정소송을 하는 법원을 컨트롤하지 못할 것 같지는 않네요.”
“음…… 아, 그렇군. 그러면 되겠어.”
만일 문제가 터져도 유민택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거다.
그가 한 것은 그들과 교도관들을 만나게 해 준 것뿐이고, 딱히 범죄가 성립되는 짓은 아니다.
“아마 몇 달 안에 김일성은 쥐 죽은 듯 지내게 될 겁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그건 김일성도 마찬가지.
과거의 그림자에 숨어서 잠깐은 편하게 살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림자는 오래가지 않는 법이다.
“좋아, 좋아.”
유민택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언제나처럼 노형진은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했으니까.
“그런데 말일세.”
“네.”
“홍안수는 어떻게 될 것 같나?”
“버틸 겁니다.”
“역시…… 그런가?”
“아니, 단순히 버티는 정도를 넘어갈 겁니다. 계엄령을 선포하고 친위 쿠데타를 준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민택은 살짝 얼어붙었다.
“친위 쿠데타?”
“네. 살 방법이 없으니까요.”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목소리를 낮췄다.
“아마 큰돈을 준비해 놓으셔야 할 겁니다.”
“돈?”
“네. 혼란은 누군가에게는 기회니까요.”
그리고 노형진은 그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