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010)
노동자들의 자존심? (2)
“두한이요? 두한자동차를 매물로 내놓는다고요? 잘못된 정보 아닙니까? 아무리 그래도 두한자동차의 가치가 얼만데…….”
“그래. 그런데 그게 문제인 모양이야. 이미 전 세계적으로 두한의 자동차는 방사능에 오염된 차라는 인식이 박혔네. 그게 얼마나 갈 것 같나?”
“아…….”
“못해도 10년은 가겠지.”
당장 두한자동차의 판매량은 어마어마하게 떨어졌다.
미국에서는 징벌적 배상을 처맞았고, 유럽에서는 전량 리콜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두한철강의 고로가 오염되기까지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한자동차의 피해는 어마어마하게 커지겠군요.”
“맞아. 현실적으로 두한자동차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네.”
한때 한국 내에서 70%의 점유율을 자랑했던 두한이지만 현재 점유율은 60% 초반이다.
차량이라는 게 한번 사면 아주 오랜 기간을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짧은 시간 내에 어마어마하게 빠르게 가라앉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단순히 그 이유 때문에 판다고요? 이해가 안 가는데요.”
물론 빚 같은 게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두한의 사업 구조를 보면, 다른 걸 팔면 팔았지 두한자동차를 팔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확정적인 것은 아니야. 하지만 의심스러운 정보는 하나 있네.”
“의심스러운 정보라면?”
“현우자동차도 매물로 나온 모양이야. 정확하게는 본사에서 철수를 생각하는 모양이더군.”
“네?”
이건 또 뭔 개소리란 말인가?
현우자동차는 두한에 밀려서 그 규모가 작다.
한국에서는 서열이 대략 3위쯤 된다.
좋게 표현해서 3위지, 대놓고 말하면 수입 차를 빼면 꼴찌라는 거다.
애초에 현우자동차는 자동차만 만드는 회사였으나 중국에 팔렸다가 인도로 팔리는 등 문제가 많았던 곳이기도 했다.
“그것을 사려고 하는 모양이야.”
“두한자동차를 팔고 현우자동차를 산다라…….”
노형진은 턱을 문질렀다.
이게 뭔 병신 같은 짓인가 싶지만…….
“간판 갈이군요.”
“내가 봐도 그러네.”
두한자동차는 이미 방사능이라는 이름으로 오염되어 버렸다.
아무리 돈을 뿌리고 광고를 해도, 두한이라는 이름에는 최소 10년은 방사능이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럴수록 가치는 떨어지겠지.”
그렇다고 이름을 바꾼다?
사람들이 붕어도 아니고, 이름을 바꾼다고 다른 기업이라고 인식할까?
일부는 그럴지도 모르지만 작은 기업도 아니고 두한자동차 정도 되는 곳이 이름을 바꾸는 것만으로 사람들에게 믿음을 되찾기는 힘들다.
그렇잖아도 두한의 이미지는 안 좋았다.
터지지 않는 에어백 문제도 있고 이유 없이 벌어지는 핸들 잠금 문제도 있다.
거기에다 말이 고장력 강판이지, 상대적으로 싼 물건을 쓰는 바람에 타 기업에 비해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두한자동차는 고급 클래스가 아니라 가성비로 쓸 만하다는 것이 전 세계적인 이미지였다.
“그 이미지가 방사능으로 돌이킬 수 없게 되어 버렸으니까.”
최소한 두한이 그걸 쥐고 있는 동안에는, 그 이미지는 되돌리기 힘들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주요 시장인 미국 같은 곳은 한번 불매가 벌어지면 거의 죽을 때까지 불매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 문제는 심각했다.
“그러니 간판 갈이를 하겠다는 거지.”
아직은 비싼 두한자동차를 팔고 현우자동차를 사겠다는 거다.
“현우자동차의 가장 큰 문제가 뭔지 아나?”
“알지요. 기술력의 부족.”
한때 현우자동차는 그래도 기술이 좋았던 곳 중 하나다.
하지만 중국에 넘어간 후에 기술의 발전이 사실상 멈추어 버린 게 바로 현우자동차다.
중국은 거기에 투자해서 새로운 엔진을 만들거나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기보다는 그 기술을 빼내는 데에만 집중했고, 그렇게 다 털어먹은 현우자동차를 다시 인도에 팔았다.
인도 역시 나름 투자를 한다고 했지만 주요 목적은 현우의 기술이었다.
아무리 현우의 기술이 나쁘다고 하지만 인도의 자동차 기술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으니까.
“현우자동차는 두한자동차에 비하면 못해도 10년 정도는 성능이 떨어지지.”
“하지만 그건 두한이 넘겨받으면 해결될 테구요.”
노형진은 턱을 문지르며 말했다.
“두한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전국 서비스 체계니까…….”
두한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무슨 고장이 나든 쉽게 A/S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형진이 성화의 수입 차 라인을 공격할 때 A/S 라인을 노렸었다.
한국에서 그러한 서비스는 아주 중요한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아마도 두한이 매각되는 순간 전국에 있는 모든 두한의 서비스 센터는 간판을 떼고 새로운 간판을 달겠군요.”
“그러겠지.”
그러면 일시적으로 두한 서비스는 종료되고, 사람들은 그 불편함 때문에 다른 차량들을 사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이 바로 현우죠.”
더군다나 그 많은 서비스 센터가 모조리 현우로 바뀐다면 그때는 그 존재 자체가 광고가 되어 버린다.
“사업을 할 때 이런 말이 있지. 한 번 정점을 찍어 본 자들은 두 번째는 쉽다고.”
“그건 뭐든 마찬가지일 겁니다.”
지금이야 현우가 3위라지만 두한의 기술을 접목하고 완벽하게 깨끗한 이미지로 새로 시작한다면 미래의 가치를 생각하면 사실 더 나을 수도 있다.
두한이라는 이름은 이미 오염되어 있으니 그걸 바꾸는 것보다는 말이다.
“물론 다른 자가 사면 두한도 이름을 바꾸겠지만, 한국에서야 알아도 해외에서는 그다지 그 사실을 알지 못하겠지.”
“흠…….”
노형진은 턱을 문질렀다.
분명 그 점도 유리한 것이 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말한다면, 두한자동차와 현우자동차는 일단 가격경쟁에서 싸움이 안 된다.
현우자동차는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그만큼 가격이 싸다.
기술이야 이미 있으니 추가로 돈이 들어갈 일은 없을 테고 말이다.
아마도 두한의 거래 업체들 역시 그쪽으로 넘어갈 테고, 두한자동차는 몰락하고 현우자동차는 성장하기 시작할 것이다.
“가격도 문제고…….”
분명 문제다.
하지만 그러한 모든 점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두한자동차라는 매물은 아주 먹음직스러운 게 사실이다.
제대로 삼킬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걸 인수하고 싶으신 거군요.”
“우리가 해외에서 수입 중고차를 들여다 팔고는 있지만, 규모가 있으니 좀 더 크게 팔아도 되겠지. 서비스 시스템은 만들어 놨으니까.”
기업 간의 인수 전쟁. 그건 단순히 기업 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수많은 법률과 조건을 따지는 변호사들끼리의 전쟁이기도 하다.
특히 두한의 두한자동차 같은 경우는 그 규모가 어지간한 대기업만큼이나 크기 때문에 아무리 전보다 못하다고 하지만 아까운 것은 사실이다.
“그래, 이미지는 나중에 이름을 바꾸고 홍보를 하면 되니까.”
주인은 그대로고 이름만 바꾸면 그다지 효과가 없지만 주인이 바뀌고 이름도 바뀌면 그럭저럭 효과가 발휘될 것이다.
“하긴…… 대룡 입장에서는 쓸 만하겠네요.”
일단 대룡은 수입 차 수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원래는 성화와 싸우면서 만든 계열사지만, 생각보다 돈이 더 되는 편이었기 때문에 계속 유지해 왔다.
“설사 두한에서 수리 센터를 빼 간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커버될 걸세. 그리고 수리 센터를 다 빼 갈 수도 없을 테고.”
아무리 두한이 현우자동차를 인수한다고 해도 갑자기 국민들의 모든 차가 바로 현우자동차로 바뀌는 건 아니다.
수리 센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차량 점유율이 높아야 한다.
두한 서비스센터가 한꺼번에 현우로 바뀐다면 그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불투명해진다. 현우자동차의 점유율은 바닥을 기니까.
갑자기 현우자동차의 수리 센터가 늘어난다고 해도 정작 수리할 차가 없으면 그들은 다 굶어 죽는 셈이다.
“그러면 저한테 원하는 건 투자와 관련된 건이군요.”
“그러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야. 사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네.”
“네?”
“이미 우리가 가진 투자 여력은 충분해. 물론 컨소시엄 형태로 외부의 자본을 받아들이기는 해야겠지만 어쨌거나 우리가 못 살 건 아니네.”
이미 그와 관련해서는 파다하게 소문이 나 있는 상황이라, 어지간한 기업들은 대부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두한자동차를 살 것인가, 아니면 방치할 것인가.
“정부에서는 당연히 우리 쪽을 편들어 주겠지.”
아무리 오명을 뒤집어쓴 상황이라고 해도 두한자동차가 해외에 매각되는 걸 국가에서 좋게 볼 리가 없다.
“그러면 뭐가 문제인가요? 구입 이후에 하는 광고 같은 건 제 영역이 아닌데.”
“지금 그걸 구입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노조일세.”
“노조요?”
“그래. 두한자동차 노조, 자네도 알지?”
“알다 뿐이겠습니까? 아주 골치 아파지겠네요.”
노형진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두한자동차 노조는 강성 중의 강성이니까.
노조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말하면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합법적인 파업 등을 통해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바로 노조다.
노조가 없던 시절, 사람이 고기 분쇄기에 떨어져 갈려 나가도 공장을 멈추지 않았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노동자의 권리는 바닥을 기었다.
노조가 생기고 그들이 노동자들의 권익을 챙기기 시작하면서 그나마 노동자들의 인권이 존중받게 되었다.
그래서 보수와 기업인들은 노조를 싫어한다.
더 착취할 수 있는데 못 하니까.
하지만 모든 빛에는 그림자가 있는 법.
노조가 어느 순간 권력화되어, 노동자가 아니라 자기들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고 생각해 그 권력을 기반으로 정치에 관여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그리고 두한의 자동차 노조는 그러한 노조 중에서도 강성으로 유명했다.
강성 노조란 회사 측과 무조건 싸우는 성향의 노조를 뜻한다.
좀 독하게 말하면 기업이 망하든 말든 자기들의 이득이 우선인 부류다.
“한국에서 두한자동차 같은 강성 노조는 흔하지 않지요. 거의 톱클래스일 겁니다.”
“그래. 회사에서도 그 이야기가 나왔네. 그들을 그대로 흡수하면 배보다 배꼽이 큰 격이라고, 차라리 그만두는 게 낫다고.”
왜냐? 그들의 요구에 맞춰서 모든 복지를 다 해 주면 다른 공장들도 다 해 줘야 한다.
물론 좋은 거라면 해 주면 된다.
문제는 회사의 능력치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는 거다.
“두한자동차 노조는 20년간 매해 파업을 했네. 단 한 번도 파업 없이 넘어간 적이 없지.”
매년 월급을 올려 달라고 파업하고 매년 새로운 요구 조건을 달고 파업한다.
사실 파업까지 갈 이유도 없는 주제를 가지고도 파업을 유도한다.
“그게 문제가 많지요. 사실 두한자동차의 악평에는 그들이 요구하는 게 너무 많다는 것도 일조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래서 자네에게 묻고자 하는 거야. 두한자동차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만일 노조를 해결할 수 없다면 우리는 깔끔하게 손을 터는 게 나을 수도 있네.”
“흠…….”
노조가 노동자를 위해 뭔가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기업과의 상생 없이 일방적인 이득만을 바라면 주객이 전도된다.
당장 두한자동차의 악평 중 하나가 바로 안전장치를 너무 허술하게 설계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척이나 단순한데, 이익의 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이다.
매년 노조의 요구에 따라 월급을 올려 주고 노조에서 요구하는 새로운 혜택을 만들어 준다.
그렇다 보니 들어오는 돈은 뻔한데 나갈 돈은 많아진다.
그걸 메꾸기 위해 하청을 후려치고, 그러면 당연히 제품의 질은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