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087)
정당한 지도자란 (1)
그 시각, 대한민국 정부는 난리가 났다.
아무리 사이가 안 좋고 한때 극단적 대립까지 갈 뻔했다지만, 국제적 상황을 보자면 일본은 누가 봐도 한국의 우방이다.
그런 우방에서 쿠데타가 발생했으니까.
“일본 상황은 생각보다 조용합니다. 자위대는 야베가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고, 그에 대항할 만한 세력이 없습니다.”
유민택은 손을 들어 피곤한 얼굴을 문지르며 마른세수를 했다.
“빨리 은퇴 좀 하고 싶군. 이렇게 피가 말라서야 어디 살겠나.”
“이건 진짜 저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입니다.”
노형진 역시 피곤한 얼굴로 대꾸했다. 쿠데타라니.
“야베가 그런 인간이었을 줄은.”
“일본은 그다지 국가의 정책에 반역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아무도 쿠데타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럴 가능성이 제로라 생각한 것이다.
노형진 역시 원래 역사에서 일본이 몰락해 가는 과정을 보기는 했으나, 끝까지 쿠데타가 벌어지지는 않았기에 예상도 못 했고 말이다.
“반기를 들지 않는 습성은 어디까지나 일본 국민들 기준이고요.”
도리어 일본의 역사를 보면 쿠데타나 전쟁이 상당히 자주 일어났다.
“오히려 사회적 지도자 계급의 반란은 무척 자주 일어났습니다. 국민들의 경우는 소위 사무라이라는 작자들이 칼이 잘 드나 시험한다고 베어도 저항 못 할 정도로 찍소리도 못 했지만 윗선, 즉 지배자 계급은 전쟁을 안 한 시기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으음…….”
사실 일본의 일왕이 강력한 실권을 가진 시기는 거의 없었다.
역사상 가장 오래된 왕조라고들 하지만 그 대부분의 시기를 그저 허수아비로 살았다.
누군가 전쟁을 통해 권력을 잡으면 그가 허수아비인 일왕을 쥐고 흔드는 게 일본의 역사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필요 없다는 거죠.”
시대가 바뀌었고, 2차대전 이후에 일왕은 완전히 허수아비가 되었다.
물론 그 당시 일본은 1억 총옥쇄를 하겠다면서 어떻게 해서든 일왕을 지키려고 했지만, 그랬던 일본의 일왕 지지 세력은 이미 고혼이 된 지 오래고 남은 건 그걸 이용해 먹으려던 자들뿐이었다.
그 당시에 모조리 전범으로 모가지가 날아갔으니까.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렇게 조용한 건지 모르겠군.”
“별수 없습니다. 한국도 과거의 쿠데타 당시에는 저항 세력이 없다시피 하지 않았습니까?”
홍안수의 친위 쿠데타 때에는 국민들이 깨어 있기도 했고 이미 예상하고 준비한 덕분에 대응할 수 있었지만, 국민들이 배우지 못하고 깨어 있지 못한 과거에는 국민들의 저항은 거의 없었다.
“지도자가 바뀐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르니까요.”
그런데 현재의 일본이 바로 그런 무지하고 무관심한 상태다.
한국 정치인들이 어떻게 해서든 정치 혐오를 만들어 내고 그걸 유지하려고 하는 것.
그 목적은 누가 정치를 해도 똑같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몰아서 국민들이 정치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은 거기에 성공했지요.”
일본인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아주 심각하다.
“일왕은 어차피 허수아비였고요.”
그 결과가 일왕이 물러나는 형태가 된다고 해도, 대부분은 당장 본인들에게 딱히 바뀌는 게 없기 때문에 그다지 관심도 가지지 않는다.
“일단 무력적으로도 답이 없고요.”
“이해가 안 가는군. 군대가 어떻게 정치인들에게 휘둘리는 건지. 정말 민주국가가 맞긴 한 건가?”
“자위대는 군대가 아닙니다. 공무원이지.”
단순히 법적으로만 그런 게 아니라, 거기서 일하는 자위관들의 일반적인 마인드가 그렇다.
한국에서는 강제로 끌려가도 일단 군인이라 생각하지만, 일본에서는 지원해서 간다고 해도 자신이 공무원이라 생각하지 군인이라 생각하는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렇다 보니 정치적으로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에 따르는 게 당연하다.
물론 그건 어느 나라 군대나 마찬가지지만, 공무원이라는 특성상 민간과 군이 구별되지 않기 때문에 정치인들의 헛소리에 매번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군인이라면 엄중하게 중립을 지킬 수밖에 없겠지만 공무원, 즉 민간인이다 보니 위의 이권과 결합해서 움직이는 게 가능한 것이다.
“그러면 자네 생각에는 일본에서 자체적으로 쿠데타가 실패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나?”
“현실적으로 없습니다.”
일부 국민들이 들고일어날 수는 있겠지만 그들에게는 자위대에 저항할 수 있는 무기가 없다.
“야베는 이제부터 군국주의의 길을 가기 시작할 테고요. 그러니 전쟁을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쿠데타가 발생한 시점에서 쿠데타 세력은 군부에 힘을 실어 줄 수밖에 없다.
지지 세력이라고는 군부밖에 없을 테니까.
그리고 그 군부의 명령에 따라 군인들은 더더욱 국민들을 탄압할 것이다.
“야베가 미쳤군.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일본 총리는 아예 법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할 권리조차 없다던데.”
일본의 평화 헌법은 조금이라도 악용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조항들을 모조리 쳐 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총리의 계엄 선포권이다.
당연히 현재 총리인 야베 역시 계엄을 선포할 권리가 없다.
“눈 가리고 아웅이지요.”
계엄령이라는 말 대신에 비상사태라는 말로 바꿔서 결국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 야베.
“헌법을 정지시켰다는 것 자체가 국가 전복이 목적입니다. 아마도 일본을 멸망시키고 다른 나라를 세우는 게 야베의 목적일 것입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갈수록 심각해졌다.
그때 노형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잠시만…….”
노형진은 그걸 보고는 눈을 찌푸렸다.
낯선 전화번호였으니까.
“여보세요. 누구십니까?”
설마 이 상황에 장난 전화를 치는 사람은 아닐 거라 생각해서 일단 받고 보는 노형진.
그런데 수화기 너머에서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노 변호사님, 저 신동하입니다.
“오! 신동하 씨! 어디 계십니까? 지금 일본이 난리가 났던데!”
-그렇잖아도 대피 중입니다. 친위 쿠데타가 발생한 이상 제가 첫 번째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번호는……?”
-안전을 위해 몰래 만든 한국의 핸드폰입니다.
“한국의? 한국에 입국하신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사실은 저희가 쓰시마 북쪽에 있습니다. 이곳은 한국이 가까워서 그런지 한국의 기지국이 잡히거든요.
“아, 기억납니다. 방송에서 한번 그런 이야기가 나왔지요.”
그곳에서 한국 핸드폰이 터지는 것은 아주 큰 비밀은 아니다.
그로 인해 그 지역 주민들이 한국에 있는 것으로 기지국에서 인식해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데이터 로밍이 켜져 있어서 자동 로밍으로 전환되면 요금 폭탄을 맞아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지역에서 데이터 로밍을 꺼 버리라고 홍보할 정도였다.
심지어 이런 사례는 상당히 많았다.
사용자가 통화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스마트폰으로 톡을 하거나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비싼 해외 데이터를 쓰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야베라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런 것까지 신경 쓰지는 못하겠지.’
설사 안다고 해도 야베가 그걸 막을 수는 없다.
그걸 막는 방법은 전파방해뿐인데, 그러면 그 주변은 완전히 먹통이 될 테니까.
-일단 숨어 있기는 한데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여기서 바로 주일 미군 쪽으로 빠져야 할까요?
확실히 거리상으로 보면 그게 더 가깝기는 하다.
그런데 노형진은 문득 그의 말에서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 그런데 혹시, 좀 전에 ‘저희’라고 하셨나요?”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도 있습니까?”
신동하가 누군가 다른 이도 데리고 있다면 분명 문제가 될 수 있다. 그 때문에 노형진은 상대방의 신분을 확인해야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노형진은 머리가 터지는 것 같았다.
-천황가의 요히토 전하와 그 가족분들이 같이 계십니다.
말문이 막혀 잠시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당장 일본은 일왕가에 대해 어떠한 발표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처럼 난데없는 곳에서 그들의 존재가 드러나다니?
“지금 같이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징후가 이상해서 제가 개인적으로 탈출할 수 있게 도와드렸습니다.
“끄응…….”
일왕가는 명목상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일본의 정당한 통치자다.
즉, 일왕을 잡지 못하면 일본의 쿠데타는 실패할 수도 있는 상황.
-일단 당장은 안전하지만,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안전을 위해 우선 주일 미군에 도움을 청할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만…….
“잠시만요. 생각 좀 해 보겠습니다.”
확실히 안전을 위해서는 주일 미군으로 가는 게 좋다.
문제는 과연 주일 미군, 아니 미국이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이냐는 것.
-심각한 문제인가요?
“심각한 문제죠.”
현실적으로 쿠데타라는 것은 전 정권을 부정하고 밀어내는 것이다.
그 말은, 전 정권의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일본은 여전히 사형이 집행되는 나라입니다.”
물론 한국에도 사형 제도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한국은 선고만 하고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데 반해 일본은 사형을 실제로 집행한다.
“최악의 경우 미국이 일본에 붙으면 사형까지 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설마…….
“설마가 아닙니다. 미국은 그다지 신의가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
미국은 자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가차 없이 버리는 나라다.
당장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던 과거 이라크의 대통령 후세인도, 처음에는 친미파였다.
“만일 야베가 미국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미국은 가차 없이 일왕가를 버릴 겁니다.”
사실 사람들이 모를 뿐, 미국은 일본의 전쟁 가능 국가 변경에 대해 어느 정도 찬성하는 나라다.
이미 일본의 자위대는 해외 파병을 하고 있는데, 만일 미국이 반대했다면 아무리 야베가 노력했어도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자위대를 군대로 바꾸고 무장시키는 것에 대해 동조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다만 그 피해자인 중국과 한국이 극도로 반대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뭘 하지는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이야 사실상 적성국이니 신경 쓰지 않는다지만, 같은 동맹국인 한국은 일본이 무장하는 순간부터 사실상 일본을 적성국으로 분류하고 전쟁에 들어갈 대비를 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이 전쟁 가능 국가를 만들어서 다른 나라를 침략하려고 한다면 필연적으로 그 첫 번째는 한국이 될 수밖에 없고, 그때는 한국과 일본의 군비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 개발을 시작할 수도 있지.’
이미 한국과 일본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시설과 재료를 가지고 있다.
다만 만들지 않을 뿐.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을 시작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고, 그때는 진짜 세계대전의 위험이 높아진다.
“미국이라면 실질적으로 야베를 편들어 줄 수도 있습니다. 쿠데타를 일으키면 정권을 인정받기 위해 많은 것을 양보해야 하니까요.”
실제로 한국도 쿠데타가 일어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미국에 어마어마한 정치적 양보를 해서 자신들의 자리를 인정받았다.
조선 시대로 치면, 중국에 사신을 보내서 왕이 되는 걸 허락받는 것 같다고 할까?
“야베 입장에서는, 그런 상황이라면 나중을 위해서라도 요히토를 처단할 수도 있습니다.”
전 정권이 살아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쿠데타 세력에는 위협이 된다.
더군다나 일왕가는 정신적으로 일본의 지주 역할을 해 왔다.
당장은 쓸모가 없다지만, 조금씩 그 본질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에 망명을 신청하면…….
“야베가 주는 것을 노리고 충분히 망명을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