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05)
더군다나 그런 음식물 쓰레기를 가지고 가는 조건으로 대신에 돈을 준다. 양쪽에서 돈이 들어오는데 그걸 포기해야 하니 당연히 거부할 수밖에.
‘군대라는 조직의 한계지.’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도구로만 보이는 곳. 그곳이 군대니까.
“좋습니다.”
노형진은 한창 설득하는 최종성을 말렸다. 저런 인간은 어차피 말해 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 전 이만 가 봐야겠네요.”
“야! 당번! 손님 가신단다.”
“네.”
그 말에 잽싸게 뛰어 들어오는 당번병. 당번병이란 군대에서 비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물론 보통 병사다. 노형진은 그렇게 나가면서 몸을 돌려서 그를 바라보면서 말을 건넸다.
“그럼 감사 준비 잘하시기 바랍니다.”
“감사?”
“말씀 안 드렸나요? 그거 분명 업무상 횡령일 텐데요? 그러면 당연히 감사받으셔야지요.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네요.”
“뭐라고?”
그 말을 들은 장군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자신이 해 먹은 게 한두 개가 아니다 보니 아차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보니 얼마 전에 있던 피바람이 생각이 났다. 수많은 장군들과 장교들이 국정원에 끌려가서 취조를 받고 몇몇은 옷을 벗어야 했다. 그때 그 일을 주도한 변호사의 이름이…….
‘이런 씨발…….’
그는 자신의 책상위에 있는 명함을 바라보았다. 아까 그 변호사가 준 명함이었다. 거기 쓰여 있는 이름 노형진.
‘이런 씨바…… 좆 됐다.’
그는 아차 싶었다. 원하면 그는 자신을 날릴 수 있다. 대룡이 군수산업에 끼어들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니 그 정도 규모의 거래면 장군 하나쯤 날려 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것도 고작 1성이라면 말이다.
‘젠장, 제대로 똥 밟았다.’
지난번 사건 이후 돈을 빼돌릴 만한 곳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 난리가 난 후 국방부에서는 군내 비리 척결을 외치면서 모든 것을 투명하게 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전처럼 뇌물을 받는 게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래서 소일거리 삼아서 한 것이 바로 그것인데 그것마저 문제가 생긴 것이다.
“잠시만요!”
그는 벌떡 일어났다.
“저기 잠시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이야기해 보시죠.”
“이야기할 것이나 있습니까? 규정대로 하면 그만인데요.”
“변호사님, 그게 아니라…….”
그는 당번병에게 격하게 눈짓하기 시작했고 당번병은 슬쩍 눈치를 보더니 바깥으로 나갔다.
“자자 차 한잔하시면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죠.”
그 말에 노형진은 미소를 지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럴까요?”
“한 곳은 끝났군요.”
결국 장군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요즘은 사회단체에서 비리라는 것을 알면 배임이 아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하기 때문이다. 설사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걸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당장 기록에는 국정원의 조사를 받은 기록이 남는데 군 생활에서 국정원 조사 기록은 치명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한 곳이 끝났다고요?”
최종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한 곳이 끝났다는 것은 다른 곳이 남아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네, 군대에서 아무리 짬이 많이 나온다고 해도 한 곳에서 부족할 수밖에 없죠. 결과적으로 다른 곳에서도 짬, 그러니까 음식물 쓰레기를 받는다는 거죠.”
“음…….”
노형진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은영변호사.
“다른 곳요? 다른 곳에서 이렇게 나오는 곳이 있어요?”
“그럼요. 있습니다.”
노형진은 고개를 돌려서 도심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쪽도 정리해야겠지요. 후후후.”
“우리가 왜?”
“난 모를 일이야.”
“아니, 당신들이 돈 내줄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야?”
다른 곳. 그곳은 다름 아닌 식당들이었다. 수만 명이 있는 부대 앞이니 당연히 일종의 상업 지구가 생긴다. 장교들이나 외박 나온 병사들 아니면 면회하러 온 가족들이 쓰는 돈은 작은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상당한 식당가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음식물 쓰레기는 상당하다. 사실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많다. 자식에게 하나라도 더 사 먹이려고 하다 보니 이것저것 많이 시키게 된 것이다. 그만큼 음식물 쓰레기도 많고 말이다.
‘그 정도면 수천 마리를 키울 만하지.’
노형진은 그 사실을 확인하고는 그들의 피를 말리기 위해 미리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됐어. 돈을 줄 것도 아니고.”
“장사도 안 되는데. 별 거지 같은 녀석이.”
몇몇은 툴툴거리면서 문을 닫았고 몇몇은 욕을 했으며 몇몇은 노형진 일행에게 소금을 뿌리기도 했다. 노형진은 그런 소금을 맞으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이거 참.”
“이거 어쩌죠?”
이은영 변호사는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그 장군이야 자신들에게 약점이 잡혀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거절했고 솔직히 그가 짬을 안 준다고 해도 손해 볼 건 없다. 그동안 삥땅 치는 돈이 없어지기는 하지만 그다지 많은 돈이 아니었으니 차라리 정식으로 처리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훨씬 남는 장사다.
“그만두쇼. 고작 개새끼 몇 마리 때문에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을 테니까.”
상인회 회장이라는 사람은 비웃음으로 노형진 일행을 쫓아냈다.
“후우, 이건 도무지 방법이 없군요.”
최종성은 얼굴을 찌푸렸다. 군대와는 다르게 무슨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철저하게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는 상인들이다. 당연히 그들로서는 노형진의 말을 들을 이유가 없었다.
“노 변호사님, 역시 예상하신 거죠.”
이은영 변호사는 소금을 털어 내다가 무표정하게 있는 노형진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화내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 소금을 맞았다는 건 그렇게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아마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렇게 담담하게 있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뭐, 예상이 아니라 당연한 거 아닌가요?”
“네?”
“말씀드린 대롭니다. 저도 말하러 왔지만 애초에 기대도 안 했습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그 조건을 받아들일 사람은 없으니까요.”
노형진이 생각해도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 리가 없다. 당장 그렇게 되면 상당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을 내야 하는 데다가 음식물 쓰레기값을 못 받게 되니 상인의 입장에서는 이중으로 피해가 가는 것이니 말이다.
“그럼 어쩌죠? 이대로는 우리 계획이 안 될 것 같은데요.”
“압니다.”
그렇게 말한 노형진은 건물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히죽 웃었다.
“그럼 갑질 한번 해 볼까요?”
“네?”
노형진은 웃으면서 다른 건물로 다가갔다.
“어? 노 변호사님, 거기에 왜 가세요?”
“왜냐니요?”
“아니, 거기는 전혀 상관없는 가게 같은데요?”
“아니요. 지금부터 상관있게 될 겁니다. 아주 많이요.”
“……?”
노형진의 말에 최종성과 이은영 변호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노형진은 가게로 가면서 전화기를 들어서 어디론가 전화했다. 그러고는 웃으면서 통화를 시작했다.
“아, 장군님, 접니다.”
그 말이 두 사람은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었다.
며칠 뒤, 상인회는 난리가 났다. 갑자기 군대에서 외출 외박 금지라는 명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무엇 때문에 그런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당분간 외출과 외박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그 기간 동안 돈을 벌지 못한다는 뜻이 된다. 물론 언젠가는 그게 풀릴 테니 그때까지 버틸 수는 있다. 그게 1년이고 2년이고 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대부분 세를 얻어서 하고 있는 상인들로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실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아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
“장난해!”
“장난이 아닙니다. 벌써 그런 가게가 열두 곳이나 생겼어요.”
“이런 미친!”
지역에는 당연히 비어 있는 건물이 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런 비어 있는 건물에 커다란 천이 입구를 가렸다. 그리고 그 천에는 여러 가지 체인점들이 입점한다는 소식이 들어오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안 됩니다!”
“하지만 뭔 수로요?”
“쫓아내요!”
“방법이 없잖습니까!”
상인회는 너도 나도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도대체 누구랍니까? 누가 이런 짓을 하는 거예요?”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는 슬며시 목이 움츠러들었다.
“서 씨! 말 좀 해 봐!”
“맞아! 자네가 한 짓이잖아!”
“아니, 내가 한 짓이라기보다는…….”
“그럼 서 씨가 한 짓이 아니라고.”
“나한테 뭐라고 할 건 아니잖아. 부동산 업자가 중계해 주는 게 뭐가 잘못이라고.”
서 씨는 이 지역의 부동산 업자다. 그래서 얼마 전에 큰 손님이 들어와서 빈 건물들을 소개시켜 줬을 뿐이다.
“그 인간이 가게를 열 거라는 걸 몰랐던 건 아니잖아!”
“그렇다고 그걸 거절하면 나보고 어쩌라고. 굶어 죽으라고?”
“어떤 가게인지 확인은 했어야지!”
“내가 이럴 줄 알았나.”
서 씨가 소개시켜 준 가게들은 하나같이 체인점이었다. 그리고 그걸 본 상인들은 똥줄이 타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군인들에게는 이수 지역이라는 곳이 있다. 외박이나 외출 면박, 그러니까 면회 시 외박의 경우 일정 지역을 벗어날 수가 없다. 그리고 그걸 알기에 여기 있는 상인들은 대부분 터무니없는 가격과 싸구려 재료를 쓴다. 다른 곳에 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죄다 체인점이잖아!”
“어쩔 거야!”
“나야 모르지. 난 이럴 줄 몰랐다니까.”
문제는 체인점이다. 체인점의 경우 전국적으로 동일한 가격을 받는다. 당연히 재료도 동일하게 공급받는다. 누가 봐도 자신들보다 훨씬 싸고 재료의 질도 좋다. 게다가 자신들의 음식보다 훨씬 맛있다. 어차피 여기가 아니면 못 먹는 걸 알기 때문에 이쪽 사람들은 맛에 신경을 쓰지 않지만 체인점은 그 맛의 균등함을 중요하게 여기니까.
“그곳이 열리면 우리한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소개시켜 준 거냐고!”
“나는 몰랐다니까!”
그런 체인점이 무려 열두 곳이다. 상식적으로 사람들이 비싸고 맛없는 동네 가게에 가겠는가, 아니면 싸고 맛있는 체인점에 가겠는가?
“망할.”
그때 마침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그리고 모두가 그에게 향했다. 부대장을 만나러 간 상인회장이었다.
“뭐래? 갑자기 왜 그런 거래?”
“몰라! 만나지도 못했어!”
짜증스럽게 들어오는 상인회장. 그는 들어오자마자 답답한 듯 비치되어 있던 정수기에서 물을 쭈욱 들이켰다.
“망할. 도대체 왜 그런지 말도 못했어.”
“우리한테 그럴 수가 있어?”
“그럴 수가 있지. 솔직히 우리가 무슨 힘이 있다고.”
엄밀하게 말하면 군대에 자신들이 기생하는 거지, 군대가 자신들에게 기생하는 것은 아니다. 무슨 사정인지 모르지만 그쪽에서 외출, 외박을 막는다면 자신들이 뭐라고 할 수 있는 게없다.
“다만 사람 잘못 건드렸다고만 하던데?”
“사람을 잘못 건드려?”
다들 고개를 갸웃하는 그때였다. 서 씨라고 불린 부동산업자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입을 열었다.
“그리고 보니 그 상가를 계약한 사람 말이야.”
“응.”
“한 명인데?”
“한명?”
“그래, 서울에서 온 변호사인가 뭔가 하는…….”
그 말을 들은 상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하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부르르 떨었다. 얼마 전 자신들이 쫓아낸 사람이 기억난 것이다.
“혹시 그 사람 이름이…….”
“노…… 노…… 노 뭐라고 했는데.”
“노형진!”
“맞다! 노형진! 그 인간.”
노형진이라는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거렸고 몇몇은 잽싸게 인터넷 검색을 하기 시작했고 잠시 후 그들은 그걸 보면서 사색이 되었다.
“이런 젠장.”
인터넷에 떠 있는 노형진의 현역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했던 것이다.
“설마 군대도 그 녀석이 손쓴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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