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001)
본연의 임무 (1)
경찰. 중국에서는 공안이라고 불리는 존재.
그들의 본연의 임무는 국민 탄압이 아니라 치안 유지다.
하지만 권력화된 공권력이 언제나 그렇듯이 엄청나게 부패한 덕분에 그들은 치안 유지 대신에 하나의 폭력 조직처럼 그 지역을 지배해 왔다.
그러나 그러한 행동에도 한계가 있었다.
“왕리신 부총경감님, 신고가 수백 건입니다. 이건 묻을 수가 없습니다.”
“이 미친 새끼들이 대체 뭘 한 거야?”
지방에서 난 총소리.
밤에 난 총소리는 생각보다 멀리 퍼진다.
더군다나 북한이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탈출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총질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많은 주민들이 총성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런 총성이 내륙에서 터지자 왕리신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무래도 뭔 일이 터진 것 같습니다. 위에서도 확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끄응…….”
아무리 왕리신이라고 해도 윗선, 즉 중앙당에는 저항할 수가 없다.
이 지역에서나 왕이지, 위로 끌려가면 대가리에 총알이 들어오는 것은 일도 아니니까.
“일단 주변을 수색 중이라고 했지만 덮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일부라도 쳐 내야 합니다.”
“일부라도?”
“그렇습니다. 총성 제보가 우리뿐만 아니라 중앙당에도 들어갔기 때문에…….”
만일 여기서 사건을 덮으면 중앙당에서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게 될 것은 당연하다.
잘해 봐야 갱단의 발호로 볼 테고, 최악의 경우 왕리신이 엉뚱한 짓거리를 준비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지역에 적사회가 있던가?”
“그렇습니다, 부총경감님.”
“그쪽이랑 이야기해 봤어?”
“안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야기하는 게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닌 듯합니다.”
“뭐?”
“아시다시피 중앙당에서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만일 우리가 그들과 접촉했다가 그 사실이 알려지면…….”
왕리신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적사회는 인신매매와 마약 유통을 주로 한다.
그런 자들과 엮이면 그도 좋은 꼴은 못 본다.
“우리가 접촉한다고 해도, 그놈들이 우리 편을 들어 줄 놈들입니까?”
분명 그 지역에 있던 총기와 병력을 싹 뺀 후에 공안을 맞이할 테니, 왕리신 측은 실적이 없다고 보고해야 한다.
“윗선에서는 내 부패를 의심하겠군.”
실제로 부패한 것과 공식적으로 그 꼬투리를 잡히는 것은 전혀 다르다.
당장 왕리신의 자리도 노리는 놈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꼬투리를 잡히면 중앙당에서 왕리신을 쳐 내고 다른 놈을 심으려 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 될 것이다.
“최소한의 실적 보고는 해야 합니다.”
“그러면 어쩌자는 거야?”
“그 지역에 있는 곳을 털어 버리는 겁니다. 어차피 무기고가 거기 한 곳만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흠…….”
“그 정도에서 쳐 내고 나중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 적사회에서 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하긴 그건 그렇군.”
적사회가 삼합회 소속의 폭력 조직이라지만 그렇다 해도 중국의 공식적인 권력 집단인 공안과 비교할 수는 없다.
중국 공안의 권력은 한국의 경찰과 다르다.
한국의 경찰은 행안부 아래에 존재하지만 이들은 중국의 최상위 행정기관 중 하나다.
독립적인 체포권이 있기 때문에 영장이 필요 없으며, 구속 역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수사는 당연히 그들이 한다.
불심검문 역시 거절하면 끌고 갈 수 있고, 언론이나 뉴스 같은 곳에 대한 검열권 역시 공안이 가진다.
즉, 영화처럼 영장 없이는 집에 못 들어가는 그런 자들이 아니다.
문이 잠겨 있으면 부수고 들어가면 된다.
심지어 공무집행방해를 할 경우 총살도 가능하다.
그것도 자기 마음대로 말이다.
물론 그래도 언론의 눈치가 있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바로 총알을 박아 버리는 짓은 하지 않지만, 공안이 서라고 했는데 서지 않으면 뒤통수에 총알을 박아 버리는 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적사회가 아무리 이 지역에서 힘깨나 쓴다고 해도 공안에 저항하는 건 불가능하다.
저항해 봐야 준군사조직인 인민 무력 경찰을 투입해서 깡그리 쏴 버리면 그만이니까.
“그곳을 기습해서 실적으로 올리고 사건을 덮으시지요.”
왕리신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도록 하지. 이 미친놈들이 그동안 편의를 봐줬더니 선을 너무 넘어.”
왕리신은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한 번쯤 힘을 보여 줄 때가 되었다.
“그쪽을 습격하도록 해. 적사회 쪽에는 비밀로 하고. 나중에 그 정도로 덮어 준 걸 감사하다고 인사하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어.”
왕리신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
그 시각, 적사회는 그 아지트에 와 있었다.
“뭐? 누군지 몰라?”
“네. 얼굴도 완전히 가린 상태였고 총알도 안 먹혔습니다. 그 후에는 두건을 쓴 놈들에게 두들겨 맞아서 기절했습니다.”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 그렇게 완전무장 하고 습격한 놈들이 그냥 너희만 때리고 갔다는 게?”
“저희도 영문을 모릅니다.”
“돌아 버리겠군.”
습격당했을 때 숭원을 비롯한 이곳의 멤버들은 당연히 조직에 전화를 걸어서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조직에서 다급하게 이곳에 왔을 때 상황은 다 끝나 있었기에 누군가 무기를 탈취해서 도망갔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무기는 그대로 있었고 심지어 탄약상자도 그대로였다.
바닥에 떨어진 탄피 하나 주워 간 게 없었다.
“사실 너희끼리 치고받은 거 아니야? 아니면 약을 했거나……?”
“그럴 리가 있습니까?”
당장 여기저기 멍든 걸 봐서는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일단 그놈들이 다시 올지 모르니까 총기 제대로 확인해. 그놈들이 어디서 온 건지 모르겠지만.”
숭원은 상급자의 말에 툴툴거렸다.
“아니, 나도 환장하겠다고.”
사라진 건 없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그들이 맞았던 스펀지탄만 사라졌다.
그렇다 보니 실제 전투를 증명할 만한 건 탄피와 집 안에 남아 있는 매캐한 냄새뿐이었다.
“당분간 상주 인력을 늘리고, 그놈들이 오면 다시 때려잡아.”
“하지만 무슨 수로 말입니까?”
“창으로 찌르든가 하란 말이야!”
확실히 여기에는 창 같은 무기들도 있다.
‘총도 안 통하는데 창이 통할 리가.’
숭원은 툴툴거렸지만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그들이 자신들을 습격한 후에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그들이 뭔가를 가지고 갔다면 자신은 죽은 목숨이었을 테니까.
“나는 형님과 만나서 상황 설명하고 대응책을 이야기할 테니까…….”
그 순간 바깥에서 갑자기 총소리가 들려왔다.
타타타탕!
탕탕탕!
“뭐…… 뭐야!”
동시에 튀어 들어오는 조직원.
“습격입니다! 적들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총까지 제대로 가지고 온 것 같습니다!”
“뭐? 야! 당장 무장해, 어서! 이번에는 꼭 다 죽여 버린다!”
숭원은 눈이 뒤집어졌다.
복수를 할 시간이었다.
***
“역시나.”
노형진은 산속에 있었다.
주변에는 레드마피아 몇몇이 경호하고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공안.
“예상대로 행동하는군.”
이 지역에서 그렇게 총소리가 났으니 당연히 문제가 안 될 수가 없다.
주변의 주민들이 신고했을 테고, 노형진은 조선족 조폭들을 통해 중앙당 쪽에도 신고하도록 했다.
당연히 위에서는 그걸 확인하라고 했을 테니 왕리신이 여기를 알든 모르든 대응책은 하나뿐이었다.
‘안다면 여기를 습격해서 그 정도에서 사건을 덮으려고 하겠지. 모른다면 당연히 수색 팀을 보낼 테고.’
그래서 노형진은 좀 떨어진 곳에서 비트를 파고 그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삼십여 명쯤 되는 공안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직선으로 다가오는 걸 보니 여기에 대해 아는 모양이군.’
그들은 기도비닉 같은 건 생각도 안 하고 왁자지껄하게 떠들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중국어 특유의 성조 때문에 더더욱 시끄럽게 들리는 그들의 목소리.
“미스터 노의 계획대로 되는군요.”
“뭐, 우리가 우리 손에 피를 묻힐 필요는 없으니까요.”
조선족 출신들은 그들을 죽이거나 장기를 털어서 팔아먹자고 했지만 노형진이 노리는 건 그게 아니었다.
자신들이 왜 적사회 조직과 싸운단 말인가?
“적당히 흔든 후에 우리는 주워 먹으면 그만입니다.”
노형진은 그렇게 웃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런 밤에는 보이는 게 없지요. 그리고 그런 경우 인간은 오로지 소리에만 의지하게 됩니다. 이렇게 말이지요.”
노형진은 옆에 있던 커다란 전축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사방에 총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탕탕!
-타타탕!
전형적인 총소리다.
당연하다.
아까 전에 중국 조직들이 쏘던 걸 녹음해 놨으니 소리는 정확하다.
“총격이다!”
“피해!”
“손전등 꺼! 손전등!”
느긋하게 오던 공안은 난리가 났다.
감히 자신들에게 총을 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하지만 총의 존재는 알고 있단 말이지.’
그러니 총소리가 나자 생각나는 건 그것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저놈들에게는 예광탄이 없지요.”
군에 갔다 온 사람들은 알지만 전투용 총알에는 예광탄, 즉 날아가면서 빛을 내는 총알들이 섞여 있다.
원래 총알은 날아가면 안 보인다.
대낮에도 안 보이니 밤에는 더더욱 안 보인다.
그래서 자신이 겨냥한 총알이 제대로 날아가는지조차도 알 수가 없다.
그때 쓰는 게 바로 예광탄이다.
예광탄이 날아가는 흔적을 보여 줘서 방향을 잡아 주는 것이다.
영화에서 보면 밤에 빛이 날아가는 게 보이는데, 그게 바로 예광탄이다.
다만 예광탄은 가격이 비싸고 일반 탄두와 다르게 제조해야 하기 때문에 그걸 다 쓸 수는 없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다섯 발 중 한 발이 예광탄이다.
즉, 허공에 예광탄이 보인다면 그 빛의 다섯 배에 달하는 총알이 날아다니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지금은 예광탄이 보이지 않는다.
총알이 날아오는지 안 날아오는지 알 수가 없다.
그건 공안뿐만 아니라 저기에 와 있는 적사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누가 쐈는지 알 수가 없단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