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094)
보급이 없으면 군대도 없다 (1)
일본에 쿠데타가 발생하고 얼마 후 노형진은 남상진을 만났다.
“이번에는 큰 건이다.”
“네놈이 또 뭔 미친 짓을 할지 참 궁금하군.”
남상진은 느긋하게 말했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였지만 노형진이 저지르는 일이 워낙 스케일이 커서 때때로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였다.
그랬기에 이번에는 놀라지 않겠노라 확실하게 마음먹고 왔다.
“요즘 AK-47 소총 가격이 얼마야?”
“AK-47 소총?”
“그래.”
“한 480만 원?”
노형진은 미친놈 보듯이 남상진을 노려보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싼 게 바로 AK 소총이니까.
“농담하는 거냐?”
“내가 농담하는 거 봤나? 착각하는 건 너야. 싸구려 구소련 총을 말하는 거라면 AK-47이 아니라 AKM이 맞다.”
“다르냐?”
“다르지. 나중에 알아봐. 설명은 귀찮으니까.”
“하여간 그거 얼마야?”
“가능하면 싸게?”
“그래.”
“한 정당 대략 4만 원 잡으면 될 거다. 러시아제는 아니고 중동 쪽에서 생산되는 물량으로.”
“사용에는 문제없지?”
“문제없으니 내다 파는 거지.”
노형진은 대충 계산을 해 보았다.
4만 원. 확실히 싸다.
“한 10만 정쯤 살 수 있냐?”
막 커피를 마시려고 잔을 들던 남상진의 손이 멈칫했다.
그리고 그가 눈을 찌푸렸다.
“무슨 생각이냐?”
AK 소총 10만 정.
그 정도면 작은 나라 하나를 완전무장 시키고도 남을 양이다.
“미친 거냐? 그 정도면 거의 내전을 준비하는 거라고.”
현금으로 따지면 40억.
절대 작은 돈이 아니다.
하지만 노형진에게는 현재 이자로 들어오는 돈만 그 이상이라 그건 지출로도 보이지 않았다.
“내전은 아니고, 일본에다가 힘을 실어 주려고.”
“뭐? 일본에 힘을 실어 줘? 그놈들이 뭘 하려고 하는지 몰라서 그래?”
“왜? 일본이 전쟁하면 좋은 거 아냐?”
“좋기는 개뿔. 그 새끼들은 손님도 아니야.”
“그렇게 사이가 안 좋아?”
“안 좋은 게 아니라 진짜 손님이 아니야.”
일본은 모든 군사용품의 자국화를 외친다.
총에서부터 무전기, 탱크, 전차까지 모두 자국산을 쓴다.
“우리 같은 브로커랑은 관련이 전혀 없지.”
더군다나 일본의 물건은 현실적으로 판매도 불가능하다.
당장 일본과 한국의 무기 성능을 비교하면 한국이 3분의 1 정도로 싼데 성능은 일본보다 낫다.
“한국 무기들이 은근히 팔리기 때문에 내가 먹고사는 거고.”
성능 면에서는 미국이 최고이고 가격 면에서는 러시아가 최고다.
중국은 가격은 싸지만 믿음 자체가 없는 게 현실이고.
“가성비는 한국이 최고지.”
그래서 사람들이 잘 모를 뿐, 한국에서는 전 세계에 제법 많은 양의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구해 줄 수 있어?”
“구해 줄 수는 있는데…….”
노형진을 미심쩍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남상진.
그가 비록 무기를 거래하는 브로커이기는 하지만 문제가 생기는 건 원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다음 순간 들려온 소리에 남상진은 노형진을 미친놈 보듯 할 수밖에 없었다.
“총알은 필요 없어.”
“뭐라고?”
“총알은 필요 없다고.”
“아니, 진짜 총알이 필요 없다고?”
“필요 없다니까.”
“기본적으로 오는 총알은?”
“얼마나 오는데?”
“총 한 정당 탄창 하나 정도.”
“필요 없어. 그만큼 차라리 깎아 줘.”
“그걸 어디다 쓰려고 하는 거냐? 총알이 없는 총은 몽둥이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걸 모르는 거냐?”
“내가 원하는 게 바로 그거야, 후후후.”
***
-우리 대제국일회는 새로운 병력을 모병하기 위해 총기를 구입했습니다. 해당 총기는 현재 일본에 거의 도착한 상황입니다.
얼마 후 일본의 극우 세력에서 총기를 구입했다는 발표를 하자 일본은 무척이나 술렁거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은 일본의 극우 세력이 무기를 가지고 쿠데타를 일으킨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무장 세력이 나타났다. 심지어 그곳은 일본의 또 다른 극우 세력이다.
-조센징과 지나를 깡그리 박멸하는 그날까지 우리 대제국일회의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소총을 흔들며 사람들을 선동했다.
-누구든 좋습니다. 우리와 함께 조센징과 지나와 싸울 생각이 있다면 오십시오! 우리가 무장시켜 드리겠습니다.
지나는 중국인을 비하하는 말이다.
조센징은 한국인을 비하하며 하는 말이고.
그리고 그걸 본 일본에서는 진짜 지원하는 놈들이 생겼다.
“어마어마한 숫자군.”
“모두가 도망가는 건 아니니까요.”
일본이라고 해서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도 일본과 사실상 대치 상태가 되자 제대를 미루거나 다시 군에 입대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널렸는데, 일본에서는 그런 사람이 없을 리가 없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들에게 무기를 지급한다라……. 이거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겠군.”
“물론 진실을 아는 사람들은 비웃겠지만요.”
극우 세력인 대제국일회는 지원자들에게 총을 줬다.
그러나 안전을 위해서라며 총알은 주지 않았다.
사실 애초에 총알도 없었다.
물론 시범 사격용의 최소한은 있지만, 지원자들이 쏠 일은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저들에게 준 건 몽둥이뿐이라는 거지요.”
“그런데 이상한 걸 못 느끼나?”
“저들은 대부분 군에 대해 모릅니다.”
영화에 나오는 멋진 총격전은 오랜 훈련의 결과다.
하지만 저들은 총알만 주면 영화처럼 멋있게 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마 저들과 한국 예비군이 싸우면 한 10 대 1까지는 편하게 갈걸요.”
총알보다는 포위와 섬멸, 그리고 방어와 화력 지원 등을 통해 상대방을 제압하는 게 전쟁이다.
베트남전 당시 미국이 계산한 총알 소비량 대 사살한 인원수를 보면 대략 4천 대 1 정도 된다.
즉 총알 4천 발을 쏴서 한 명 죽였다는 건데, 현실적으로 보면 그 사망자는 단순 교전으로 죽은 게 아니라 화력 지원 포격이나 폭격 등으로 죽은 사람들을 포함한 것이니 아마 실제로 총에 맞아서 죽은 사람만 따진다면 그 수는 몇만 발에 한 명으로 크게 줄어들 것이다.
미국이 돈이 넘쳐서 공군에 돈을 꼬라박는 게 아니고, 한국이 괜히 포방부라 불리며 포에 매달리는 게 아니다.
“저들은 그런 사실을 모르니까 총으로 다 될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들이 진짜 전력이 된다면 골치 아플 텐데?”
“절대 못 됩니다. 총알이 없는걸요.”
시범을 보이기 위한 최소한의 총알. 그리고 그 총알은 교전 상황에서는 한 20분도 못 버틸 양이다.
당연히 총알을 보급해야 하는데, 문제는 일본이 자유 진영 세력이라는 거다.
“일본은 옛날부터 5.56mm를 써 왔습니다. 그에 반해 저 AKM 같은 경우는 7.62mm를 씁니다.”
“비축분이 없다 이거군.”
“맞습니다.”
총은 많지만 그걸 이용할 총알 비축분이 없다.
즉, 저 총들은 몽둥이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거다.
“저들을 실전에 투입하려면 진짜 전쟁이 나야 하고 저들에게 다른 물건도 줘야 합니다.”
당장 군에서 쓰는 게 총만 있는 게 아니다.
철모에서부터 군복에 탄띠, 수통 등등 군대에서 병사가 필요로 하는 물건은 한두 개가 아니다.
“당연히 일본에는 그런 치장 물자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