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065)
진실도 선빵으로 (1)
국제아동성해방운동.
그런 것에 대해서는 노형진조차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아동 성매매가 주요 범죄 중 하나인 태국의 경찰은 그 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
“공식적으로 그놈들은 아동과 성적인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욕망을 가진 자 또한 정신병자나 범죄자가 아니라 동성애처럼 성 소수자라고 주장하는 놈들이랍니다.”
“자기가 미쳤다는 말을 참 그럴듯하게도 하네.”
오광훈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도대체 왜 아동 성범죄자들이 문제가 되는지 전혀 이해를 못 하는군.”
“이해를 못 하는 게 아니라 하기 싫은 거지.”
노형진은 질려 버렸다는 표정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설마 그런 조직이 있는 줄은 몰랐으니까.
“애초에 그놈들은 대상을 성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니까. 그 녀석들 입장에서는, 아이들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성욕 해소의 대상일 뿐이야.”
아동 성범죄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 과정에서 아이에게 가는 피해에 대해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아이들은 어리기 때문에 성적인 개념이 없고 그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의사능력도 없다.
결국 놈들이 아무리 아이들과 합의하에 관계한다고 주장해도, 애초에 결정 능력이 없는 아이들을 속이거나 위협을 해서 가지는 관계는 당연히 정상적일 수가 없다.
실제로 많은 아이들이 어린 시절에 그런 성적인 학대를 받은 경우 나중에 성장한 후에도 심각한 심리적, 정신적 타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아동 성범죄자가 단순히 게이나 레즈비언 같은 성 소수자라고?”
“원래 범죄자들이 자기들 범죄 합리화하는 건 쩔잖아? 국회의원들이 뭐만 하면 일단 국민부터 팔아먹는 거랑 똑같은 거지.”
노형진은 그렇게 생각하다가 마지막에 붙어 있던 K라는 글자에 집중했다.
“마지막에 붙어 있던 그 K라는 글자 말이야, 한국을 뜻하는 것 같지 않아?”
코리아는 Korea라고 쓴다.
만일 그놈들이 자기들 말처럼 전 세계적인 단체라면 당연히 한국 지부도 있을 테고…….
“한국 지부가 태국에 들어온다, 뭐 그런 의미일까요?”
“아마도 그렇게 보입니다.”
조식호는 진지하게 말했다.
물론 그게 이름의 첫 대문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단 한 명 또는 고작 몇 명 정도의 사람들이 들어오는데 능 프라싯 같은 보스급 인물이 관리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남은 건 결국 하나뿐이네.”
한국에서 집단으로 들어온다는 것.
그리고 생각보다 그 미친놈들의 집단이 세계적으로 크다는 것.
“그걸 그냥 둔다고?”
오광훈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했다.
태국 경찰이 알 정도라면 미국 경찰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아동 성범죄라고 하면 눈을 뒤집는 미국에서 그걸 그냥 놔둔다는 게 오광훈은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마도 현실과 법의 괴리 때문이겠지.”
“현실과 법의 괴리?”
“사상과 범죄는 전혀 다르거든.”
그들이 주장하는 건 어떻게 보면 그들의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아동 성도착증이 정신병이 아니라 성 소수자일 뿐이라는 그들의 주장.
“그리고 민주국가에서는 사상의 자유를 가지지.”
대한민국에도 사상의 자유가 있으며, 그건 모든 국가의 근간이다.
“당장 지금의 한국을 봐.”
홍안수 사건 이후에 일본과는 척지고 이제는 같은 하늘 아래 못 산다는 말이 나오는 판국이지만, 현실적으로 아직도 일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고 여전히 친일파들이 활동한다.
친일파로 살아가는 것과 국가를 배신하고 일본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즉, 그걸 사상적으로 주장하고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관철하려고 한다면 누구도 뭐라고 못 해. 설사 그게 국가라고 해도 말이지.”
그게 가능한 나라는 독재국가밖에 없다.
“지금 상황에서 그 성범죄자들이 자기들끼리 뭉쳐서 사상을 나누거나 시위하면서 주장한다면,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도 별 뾰족한 방법은 없어.”
물론 사회적으로 인생이 말살되는 것은 배제하고 말이다.
“아마도 미국에서는 그런 단체에 대해 처벌만 못 할 뿐, 집중적인 관심 대상으로 취급하겠지.”
실제로 미국에서는 그들을 집중적으로 관찰하면서 조금이라도 범죄 혐의가 있으면 잡아들인다.
다만 노형진이 몰랐을 뿐.
그들은 말로는 아동과 성적 관계를 가지는 데에 있어서 아동의 동의를 얻는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그저 지속적으로 아동 강간을 저지르는 골치 아픈 존재였으니까.
“그런데 그런 조직을, 한국은 지금까지 몰랐다는 거군요.”
“아마 그럴 겁니다. 이런 조직이 쉽게 자기들을 드러내면서 활동하지는 않으니까요.”
이수종의 말처럼 그들은 자기들끼리 다크웹에서 만나서 활동하면서 범죄를 저지를 것이다.
“어쩌면…….”
노형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들이 여기에 온 이유.
“그놈들이 촬영의 주체가 아닐까요?”
“그 영상 촬영의 주체요?”
“네. 한국에서 따로 추적할까 생각했습니다만.”
노형진과 오광훈은 일단 여기에서 벌어지는 아동 성매매와 촬영을 막기 위해 입국한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들이 아니면 촬영을 누가 할까 싶네요.”
이수종의 말에 따르면 거기에 출연하는 성인들은 지속적으로 바뀐다고 한다.
물론 가면을 쓰고 음성도 조작하지만, 신체적 특성을 보면 출연한 사람의 신분은 몰라도 숫자는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보면 영상에 출연한 사람은 최소 열 명에서 최대 서른 명에 달한다.
“단순 촬영 집단이라면 그 정도 되는 숫자를 구하기 힘들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러한 범죄를 저지르는 걸 아는 순간 당연히 신고할 테니까.
“공범 만들기일 가능성도 감안하시는군요.”
“맞습니다.”
조식호의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게 같이 촬영함으로써 서로가 공범 관계로 묶여서 이탈하지 못하게 하는 건 흔하게 써먹는 방법이다.
“이놈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그냥 싹 다 잡아서 한국으로 보내 버려?”
“나는 반대.”
“뭐?”
노형진이 반대를 표명하자 오광훈은 깜짝 놀랐다.
“그러면 그냥 놔주자고?”
“아니, 그건 아니고. 한국에 보내 봐야 한 3~4년 살다 나오겠지.”
한국의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무척이나 약하다.
실제로 아동을 강간하려고 하던 범죄자를 그 가족이 막는 데 성공했는데, 범죄가 성립된 게 아니라 멀쩡하게 사회생활을 했다는 점을 들어서 전자 발찌 착용조차 기각된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차라리 여기서 처벌받게 만들자고.”
태국이 아동 성범죄자들을 모른 척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걸리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걸리면 그때는 어마어마하게 강하게 처벌한다.
“이게 미묘하게 다른 거거든.”
만일 여기서 그들을 잡아 아동 성범죄를 증명해 내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태국 재판부에서 태국에서의 실형을 선고할 것이다.
그리고 태국에서의 실형은, 한국과는 비교도 못 할 만큼 열악하고 힘들며 고통스럽다.
최악의 경우 그 안에서 질병 등으로 인해 사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물론 그놈들은 한국으로 가려고 지랄 발광을 하겠지만…….”
대한민국 정부에서 뭐가 아쉽다고 그놈들을 받아 주겠는가?
그들을 받아 줘야 도움이 되는 건 하나도 없고 도리어 성범죄자들을 편하게 풀어 준다고 욕이나 바가지로 먹을 텐데.
“확실히 태국의 감옥은 볼만하죠.”
조식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볼만하겠네요.”
“표정이 어째, 기대되는 표정입니다?”
“가끔 그런 놈들이 새론 태국 지점에 의뢰할 때 아주 어이없거든요.”
일단 의뢰가 들어와서 변론을 진행하기는 하는데, 그들은 한국 로펌의 지점이니 당연히 자신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따지고 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이없군요.”
아무리 대한민국의 대사관이 하도 일을 못해서 그 일을 어느 정도 대신하는 새론이라지만, 새론은 일반 기업이고 국민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도 권리도 없다.
그들이 그렇게 떠들어 봐야 새론에서 해 줄 수 있는 것은 변론이 끝이다.
“그런데 실형이 나와서 들어가는 놈들이 아예 감옥 뒷바라지까지 요구하더라고요.”
“간땡이가 부었네요.”
태국도 단순 성매매 같은 건 심하게 처벌하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태국 정부도 그걸 이용해서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걸려도 보통은 일반인이라면 막대한 벌금과 더불어 추방 정도로 끝내지 실형까지는 내리지 않는다.
일단 태국의 감옥 자체가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라서 다른 나라의 사람까지 가둬 두기에는 버거운 것도 있다.
그런데도 실형이 나왔다는 것은, 태국에서 보기에도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다는 의미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뭔지 모르는 놈들이 너무 많다니까요.”
질려 버렸다는 태도로 말하는 조식호를 보니 그들의 행동이 확실히 머리가 아프기는 한 모양이었다.
“그러면 그들을 여기에서 잡아서 감옥에 넣도록 하지요.”
“하지만 공항에서 잡으면 절대로 입을 열지 않을 텐데요.”
“잠깐이나마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 주면 될 것 같습니다.”
노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
그들이 오기로 한 날, 태국의 경찰은 노형진의 조언대로 형사를 관광 가이드로 꾸며서 내보냈다.
어떻게 알아볼지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해결책은 간단했다.
스케치북에 IPCE라는 이름으로 써서 들고 있는 것으로 해결된 것이다.
대놓고 국제아동성해방운동이라고 해 버리면 미친놈 취급받을 게 뻔하니 영어 약자로 표시한 것이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게 뭔 의미인지 모르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무심하게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그리고 우르르 나오는 사람들.
그들은 IPCE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을 보고는 손을 흔들었다.
“어서 어십시오.”
가이드 역할을 하는 사람은 당연히 한국어를 어눌하지만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수사관이었고, 그는 그들을 환영했다.
“정확한 시간에 오셨네요.”
“비행기가 오는 거지, 뭐 우리가 오는 겁니까? 하하하.”
캐리어를 끌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쪽으로 몰려왔고, 멀리서 설치된 카메라로 숨어서 살피던 사람들은 그 숫자에 질려 버렸다.
“족히 스무 명은 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숨어 있어서 그렇지, 생각보다 규모가 큰 모양이야.”
“야, 이 미친놈들을 어쩌냐? 어? 저거 여자 아니야? 아니, 여자가 왜 저기 들어 있어?”
“아동 성범죄자는 남자만 있는 게 아니다. 물론 대다수가 남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여자도 분명 존재해.”
실제로 여러 나라에서는 아이를 유혹해서 성관계를 가지는 여성들의 문제가 매년 터져 나오고 있다.
“저도 여자 아동 성범죄자는 처음 봤네요.”
“태국에서도 대부분의 아동 성범죄자들은 남자니까 여자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을 겁니다.”
노형진은 화면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스피커에서는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나저나 회장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아마도 그 회장님이라는 존재는 능 프라싯일 가능성이 높다.
스무 명씩 한꺼번에 들어올 정도라면 상당히 큰손님일 테니까.
“회장님은 수사 문제로 잠깐 여행 가셨습니다.”
“그래요?”
단순히 거기까지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마치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면 바로 움직이시지요. 호텔을 미리 준비해 놨습니다.”
다행히 능 프라싯의 다른 서류에서 그동안 거래한 호텔을 찾아낼 수 있어서 그곳으로 다시 잡아 둔 덕분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의심은 피할 수 있었다.
“일단 짐을 풀러 가야지요.”
“미리 차를 준비해 놨습니다.”
수사관을 따라 우르르 몰려나온 사람들은 잠시 후 대형 버스에 타고 호텔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