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030)
최후의 적폐 (2)
“애초에 우리가 로스쿨 출신들을 적극적으로 키웠던 이유가 뭡니까?”
“그렇군. 우리도 그걸 잊고 있었네.”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까요.”
언젠가 사법시험이 완전 폐지되고 로스쿨 출신들이 사법 시스템을 완전히 점령하는 날, 새론이 그들과 함께 최고의 자리에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공을 들여 로스쿨 출신을 키운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기회가 왔지요.”
당장 수백 명의 검사들이 나갔고 수백 명이 승진한다.
거기에다가 범죄가 드러나서 체포당하는 검사까지 있는 상황.
“만일 지금 검사를 보충하지 못하면 검찰은 시스템이 정지됩니다.”
“로스쿨 출신들을 뽑을 수밖에 없겠군.”
“네. 그것도 우리 쪽에 있는 실력이 좋은 변호사들을요.”
실력은 자신 있다.
남은 건 그 안에 들어가는 것뿐이다.
“그러니 우리가 채용 과정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되는 겁니다.”
“뇌물이라도 뿌리자는 건가?”
“아니요. 뇌물을 뿌리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밀어 넣어야 하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닌데요.”
“그러면?”
“로스쿨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권력과 부의 세습이지요.”
권력과 부를 가진 사람이, 공부를 못해도 자연스럽게 검사가 되어 그 권력과 부를 이어받도록 해 주는 게 바로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이었다.
원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지만 정치인들이 부와 권력의 세습을 위해 변질시킨 것이다.
“검사를 지원하는 사람들에 대해 우리가 간단한 조사를 해 주면 되는 겁니다.”
“부를 세습하고자 하는 부패한 변호사들의 조사 말이군.”
“맞습니다.”
물론 돈이 많다고 해서 다 나쁜 사람은 아니다.
제대로 공부하고 제대로 된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라면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판검사를 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애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마약을 했거나 음주 운전을 했거나 과거에 추문 같은 게 있을 수 있다.
그런 걸 조사해서 공개해 버리면 그만이다.
“일종의 사회 검증 시스템이군.”
“맞습니다. 그리고 그걸 하는 것은 당연히…….”
“제3의눈이고.”
송정한은 말하다가 갑자기 소름이 쫙 돋았다.
노형진이 말하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뭔지 알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하위 검사라고 해도 상위 검사에 대한 조사를 못 하는 건 아니지.”
당연히 그들은 상위 검사에 대한 조사를 시작할 테고, 그때는 검찰에 두 번째 피바람이 불 것이다.
사법연수원 출신의 끈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로스쿨 출신들은 사법연수원 출신의 사람들이 자신들을 차별하고 있다는 걸 안다.
“뭉쳐서 모가지를 쳐 내겠군.”
“그리고 그 대상에는 판사도 포함됩니다.”
서로서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은, 그들이 서로 동기니까 가능한 거다.
사실 노형진도 사법연수원 출신 동기들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물론 사건을 조작하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재판의 편의 정도는 봐주거나 했다.
“판사들에게 사정없이 칼을 들이댈 테고.”
“아무리 판사들이 뻔뻔하다고 해도 수천 건의 범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할 수 있을까요? 그게 언론과 제3의눈을 통해 무조건 드러날 텐데. 더군다나 그들이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하위직 판사들을 보호하려고 할까요?”
당연히 판사들은 자신의 권리라고 주장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다음이 문제군. 자네 계획이 이거였나?”
“그들이 거기에서 하나씩 나가게 되면 그다음은 뻔합니다.”
당연히 그 자리는 채워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다른 법이 문제가 된다.
현행법상 검사는 변호사 시험 합격 이후에 바로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판사는 실무 경험 3년 이상의 자격을 가지고 있어야 신청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 지금 변호사들 중에서 그걸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일반 변호사로 3년 이상이 지났다면, 어지간하면 그럭저럭 실적을 올리고 안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소리다.
그게 아니라면 신청해도 실력 부족이나 실무 경험 부족을 이유로 탈락할 테고 말이다.
결국 3년 차 이상 되는 변호사들 중에서 그걸 포기하고 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는 건데, 사법연수원 출신이 그걸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왜냐? 3년 차 이상이라면 슬슬 돈을 제법 만지는데, 다시 판사로 들어가게 되면 결국 가장 바닥에서 일을 시작해서 온갖 구박을 다 받는 막내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판사가 권력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돈도 많이 받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판사가 돈을 많이 받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초임 판사의 경우는 매주 수백 건을 판결하면서 그 판결문을 써야 하기 때문에 힘들고 더러운 직업이다.
현실적으로 판사의 초임 월급은 300만 원 정도다.
그리고 3년 차 이상의 변호사는 어지간하면 그 정도는 번다.
애초에 사건 하나만 해도 버는 돈이 300만 원이니까.
“그러면 그걸 지원할 만한 사람은 누굴까요?”
“로스쿨 출신이로군.”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검사든 판사든 모두 로스쿨에서 차지하게 될 수밖에 없다.
“명문이라는 건 그렇게 태어나는 거죠.”
하버드가 처음 세워졌을 때부터 명문이었을까?
아니다. 그 학교를 졸업한 누군가가 먼저 자리를 잡고 그 아래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당겨 줄 수 있었기에 명문이 된 거다.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가 초반 로스쿨 출신들을 꽉 잡은 덕분에 우리는 로스쿨계에서는 절대적 명문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검사든 판사든 하려면 당연히 새론으로 가서, 먼저 새론을 거쳐 간 사람들에게 일종의 심리적 가산점을 받고자 하는 것.
소위 말하는 ‘연’이라는 거다.
“그리고 이제 그걸 시작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판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를 하면서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검사들을 거기로 보내야지요.”
드디어 검찰을 집어삼킬 시간이 된 것이다.
***
검찰에서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사람들이 나갔다.
물론 안 나간 사람도 있다.
애초에 자기보다 직급이 낮았던 사람이 자기보다 높은 사람이 되는 경우 나가는 건 일종의 불문율 같은 거지 절대적인 법은 아니었다.
오광훈 역시 그걸 알기에 자기 후임이 승진했을 때도 뻔뻔하게 남아서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그렇게 버틴 사람들에게 드디어 기다리던 물건들이 도착했다.
“어이구야, 이게 다 뭐야?”
은밀하게 오광훈을 만난 노형진은 그에게 한 무더기의 서류가 든 가방을 건넸다.
“제3의눈에서 모은 검사들의 범죄 내역이다.”
“범죄 내역? 그 새끼들 일생이 여기에 다 들어가 있다고 해도 믿을 양인데?”
“뭐, 일생 동안 저지른 범죄가 죄다 들어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네.”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러면 이걸로 내가 조사하면 되는 거야?”
“너뿐만이 아니야.”
“응? 나뿐만이 아니라고?”
“그래. 나는 이제 사법 쿠데타를 일으킬 거야.”
오광훈의 표정이 싹 변했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쿠데타라니?”
친위 쿠데타로 나라가 뒤집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노형진이 입에 사법 쿠데타라는 단어를 올린 것이다.
절대 장난으로 할 말은 아니었다.
“기존의 사법 시스템, 정확하게는 그걸 유지하던 모든 놈들을 쳐 낸다. 한국 최후의 적폐 세력을 말이지.”
“이게 그 첫 번째 작업이라고?”
“그래, 마지막 싸움의 시작이지.”
노형진의 말에 오광훈은 가방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지막 싸움의 시작.
아무리 죽었다 살아난 오광훈이라고 해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더군다나 지금의 오광훈은 과거의 깡패가 아니다.
제대로 검사로서 배웠고 세상을 살았다.
“나뿐만이 아니면, 스타 검사들을 모조리 동원하겠다는 소리로군.”
“간웅들까지 모두 동원할 거야.”
“으음…….”
간웅들은 검찰 내부에서 팽당한, 그래서 버려진 인간들을 뜻한다.
다만 다른 검사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검사들이 정의를 위해 저항하다 팽당한 거라면 그들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싸우다가 팽당했다.
그들은 노형진의 지휘 아래 그 모든 걸 상부에 뒤집어씌우고 정의로운 가면을 쓴 채로 아직 검사로서 내부에 남아 있다.
그들을 표현하는 다른 말이 바로 간웅이다.
“검찰 내부에서 대대적인 반격이 들어가는 셈이지. 스타 검사가 살아남든 아니면 그들이 살아남든.”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하냐? 나도 검사 여럿 처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판사들이 문제였지.”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여기에.”
이어 새로운 가방을 건넸다.
그건 아까 전 검사들의 자료가 든 가방보다 좀 작았다.
“판사들의 범죄 내역이다. 아무래도 업무 특성상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너, 작심했군.”
“저쪽에서 칼을 들었다. 나도 그냥 당해 줄 수는 없지.”
오광훈은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직 간의 항쟁이 시작되었을 때는 먼저 화해하자고 나서는 놈이 병신이다.
그럴 때 싸움을 끝내는 방법은 둘 중 하나가 죽든가, 아니면 제3자가 나서서 화평을 중재하면 못 이기는 척 받아들여 주든가뿐이니까.
“현직 판사뿐만이 아니야. 판사나 검사를 지망할 가능성이 있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이름도 들어 있다.”
로스쿨이 부자들을 위한 놀음판이라고 불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원래 로스쿨생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도 어느 정도 연수를 받고 나서야 변호사 사무실을 오픈할 수 있다.
그런데 돈 없고 백 없는 대부분의 로스쿨생은 그 연수를 받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에 반해 돈 있고 백 있는 합격자들은 대형 로펌들에서 경쟁적으로 모셔 간다.
“그래서 그런 곳에 가 있는 놈들의 뒷조사를 했지.”
그들이 고작 변호사로 인생을 끝낼 리가 없다.
분명 기회가 된다면 검사도 노릴 것이다. 당연히 판사도 노릴 테고.
“경쟁의 싹은 일찌감치 잘라 버리는 게 낫겠지.”
“너, 무서운 말을 하는군.”
“나도 가능하면 자라나는 새싹은 안 밟아. 하지만 그게 독초라면 미리 밟아 놔야지.”
노형진의 말에 오광훈은 신음을 흘렸다.
“당분간 뒈지게 바쁘겠네.”
“그래, 무척이나 바쁠 거다. 하지만 여기서 지면 영원히 집에서 쉬게 될 거다. 우리한테 칼 휘두르기 시작했는데 그놈들이 스타 검사라고 그냥 두겠어? 너는 이미 우리와 같은 배를 탄 거야.”
“그렇게 되면 네가 먹여 살려 주겠지.”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싫은데? 그러면 백자연이 너 무시한다.”
“아, 쓰읍.”
“변호사 되고 싶지 않으면 검사 노릇 잘해. 네가 변호사 되면 난 못 도와주니까.”
검사야 정해진 법을 적용해서 기소하고 그걸 파고들면 그만이지만, 변호사는 온갖 조항과 판례를 뒤져서 승리를 이끌어 내야 한다.
조폭 출신인 오광훈은 검사로는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사실 변호사로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조사하고 적용해야 하는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닐 테니까.
“알았다, 알았어.”
그렇게 말하면서 오광훈은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리고 차가운 시선으로 가방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 저 새끼들은 죽여야겠네.”
“그건 저쪽도 마찬가지일걸. 쿠데타라고 했잖아.”
그리고 그건 절대 틀린 말이 아니었다.
***
“이게 뭔 말이야! 아니, 검사들이 검사들을 고소해?”
“증거가 너무 많아서 어떻게 덮을 수가 없습니다. 제3의눈에서 제보가 들어왔다고 하는데…….”
“씨발.”
검사장들의 비밀 모임에서는 모두가 모여서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