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061)
돕고 사는 우리 세상 (3)
“이 건에 대해서는 우리도 같이 움직여야겠네.”
노형진은 착잡한 표정이 되었다.
하나 건드려서 파기 시작하니 관련 문제가 너무 많이 나온다.
“그래서 마지막 남은 게 이건데요.”
대략 10%도 안 되는 양의 영상.
“이건 한국 내에서 자체 제작된 영상들이에요. 안에서 나오는 한국어 대사나 표기 같은 걸로 확인한 거예요. 그 직원분이 말씀하신 상품에 대해서도 확인해 봤는데 한국 상품이 맞고, 수출된 건 없어요.”
“10%라……. 작은 규모의 조직은 아니네.”
아무리 아동 음란물 시장이 불법이고 근절 대상이라지만, 그 안에서 10%라면 절대 적은 게 아니다.
그마저도 대부분의 영상이 조작이나 개인 영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문 제작 업자들 기준으로는 거의 유일할 수도 있고요. 한국 내에 그런 조직이 많으리라고 볼 수는 없으니까.”
“아니, 그런 조직이 있는데 신고가 안 들어온다고? 이해가 안 가는데. 그 피해 아동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오광훈은 바로 그 부분이 이해가 안 갔다.
“그 피해 아동들은 다 죽은 거냐?”
“아닐걸.”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랬다면 차라리 이미 드러났을 거야. 하지만 드러나지 않았다는 건, 죽지는 않았다는 거지.”
“그게 말이나 돼?”
“전에 본 놈 기억 안 나? 자기 딸에게 성매매를 시키던 미친놈도 있었어.”
오광훈은 그 순간 오래된 사건 하나가 떠올랐다.
자신의 딸에게 성매매를 시키던 남자.
그는 다크웹을 통해 성 매수자를 모아서 돈을 받고 자신의 딸에게 성매매를 하도록 했다.
“기본적으로 이런 건 신고에 의해 처벌이 이루어지지. 문제는 그 신고의 주체가 피해자라는 거야.”
영상을 본 놈들은 자기 자신이 아동 성범죄자라 신고를 못 한다.
그러면 그 피해자가 신고해야 하는데…….
“자신의 딸을 넘긴 미친놈이거나 자발적으로 승낙한 애들이라면, 신고를 못 하지. 그렇다고 이걸 본 놈들이 신고하겠냐? 더군다나 한국은 해외와 다르게 이런 건에 대해서는 감각이 무딘 편이거든. 귀찮은 일에 연관되기 싫어한다고 해야 하나?”
실제로 해외에서는 훔친 노트북에 아동 음란물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도둑들이 그걸 경찰서에 들고 가서 자수하는 일도 있었다.
자기들도 도둑이긴 하지만, 아동 성범죄자 놈들은 용서 못 하겠다고 신고한 것이다.
“자발적인 촬영이라……. 야, 이 씨발……. 그런데 부정을 못 하겠네, 염병.”
아이들이라고 무조건 착하고 바른 존재는 아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진짜 막장으로 치닫는 아이들도 존재하고, 그런 아이들은 주변에서 훈계하거나 계도하려고 해도 절대 바뀌지 않는다.
“그런 애들은 자발적으로 이런 영상을 찍는 데 참여하지.”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되니까.
가출해서 살다가 돈 떨어지면 성매매를 하고, 그러다가 아동 성범죄자 놈이 접근해서 돈을 준다고 하면 거기에 혹하는 것이다.
“중학생쯤 되는 애들한테 접근해서 300만 원씩 준다고 하면 혹하지 않을 것 같아?”
정상적인 아이들이라면 당연히 경찰부터 부를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라면?
“애초에 같은 또래의 여자애들을 폭행해서 성매매를 시키는 소년범들도 있어. 돈만 있다면 미성년자를 촬영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
세상은 모두 착하거나 모두 나쁘거나 한 곳이 아니다.
이들은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범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아이들의 경우는 성장하니까.”
자라고 나면 알아보기 힘들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있고 말이다.
“하긴, 안될 놈은 안되더라.”
오광훈도 알고 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될 놈은 안된다.
오광훈이 조폭이던 시절에도, 진짜 바닥에 떨어진 놈들은 어떤 기회가 와도 그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그게 모든 아이들에게 다 기회를 줘서는 안 된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안될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느라고 성장할 수 있는 아이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거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학교 폭력이다.
아이라는 이유로 학교 폭력의 가해자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기회를 박탈당한다.
가해자는 용서받고 보복하기를 반복하는데, 정작 피해자는 공부도 못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고립되면서 정신적 트라우마까지 얻게 된다.
“노 변호사님 말씀이 맞아요. 영상을 분석해 보니까 강제성은 없었어요. 대화 패턴이 많은 건 아닌데, 그 안에서 돈이나 추가 요금 같은 단어가 나오는 걸로 봐서는 돈을 받고 촬영에 응한 것 같아요.”
“흠…….”
“그리고 목소리 패턴도 문제인데.”
“목소리 패턴?”
“아까 말한 해외 영상 중에서도 동일한 목소리가 나왔어요. 이건 음성을 추출해서 분석한 거니까 확실해요.”
노형진은 알 것 같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한국에서 촬영하는 놈이 그걸 해외에서 하지 않을 리가 없지.”
해외에서는 한국보다 더 싼 가격에 촬영할 수 있다.
그러니 그런 나라에서 그런 미친놈들이 촬영을 하지 않을 리가 없다.
“이게 돈이 많이 되는 거야?”
“많이 되죠. 이런 거 하나 촬영한다고 치면…… 편당 못해도 3억은 벌걸요.”
“3억?”
오광훈은 이수종의 말에 질렸다는 표정이 되었다.
“처음에는 한정 판매일 테니까요.”
그렇게 한정 판매로 비싼 돈을 주고 판매하다가, 그걸 구입한 놈이 인터넷에 풀어 버리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일단 두 가지 방향으로 움직여야겠군.”
하나는 해외에서 성매매를 하거나 촬영하는 놈들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영상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놈들.
“일단 전자부터 시작하자. 후자는 그 장소를 특정하기 위해선 좀 더 시간이 걸릴 테니까.”
“그럴 거예요. 아, 한 가지 더 알려 드릴게요.”
“응?”
“이걸 촬영하는 놈들 중에서 컴퓨터나 촬영에 대해 잘 아는 놈이 분명 있어요.”
이수종의 말은 의외였기 때문에 노형진은 확실하게 물어봤다.
“어떻게 안 거야? 다크웹에서 판매하니까?”
“그것도 있지만 이놈들, 촬영할 때 촬영 정보를 모조리 수정하더라고요.”
현대의 디지털카메라는 영상 자체에 촬영 당시의 정보가 기록된다.
촬영 시기나 촬영 장소의 좌표 또는 촬영한 기계의 정보 말이다.
“그런데 없어요.”
그건 설정으로 막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걸 조작하기 위해서는 영상 자체에 손을 대어야 한다.
“둘 중 하나죠. 필름 영상을 디지털로 변환한 거 아니면 기계에 손을 쓴 거죠. 기계를 해킹해서 막은 거예요.”
그리고 디지털카메라를 해킹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컴퓨터에 대해 잘 아는 사람뿐이다.
“아쉽네.”
만일 촬영 일자가 있다면 그때 맞춰서 해외로 나간 사람들을 추적할 수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막혀 버렸다.
“일단은 해외에서 아동 성매매 하는 곳을 털어 내자. 그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기분이 이상하지 않냐?”
“왜?”
“아니, 검찰을 위해 사건을 조사하는 거잖아.”
그러자 노형진이 피식 웃었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러면 간단하게 생각하면 되는 거야, 검찰에서 날 고용했다고.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냐?”
“틀린 말은 아닌데…….”
“그런 게 변호사다. 걱정하지 마, 하하하!”
떨떠름한 표정이 되는 오광훈을 노형진은 크게 웃으며 다독였다.
“언제나 의뢰인이 우선이지. 설사 그게 검찰이라고 해도 말이야.”
그리고 그들을 위해 노형진은 적당한 사건을 물어다 줄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