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0)
민시아는 안으로 들어오면서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선배들이 제대로 한 방 먹일 때마다 속이 시원하다고 표현하긴 했지만 한 번도 겪어 본 적이 없어 몰랐는데, 완전히 멍한 표정이 된 상대방을 보니 말 그대로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나이스!’
그리고 그걸 본 노형진은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를 떠올렸다. 지금 그녀가 물어본 것은 죄다 자신이 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더 부를 증인이 있습니까?”
“크흠, 최초로 연재했던 사이트의 관리부장을 증인으로 부르겠습니다.”
“인정합니다.”
당황한 변호사는 얼른 일어나서 말을 꺼냈다. 그리고 증인석에 앉은 증인에게 질문을 하나씩 던지기 시작했다.
“귀 사이트는 어떤 사이트인가요?”
“우리 사이트는 소설을 주로 연재하는 사이트입니다. 기본적으로 무상이며, 소설가로 데뷔하는 사람들이 많이 옵니다.”
“그럼 피고 정상하 군도 거기에서 데뷔한 거네요?”
“그렇습니다.”
“많이 모이나요?”
“뭐, 소설가를 지망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모인다고 생각합니다만.”
“인기가 많은 사이트인가 보군요.”
“그렇습니다.”
“그럼 그곳에 연재했다는 건 기본적으로 자기 작품으로 정식 데뷔를 노린다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그 말에 증인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습니다. 정식 데뷔를 노리는 거죠.”
“그럼 정상하 군은 정식 데뷔를 노리고 썼다는 건데, 이런 걸 타인의 작품으로 쓰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정식 데뷔를 목표로 하는 건 타인의 작품을 가져다 쓰기는 어렵습니다. 그 후에 문제가 될 테니까요.”
“그럼 연재 중에 타인의 작품이라고 신고가 들어오거나 항의가 들어온 적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소설을 찾아 들어오는 거죠?”
“네.”
“그럼 수십만의 네티즌이 수많은 인터넷을 뒤졌는데 비슷한 작품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거네요.”
“그렇지요.”
“이상입니다.”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들어가는 청계 측 변호인. 하지만 노형진은 얼굴만 약간 찌푸렸을 뿐이다. 위협이 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다시금 민시아가 앞으로 나가 증인을 바라보았다.
“증인, 제가 귀사에서 연재 중인 작품 하나를 읽어도 될까요?”
“네? 아, 네.”
“흠. 그녀는 신음성을 흘렸다. 남자의 굵은 허리가 상하로 움직였다. 철퍽철퍽! 아아, 여자는 쾌락에 울부짖었다. 뭐, 더 이상 읽기가 참 민망하네요. 증인은 프로를 꿈꾸는 작가들이 모여든다고 했는데 이게 프로는커녕 남한테 읽힐 만한 수준입니까?”
“……그건 좀…….”
“그럼 단순히 재미 삼아서 오는 사람도 많다는 거네요?”
“네.”
“그럼 피고가 재미 삼아 온 건지, 아니면 프로를 노린 건지 확신하십니까?”
“모르겠습니다.”
공격의 첫 번째 방식. 그건 아까 말한 증언을 번복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최소한 증인에 대한 믿음도 약해지고, 운이 좋다면 증언 자체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까는 제법 확신하셨던 것 같은데요?”
“뭐, 그냥…… 아무래도 회사 일이다 보니까…….”
“그럼 생각보다 프로를 꿈꾸는 사람이 적다는 것일 수도 있네요.”
“네.”
“그렇다면 딱히 프로를 꿈꾸지 않는다면 귀사의 사이트를 이용할 이유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럼 원고는, 전에도 말했다시피 전문 작가를 희망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 거기에 갈 이유도 없다는 거죠. 안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해당 사이트를 사용하는 유저들이라고 해도 모를 수도 있겠군요? 안 그런가요?”
“그렇습니다.”
제대로 반박당하는 청계의 변호사들의 심기는 점점 불편해졌다. 하지만 틀린 질문이 아니었기 때문에 막을 수도 없었다. 법원이 달리 세 치 혀의 전쟁터라 불리는 게 아닌 것이다.
“제가 증인의 회사에 의문점이 있습니다만, 피고가 연재했던 작품을 보니 양이 어마어마하던데요.”
“네.”
“근데 그거 아십니까?”
“뭐 말입니까?”
“방금 읽어 드린 작품. 그거 피고의 것입니다.”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듯한 얼굴이 되는 변호사들. 설마 아직도 그 작품이 사이트에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변호사들은 법적으로 어쩌고저쩌고하는 것만 알지, 실무나 사회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특정 집단의 문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신들이 성공한 집단이라 생각하는 그들은 특정 집단들, 특히 오타쿠와 같은 집단들은 실패한 집단이라고 생각해서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내가 그거 찾느라고 고생 좀 했지.’
노형진은 그 작품을 찾아냈을 때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작품의 질을 판단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 그건 바로 다른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멍청한 피고가 ‘설마.’라는 생각에 그걸 안 지우고 있었던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피고는 작품도 많이 썼습니다. 연재하는 작품만 보더라도, 어디 보자…… 《흥건하게 젖는 밤》, 《그녀 아래 그놈》, 《쾌락의 몸부림》. 주로 야설 계열입니다. 하긴, 그 나이대의 남자아이들의 관심은 그쪽으로 가는 게 당연하겠지요. 근데 갑자기 서정적이고 문학적인 작품으로 돌변한다구요? 그게 가능한가요?”
“그게…… 뭐…… 실험적으로 해 보다가 그게 적성이 맞으면 폭발적으로 필력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적성에 맞으면 폭발적으로 필력이 늘어난다라……. 그럼 늘어난 필력이 줄어드는 경우는 있습니까?”
“거의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쾌락의 몸부림》이라는 작품은 피고가 정식으로 출판하고 난 뒤에 연재를 시작한 작품입니다. 증인의 말대로라면 그 필력이 유지되어야 합니다만 읽어 보자면…… 그녀는 아래에서 몸부림쳤다. 남자는 소리 질렀다. 가만히 있어. 그럼 천국을 보게 될 거야. 남자는 거칠게 자신의 물건을 쑤셔 넣었다. 푹. 찍. 쑤욱. 뭐, 이쯤에서 그만하겠습니다. 이후에 쓴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필력이 유지되기는커녕 극단적으로 퇴보했습니다. 아니, 제가 봤을 때는 다른 작품들하고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단 하나, 《비 오는 날의 무지개》와는 극단적으로 다르지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증인?”
“그, 그런 것 같네요.”
“이상입니다. 피고의 다른 작품들은 새로운 증거로써 재판부에 제출하는 바입니다.”
“인정합니다. 증거를 받아서 확인하세요.”
한 방 먹은 얼굴이 된 변호사들.
‘멍청한 놈들.’
노형진의 승률이 높은 것에는 바로 이런 이유가 있었다. 무시하고 넘길 수 있는 사소한 것들, 그걸 읽을 줄 알기 때문이다.
“다음, 할 말 있습니까?”
“그러니까…….”
피고 측은 당황한 얼굴이었다. 하긴, 극단적으로 필력이 차이가 나는 다른 작품이 버젓하게 인터넷에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없습니다.”
“그럼 양측에서 추가로 제출한 증거들과 증언들을 확인하고 다음 재판에서 뵙겠습니다. 날짜는…….”
그렇게 첫 번째 재판이 끝났고 노형진은 법정에서 나오는 민시아를 웃으면서 맞이해 줬다.
“어때요, 누나?”
“끝내줘.”
“제대로 판단하고 약점을 잡으면 이렇게 되죠.”
“그래, 이런 건 생각하지 못했네.”
공부만 하면서 자랐고 어린 나이에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취미 생활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전무한 그녀였다. 문제는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재판은 단순히 재판정에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에요. 재판정은 세 치 혀로 칼싸움하는 곳이죠. 칼을 가는 건 바깥에서 미리 해 놔야 해요.”
“뭔 뜻인지 알 것 같아.”
보통 재판을 하게 되면 법률적으로 관계된 것만 보게 된다. 그런데 이건 법률과는 전혀 관계없는 취미의 세계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증거이기도 하다. 만일 노형진이 이런 사이트의 존재를 몰랐다면 찾아볼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그나저나 두 번째 싸움은 어떻게 될까?”
“저쪽에서는 사력을 다해서 방어하겠죠. 이제는 이쪽으로 칼자루가 넘어왔으니까.”
작가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필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쪽에서도 섣불리 반박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냥 물러나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도 방법은 있지?”
“찾아봐야지요. 그나저나 누나, 절 다그치지 말고 직접 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변호사는 누나라구요.”
“헤헤헤.”
민시아의 미소에 노형진은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요즘은 하이테크 시대(1)
“완전히 한 방 먹었군.”
이명한은 보고서를 받고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쉽게 생각한 싸움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증거가 나와서 뭐라고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멍청한 년은 뭐래?”
“자기 아들이 장난삼아 써서 그런 거지, 제대로 쓰면 제대로 나온답니다.”
“웃기고 있네. 그 새끼는?”
“공부한다고 안 바꿔 주던데요?”
“미치겠구만.”
원래 재판에서 이기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는 피고가 자신의 변호사를 믿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제대로 방어할 수 있다. 하지만 어머니라는 작자는 끝까지 잡아떼고 싶은 모양이었다.
“장난해?”
“어쩌겠습니까?”
“끙, 필력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문제군. 그래서 어쩌기로 했나?”
“일단은…… 장난삼아 쓴 쪽으로 밀어붙여야지요.”
“그래야지. 다른 증거는?”
“준비 중입니다.”
“알았다. 그나저나 그 변호사 년은 뭐야?”
“민시아라고, 이번에 연수원을 나온 초짜입니다. 새론 법무법인의 새끼 변호사랍니다.”
“새끼 변호사? 뭔 놈의 새끼 변호사가 그렇게 날카로워?”
“그러게 말입니다. 말하는 게 버벅거리고 어설프긴 했지만 질문 자체는 무척이나 날카로웠습니다.”
“새론이라……. 조심해야 할 놈들일지도.”
“안 그래도 대룡그룹의 후계자 건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끙, 그때 우리가 물었어야 했는데.”
그때 법무법인 청계도 지라시를 통해서 정보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면 망하기 직전인 새론과 다르게 섣불리 움직이면 타격이 컸던 청계인지라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 사실 지라시에서 나온 이야기라 믿음이 가지도 않았고 말이다. 그런데 그게 진짜였다니.
“하는 수 없지. 다음 재판에서는 어떻게든 이겨.”
“알겠습니다. 꼭 이기겠습니다.”
하지만 부하의 말에도 불구하고 이명한은 왠지 더 불안해지는 느낌이었다.
두 번째 재판 날. 지난번과 다르게 한지연 측에서 먼저 증인을 불렀다.
“서연대 국문학과 교수님인 곽찬성 교수님을 증인으로 요청합니다.”
“인정합니다.”
그 말에 청계 쪽도 예상했다는 분위기였다. 하긴, 문학작품을 두고 표절 싸움을 하면 기본적으로 나오는 것이 바로 대학교수이니 말이다. 물론 질문은 뻔하다. 문체의 적합성이니 유사성이니 그런 것들 말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런 것에 대한 파훼법도 다 알고 있었다. 그러나 공격은 예상외의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교수님은 카피킬러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아십니까?”
“프로그램?”
“뭔 소리야?”
생각지도 못한 발언에 당황하는 청계 측 변호사들. 하지만 민시아는 신났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기대되었다. 지난번에는 자신이 방어하면서 적의 주장을 깨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자신이 공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압니다.”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카피킬러란 표절 방지 프로그램입니다. 쉽게 말해서 글의 문체나 특징 등을 분석하여 표절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왜 이런 게 필요하지요?”
“사람은 감정이나 친분에 따라서 문체를 다르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카피킬러는 수천수만 번의 연산과 축적된 데이터로 분석합니다.”
“감정적인 오류를 저지르는 인간과 다르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맞습니다. 카피킬러는 인간처럼 실수하지 않습니다. 선입견도 없고 이익에 따라 판단하지도 않습니다.”
“그럼 카피킬러의 오류 발생률은요?”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거의 제로라는 건?”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했다가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과 같은 과정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일 언어에 대해서는 충분히 판단한다는 뜻이네요?”
“그렇습니다.”
“좋습니다. 지난번에 저희가 부탁드린 실험 결과를 발표해 주십시오.”
“일단 피고 측이 인터넷에 연재한 글과 《비 오는 날의 무지개》와의 연관성은 0.1%입니다.”
“무슨 뜻이죠?”
“전혀 관련이 없다는 거죠.”
그 말에 똥 씹은 표정이 되는 청계의 변호사들. 하지만 질문은 끝난 게 아니었다.
“그럼 얼마 전 피고 측 변호인이 신작이라며 비교·분석해 달라고 제출한 글에 대한 판단은요?”
“동일성 7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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