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110)
킹 오브 킹 (2)
CIA가 비밀 자금을 만들기 위해서는 노형진과 마이스터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니라고 해도, 미다스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습니다.”
-한 명? 누구죠? 그런 사람이 왜 우리의 정보에 들어오지 않은 거죠?
“우리는 그녀를 만난 적이 없으니까요. 정확하게는, 그녀가 우리를 부르지 않지요. 사이가 안 좋으니까.”
-그녀라니, 도대체……?
“손채림. 미다스의 하늘의 궁전인 아스가르드의 책임자.”
-아!
아스가르드는 전 세계를 돌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파티 장소를 제공한다.
미다스의 돈을 관리하는 게 노형진이라면, 미다스의 인맥을 관리하는 것은 손채림이다.
-그렇군요. 잊고 있었네요.
그녀가 있기에 미다스는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인맥을 관리할 수가 있다.
“그녀에 대해 조사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딱 한 번 지나가는 투로 말한 적이 있답니다. 자신이 미다스를 알고 있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정확하게는 노형진이 가짜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가 있을 때 전 세계의 사업가들을 흔들기 위해 한 말이었다.
실제로 인맥이 중요한 전 세계 경제계에서 그녀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마어마해서, 그런 일을 아무에게나 맡기지는 않을 테니 그런 그녀의 발언은 신빙성이 있었다.
“그녀를 통해 미다스를 드러내고 그를 직접 공략하는 겁니다.”
미다스가 드러난다면, 그래서 그를 노형진에게서 떼어 낼 수만 있다면.
“노형진은 돈푼이나 좀 쥐고 있는 한낱 변호사에 지나지 않지요.”
신동성의 눈이 번쩍거렸다.
-자세하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깊은 밤, 그들은 그렇게 은밀한 음모를 짜기 시작했다.
***
손채림은 상당히 풍족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편한 부분도 있다.
세계적인 셀럽이라고 하면 일단 그녀의 이름이 들어간다.
당연히 그녀를 노리는 사람도 많았기에, 그녀는 상황에 따라서는 경호원을 대동해야 했다.
물론 한국에서는 경호원이 그다지 필요가 없다.
치안이 좋으니까.
하지만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는 경호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경호원들과 함께 움직이던 손채림은 프랑스에서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미안합니다. 제가 부주의했네요.”
아찔할 정도로 잘생긴 남자.
그가 조심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그는 능숙한 한국어로 손채림에게 사과했다.
“이거 어쩌죠? 제가 큰 실수를 한 것 같은데.”
정차되어 있던 손채림의 차를 긁고 나간 그의 차.
아슬아슬하게 긁고 가서, 문짝이 조금 손상되고 사이드미러가 부서졌다.
“이거, 수리비가 좀 나올 텐데.”
물론 손채림이 타고 있는 차는 절대로 싼 게 아니다.
“이거 보험 처리해 주실 수 있는 거죠?”
남자의 차를 힐끔 보며 말하는 손채림.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맥밀렌 781이었다.
차에 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맥밀렌 781은 부자들 사이에서 요즘 핫한 스포츠카다.
가격이 7억인가 하는 최고급 스포츠카 중 하나다.
그런 걸 모는 사람인 만큼 손채림이 타고 있던 차를 보험 처리해 주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였다.
“당연하지요.”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바로 보험을 불러서 처리했다.
보험회사도 싸우지 않고 순순히 보험 처리를 하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과실을 따져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남자 쪽이 100% 잘못한 거니까.
“괜찮으시면 사과의 의미로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데요.”
“식사요? 전 보험 처리만으로도 괜찮은데요.”
“아닙니다. 이런 미녀분에게 사과를 드릴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지요.”
“그렇게 봐 주시니 감사하네요.”
“괜찮으시면 제가 초대해도 될까요? 마침 적당한 식당이 있는데요.”
정중하게 말하는 남자를 보면서 손채림은 일단 허락했다.
“여기 제 전화번호예요. 적당한 시간에 연락 주세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인사하고 그곳을 떠나는 남자.
그리고 손채림의 차가 견인되어 가자 뒤에 서 있던 여자 경호원이 조용히 말했다.
“뭔가 이상합니다.”
“그렇지? 예나가 봐도 이상하지?”
서예나.
한국에서 온 손채림의 경호원으로, 가장 가까이에서 근접 경호하는 사람이다.
원래 흑장미 대대라는 여성 특전사 출신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대통령 경호실에서도 제대로 훈련받은 요원이었고, 노형진이 손채림의 안전을 위해 고용한 사람이기도 했다.
“어떻게 생각해, 예나야?”
자신보다 연하인 예나에게 손채림은 그렇게 말하면서 뒤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한 대의 차량, 거기에는 세 사람이 타고 있었다.
비상시 그들도 끼어들어서 경호하기 위해서다.
“일단 타시죠.”
“그러자.”
손채림은 서예나와 함께 바로 앞에 멈춘 차에 탑승했다.
차는 조용히 그곳을 출발했다.
“확실히 이상해. 사고치고는 말이지.”
“전형적인 접근 방법입니다.”
“전형적인 접근 방법?”
“미인계, 아니 이 경우는 미남계라고 하는 게 맞겠네요. 스파이들이 가장 많이 쓰는 방식 중 하나가 바로 고의적 사고를 통한 접근입니다.”
“그런 경우가 많아?”
“그렇습니다. 경호 교육을 받지 않으면 그 사실을 잘 모르니까요.”
경호는 단순히 물리적 공격에 대한 경호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심리적 접근 역시 주의해야 한다.
왜냐? 심리적인 동조를 통해 자리를 만든 후에 따로 은밀하게 만나서 암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많고, 쥐고 흔들어서 정보를 빼내려는 경우도 많으니까.
“보통은 미인계로 많이 쓰입니다만.”
간단한 접촉 사고 후에 사과의 의미로 식사를 청하고, 그 과정에서 친밀감을 쌓고 점점 자주 만나며 애정을 품게 한다.
범죄자들이 주로 쓰는 방법이며, 또 누군가에게 접근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다.
“확실히 잘생기기는 했더라.”
손채림은 아까 그 남자의 얼굴을 생각하면서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그 남자가 그리워서?
아니다. 그녀도 노형진과 일하며 많은 경험을 했다.
그러면서 배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다지 사고가 날 만한 상황도 아니었고…….”
자신은 우회전을 준비 중이었는데, 상대방이 직진하려고 하다가 긁은 사고.
완벽하게 자신의 과실은 없는 사고.
“그런데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차를 그딴 식으로 몰지는 않지.”
더군다나 신호에 걸려서 속도가 나지도 않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그 남자의 차선이 직진 차선이었다고 해도, 끼어들기나 차선 변경을 하려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가까이 붙어서 손채림의 차만 긁는다?
“그런 상황이라면 채림 양의 뒤쪽에 있던 차들과 먼저 충돌했어야지요.”
서예나는 차갑게 말했다.
누가 봐도 어설프다.
“어떻게 생각해?”
“누군가가 채림 양에게 접근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번호를 주신 거 아닌가요?”
“역시 예나는 날카롭네.”
고개를 돌려서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보는 손채림.
“너무 잘생긴 얼굴, 우연한 사고, 그 사고의 현장에서 웃으면서 하는 데이트 신청. 너무 어이없는 조합이잖아?”
“확실히 그 남자, 스파이로 훈련받은 사람은 아니더군요. 국가조직에 속한 남자는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이상한 거야.”
무려 7억짜리 차를 긁어 가면서 자신에게 접근했다.
그런데 국가조직은 아니다.
기업들이 없는 것은 아니나, 현실적으로 세계의 대부분의 기업들은 손채림의 연락처를 알고 있다.
그녀와 이야기하고 싶다면 굳이 이딴 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 답은 나오지. 나한테 원하는 게 있지만 그걸 당당하게, 대놓고 말할 수는 없는 자들이라는 것.”
그리고 손채림은 그들이 누군지 알고 싶어졌다.
“보고를 올릴까요?”
“그래, 일단 보고 올려. 상황을 보아하니 내가 아니라 형진이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으니까.”
창밖을 바라보는 손채림의 시선에는 일말의 떨림도 없었다.
***
“드 마르샹이라……. 공 많이 들였네.”
“하지만 작업을 거는 놈들이 멍청한 놈들이더군요. 확실히 스파이 교육을 제대로 받은 놈들은 아닙니다.”
드 마르샹. 파리에 있는 최고급 레스토랑.
미슐랭으로부터 별 세 개를 받은 곳으로, 그 가게의 점주는 운영 중인 세 개의 가게에서 여덟 개의 별을 가지고 있다.
“나한테 데이트 신청을 하고 만나는 데 일주일이라……. 어이없네.”
드 마르샹은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식당이 아니다.
예약만 한 달 반 치가 몰려 있고, 가끔 나오는 캔슬에 대비해서 대기자만 백 명이 넘는 곳이다.
그런 곳을 일주일 전에 예약해서 잡았다?
‘어설픈데.’
아마 사정을 모르는 여자였다면 홀라당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드 마르샹은 손채림도 세 번이나 간 적이 있고, 두 번은 업무 관련으로 직접 예약했었다.
“너무 어설퍼서, 이거 진짜 걸려 줘야 하나 고민될 지경이다.”
드레스 코드에 맞게 하얀색의 드레스를 입은 손채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 그런 손채림의 귓속으로 노형진의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왜? 재미있잖아.
“넌 한국에 있다고 말 참 편하게 한다.”
-그래도 이거 진짜 참신하잖아, 안 그래? 지금까지 죽이겠다 뭐 하겠다 하는 놈들부터 돈으로 덤비겠다는 놈들까지 별놈이 다 있었지만, 솔직히 너한테 접근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거든.
“도대체 왜 나한테 접근하는 거야?”
손채림은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거야 모르지.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아직 그 남자 신분은 모르는 거야?”
-모르지. 사진 하나만 가지고는 알 수가 없지. 분석 팀 말로는 모델 쪽인 듯하다는 이야기가 있어.
“모델?”
-그래. 그 당시에 블랙박스에 찍힌 걸 보면 걷는 게 모델들의 걸음걸이와 비슷했거든. 분석 팀에서는 아마도 현직은 아닐 거라고 하더라.
“흠…… 마스크는 확실히 모델을 할 만했어.”
손채림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제 들어가야지. 이어폰 뺀다.”
-아쉽네. 다른 곳이라면 카메라라도 달아서 어떻게 해 보는 건데.
하지만 드 마르샹 같은 식당은 그런 게 불가능하다.
내부에 카메라를 설치해서 감시하기는커녕 자리를 구해서 감시하는 것도 불가능하니,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드 마르샹쯤 되면 돈이 아닌 자존심이 문제가 되니까.
“안녕하세요. 오래 기다리셨나요?”
손채림은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가 안내받아 예약된 자리로 향했다.
“아닙니다. 여기까지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손채림은 그렇게 인사하면서 남자의 맞은편에 앉았다.
‘겁나 잘생기기는 했는데, 왜 갑자기 속이 느글거리지?’
울렁거리는 속을 애써 가라앉히면서 미소를 짓는 손채림.
“뭘 드시겠습니까?”
“디너 코스로 하지요.”
손채림은 주문을 하면서 남자를 슬쩍 보았다.
마치 사랑에 빠진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남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아주 분위기 좋은 데이트인 줄 알 것이다.
하지만 손채림은 그런 그를 제대로 시험해 볼 생각이었다.
“와인은 뭐로 하시겠어요?”
“네?”
“와인 말이에요.”
“아, 와인 말이군요. 네, 와인.”
“여기 신사분에게 와인 목록 하나 가져다주시겠어요?”
와인 리스트를 받고 살피는 남자.
하지만 손채림은 그 모습을 보면서 확신했다.
‘이런 곳에 대해 잘 몰라.’
그의 눈에 가득한 당황한 기색.
물론 이곳은 확실히 자주 오기는 힘든 레스토랑이다.
그러나 비슷한 콘셉트의 식당은 많고, 순서는 다들 비슷하다.
‘프랑스어를 어느 정도 하기는 하지만 이곳의 문화는 잘 모른다. 와인을 고르라는 말에 당황한다는 건, 결국 와인 문화를 잘 모른다는 건데.’
한국과 다르게 유럽에서 와인은 데이트의 기본이다.
특히 이 정도 되는 곳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유럽에서 좀 사는 사람들은 최소한의 와인 지식은 가지고 있지.’