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060)
돕고 사는 우리 세상 (2)
그리고 등장하는 아이들은 다 다르다면…….
“이거…… 좀 심각한 문제 아닙니까?”
직원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심각하지요. 아주 심각해요.”
노형진의 눈이 저절로 찡그러졌다.
생각지도 못한 심각한 문제가 터져 버렸다.
***
“뭐? 전문 업자?”
“그래. 아무래도 그런 느낌이 들어서 등골이 오싹해.”
“세상에 그런 미친놈이…… 많기는 하구나.”
자신의 머리를 마구 긁어 대는 오광훈.
“아, 씨발. 상부에서는 왜 자꾸 똥칠을 하냐? 나 인생 좀 편하게 살면 안 되는 거야?”
“검찰총장 한다며?”
“씨발, 안 해.”
툴툴거리는 오광훈.
그럴 만했다.
중재를 해 달라는 의미로 위에서 맡긴 사건인 건 맞다.
그 과정에서 오광훈이 한 일은 부탁 정도였고, 노형진도 검찰과 끝까지 싸울 생각은 없었기에 받아들인 것이다.
검찰은 엄밀하게 말하면 파트너이자 개혁 대상이지 적은 아니니까.
“날 이용해 먹는 건 좋은데 말이지.”
그게 나쁜 건 아니다.
누구나 다른 사람을 이용한다.
그건 노형진도 마찬가지다.
“이왕 이용하려면 좀 제대로 하라고 해. 이따위로 흐리멍덩하게,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건 대충 던져 주지 말고. 이게 뭐야? 그렇잖아도 직원들의 멘탈이 나가는 미친 영상인데 이제는 업자까지 튀어나오고.”
“아, 미안, 미안. 업자는 진짜 우리도 생각 못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화가 난 것 같지는 않다, 너?”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검찰이잖아. 이 정도는 주고받으면서 같이 살아가는 게 맞아. 제대로만 일을 하면 날 이용한다고 뭐라고 하겠냐? 더럽게 일을 못하니까 내가 지랄하는 거지.”
“난 네가 당장이라도 검찰에 가서 해체하라고 난리를 피울 줄 알았는데.”
오광훈의 말에 노형진은 키득거리며 웃었다.
확실히 그런 생각도 해 보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결국 포기했다.
왜냐? 다른 조직을 만들어 봐야 결국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그건 또 다른 부패 집단에 권력을 넘기는 것일 뿐이니까.
“검찰이 뭐 하루 이틀 만에 갑자기 깨끗해지겠니? 다만 이런 식으로 조금씩 깨끗해지다 보면 언젠가는 괜찮아지겠지. 결국 바뀌어야 하는 건 조직의 이름이 아니라 시스템이야.”
그러한 복잡한 사태의 가장 확실한 증거가 바로 프랑스대혁명이다.
그 당시 프랑스는 혁명을 통해 왕정을 뒤집었지만 그 후에도 개혁이 이루어진 게 아니라 소위 부르주아라 불리는 돈을 가진 시민계급에게 권력이 넘어갔고, 그로 인해 다시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이 권력을 잡고 프랑스 제1제국이 생기는 원인이 된다.
“새로운 조직을 만들면 100% 그 안에서 권력 싸움이 일어나. 그럴 거라면 차라리 지금 완전히 힘이 빠진 놈들을 허수아비로 세우고 시스템을 고치는 게 나아.”
오광훈은 노형진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주, 머리가 지끈거리는 눈치였다.
“알았어. 난 복잡한 건 모르겠다. 네가 알아서 하겠지. 그나저나 네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제법 심각한 문제 아니야? 검찰이 아동 음란물 제작 업체를 그냥 뒀다는 소리잖아?”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그건 아닐 거야.”
아동 음란물의 유통에 대해서는 알았겠지만, 아무리 검찰이 무능하고 부패했다고 해도 그런 음란물 제작 업체를 알면서도 가만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검찰이 범죄를 알면서도 가만두는 경우는 그게 자신들에게 이득이 될 때뿐이야.”
“그러면 이건 이득이 안 되나?”
“될 리가 있냐?”
아동 성범죄자는 성범죄자들 중에서도 악질 중의 악질이다.
그런 악질들이 검찰에게 이권을 줄 리도 없고, 줄 것도 없다.
물론 사법 시스템 내부에 숨어 있는 아동 성범죄자 놈들에게 보상하는 건 또 다른 문제겠지만.
“한국에는 그런 미친놈이 없는 줄 알았는데.”
“없는 게 아니라 정부에서 안 잡는다고 봐야지. 야, 전에 내가 말해 줬잖아, 대단위 납치랑 인신매매까지 했던 나라라고. 그런데 없겠니?”
“쩝…….”
제일 유명한 사건이 바로 떡볶이 사건.
가출한 정신이상자 소녀를 강간한 떡볶이 사건이다.
그 당시에 재판부는 강간 직전 떡볶이를 사 줬기 때문에 그건 강간이 아니라 성매매라고 판결했다.
고작 열세 살짜리의 지적장애 소녀가 그런 걸 판단할 수는 없다는 의학적인 진실은 판사에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오로지 사건을 은폐하라는 ‘오더’를 받았기에,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사건을 덮어야 했다.
실제로 그 사건에서 강간했던 남성들의 신분은 드러나지 않았다.
“하긴 술집에 오면 가장 먼저 어린애들부터 찾는 새끼들이 넘쳐 나니까.”
아동 성범죄에 걸리면 인생을 조지는 곳이 바로 미국이다.
그런 미국에서조차도 어마어마하게 걸리는 게 바로 아동 성범죄자다.
그런데 한국에 그런 놈들이 없다? 그건 말도 안 된다.
“물론 직접적으로 성매매 하는 놈들은 많이 줄었지만.”
노형진의 수차례의 시도로 인해 그런 건 줄어들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단 이 영상에 집중하자고.”
“그래, 그러자. 그나저나 이거 어디인지 알 수가 있나?”
오광훈의 물음에 노형진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애석하게도 위치 정보는 철저하게 가려져 있어. 그리고 우리 쪽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런 영상이 한두 개가 아니야.”
“진짜로 전문 제작 업자라는 거구나.”
“그래. 이수종의 말로는 이런 건 보통 다크웹에서 유통되는데, 그걸 받은 놈들이 돈 때문에 외부에 팔면서 드러난다고 하더라고.”
노형진의 설명을 들은 오광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면 이걸 우리가 분석해서 추적해야 하나?”
“그건 좀 조심스럽다.”
이러한 범죄는 사회적으로 워낙 지탄을 받게 되니, 조금이라도 소문이 돌면 바로 잠수를 탈 것이다.
“일단 분석은 우리가 할게. 그리고 그걸로 추적해 보자고.”
이번 사건의 핵심은 바로 은밀성이었다.
검찰에서 분석한다면 100% 국과수를 통해서 할 텐데, 국과수를 통해서 하면 새어 나갈 수도 있기에 분석은 새론에서 하기로 했다.
“누구도 모르게 조용히 추적해야지.”
그리고 그걸 해 줄 사람들은 많았다.
***
“이만큼은 다 가짜예요.”
이수종은 컴퓨터 화면에 띄워 놓은 어마어마한 숫자의 파일들을 보여 주며 말했다.
“가짜? 아동 음란물이잖아. 그것도 가짜가 있어?”
오광훈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분석이 끝났다고 해서 왔는데 파일의 대부분이 가짜라고 말하다니.
“가짜라고?”
심지어 노형진조차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지난 몇 주간 검색을 통해 잡은 사건의 족히 60%가 가짜라고?
“그러면 이걸 수사해 봐야 의미 없다는 거야?”
오광훈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어렸다.
노형진은 그를 다독이며 이수종을 쳐다보았다.
“아니, 그건 아니고. 일단 설명해 봐.”
“일단 여기에 있는 아동 음란물들은 사실 성인물이에요.”
“성인들이라고? 약간 어려 보이는 정도가 아니던데?”
노형진이 고개를 갸웃하자 이수종이 피식 웃었다.
“어려 보이지요. 그렇게 ‘조작한’ 영상이니까.”
“조작?”
“네. 현실적으로 아동 포르노 같은 경우는 처벌이 어마어마하게 강하잖아요. 구할 수가 없죠. 미국 같은 경우는 가지고만 있어도 10년 형인데.”
그렇다고 해서 수요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페도필리아는 치료조차 불가능하다는 심각한 정신병이니까.
“그래서 일종의 가상의 어린애를 만들어 내는 거죠.”
“가상?”
“성인 중에서 어려 보이는 포르노 배우를 이용해서 일단 촬영하고, 그걸 조작해서 애처럼 보이게 만드는 거예요. 이 경우에 미국에서 잡는다고 해도 애매하거든요. CG로 처리하기는 했지만 어찌 되었건 그들이 촬영한 게 아동 음란물은 아니잖아요. 그러니 아동 음란물 제작 혐의를 피하는 거죠.”
오광훈은 그 말을 듣고 질린 표정이 되어 버렸다.
“아니, 그게 가능한 거니?”
“영화관에서 CG로 떡칠한 영화를 보면서 이상하다는 생각 하신 적 있어요?”
별로 없다. 그만큼 CG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 정도는 이제 어려운 시대가 아니라고요. 멀리 갈 필요도 없이 해리 볼룸> 시리즈를 생각해 보세요. 그 사람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걸 찍어요? 다 CG로 조작하는 거지.”
“그러면 이건?”
“다 조작된 거예요.”
“돈 버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진짜. 그러면 풀어 줘야 하는 거야?”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그건 아니야.”
“뭐?”
“법적으로 이러한 영상은 이게 아동 영상이라고 인식하는 순간부터 범죄가 인정되는 거야. 물론 이제 우리는 이게 가짜라는 걸 알았지만, 그들은 이걸 구입하고 판매하고 하던 시점에서 진짜라고 알고 있었지. 그런 만큼 그들의 아동 음란물 판매 행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야.”
그러니 그들을 체포해서 처벌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건…….”
나머지 중에서 또 절반을 스윽, 다른 파일함으로 넣는 이수종.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이에요. 정확하게는 해외에서 제작된 걸로 의심되는 것들이죠.”
아무리 노형진이 노력한다고 해도 해외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필리핀, 인도, 태국 등등 아직 가난한 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남은 게 이 정도인데…….”
그렇게 남은 것 중에서 또 상당 부분을 다른 파일함으로 옮기는 이수종.
“이건 개별 사건들입니다.”
즉, 집단이 아니라 개인들이 찍어서 올린 동영상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여기부터 사건을 조사해야 하는 거야?”
“그건 아니에요.”
“응?”
이수종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사건을 해결하려면 해외 제작 영상부터 조사해야 할 겁니다.”
“해외 제작 영상부터?”
“네.”
“아니, 왜?”
의아해하는 오광훈에게 노형진이 추가로 설명해 줬다.
“피해자가 해외에 있다는 거지, 가해자도 해외에 있다는 건 아니거든.”
“무슨 소리야, 그게?”
“아동 음란물 촬영자 중에 한국인들이 제법 많아.”
“뭐?”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 오광훈.
그리고 이내 노형진이 한 말이 뭔지 알아차렸다.
“미친 새끼들.”
기생 관광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으로 성매매를 하기 위해 오는 일본인들이 많았던 시절에 만들어진 말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동남아나 가난한 나라로 가는 놈들이 많아졌지. 그걸 요즘은 황제 관광이라고 한다지?”
그런데 그곳에서 미성년자들을 보고 눈이 돌아가는 놈들이 있다.
“그런 곳에 있는 애들은 거의 인생을 포기한 부류가 대부분이니까.”
정확하게는 포기당한 애들이 대부분이다.
부모들에게 내몰려서 성매매를 하고, 그 부모들은 가해자가 돈만 주면 촬영을 해도 모른 척한다.
“그러네. 지금까지 한국에서 아동 성매매로 처벌받은 건 한국에서 벌어진 일뿐이네.”
한국은 죄에 대해서도 속인주의를 표방한다.
그 말이 뭐냐면, 해외에서 범죄를 저질러도 한국인이면 한국에서 처벌한다는 거다.
“하지만 이런 범죄에 대해 검찰이 처벌한 기록은 없어요.”
물론 한국 내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는 처벌하지만, 해외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처벌하지 않아 왔다.
“성매매도 불법이기는 하지만 그건 한국에서도 벌어지는 일이고.”
자본주의의 그림자라고 해야 할까?
인류 최초의 직업은 매춘이라는 말처럼, 아무리 법으로 처벌하려 해도 매춘은 근절할 수가 없다.
심지어 극단적으로 보수적일 것 같은 이슬람에도 성매매는 존재한다.
“하지만 이건 성매매와는 전혀 다른 문제지.”
아동 성매매는 심각한 문제고, 그걸 또 촬영해서 팔아먹는 건 더 심각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