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98)
사실 그렇게 근시안적이고 계획성이 없는 곳이라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당장 대룡의 사태만 해도 그렇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준비해서 대룡을 집어삼키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둘 중 하나군요.”
이런 거대 기업에서 돈이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그 기업을 유지시키면서 버티는 것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일종의 사형선고에 쓰이는 곳이다. 쉽게 말해서 퇴직시키고자 하는 임원이나 직원의 유배 장소라는 뜻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지금의 손실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에서 일하는 녀석들은 그냥 보내는 게 아닌 총망받는 인재인 경우라는 뜻이었다.
“그곳은 어떤 곳입니까?”
“후자라고 할 수 있겠지.”
그 말에 노형진은 얼굴을 찌푸렸다. 후자. 그건 지금까지 상대해 온 녀석들과 다르게 제법 실력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었다.
“미래 차세대 에너지를 준비하는 곳이야. 기술이 새어 나가면 문제가 많이 생기지. 당연히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을 보내겠지.”
“하는 짓거리를 봐서는 믿음직스럽지 못한데요?”
“문제가 안 될 걸 아니까 손댔을 걸세.”
“하긴 그렇겠군요.”
멍청한 녀석이라면 다짜고짜 돈으로 사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녀석은 그게 아니다. 차근차근 숨통을 조이는 스타일이다. 즉, 이쪽에서 저항하지 못한다는 걸 안다는 뜻.
‘골치 아픈 문제군.’
그걸 안 건지 유민택도 심각한 얼굴로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이번 녀석은 싸워서 꺾기는 문제가 좀 있군.”
“대룡에서는 그쪽으로 갈 생각이 없나요?”
“없다고 봐야지. 아무리 대룡이 성화와 싸움을 한다고 해도 당장 돈이 안 되는 곳에 투자할 여 건은 안 되네.”
더군다나 성화조차 몇 년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에너지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보니 이건 몇 년 후까지도 그렇군.’
차세대 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게 그렇게 쉽다면 세상은 벌써 몇 번이나 에너지 혁명이 일어났어야 정상일 것이다.
“왜 자네가 에너지산업이라도 해 볼 생각인가?”
“그럴 리가요.”
아무리 노형진이 좋은 머리와 미래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차세대 에너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이번에는 기업 대 기업으로 싸워서 꺾는 건 불가능할 걸세. 미안하네.”
“아닙니다.”
노형진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 게 그 기업이 미래에 큰 실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만일 큰 실적이 있었다면 자신이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건 당분간 성화 내부에서 큰 파워를 자랑하는 곳은 아니라는 뜻이지.’
미래를 위한 인재를 보내는 곳. 좋게 말하면 미래에 대한 준비지만 나쁘게 말하면 아직 성장하는 사람을 부려 먹기 좋은 곳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럼 다른 방식으로 싸워야 한다는 거군요.”
“그래, 이번에는 싸워서 쓰러트리는 것은 의미가 없을 거야.”
“그 정도 입니까?”
“공식적으로는 태양열 패널 판매가 목적이네. 그런데 그 대리점이 하나도 없어 무슨 뜻인지 알겠나?”
“허.”
즉, 애초에 판매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거니 업자들끼리만 거래되어 언론 플레이로 쉽게 압박할 수도 없다는 뜻이 된다. 기업끼리의 거래는 여론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진출해서 업자들과 싸워서 시장을 빼앗을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태양열 시장은 너무 작네.”
물론 그곳에 대룡이 들어가서 싸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서 수익성이 너무 낮다. 결과적으로 들어가 봐야 적에게 큰 타격을 주기는커녕 이쪽만 큰 타격을 입는 꼴이 된다는 뜻이 된다.
“어쩐다…….”
노형진은 머릿속을 다듬으면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노이즈 마케팅 (1)
“노이즈 마케팅요?”
“그렇습니다.”
제린은 노형진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 속해 있는 연예인이다. 당연히 제린을 데리고 있는 소속사에 도움을 얻어야 했다.
‘이번에는 좀 위험하기는 한데.’
문제는 이번에는 대룡도, 새론도 도와주지 못한다는 것. 결국 노형진은 작전을 짜다 못해 몇 년 후에 벌어질 사태에 착안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걸 들은 제린의 소속사 사장인 도승진은 약간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그럴 필요가 있나요?”
“그러면 이대로 둘 겁니까? 어차피 마케팅은 필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노이즈 마케팅은 흔한 전략 중 하나이고 말입니다.”
“그거야 그렇지만…….”
도승진은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속해 있다고 하지만 내부 문제에 터치하지 않는 것이 기존의 규칙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노형진도 어지간하면 그 규칙을 지켜 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규칙에 연연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럼 이대로 점점 유명해질 겁니까? 만일 그 상황에서 그 녀석이 터트리면요?”
“…….”
“누구를 사귄 것도 아니고 접대하는 술집에서 일했다는 게 연예인, 아니 여자 일생에 얼마나 큰 타격이 되는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
“그렇게 된다면 간신히 자리를 잡은 소속사에도 그다지 좋은 일이 되지 않을 텐데요?”
“후우.”
그 말에 도승진 역시 한숨을 내쉬었다.
“맞는 말씀이죠…….”
연예인들이 뜬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더군다나 도승진이 만든 작은 연예 기획사 같은 곳에서 뜨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기적 같은 일이었다. 더군다나 제린이 유일한 소속 연예인이기 때문에 만일 그녀가 몰락하면 소속사 역시 몰락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비상 상황입니다.”
“음…….”
“거절하시면 더 이상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후우…….”
사실 거절할 수가 없었다. 도승진은 실질적으로 모든 것을 노형진이 만든 기획사에서 도움을 받아서 기업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습실부터 숙소까지 모조리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거절은 꿈도 꾸지 못한다.
“물론 거절한다고 해도 제가 여기서 쫓아내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두 번째 기회가 올 거라는 장담은 못 드립니다.”
사실 여기에 있는 수많은 연습생들 중에 사연이 없는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린이 기회를 얻은 것은 도리어 과거의 일이 전화위복이 되어서 돌아오는 것일 수도 있다. 일단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해도 결국은 마케팅이고 그걸 노형진이 해 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결국 도승진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노이즈 마케팅.
쉽게 말해서 구설수를 만들어서 이름을 알리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양날의 칼이라 할 수 있다. 좋은 이야기는 널리 퍼지지 않기 때문에 나쁜 이야기를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미지 타격을 어느 정도 감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이즈 마케팅은 상당한 고수가 아닌 이상 힘들 텐데요.”
도승진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사실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방식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걸 컨트롤하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가령 소문이 나면 그걸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사실상 재기가 불가능하게 된다는 것.
“통제하에 두면 됩니다.”
“그게 그렇게 쉽다면야…….”
“그렇게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노형진은 노이즈 마케팅을 준비하면서 여러모로 구성하고 있었다.
“일단은 우리가 노려야 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서 이름을 알리는 거죠. 물론 이건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사실 우리의 가장 확실한 목표는 과거를 묻어 버리는 겁니다.”
제린이 요정에서 일했던 과거를 묻어 버려야 더 이상 구설수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은 자극적인 방식을 써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럼 어떤 방식으로요?”
“일단은…… 과거에 대해서 까발리는 거죠.”
“과거에 대해서 까발린다?”
“이런 말이 있지요, 진짜 사기꾼은 90%의 진실에 10%의 거짓을 섞는다고.”
그 말에 도승진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며칠 후 인터넷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제린이 술집에서 일하던 여자였다는 소문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자꾸 그런 이야기를 하면 누군가는 미친 짓을 하기 마련이다.
“인간들이란 참…….”
얼마 후 누군가가 만든 카페 제진요.
‘제린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카페가 활동을 시작하자 노형진은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이렇게 철썩같이 떡밥을 물어 줄까.”
노형진이 특별히 한 건 없다. 그저 술집에 일한다는 소문과 함께 그녀가 야한 옷을 입고 있는 사진을 함께 여기저기에 올린 것뿐이다. 물론 그 정도 사진이야 요즘 같은 시대에 쉽게 찍을 수 있는 수준이다. 게다가 몇 개는 절묘하게 합성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에는 그저 흔하게 있는 제린의 안티쯤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하나씩 뭉치더니 집단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고 드디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아예 이름까지 걸고 대대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거 좋지 않은데요.”
도승진은 사색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가 생각한 좋지 않은 상황이란 그저 안 좋은 소문이 나는 정도였을 뿐이지, 이렇게 집단적으로 활동하게 되는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건 단순한 노이즈 마케팅의 수준이 아닌 안티 제조수준입니다. 더군다나 우리가 감추려고 하는 과거를 그대로 까발리고 있지 않습니까?”
“계획한 겁니다.”
“계획이라니요? 이건 계획이 아니라 무계획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술집에 다닌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기 위해 시작한 것이 바로 노이즈 마케팅이다. 그런데 정작 그 노이즈 마케팅을 위해 과거에 술집 여자였다는 사실을 이용하는 경우가 어디 있단 말인가?
“당장 모든 게 끊어졌습니다! 행사도. 방송 출연도!”
도승진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노형진은 단호했다.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계획대로 된다면 한 번에 역전하게 될 겁니다.”
“계획이요? 계획이라는 게 있기는 합니까?”
“있다니까요. 제가 설마 제린 양의 인생을 망치려고 시작했겠습니까?”
“크으…….”
어쩔 수 없이 시작하기는 했지만 도승진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노이즈 마케팅이었다.
“최소한 통제 가능한 걸로 해야 할 거 아닙니까!”
“그렇지요.”
“하지만 이건 통제 가능한 수준이 아니잖아요!”
통제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 그것이 이들에게는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그거야 지금 시장에서는 그렇지.’
하지만 노형진은 미래에 이루어진 수많은 노이즈 마케팅을 봐 왔다. 그리고 그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서 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사람을 대하는지 누구보다 많이 연구했다. 여론전을 해야 하는 변호사로서는 어느 정도 광고에 대한 감각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걸 가지고 쇼를 하는 게 무섭다면 손을 터십시오.”
“네?”
“당신 지분을 제가 사죠. 최고가로 말입니다.”
“그게 무슨…….”
“전에도 말했지만 내 최종 목표는 의뢰인의 승리입니다. 난 광고하는 사람이 아닌 변호사니까요.”
그 말에 멍하니 그를 바라보는 도승진.
“그러니까 필요하면 기업의 손해도 감안하겠다 이겁니까?”
“네.”
자신이 의뢰받은 건 도승진의 엔터테인먼트를 지켜 달라는 게 아닌 제린의 과거를 지워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니 그걸 하기 위해 도승진의 기업에 어느 정도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애초에 아무런 피해도 없이 언론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까?”
“…….”
“이런 말 하기는 미안하지만 작은 회사들의 규모가 그런 건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그것이 이 바닥의 룰이다.
모든 사업이 다 그렇지만 광고에도 그 효과는 적용된다. 더 많이 알려질수록 위험도는 더 커지는 것이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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