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047)
대리전 (5)
***
주식태는 아내의 구속영장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역시 그렇게 나오는군.”
손하균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 보고했지만 그가 해 준 말은 그게 끝이었다.
“알았어. 나가 봐.”
“하지만 대표님, 제 아내가 구속되었습니다.”
“자네는 변호사 아닌가? 그걸 왜 나한테 이야기하나?”
“도움이 필요합니다.”
“범죄를 저지른 건 자네 아내야. 우리가 왜 그녀를 도와줘야 하는 거지?”
“네?”
“자네에게 도발을 하라고 한 건 사실이야. 그러나 자네의 아내가 저지른 범죄는 전혀 다른 문제지. 그 과정에서 그게 드러나서 공격당한 건, 결국 자네와 자네 아내의 문제야. 우리가 언제 그렇게 범죄를 저지르라고 했나?”
주식태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렇게 될 거라 생각은 했지만…….’
어떻게 해서든 아내를 풀어 주려고 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증거가 너무나 확실했다.
설사 조폭은 아니라고 해도, 야간 집단 폭행은 아주 심각한 범죄다.
“알아서 해. 나는 모르는 일이니까.”
손하균은 차갑게 말했다.
“그리고 경고하는데, 여기서 나를 배신한다는 선택지를 고르면 무슨 꼴이 나는지 알지?”
“…….”
“아내 영치금이라도 넣어 주려면 열심히 일해야 할 거야.”
그 차갑고 무서운 경고에 주식태는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
“주식태는 배신하지 못할 거예요. 아마도 손하균이 저에 대해 잘 아니까, 경고했을 겁니다.”
“하긴 노 변호사님은 그게 특기죠.”
노형진이 가장 잘 써먹는 방법은 아래에서부터 치고 올라가기다.
능력도 되고 또 돈도 되는 이상, 아래에서 치고 올라가면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손하균도 배신을 막을 정도의 능력은 있으니까요.”
“그러면 주식태만 불쌍해진 거군요.”
주식태가 싸움을 건 것은 손하균의 명령에 따라 한 것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그의 아내는 결국 실형을 피할 수 없게 되었고, 반대로 그가 고소했던 경비원은 혐의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되게 생겼다.
“주식태가 그 꼴이 나고 부녀회가 사라졌으니 관리 회사에서 그걸로 굳이 위증까지 할 필요는 없거든요.”
버려진 물건에 대해 관리 회사에서 소유권 주장만 하지 않는다면 사건이 성립될 가능성 자체가 없으니까.
“진짜 재판 한 번 안 하고 그냥 해결되는 건가요?”
“일단 경비원 아저씨 문제는 그렇죠.”
노형진은 턱을 스윽 문질렀다.
“하지만 손하균이 영 괘씸하단 말이지요.”
손하균은 뒤에서 사건을 조작하고 본인은 어떠한 피해도 입지 않았다.
물론 주식태가 노형진에게 당한 건 사실이지만, 그걸로 손하균이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다.
“그러니 제대로 한번 엿을 먹여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요?”
법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고소를 하거나 처벌받게 하고 싶어도, 이건 그럴 만한 부분이 없다.
“간단합니다.”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기본적으로 모든 변호사들은 평등하지요.”
로펌 또는 법무 법인이라고 불리는 법률 회사들에는 대표가 있고 이사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변호사들은 평등하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시궁창이다.
“아마도 주식태는 구성원 변호사일 겁니다.”
노형진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하긴, 부대표쯤 되는 사람이 어쏘는 아니겠지요.”
실제로 로펌의 모든 변호사들이 다 평등한 건 아니다.
자기 지분을 가지고 있는 변호사를 구성원 변호사 또는 파트너 변호사라고 하고, 그 아래에서 지분 없이 월급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을 시니어 변호사와 주니어 변호사로 나눈다. 그리고 그들을 어쏘라고 한다.
“설마 어쏘를 공략하시려고요?”
“에이, 그럴 필요가 있나요. 큰 건이 있는데.”
노형진은 미소를 지었다.
“큰 건?”
“주식태를 데리고 올 겁니다, 후후후.”
***
주식태는 집으로 찾아온 노형진을 마주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나를 새론으로 데리고 가고 싶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과거는 잊어버리고 같이 일하시죠.”
“그건…….”
“손하균이 무서우신가요?”
노형진이 갑자기 핵심을 찌르자 주식태는 입을 다물었다.
“저 바보 아닙니다. 이번 사건 뒤에 손하균이 있다는 것쯤 예상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주식태 변호사님이 바보도 아니고, 저한테 단독으로 덤볐을 것 같지는 않아서요.”
“…….”
“적당히 대리전 하면서 저를 간보는 게 아마도 하균이 아저씨의 계획이었겠지요.”
“하균이 아저씨?”
“좀 알고 지내는 사이입니다. 집안에서 사이가 좋지 않아요.”
주식태는 입술을 깨물었다.
예상은 했지만 자신이 진짜로 도구 취급당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게 되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지분, 얼마나 가지고 계십니까?”
“태양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내가 가진 건…… 2%뿐입니다.”
“2%라…….”
많은 건 아니다.
하긴, 손하균의 성격을 생각하면 자신에게 덤벼들 정도의 세력은 절대 키우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손하균 혼자서 55%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나 그랬지?’
그 말은 법무 법인 태양은 결국 손하균 혼자의 로펌이나 마찬가지라는 거다.
“뭐, 상관없지요. 그거, 손하균에게 팔고 오세요.”
“뭐라고요?”
“제가 지켜 드리겠습니다.”
노형진은 차분하게 말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지켜 준다니?”
“손하균이 시킨 거 실패하셨죠? 그리고 경고받으셨을 테고.”
움찔하는 주식태.
설마 경고받은 것까지 알 줄은 몰랐으니까.
“제 조건은 이렇습니다. 저희 쪽에서 합의서를 써 드리지요. 그리고 새론에 적당한 자리를 하나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건…….”
“고민하실 필요 없지 않습니까? 이미 경고까지 받은 상황이면 게임 끝난 거 아닌가요?”
손하균이 경고했다.
그 말은, 자신에 대한 주식태의 충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그리고 그 아저씨는 그렇게 의심이 가는 대상을 높은 자리에 둘 사람이 아니지요.”
“큭…….”
아마도 조만간 부대표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테고, 그 후에는 다시 이사급이 될 가능성이 크다.
“거기서 부대표를 하실 정도라면 상황은 다 아시지 않습니까?”
내려오면 그게 끝이 아니다.
내려오는 순간, 그는 회사 내부에서 일종의 버려진, 좌천 인사 취급을 받는다.
명함만 그럴듯할 뿐 버려진 이사. 그 누구도 그와 대화조차 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니 미리 나오시라는 겁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있지요. 지금 당신의 직책은 제법 비싸거든요.”
“직책이…… 비싸요?”
“아무래도 손하균은 그 부분은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지만…….”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가지고 있는 지분보다 더 비싼 게 바로 당신의 직책입니다, 후후후.”
***
얼마 후 주식태는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손하균에게 전달했다.
대부분의 경우 자신이 내쳐진 걸 알면 그게 당연한 수순이기에 손하균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그게 그가 원하는 방법이었다.
그가 55%의 지분을 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런 식으로 내쫓기는 사람들의 지분을 긁어모은 덕이었으니까.
“그래, 갈 곳은 있나?”
“작게 개인 사무실을 할까 생각 중입니다.”
주식태는 속마음을 감추고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지금까지 나간 모든 변호사가 그랬다.
모든 걸 포기하고 다른 곳에 취업하려고 했지만, 손하균이 무서워서 누구도 그들을 받아 주지 않았다.
“그래, 그동안 고생했어. 나가 봐.”
아무런 감정도 없이 고개를 휘휘 젓는 손하균.
그 모습을 본 주식태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사무실을 나왔다.
그렇게 복도에 선 주식태.
그의 눈에 보인 것은 시선을 돌리면서 분분하게 멀어지려고 노력하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하아.”
그는 긴 한숨을 쉬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명목상이든 무엇이든 그래도 태양의 부대표는 확실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게 사라졌다.
“그리고 내가 그걸 가지지 못한다면, 너도 가지지 못하지.”
주식태는 이를 빠드득 갈았다.
***
주식태는 결국 자기 지분을 팔고 태양을 나왔다. 그리고 새론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결코 조용히 가진 않았다.
“뭐라고?”
손하균은 그답지 않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쫓겨나듯이 나간 주식태가 새론으로 갈 줄은 몰랐던 것이다.
“노형진 이 미친놈은 도대체 어디까지 받아들이는 거냐!”
갑작스러운 보고.
주식태가 나가는 과정에서 그에 대해 손하균은 당연히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나간 후에는 더 이상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판단 미스였다.
“주요 고객들이 그쪽으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큭, 주식태 이놈이 이런 식으로 배신할 줄이야!”
퇴직한 주식태. 그 이후에 어디도 가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걸 주식태는 다른 식으로 말했다.
“뭐? 우리가 미래가 안 보여?”
주식태는 퇴직 이후에 기존 고객들에게 인사를 다녔다.
그건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퇴직 이후에 자리를 잡는 것은 전 회사에서 얼마나 손님을 데리고 나오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제대로 된 사람들을 데리고 나오지 못하는 경우 개인 로펌을 열어도 먹고살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나가서 인사를 하러 다니는 건 그다지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새론으로 가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이런 미친놈이 진짜.”
그리고 새론은 어떻게 보면 법조계에서 태양과 가장 거리가 있는 존재, 즉 라이벌이었다.
그런 상황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태양에서 새론으로 넘어갔는지에 대해 주식태에게 이유를 물어볼 수밖에 없다.
그저 그런 계급도 아니고, 그는 무려 부대표였다.
내부적으로는 손하균이 세운 허수아비였을지 모르지만 외부적으로는 태양을 지탱하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런 그가 태양을 그만두고 새론으로 간다?
그건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고객들이 말이 많습니다.”
“젠장…… 이건 생각도 못 했는데.”
더군다나 지난 정권에서 꿀을 빤 것은 새론이 아니라 태양이었다.
태양에서 로비를 잘해서 정부의 소송을 싹쓸이할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이제 그 정권이 친위 쿠데타로 몰락했으니, 당연히 사람들이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부대표였던 주식태가 이탈했다.
그러니 외부에서 봤을 때 상황은 그다지 좋게 보일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자신의 지분까지 팔아 가면서 이직했다?
“당했군.”
손하균은 이를 박박 갈 수밖에 없었다.
아무 피해 없을 거라 자신한 일이 결국 이렇게 눈에 보이는 피해가 되어 닥쳐와 버렸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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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태는 당분간 태양에서 다른 사람들을 빼 오는 조건으로 일하기로 했습니다. 직급은 부장급이고요.”
“아주 소문이 자자하더군.”
김성식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누구도 태양의 아성에 덤벼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애초에 법무 법인 태양이 절대 만만한 곳도 아니었고.
그런데 거기에 있던 사람들이 무서운 기세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지요.”
“그건 알고 있네만, 그래도 이건 생각 이상인데?”
“뭐, 간단한 겁니다. 세상이 아무리 좋아져도, 민주주의가 아무리 발달해도 권력이라는 건 결국 비슷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