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998)
매드맥스, 분노의 국경선 (2)
“그런 사람들이 제법 많을 텐데요.”
“그렇기는 하지요.”
그런 인간들은 보통 중국에서 조폭을 하던 자들이다.
그러다 속한 파벌이 패한 후에 러시아로 도망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중국에 남아 있으면 거의 100% 장기가 털리는 게 현실이니 차라리 러시아로 도망치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다고 해서 그들의 인생이 바뀌는 건 아니라는 거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중국인들은 학력이 그리 좋은 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중에서도 폭력 조직에 들어갔다면, 더더욱 좋으리라 보기 힘들다.
당연히 할 줄 아는 건 그런 폭력배 생활밖에 없고, 그래서 러시아에 와서도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평범하게 일하자니 인종차별을 받는다.
관광객처럼 돈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보호도 못 받는 데다가, 상당수가 몰래 오는 놈들인지라 당연히 법적인 보호도 불가능하다.
“그런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뭘 좀 시키고 싶은데요.”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얼마나 있는데요?”
“필요하신 만큼요.”
세르게이는 느긋하게 소파에 기대어 말했다.
“돈만 주신다면 충분히 구해 드릴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러시아로 넘어오는 놈들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그래요? 의외군요.”
“돈이 없으니까요.”
빚을 진 놈들이나 지역의 권력 싸움에서 패한 사람들.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러시아로 대피해 왔다.
“한국이나 일본으로 가서 살 수는 없으니까요.”
워낙 물가 차이가 심하다 보니까 그쪽으로 가는 건 힘들다.
물론 일부 가는 이들도 있긴 한다.
“돈만 주면 가짜 신분증을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도망친 놈들은 타향에서 고생하면서 온갖 무시를 당하며 살기 마련이다.
“그렇군요.”
“그나저나 미스터 노, 제 입장에서 이런 질문은 조심스럽습니다만, 도대체 그놈들을 뭐에 쓰려고 하는 겁니까? 그놈들은 쓰레기입니다. 돼지만도 못해요.”
세르게이는 딱히 인종차별을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하긴 인종차별을 안 하는 조폭이라니, 그것도 웃긴 일이다.
인권을 따지는 사람이 조폭으로 활동할 리가 없다.
“사실은 어떤 지역을 정리하고 관리를 좀 하려고 합니다.”
“관리요?”
“그렇습니다.”
“흠…… 쉽지 않을 텐데요? 중국 놈들이 쓰레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워낙 수적으로 많아서요.”
“중국과 북한과 접촉하고 있는 쪽을 점거할까 생각 중입니다. 주로 두만강 쪽이 되겠지만, 여건이 된다면 더 늘릴 생각이고요.”
“그쪽은 돈이 될 만한 게 없는데요?”
“인권의 문제죠.”
“뭐, 그런 거라면 저는 상관없죠.”
세르게이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원하는 대로 보내 드리지요. 어떻게, 우리 쪽 애들도 보내 드릴까요?”
노형진은 씩 웃었다.
현실적으로 그들을 데리고 가서 조직을 세울 수야 있지만 이후의 항쟁은 피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쪽에도 쓸 만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을 어디서 구할까?
‘당연히 러시아지.’
한국에서 데리고 올 수는 없고, 미국의 민간 군사 업체를 동원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남는 건 러시아뿐.’
사실 러시아에는 레드마피아 소속의 병력이 어마어마하다.
그들이 어디서 왔을까?
대부분 러시아군의 제대자들이다.
과거에 소련이 해체되면서 강제로 세상으로 던져진 군인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단체, 그게 러시아 레드마피아의 시작이었다.
‘그게 아직도 이어지고 있고.’
군에서 제대한 사람 중 직장을 못 구한 사람들이 레드마피아에 많이 가입한다.
당연히 군에서 제대로 전투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중국에서 오래 활동할 수 있는 놈들도 아니고.’
즉, 내부에서 싸우고 러시아로 돌아가면 중국에서는 그들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항의?
애초에 중국과 러시아는 사이가 안 좋다.
같은 공산국가이기는 하지만, 한국과 일본 같은 사이랄까?
그런데 중국에서 뭐라고 한들 러시아가 신경이나 쓰겠는가?
즉, 단시간 용병으로 써서 한 지역을 정리하기에는 최고라는 거다.
“스페츠나츠 출신도 있습니까?”
“아주 잘 찾아오셨네?”
“제대로 된 출신으로 해 주시죠. 정보전보다는 특수전 쪽으로.”
러시아의 스페츠나츠는 특수부대를 지칭한다.
스페츠나츠라는 존재는 특정 부대의 명칭이 아니라 러시아군 내에서 특수전을 담당하는 부대를 뜻한다.
한국으로 치면 특공대라는 개념에 가깝다.
특공 여단이나 특공 대대 아니면 특전사, UDT같이 정규전, 즉 전선을 만들고 공격하거나 방어하는 부대가 아닌 다른 부대를 특공대라고 하는데, 러시아의 스페츠나츠가 그런 의미다.
당연히 그들 중에는 정보전을 전문으로 하는 부대도 있다.
“그런 곳보다는 힘 좋고 깡 좋은 사람들, 그리고 입이 무거운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얼마든지.”
“그리고 무기는 소지하지 못합니다.”
“응? 그건…….”
“설마 러시아에서 중국이랑 전쟁을 일으키려는 건 아니죠?”
그랬다가는 진짜 난리가 난다.
더군다나 러시아인이 거기서 살인하면 거기서 죽을 수도 있다.
“방어구는 드립니다. 하지만 무기는 안 됩니다.”
“그 새끼들은 그러면 어쩌려고요? 깨끗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끝도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 부분은 저희가 알아서 할 테니까요.”
노형진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
새해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노형진은 다시 중국으로 넘어갔다.
일단 러시아 쪽에서 조용히 넘겨 보낸 사람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 숫자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엄청 살벌하네.”
중국인으로 보이는 인물이 2천 명, 러시아인으로 보이는 인물이 1천 명 정도다.
“이야기는 들었수다. 우리가 해야 하는 건 뭐요?”
시큰둥하게 말하는 남자.
의외의 한국어 실력에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한국어 잘하시네요.”
“여기에 있는 대부분이 조선족이오.”
“조선족? 아아.”
노형진은 대충 상황이 이해가 갔다.
“지금 이 지역을 잡고 있는 조직이 중국계군요.”
중국은 오래전부터 하나 된 중국을 추구해 왔다.
그리고 조선족은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간도에 살던 사람들이다.
비록 전쟁이 터지고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국적이 중국으로 바뀌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조선의 핏줄이라는 사실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경우 중국은 보통 인종 지우기에 들어간다.’
당장 티베트만 하더라도 남자들은 죄다 포로수용소로 보내고 여자들은 강제로 한족과 결혼시킨다.
이미 티베트의 남자와 결혼한 경우에는 강제로 이혼시킨 후에 결혼시키기도 한다.
남편과 아이가 있다면 당연히 그들은 모두 포로수용소행이다.
물론 조선족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지만, 그 지역에 알게 모르게 한족을 이주시켜서 점점 세력을 약화시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뭐, 상관없지. 어차피 이용할 거니까.’
그들이 조선족이든 한족이든 노형진은 상관없다.
사실 툭 까고 말하면 조선족 역시 중국인이지 한국인은 아니다.
그저 중국의 소수민족 중 하나일 뿐이다.
중국 내부에서 차별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중국과 한국이 전쟁한다면 그들은 중국을 위해 총을 들지 한국을 위해 총을 들 사람들은 아니다.
“간단합니다. 여러분들은 이 지역의 폭력 조직들을 박멸하면 됩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분들은 이 지역을, 일종의 접수를 하면 됩니다.”
“그걸 저 친구들이 도와준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아무리 중국의 폭력 조직이 잘났다고 해도 그들은 그저 깡패일 뿐이다.
제대로 전투 훈련을 받은 스페츠나츠 출신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그 과정에서 그들을 포섭해서 자신들의 세력권 안으로 넣는 것은 여러분들의 능력입니다. 물론 조건이 있습니다.”
마약의 유통 금지, 갈취 금지, 인신매매 같은 행위 역시 금지.
그러자 몇몇은 불만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사실 가장 짭짤하게 돈이 되는 건 그런 일들이니까.
“물론 저를 속여서 몰래 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뭐, 솔직히 말하면 한 20%는 몰래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참 당당하게 말하는군.”
“하시려면 빨리 해 주세요, 저도 그분들 덕에 돈 좀 벌어 보게. 튼튼하신 분들이니 돈도 비싸게 나오겠지요.”
그 말을 알아들은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
만일 그런 짓을 하면 똑같이 장기를 빼 가겠다는 소리다.
“그러면 우리는 뭘 먹고 살란 말이오?”
“제가 이 지역에 적당한 기업들을 유치해 드리겠습니다. 직접 출근하셔도 되고, 가족 중 한 분을 넣으셔도 됩니다.”
‘이게 바로 일석이조지.’
만일 이들이나 이들의 가족 중 누군가 공장에서 일하게 된다면 그들은 이 지역의 치안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된다.
직장을 잃기는 싫을 테니까.
‘어차피 중국에서 세울 수 있는 공장은 많아.’
다만 현실적으로 이 북한과 밀접한 곳은 전문 공단이 아니기 때문에 해외 기업들이 들어오기를 꺼리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북한과 접한 그쪽은 전형적인 중국의 농촌에 가깝다.
그렇다 보니 인프라가 없어서 투자하러 오는 사람도 없다.
“무슨 공장을 세우겠다는 거요? 여기에는 세울 만한 공장이 없는데.”
“농수산물 가공 공장입니다.”
“농수산물 가공 공장?”
“그렇습니다. 이 지역에서 나오는 농수산물은 모두 그 상태 그대로 다른 지역으로 팔려 나갑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지요.”
당장 고구마, 감자를 직접 파는 것보다는 그걸로 과자를 만들어 파는 게 더 유리하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중국은 워낙 가짜가 많습니다.”
중국 정부는 가짜 음식을 파는 놈들을 족족 사형에 처하고 있지만 그래도 가짜 음식을 근절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곳에서 믿을 만한 가공 공장이 생긴다면 제법 잘될 겁니다. 판매량도 많을 테고요.”
“음?”
“이곳에서 나오는 모든 물건은 미국과 한국의 수출 허가 기준으로 만들어서 팔 겁니다.”
그렇게 되면 그쪽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맞춰서 공장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 자체가 중국에서는 믿을 만한 요소 중 하나가 된다.
당장 중국에서 한글을 이용해 마치 한국 기업인 것처럼 행동하는 가게들이 그런 믿음을 악용하는 곳들이다.
“진짜 한국이나 미국에 팔지는 못한다고 해도, 최소한 그 자격을 획득한 것만으로도 중국에서는 상당한 가격이 책정될 수가 있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이 지역이 정리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공장이 많아지면 인원도 많아지는 법이지.’
당연히 그 공장에 일부 탈북민들을 감춘다고 해도 중국 당국에서 뭐라고 할 수는 없다.
“흠…….”
노형진의 말에 다들 진지하게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들 입장에서는 저 아래 바닥 생활을 하다가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니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그놈들을 죽이지 않으면 우리가 죽소.”
중국의 폭력 조직은 평범한 폭력 조직이 아니다.
사람을 죽이고 장기를 내다 파는 놈들이다.
단순히 쫓아내기만 하면 추후 외부에서 사람을 끌어다가 이쪽 사람들을 죽일 수도 있다.
“그때까지 이 사람들이 있겠소?”
레드마피아는 이 일이 끝나면 여기를 떠날 것이다.
일종의 용병으로 온 거니까.
“그들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노형진은 빙긋 웃었다.
“다만 여러분들의 안전을 위해 준비한 건 좀 있습니다.”
노형진이 뒤쪽으로 손짓하자 건장한 사내들이 다가왔다.
“중국 이야기는 많이 들었으니까요.”
중국인들은 싸움이 나면 일단 칼부터 휘두르는 인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