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97)
“제린 몰라? 제린?”
“모르죠. 제가 초능력자도 아니고 외국인을 다 알 수는 없지 않습니까? 아니, 애초에 그리고 외국인이 왜 요정에서 일해요?”
“끄응…… 바보인 거냐? 바보인 척하는 거냐?”
그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는 바로 인터넷에서 제린이라는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가수였어요?”
“그래, 너희 소속사 가수. 넌 너희 소속사 가수도 모르냐?”
“에…… 일단 제가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제린. 노형진인 대룡과 만든 엔터테이먼트 협동조합에 소속된 가수였다. 떠오르는 신예이며 흔하지 않게 솔로로 주목받고 있는 가수.
“근데 왜요?”
“우리 가게에서 일했거든.”
“네에?”
그건 심각한 문제다. 잘나가는 연예인이 요정에서 일했다는 것은 말이다.
“아…… 설마…….”
“맞아. 그때 손님 새끼야.”
“아니, 미친 거 아니에요? 성화 사장쯤 되는 새끼가 돈이 없다고 신인 가수를 협박합니까?”
그 말에 씁쓸한 미소를 짓는 조말숙이었다.
“돈이면 내가 너한테 부탁하지 않지.”
“네?”
“까짓 푼돈 던져 주면 그만이야.”
하긴 성화의 사장쯤 되면 연봉이 한 3억쯤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정도는 던져 줄 만큼 있는 게 조말숙이었다.
“그럼?”
“그 애는 처녀야.”
순간 노형진은 그 말을 듣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처녀라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기, 제가 잘못 들은 것 같은데요.”
“잘못 들은 거 아냐. 그 애의 처녀를 노린다고.”
“그러니까 결혼해 달라, 뭐 그런 겁니까?”
“반은 맞지. 그 애의 처녀를 노린다니까.”
그리고 노형진은 그제야 대화의 논점이 어디서 어긋났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 제린이라는 애가 아직 처녀라고요? 결혼하지 않았다는 그 개념이 아니라 에…… 그러니까 영어로…… 버진?”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 그게 죄냐? 맞아. 남자 손을 탄 적 없는 애야.”
“아니, 거기서 일했다면서요?”
분명 술집이다. 그것도 여자를 끼고 노는 술집.
“쯧쯧, 그러니까 니가 이 꼴인 거다.”
그 말에 노형진은 왠지 억울했다.
‘내가 뭘 어때서요?’
하지만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우리 가게는 2차 강제 아니다.”
“그래요?”
“그래. 단, 모든 책임은 자기가 지는 거지.”
“그래, 우리 애들 뽑을 때 토익이랑 시사 시험 본다.”
“아…….”
하긴 보통 요정에 오는 사람들은 여자를 찾아서 오는 게 아니다. 대화할 공간과 비밀 유지 그리고 품격을 찾아서 오는 거지. 그래서 요정에서 2차를 나가는 빈도는 많지 않다. 특히나 남자가 원한다고 해도 아가씨가 거부한다면 절대 안 보내는 것이 제대로 된 요정의 규칙.
“너도 알 거 아니냐?”
“그건 그렇지요.”
요정에 오는 손님들은 대화를 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서 일하는 아가씨들의 학식은 어지간한 남자들 이상이다. 뽑을 때 토익과 시사 상식 시험을 본다는 게 농담이 아닌 것이다.
“더군다나 일했던 기간도 짧았어.”
“그래요?”
“한 2개월?”
일하다가 그만두고 노형진의 회사에서 성공하면서 아예 다른 세계 사람이 되었다는 것.
“알겠네요…… 뭔 소리인지.”
노형진은 씁쓸한 얼굴이 되었다. 그녀가 그냥 2차를 나가는 술집 여자였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2차를 나가지 않는 사람이었고 그 성화의 사장이라는 녀석은 그걸 알고는 애간장이 탔을 것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그만두고 갑자기 연예인이 되어서 나타났으니 더욱 애간장이 탈 수밖에.
‘타이틀이라 이건가?’
물론 눈 딱 감고 한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문제다. 그 사장이라는 타입은 자신이 그런 타이틀을 따냈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낼 타입인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협박까지 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침대로 끌어들일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애가 곤란해졌어.”
아무리 조말숙이 뒤 세계의 큰손이라 해도 성화의 사장을 찍어 낼 정도는 아니다. 물론 시도는 해 볼 수 있지만 그 반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다. 고작 둘 달 일했던 여자애 하나 때문에 감당할 정도는 아닌 것이다.
“그러니까 네놈이 해결해 봐.”
“어…… 이건 아무리 봐도 법적인 대책이 없는데요?”
협박으로 고소하는 순간 과거가 드러난다. 그러면 그녀의 인생은 끝이다. 그렇다고 말로 해서 될 놈이면 이렇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
“누가 법적으로 하래?”
“네?”
“네놈이 재주껏 하라고.”
그 말에 노형진은 울고 싶어지는 기분이었다.
‘아, 똥 밟았다.’
제린은 자신을 대표가 부른다는 말에 잔뜩 긴장했다.
‘노형진이라고?’
전설이라 불리는 사나이. 미다스의 손.
그게 연예계에서 통하는 그의 별명이었다.
그가 손댄 작품은 언제나 성공했고 그가 후원한 사람은 언제나 스타가 되었다. 변호사로서 대부분의 사건에서 승소했고 사회적인 문제도 많이 해결했다.
‘드디어 기회인가?’
그녀는 자신에게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제린이라는 이름으로 데뷔해서 반응이 좋다고 생각했다.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성공만 한다면 어떻게든 그가 조용히 있을 거라 기대했다.
“실례합니다.”
사실 대표 사무실은 거의 비어 있다. 투자보다는 변호사로서 활동하는 노형진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늘 그곳에 처음으로 노형진이 나타났다.
“제린 씨?”
“네.”
“들어오시죠.”
노형진은 제린을 안으로 들이고는 직접 차를 따라 가져왔다.
“요즘 바쁘다면서요?”
“네.”
노형진은 제린을 바라보았다. 단아한 얼굴과 다르게 잘 발달된 근육.
‘건강 미인 타입인건가?’
다른 연예인들과 다르게 깡마른 타입은 아닌 듯했다. 하긴 깡마른 타입은 흔하니 어쩌면 그래서 그녀가 인기 있는 걸지도 모른다.
“저기 그런데 어쩐 일로?”
제린은 뭔가를 기대하면서 물어봤다. 노형진은 그녀의 얼굴에서 기대를 읽었지만 미안하게도 그 기대에 부응할 수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제린 씨를 좀 만나 달라고 부탁받았습니다.”
“저를요?”
“네.”
그 말에 제린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럴 만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누가 그런 부탁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안당마님이라고 하면 아시려나요?”
그 말에 제린의 얼굴이 급격하게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노형진은 혹시나 그녀가 충격을 받을까 봐 따뜻한 차를 그녀의 손에 손수 쥐여 주면서 다독거렸다.
“그때 일 때문에 뭐라고 하려고 부른 건 아닙니다. 사정은 다 들었습니다. 부모님 수술비 때문에 잠깐 일했다고요?”
“네…….”
연예 기획사에 있으면서 그런 곳에 있으면 문제가 커진다. 그렇지만 당장 수술비가 급한 부모님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잠깐 아주 잠깐 일했다. 딱 두 달. 그런데 그 두 달이 제린의 인생을 나락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아, 걱정하지 마세요. 이상한 생각을 하거나 요구하려는 게 아닙니다.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안당마님이 사람을 그렇게 팔아먹는 사람은 아닙니다.”
“…….”
“그…… 그런가요?”
“네.”
“그런데 다 들었다는 게…….”
“요즘 스토커가 달라붙었다면서요?”
“…….”
그 말에 제린은 아무런 말도 못 했다. 사실이기 때문이다. 집요하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남자. 그는 자신과 하룻밤만 자면 얼마든지 돈을 준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린은 말을 못 하고 눈치를 보는 상황.
“안당마님이 다 이야기해 줬다니까요.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가요?”
“네, 의외로 안당마님은 착하신 분입니다.”
조말숙은 돈이 없어서 몸을 팔아야 했던 수많은 여자들을 봐 왔고 그녀 자신 역시 그런 여자들 중 한 명이었기에 다른 건 몰라도 그런 여자들을 위해서 많이 힘써 왔다. 대모라 불리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제린이야 짧게 일한 데다가 그쪽 세계 사람이 아니니 잘 모를 테지만 말이다.
‘뭐, 짧게 일했으니 모르겠지만.’
그런데 그녀는 그렇게 짧게 일한 제린조차 도와주기 위해 노형진에게 의뢰한 것이다.
‘물론 공짜로 말이지.’
왠지 속이 쓰려지는 노형진이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아…… 아닙니다. 그냥 뭐 좀 정리하느라고요.”
“아…….”
“그런데 그 인간이 뭐라고 합니까?”
“그러니까…….”
한 번만 자신과 자 주면 다시는 귀찮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주 깔끔한 요구이기는 하다. 하지만 노형진의 경험상 절대로 그게 그렇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거 들어주면 안 되는 거 아시죠?”
“네, 선배 언니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어요.”
술집에서 천년만년 일할 수 있는 게 아니니 나이가 되면 나가야 한다. 문제는 그 와중에 어떻게 질 좋지 못한 녀석이 그 사실을 알거나 손님 중 질 좋지 못한 녀석을 만나게 된다면 그걸 미끼로 끊임없이 협박한다는 것.
“지금은 하룻밤이지만 그다음에는 수시로 불러낼 테고 그 후에는 돈을 뜯어낼 겁니다.”
“…….”
더군다나 조말숙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아직 남자 경험이 없다. 그리고 그런 인간의 특성상 그런 걸 자랑삼아서 사방에 퍼트리고 다닐 가능성이 높다. 그런 녀석에게 여자란 전리품일 뿐이니까.
“하지만…… 고소할 수도 없잖아요.”
고소하면 자신의 과거가 모두 드러난다. 그러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 부분이 문제군요.”
노형진은 턱을 쓰다듬으면서 고민에 빠졌다.
“법적으로 하고 싶지만 사실 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건 법적으로 해 봐야 이쪽에 피해가 더 큰 일이다. 저쪽이야 명예훼손으로 벌금이나 조금 내겠지만 이쪽은 연예인으로서의 미래가 박살 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새론 쪽에는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고 말이지.’
거기에다 상대방은 성화. 그렇다면 도움을 요청할 곳은 딱 한 곳뿐이었다.
“요즘 노 변호사한테 무슨 일 있어? 우리한테 도움을 청하고 말이야?”
유민택의 말에 노형진은 할 말이 없었다. 작고 소소한 부탁이지만 이런 게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쩐 일인가?”
“성화한테 한 방 먹여야 할 일이 생겨서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번 일은 부탁이라기보다는 공동작전이라고 봐야겠지요.”
그 말에 웃고 있던 유민택의 얼굴은 여느 때보다 진지해졌다. 성화.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 수 없는 그들의 존재.
“그렇다면 내 언제든지 환영하네. 그래, 무슨 일인가?”
“성화의 사장단 중 한 명이 제 의뢰인을 협박하고 있습니다. 사정상 법적으로 고발할 수 없는 상황이지요.”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변호사를 고용한 건가?”
“변호사란 법적으로 이기려고 쓸 때도 있는 거지만 사적인 승리를 위해 쓸 땨도 있는 겁니다. 변호사란 도구니까요.”
그 말에 유민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변호사는 도구다. 그래서 승리를 위해 사용된다. 그런 마인드가 유민택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그럼 그 불운한 사장이 누군지 들어 볼까?”
“성화에너지개발이라고 하던데 들어보셨습니까?”
성화는 주유소 사업, 즉 기름을 수입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에너지 개발이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노형진은 처음 알았다. 하지만 역시나 유민택은 그곳을 알고 있었다.
“알고 있네. 그다지 싸움의 대상으로 삼을 필요도 없는 작은 곳이지.”
“생산품이 없나 보죠?”
“생산이 아닌 연구가 목적인 집단이니까.”
성화에너지개발. 차세대 에너지 개발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업이다. 공식적으로는 태양열발전을 판매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그다지 적극적으로 파는 것도 아니었고 또 그쪽은 중소기업 쪽이 제법 많아서 그다지 수익이 나는 것도 아니다.
“의외군요, 성화가 그런 곳에 투자하다니.”
“성화를 만만하게 보지 말게. 자네에게 진 몇몇 곳은 근시안적인 방식 때문에 그렇게 망했지만 말이야. 성화그룹 자체는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야.”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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