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987)
대통령 자리에 꿀 발라 놨냐? (1)
노형진은 가능하면 정치와 거리를 두려고 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러한 희망대로 되는 건 아니다.
때로는 사건 해결을 위해 정치를 이용해야 할 필요도 있으니까.
그리고 가끔은 정치권에서 노형진에게 사건을 의뢰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이건 심하군요.”
박기훈의 보좌관은 서류를 가지고 와서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부정하기 바빠요. 제대로 된 공격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뭐, 개싸움은 각오하신 거 아닌가요?”
“각오했지요. 하지만 이건 선을 넘었습니다.”
보좌관인 심호섭은 진지하게 말했다.
“검찰에 고발을 했지만 시간만 질질 끄는 게 눈에 훤히 보입니다.”
“그러겠지요.”
노형진은 이해가 갔다.
박기훈은 극단적 개혁주의자 라인이다.
과거에 개혁 성향의 대통령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들은 극단보다는 점진적 개혁을 선호했다.
하지만 박기훈은 그 과정에서 피가 흐른다고 해도 극단적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었다.
점진적 개혁은 언제나 실패했으니까.
“그래서 이러한 문제가 터진 거군요.”
가짜 뉴스. 인터넷을 통해 퍼지는 헛소문.
문제는 그게 그럴듯한 포장을 하고 퍼지기 시작한다는 거다.
심지어 그 주체가 언론사다.
‘그러고 보니 원래도 이때부터 문제가 심각해졌지.’
원래 역사에서도 이 시기쯤부터 가짜 뉴스 문제가 심각해졌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문제 자체는 오래전부터 인식되었지만 한국이 그걸 방치했다고 하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가짜 뉴스에 대한 처벌이 엄중하다.
특히 정치적 가짜 뉴스는 국가의 여론을 호도하고 진실을 감추는 목적이기 때문에 그 처벌을 아주 엄중하게 하고 있다.
싱가포르 같은 경우는 징역 10년 벌금 8억이고, 독일의 경우는 그 사용자에게 책임을 물어서 그 인터넷 사업자가 가짜 뉴스를 발견하고도 스물네 시간 내에 삭제하지 않는 경우 500만 유로, 한화로 64억의 벌금을 내도록 되어 있다.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가짜 뉴스 문제는 심각하다.
하지만 유독 한국은 그러한 가짜 뉴스에 관대하다.
‘뭐, 당연한 거긴 하지만.’
노형진도 때로는 가짜 뉴스를 지능적으로 이용한다.
한국에서 가짜 뉴스를 체계적으로 만들어 공급하는 사람은 누굴까?
그건 다름 아닌 정치인들이다.
그러니 한국 정치인들이 가짜 뉴스를 처벌하는 법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할 리가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선을 넘었습니다.”
박기훈에 대한 가짜 뉴스는 심각했다.
그가 빨갱이라는 흔한 말부터, 북한의 지령을 받고 있다느니, 일본의 사주를 받은 스파이라느니, 심지어는 러시아의 지령을 받고 한국을 전복하려 한다는 것도 있다.
사실 이런 건 지극히 정치적인 워딩이고, 선거철이 되면 안 나오면 이상한 말이기 때문에 이해라도 한다.
“저희 박기훈 의원님이 납치 강간을 했다는 글까지 나옵니다.”
납치 강간한 후 피해자를 매장했다는 글까지 나오는 게 현실이다.
더 웃긴 건 피해자가 누군지 그리고 어디서 어떻게 했는지는 없다.
그냥 박기훈이 납치 강간을 한 살인범이라는 식이다.
“일부 여자들은 이 건에 대해 해명하라고 따지고 드는데…….”
“없는 사건을 어떻게 해명하라는 거죠?”
“제 말이 그겁니다.”
심호섭은 짜증 난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현실적으로 피해자도 없고 증인도 없고 증거도 없는데 사건이 드러난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게 진실인 것처럼, 인터넷에서는 박기훈을 때려죽일 인간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나마 그런 건 아예 항변할 가치조차 없으니 그렇다고 쳐도, 정치적으로 예민한 부분이나 설명하기 애매한 부분에 대해서는 대책이 안 섭니다.”
가령 박기훈의 공약 중 하나로 죄수들의 생활비를 국민들의 세금으로 낼 수는 없으니 죄수들을 노역시켜서 그 임금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이 있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기에 찬성한다.
자기 세금으로 살인범들에게 밥 주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
그런데 인권 단체에서는 그 문제를 물고 늘어지며 박기훈이 인간 차별주의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무지개클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자신들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하라고요.”
“뭔 개소리랍니까?”
“미안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당연하다. 무지개클럽은 한국을 대표하는 동성애자 모임이다.
인권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당연히 지지를 표명하는 게 맞겠지만, 보수적인 한국에서 그들에 대한 지지를 대놓고 천명하면 보수적인 표들, 특히 기독교 쪽 표는 다 버리는 거라고 봐야 한다.
대통령 선거는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누군가의 지지를 받으면 누군가의 적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니, 지지층을 잘 선택해야 결국 승리자가 될 수 있다.
한 표 한 표가 절실한 상황에서 수적으로 열세인 동성애자들에게 지지를 얻으려는 위험한 행동은 할 수가 없다.
“그랬더니 저희보고 동성애자 혐오랍니다.”
“공식적인 의견은요?”
“비슷하죠. 자기들끼리 뭘 하든 우리는 상관없습니다만…….”
사실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다.
동성애자들이 연애를 하든 결혼을 하든, 자기들만 건드리지 않으면 된다는 거다.
“대부분의 소문이 이런 식입니다. 우리가 해 달라는 걸 해 주지 않으면 무조건 혐오라고 합니다. 심지어 노동계도 마찬가지고요.”
“그럴 만하죠.”
수년간 노동계는 입을 닥치고 있었다.
홍안수가 보복할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홍안수가 물러나자마자 노동운동을 탄압한다면서 정권을 욕해 댄다. 공식적으로 지금 어떠한 정권도 없다는 걸 잊어버린 것처럼.
“쩝…….”
노형진은 입맛을 다셨다.
대충 상황이 이해가 갔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는 아십니까?”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심호섭의 말에 노형진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 정도는 분석해야 하는 거 아냐?’
그런데 정치인들은 정작 이 정도 분석도 못한다.
정확히는 개혁주의자들의 함정이라고 해야 할까?
분석 능력이 좋은 자들은 정권에 붙어서 꿀 빨려고 하기 때문에 개혁 성향이 좀 덜한 게 사실이다.
“뭐, 대놓고 말씀드리자면 이번 대선에서는 결국 개가 나와도 민주수호당에서 대통령이 나오겠지요. 안 그런가요?”
“맞습니다.”
“그리고 민주수호당은 필연적으로 시작 단계에서 국민들에게 약하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지가 약해서?
아니다.
국민들은 홍안수에게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