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033)
인간은 끼리끼리 뭉친다 (2)
“우리 주변 사람들을 공격한다라……. 이거 뼈아프구먼.”
사실 다들 알게 모르게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다.
자신들이 진다는 걸. 자신들은 이길 수 없다는 걸.
물론 처가와 주변 사람들을 무시하고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완벽하게 고립된 세상.
누군가와 어울린다는 이유만으로 인생이 파탄 난다면 누구도 그들을 불러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주변 놈들도 마찬가지이고.’
구족을 멸한다는 말이 무서운 건 진짜로 구족을 멸하기 때문이 아니다.
한국 역사에서 진짜로 구족을 멸한 경우는 없었다.
“사회적인 말살인가.”
조선 시대에는 팽형이라는 처벌이 있었다.
사람을 삶아 죽인다는 거다.
물론 진짜로 잔인하게 삶아 죽이는 건 아니었다.
사람들이 조선 시대를 무시하지만 말년에 가서 탐관오리 때문에 힘이 없었을 뿐이지, 조선 시대 초중기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상당히 문명화된 시대였다.
팽형은 진짜 삶아 죽이는 게 아니라 커다란 가마솥에 물을 넣고 거기에 죄인을 담갔다가 빼는 것이었다.
그게 무슨 처벌이 되느냐 할지 모르지만 진짜 무서운 일은 그 이후에 벌어진다.
죽지는 않지만 사회적으로 말살되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죽은 사람이 되고, 가족도 그에게 인사해서는 안 되며, 그를 위해 매년 제사를 지내야 한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방에서만 살아야 하고 최소한의 끼니만 때우면서 진짜로 죽는 순간까지 철저하게 고립된 삶을 살아야 했다.
그게 바로 팽형이다.
“그래, 우리를 사회적으로 말살하겠다 이거군.”
“설마…….”
“우리가 했던 그대로 당하는 걸세.”
모두 소름이 돋았다.
누군가를 말려 죽일 때 검찰에서 가장 많이 쓰던 방법이라 그 효과의 무서움을 알기 때문이다.
하물며 상대방은 마이스터다.
법적인 부분을 떠나서 금전적인 부분으로 봤을 때 사람을 말려 죽이는 것으로 그들을 따라갈 존재는 없다.
“우리보고 꿇어라 이거군.”
“검찰을 뭐로 보고!”
“뭐로 보긴. 방금 말이 나오지 않았나, 개로 본다고.”
“이대로 당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총공세를 한다면…….”
“그러면? 지난번에는 안 그랬나? 지지난번에는 또 안 그랬나? 그때는 대통령조차도 죽이려고 달려들었네. 그런데 결과는 뭔가?”
언제나 노형진과 마이스터가 승리했다.
“경제적 보복이야. 그래, 자네는 이걸 어떻게 할 건가? 노형진에게 죄를 뒤집어씌울 건가, 아니면 죄를 조작할 건가? 미국에 있는 미국 기업인 마이스터를 압수수색 할 건가? 미국의 통상 압력은 어떤 방법으로 막을 건가?”
지청장의 말에 후배들은 입을 깨물었다.
“다른 재벌가는 한국에 자식이라도 있지, 마이스터와 미다스는 그런 것도 없어. 물론 노형진의 가족은 있겠지. 하지만 잊지 말게. 그는 마이스터의 공식 대리인이야. 그가 힘이 없어서 우리 가족을 못 죽이는 게 아니란 말일세. 다들 소문을 들어서 알지 않나. 일본 야쿠자에게 사기꾼의 채권을 판매하는 곳, 그곳을 만든 사람이 노형진이야. 그는 필요하면 범죄 조직과도 얼마든지 손잡는 사람이라는 소리야.”
좌중에 공포감이 서렸다.
무차별적으로 가족과 법률 관계자들이 살해되었던 그 당시 사건. 그걸 해결해 준 것이 바로 노형진이었다.
“방법은 하나뿐이네.”
“어떤…….”
“꿇어야지.”
“네?”
“왜, 검사라서 못 꿇겠나? 하지만 다른 재벌가들에게는 잘도 무릎 꿇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노형진에게는 안 되나? 다른 재벌도 그의 눈치를 보는데? 인정할 건 인정하세. 그는 이제 우리를 넘어섰어. 사실 이번 대통령인 박기훈도 그가 상황을 뒤집으면서 당선된 거 아닌가?”
이들이라고 해서 권력의 세계가 바뀐 걸 모를까?
아니다. 알고 있다.
다만 인정하기 싫었던 것뿐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지 않으면 최소한의 생존마저도 불가능하게 되었으니까.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떻게 해야겠나? 우리가 가장 잘하는 걸 해야지.”
씁쓸하게 말하는 남자.
“그의 적의 목을 ‘곱게 포장해서’ 보내 줘야지.”
***
검찰의 공격은 다음 날부터 칼날의 방향을 바꿨다.
그들은 언제나 권력을 추구했기에 그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 알자마자 누구보다 빠르게 변질된 것이다.
“이게 뭔 짓입니까!”
검찰이 돌변하여 칼날을 겨누어 오자 판사들은 난리가 났다.
정치인들이나 여러 단체와도 손잡기로 한 것이 사실이나 가장 핵심 전력은 검사와 판사였다.
나머지는 시위나 기자회견은 할 수 있을지언정 법적인 힘은 없으니까.
“뭘 말입니까?”
자신을 찾아온 이호수 판사에게 지광철 검사장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장인어른한테 연락받았습니다. 지금 선 넘는 것 같습니다만?”
이호수 판사의 장인은 법무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도 원래 판사였고, 20년 전 퇴직 이후에 법무 법인을 차려서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체포 영장이 발부되었다.
그 이유는 유산의 횡령.
사망자의 유산을 정리하면서 은닉되어 있던 재산을 찾아내고도 그걸 유가족에게 돌려주지 않고 자신이 집어삼킨 것이다.
그 돈이 무려 22억.
“아니, 불법을 저질렀으면 벌을 받아야지요!”
이호수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야! 지광철!”
“야?”
“이 새끼가, 후배라고 적당히 봐줬더니, 뭐? 벌을 받아?”
이호수는 눈이 돌아갔다.
그가 누군가? 그는 판사다.
그의 판결은 절대적이며 누구도 항거하지 못한다.
“이러면 내가 너 하나 못 죽일 것 같아?”
“지랄하고 자빠졌네.”
“뭐?”
지광철은 이호수의 발악에 피식하고 비웃음을 날렸다.
“너희 가족이 저지른 죄의 책임을 왜 내가 물어야 해?”
“뭐?”
“이거 제보, 어디서 온 것 같냐?”
이호수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요 근래 들어서 퍼지던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너 이 새끼, 제3의눈인지 눈깔인지에 붙은 거냐?”
“왜 아니겠니?”
지광철은 순순히 인정했다.
어차피 패배한 건 패배한 거다.
이길 수 없다면 고개를 숙여야 한다.
-충성된 노예는 사슬을 자랑한다.
지광철의 선배 검사가 해 준 말이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했다.
검사가, 그것도 수사 독점권을 가진 대한민국 검사가 노예라니.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았다.
백 명의 검사가 달라붙어도 한 명의 정치인을 이기기 힘들고, 열 명의 정치인이 달라붙어도 한 명의 재벌을 이기기 힘들다.
‘내가 멍청했지.’
자신이 권력의 핵심이라 생각했지만 정작 자신들은 권력을 이루는 가장 바닥이었다.
그리고 그 위로 올라가기 위한 방법은 하나뿐이다.
바로 그들에 대한 ‘충성’.
“네가 뭐라고 하든 이 사건은 못 덮어. 덮고 싶어도 이미 뉴스에서 취재해 갔고.”
“뭐?”
“오늘 저녁 9시 뉴스다.”
“이런 씨발!”
이호수는 화가 나서 눈을 뒤집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바로 법원으로 향해 법원장에게 찾아갔다.
“법원장님, 검찰 새끼들 너무 선을 넘습니다.”
“이 망할 새끼들이 작심한 모양이군. 앉도록 하게.”
법원장인 김기찰이 자리를 권하자 이호수는 그곳에 앉아 검찰을 욕했다.
“주변 판사들의 뒤를 이 잡듯이 뒤지고 있습니다. 이놈들, 분명 노형진 그 새끼 쪽으로 붙었습니다.”
“검찰 아닌가? 배알도 없는 개들일 뿐이야.”
김기찰은 그에게 차분하게 말했다.
“우리와 동급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결국 개일 뿐이지. 그놈들에게는 결정권이 없지 않나?”
“하지만…….”
“걱정하지 마. 그놈들이 뭐라고 하든, 판단을 내리는 건 우리야.”
그들이 아무리 고발을 해도 판사들이 무죄를 때리면 끝이다.
“그렇잖아도 위에서 이야기가 있었네.”
“이야기라니요?”
“우리 쪽 사람들을 건드리는 건에 대해서는 무조건 기각이 나올 거야. 자기들이 어쩌겠는가?”
사건 수사를 하는 데 있어서 검찰은 법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모든 사건이 기각되면, 현실적으로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이번에 검찰 뒤에는 노형진 그 새끼가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한번 손봐 줬어야 했는데.”
“이제는 너무 거물이지. 걱정하지 말게.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네?”
“검찰 전부가 노형진에게 붙은 건 아닐세. 우리 쪽에 붙어 있는 사람들도 있지. 그들이 움직이고 있네.”
“설마?”
“그래. 결국 이번에는 누가 죽어도 죽어야 하네.”
***
“일단 내 가족은 아니고.”
노형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는 건드리지 못한다.
애초에 모든 검사들이 그의 편을 들어 줄 리야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방법은 뻔하다.
“가족들은 다 대피시켜 놨으니까 절대 손대지 못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누나와 조카들은 이미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향한 상태다.
검사 중 한 명이 그들의 뒤를 캐기 시작했지만 조사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영장이 다 나오고 있잖아. 이거 괜찮겠냐?”
“에헤, 매형. 왜 그러세요. 옛날 깡 어디 갔어요?”
단 한 사람, 노형진의 매형인 박광석은 질려 버렸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야, 내 처남이 너인 거 세상이 다 아는데 나는 멀쩡하겠냐? 말만 안 했을 뿐이지 내부에서 완전히 왕따야, 왕따.”
“매형, 그런 거에 굴하는 사람 아니잖아요?”
그런 사람이었다면 판사가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는 회귀 전에도 학교 폭력을 근절하겠다면서 이를 갈며 공부해서 검사가 되었다.
그런 그가 이번 생에서는 방해하는 놈들 없이 공부에 집중해서 판사가 되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그런 그를 좋게 생각하지 않을 게 뻔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당장 ‘너, 해고.’라는 말을 들어도 이상할 게 없어.”
“아니, 10년간 보장되는 거 아시잖아요, 형님.”
“알지. 하지만 그만큼 힘들다는 거지.”
다른 가족들은 무직이고 방학이니까 어디로 떠날 수라도 있지만 그는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다.
“법원 내부에서 거의 배신자 취급받고 있다니까.”
“이참에 배신하시죠?”
“나도 배신하고 싶다. 그런데 내가 무슨 힘이 있냐?”
그나마 단독심 일거리에서 벗어났지만 아직은 주심을 보조하는 처지다.
그런 그에게 권력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더군다나 예민한 사건은 나한테 전혀 안 주고 있다고.”
“압니다. 그냥 속 편하게 계세요. 그곳에 있던 대다수는 조만간 못 보게 될 테니까요.”
“너 진짜 무슨 짓 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
“무슨 짓 할 거니까 형님을 뵈러 온 거 아니유.”
“도대체 뭔 짓을 하려고……. 아니다. 말하지 마……. 말하지 마. 나 들으면 진짜 그 새끼들 등쌀에 못 이겨서 다 토해 낼지도 몰라.”
손을 휘휘 젓는 박광석. 그는 질려 버렸다는 듯 말했다.
“상관없어요.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으니까.”
“판사 가족들 건드리는 거? 야, 이미 그쪽에서 이야기 다 끝난 거 몰라? 영장 절대 안 나와.”
“알아요. 그건 뭐 언론에서 아무리 신나게 씹어도 나올 리가 없지요. 아마 지금 같으면 판사 가족은 살인을 저질러도 풀어 줄걸요.”
농담이 아니다. 판사 가족이나 그 주변 인물은 절대 처벌받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판사들도 돈이 막 샘솟는 건 아니거든요.”
노형진은 빙긋 웃었다.
“형님도 당분간은 안전한 곳에 계세요.”
“안전? 너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데?”
“뭐 하긴요. 판사들이 절대 손에 넣을 수 없는 걸 가지고 압박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