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084)
역사의 변곡점 (1)
“죄송합니다, 각하. 막을 수가 없습니다.”
“다음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총리 관저의 분위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다.
야베 정권의 몰락이 코앞으로 다가왔으니까.
“만일 그렇게 되면 우리가…….”
말을 하던 야베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자신이 이렇게까지 몰락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까.
“우리가…… 감옥에 가게 될 가능성은?”
“100%라고 봐야 합니다.”
이미 주변에 적을 너무 많이 만든 데다가, 해 처먹은 것도 너무 많다.
특히 한국이 국가 단위에서 온갖 불법을 추적하기 시작하면서, 야베의 추문에 관련된 정보가 그쪽에 넘어갔다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진정 해결 방법은 없는 건가?”
“…….”
아무리 정치적으로 닳고 닳은 인간들이라고 해도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는 없다.
물론 전이라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안 된다.
“자금이 부족합니다.”
당장 들어오던 수많은 뇌물과 정치자금이 딱 끊어졌다.
이게 의미하는 건 하나뿐이다.
바로 일본의 재력가와 기업도 현 정권은 사실상 끝장이라고 판단했다는 것.
그래서 다음 정권에 잘 보이기 위해 줄을 바꿔 타기 시작했다는 것.
뿌드득, 야베의 입에서 이가 갈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아무리 야베라고 해도 현 상황을 바꿀 만한 방법은 없었다.
“…….”
좌중에 흐르는 차갑고도 무거운 침묵.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물론 일부는 살아남을 것이다.
아무리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모든 의원들이 다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다음번 정권에서는 가만두지 않겠지.”
이미 한번 정권이 바뀌었다가, 제대로 준비를 못해서 다시 권력을 빼앗긴 반대파들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권력을 다시 가지게 되면 어떻게 해서든 제대로 뭐든 해 보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새롭게 성장한 놈들입니다.”
노형진이 일본의 사기꾼들을 모아서 지역사회에서 성장시키고 만들어 둔 정치 조직.
그들은 극도로 욕심이 많은 인간들이지만 그 덕에 이런 기회를 잘 이용할 줄 안다.
쉽게 말해서 야베 파벌의 정반대에 있는 자들이다.
“그 신진 세력이 다음 선거에서 이기게 된다면…….”
도둑놈은 도둑놈을 알아본다고, 그들이 권력을 잡으면 야베의 모든 추문을 털어서 다시는 권력에 도전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래야 자신들이 오래 해 처먹을 수 있으니까.
한참이나 침묵을 지키던 야베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방법은 하나뿐이군.”
“야베 각하, 방법이 있는 겁니까?”
“그래, 딱 하나 있지.”
“말씀만 하시면 바로 실행하겠습니다.”
“역시 야베 각하.”
“야베 님은 언제나 방법을 찾으셨지.”
야베의 말에 얼굴이 환해지는 주요 당직자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들의 얼굴은 사정없이 창백해졌다.
“이미 한국에서 한번 보여 주지 않았나.”
“네? 한국에서 말입니까? 하지만 한국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준 적은 없는데…….”
“그게 아니라 방법을 말이야. 홍안수가 우리에게 알려 줬지.”
“홍안수라고 하시면…….”
이제는 감옥에서 평생을 살게 된 홍안수.
그는 일본의 스파이였다.
그런 그가 해결책을 알려 준 적은 없다.
더군다나 한국을 통해서는 더더욱 말이다.
홍안수가 마지막에 보여 준 것은 단 하나였다.
“설마…… 쿠데타 말씀이십니까!”
모두의 눈이 커졌다.
쿠데타. 국가를 전복하는 행위.
그건 그들이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야베는 단호했다.
“달리 방법이 있나?”
“…….”
이미 선거에서 이길 방법은 없다.
설사 선거에서 이긴다고 해도, 몰락하는 일본의 현 상황을 뒤집을 방법은 없다.
이미 일본의 빚은 1,000%가 넘었고 예산의 3분의 1이 그 빚을 갚는 데 들어가고 있다.
그마저도 간신히 이자의 상환 시기가 도래한 것만 틀어막는 상황.
올림픽을 통해 일본의 건재함을 증명하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실패했다.
한국을 때려서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하고 일본 내부에 있는 극우 세력을 모으려고 했지만 그 또한 한국에 결국 패하고 말았다.
전시 작전권을 가진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적으로 분류된 일본에 대해 군사작전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고, 미군이 군사작전을 하는데 미국 정부가 일본에 무기와 물자를 수출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결국 미국은 야베를 몰아붙여서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을 못 하게 막아 버렸다.
사실 상황이 거기서 끝났으면 문제가 안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끝끝내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고 최후까지 한국과 전쟁하려는 분위기를 조성하던 일본을 가만둘 수 없었고, 알게 모르게 경제적 보복이 시작되면서 이제 일본은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 버렸다.
“만일 이번 선거에서 이긴다고 치세. 다음 선거는? 그다음 선거는?”
일본과 다르게 한국은 성장하고 있고, 그걸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더군다나 노형진이라는 존재는 그런 한국보다 더 무서운 상황이었다.
간계를 통해 일본 내부를 끊임없이 흔들고 야베와 극우 세력의 힘을 빼 놓았다.
이미 허수아비라고 생각했던 천황가에 정치적 자리를 마련해 주고 그걸 통해 세력을 모았다.
천황 아래로 모여든 각 신사를 통해 천황의 직접적인 의사가 전달되기 시작하자 극우 세력 중 천황 지지자들이 그쪽으로 넘어갔고, 결국 세력이 양분된 극우 세력이 서로 싸우기 시작하면서 힘도 못 모으고 있었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한국을 공격한 건데.’
그런데 그마저도 패하면서, 사실상 모든 방법이 막혀 버린 상황.
“만일 우리가 쿠데타를 일으키면 어떻게 되겠나?”
“그러면…….”
좌중에 흐르는 침묵.
여기에 있는 누구도 그를 막을 생각을 못 했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어차피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끝이 좋을 수가 없는 상황.
더군다나 아무리 그래도 야베의 힘은 아직까지 절대적이다.
만일 제보한다고 해도, 야베의 힘이면 그걸 묻어 버리고 신고자를 죽이기에는 충분하다.
“자위대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쿠데타를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무력이다.
하지만 일본에는 군대가 없다.
있는 것은 오로지 자위대뿐.
“자위대를 지배하는 대부분인 장교와 장성은 극우파로 바꿔 놨습니다. 만일 명령이 떨어지면 야베 총리를 위해 목숨이라도 바칠 것입니다.”
사실 아무리 세계 수위권의 군대라고 해도 자위대는 공무원이다.
더군다나 자위대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인생 막장인 상태에서 갈 곳이 없어서 간다고 한다.
그 긴 불황기에도 자위대는 심각하게 기피 대상이었다.
오죽하면 자위대 병력의 60% 이상이 40대다.
그나마 들어오던 젊은 사람들이, 경기가 잠깐 나아지자 아예 지원을 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국민들은?”
“국민들이 우리에게 저항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일본의 국민들은 우민화 정책 때문에 노예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
당연히 나라를 뒤집는다고 해도 저항할 사람은 거의 없다.
시위에 5천 명만 나와도 나라가 뒤집어질 정도의 시위라고 말하는 게 일본이다.
한국은 5천 명이 나온 시위는 취급도 안 해 주는데 말이다.
“현실적으로 일부가 저항한다고 해도 제압은 어렵지 않습니다.”
한국과 다르게 일본은 징병제가 아니다.
만일 한국에서 내전이 일어나고 세력이 갈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예비역으로 제대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지원하기 시작할 테고, 그 세력에서는 그들을 무장시킬 게 뻔하다.
총에서 포와 탱크까지, 모든 것을 다 운영할 수 있는 진짜 심각한 내전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일본은 아니다.
일단 무기가 없는 일반인들이 신념에 따라 지원한다고 해도 그들을 무장시킬 무기도 없고, 설사 그들에게 무기를 준다고 해도 사용법도 모른다.
소총도 모르는데 장갑차나 전차, 대포 같은 건 꿈도 못 꾼다.
군, 아니 자위대만 통제하면 나라를 통째로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각하, 그건…….”
몇몇은 꺼리는 눈치였다.
그러나 야베의 머릿속은 이미 끝장을 보자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차피 여생을 감옥에 있을 거라면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
야베의 나이를 생각하면 죄가 드러날 경우 아마 죽는 순간까지 나오지 못할 테니까.
“나라를 뒤집으면 우리에게 기회가 생기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중국처럼 새로운 국가를 세울 수 있다는 거야.”
“……!”
기본적으로 새로운 나라가 생겨도 대부분은 전통을 이어 간다고 한다.
그래야 국가로서 인정을 받기 쉬우니까.
물론 이 경우, 전 국가의 부채 등을 그대로 물려받아야 하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프랑스의 총리에게 과거 나폴레옹이 써 준 징발서에 따라 돈을 요구한 마을이 있었다.
그리고 프랑스는 그 당시 프랑스 제국의 적통을 주장하기에 그 돈을 실제로 줬다.
무려 130년 전 채권이었는데도 말이다.
다만 이자를 안 줘서 욕은 좀 먹었지만.
반대로 적통임을 거부하고 완전 신생으로 시작해서 아무것도 계승하지 않는 나라가 있다.
바로 중국.
중국은 완전히 새로운 나라라 주장하며, 그 전의 나라인 청나라의 어마어마한 빚을 갚지 않고 무시해 버렸다.
“우리도 그건 가능하지.”
1,000% 넘는 빚. 그걸 갚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른 곳에는 전혀 쓰지 않고 오로지 빚만 갚는다 해도 꼬박 10년이다.
그러니 차라리 그걸 부정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설마…….”
“그 빚이 사라진다고 해서 우리의 선진 기술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야.”
야베의 계산에 따르면, 그 기술이면 충분히 다시 국제사회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 대부분은 국민의 빚 아닌가?”
일본 국채의 대부분은 해외에 판 게 아니라 국가에서 국내의 시민들과 은행에 강제로 판매한 것이다.
“즉,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기는 쉽다는 거지.”
상대적으로 빚이 적으니 그것만 어떻게 정리하면 말이다.
“…….”
물론 그런 상황이라면 일반적으로는 국민들이 들고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일본 국민들이 들고일어나 저항할 수 있을까?
무기를 들 줄도 모르고, 그 많은 범죄와 부정부패에도 단 한 번도 저항해 본 적이 없는 일본의 사람들이?
“역시…….”
처음에는 우려 섞인 표정이던 야베 주변의 정치인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만일 그게 가능하다면…….”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새로운 세상으로 나갈 수 있지. 헌법도 바꿀 수 있고.”
“헌법!”
야베가 끝까지 고치고자 했던 평화 헌법.
그 헌법을 고쳐야 전쟁 가능 국가가 되고, 이 저주받은 방사능오염 지대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갈 수 있게 된다.
그게 어디가 될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여기보다는 나으리라. 가능하면 한국 같은…….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의 눈에 광기가 번쩍거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나라를 만든다는 것.
그게 굳이 민주국가일 필요는 없다.
왕정 국가를 세우고 귀족제를 만드는 것, 그것도 나쁘지 않다.
일본은 그런 귀족제에 대한 환상이 많은 나라다.
그러니 그곳에서 귀족이 된다면…….
‘영원한 권력을 가질 수 있다.’
이미 국회의원으로서 그걸 자식에게 대물리면서 권력을 쥐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속임수가 아니라 혈통만으로 넘겨받을 수 있는 강력한 권력.
“조용히 일을 준비하게.”
야베의 말. 모두들 고개를 끄덕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